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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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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7일 06시 39분 등록

 

나는 침대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그날 밤 내 가슴은 심란했다.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날 밤이 되기까지 내가 해왔던 행동에 설명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미적지근하고 모순과 주저로 점철된 몽롱한 반생이었다. 나는 허망한 기분으로 지난 일을 생각했다. (… …)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본, 나무 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주었다. 열심히 데워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운데 가장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대목이다. 사실 사람들은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안달하며 무리하게 힘을 쏟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을 생각하게 되는 아주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우주의 리듬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억지로라도 빠른 시일 내에 뭔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욕망과 욕심이 부작용과 부자연스러움을 낳고 결국 우리는 슬픔과 후회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중에서

 

직업인으로서도 엄마로서도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똑소리나는 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4년을 갈고 닦았으니 내공은 이미 충분하리라 믿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현실은...

 

育兒와 함께 育我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자신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은 분명 공백이었습니다. 이 현장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킨 동료들과는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믿었던 가정에서도 펀치는 쉴 새 없이 날아옵니다. 엄마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결핍이 되어 아이들의 표정과 집안 분위기에 반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본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공들을 쳐넘기느라 정신이 없으니까요. 이대로 더 버티다간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선택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현명한 걸까?

 

답답한 마음에 펼쳐든 책에서 니코스 카잔차기스와 스승은 제게 말을 겁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네가 보기에 위대해 보이는 우리도 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 조바심을 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불안해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때가 오기를 기다려라. 나비는 나비로 살 게 되어있으니까. 아니 설사 그리되지 못한다할지라도 안달하고 조바심 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걱정해서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걱정해야겠지만 그게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뭐하러 걱정으로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한단 말이냐.

 

 

뚜벅뚜벅 오늘분을 살아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이런 마음 내게 만들어주신 그 모든 힘들에 감사하면서요.

그럼 또 일주일 뒤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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