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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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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6일 20시 06분 등록


강연 때마다 시작하며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싶으세요?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대략 “돈, 건강, 남자(혹은 여자 혹은 가족 혹은 친구, 통틀어 사람), 일, 여유, 만족할 줄 아는 마음 ….” 집단 특성이나 연령 혹은 성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이 정도의 대답이 나오는 것이 상례입니다.


지난 주 여우숲을 찾은 한 집단에게서는 전혀 다른 대답이 쏟아졌는데,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나온 첫 대답은 “술이요!”라는 외침이었습니다. 다른 어떤 집단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습니다. 다시 이어진 대답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음악이요!.” “여행!.” “밥!” “온기나눌 애인!” “햇살과 바람!” …

그들의 대답은 다른 여느 집단의 그것보다 무척 구체적이었습니다. 거대하기보다 소박했습니다. 머리로 떠올리는 것이라기보다 몸과 감각으로 떠올리는 대답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온통 크기나 양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대다수 내면보다는 거죽을 좇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들의 대답은 ‘술이라니…, 음악이라니 … 여행이라니… 아 - !’ 나는 오늘 이들과의 공부가 참으로 흥미진진하리란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근래 가장 기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는 곳이나 타는 차, 외모나 치장한 옷, 혹은 악세서리 따위로 사람을 분별하고 평가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적으로 평가받아 Winner와 Loser로 나누는 세상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더 많은 돈을 벌려하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야간자율학습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세상으로 나오는 청춘의 앞날이 희망 가득하다 할 수는 없는 세상이니 우리 무의식 속에는 두려움이 얼마나 짙게 스며있습니까? 그런 세상에서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 힘겨운 지역 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이분들은 거침없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하려면 음미하며 마실 술이 있어야 한다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되고 온기를 나눌 애인이 있으면 된다고. 따뜻한 밥 있으면 되고 햇살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으면 된다고 망설임 없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술은 내가 30대 지하세계를 전전하며 억지로 마시던 술이 아님을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음악은 여느 비싼 콘서트 현장의 음악이 아니며, 그들이 말하는 여행은 ‘너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며 여행마저 양으로 부추겼던 한 항공사 광고의 그 여행이 아님을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삶의 이야기를 만나고 소금기 묻어 있는 삶을 마주하고 햇살과 바람과 별과 사람의 향기를 만나는 여행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들은 1년 동안 무수한 집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소중한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여기를 사는 사람들, 지금을 사는 사람들, 자신의 몸을 써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며 사는 사람들의 대답은 그러했습니다. 그대는 어떠신가요?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대는 무엇을 가장 앞에 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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