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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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내 고향에서 나는
토담의 역사 전부에
증인이 될 수 없다
순식간에
한 톨 먼지의
탄생에서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없으니
오, 시간!
거리와 속도의 플랫폼 위에서
무형의 칼로
너를 조각낸 것이 누구냐
사실
시간의 기원을 물을 것도 없지
왜냐면
시작이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그 종착지가 어딘지도
물을 것 없지
드넓은 우주에서
그것은 무한하니까
시간은 어둠의 심장
번개처럼 번쩍하는 박동 소리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교량이다
믿어다오, 이것은 하나님의 의지가 아니라
절대적 진리와 같은 것
우리를 떠날 때 시간은
영원히 뒤돌아보지 않는다
모든 생명과 사상과 유산은
시간의 성전에 깃든다
오, 시간!
가장 공평한 법관이여
그는 거짓말을 심판하고
정의를 펼치며
최후의 순간에
모든 정신과 물질의
존재 형식을 바꿀 것이다
언제나 죽음 속에 태어나며
탄생 중에 죽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모든 것이 아닌 것을 포용할 것이다
이 세상에
진실로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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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것이 무척 궁금했던 적이 있다. 자고 나면 안 오던 비가 오고, 안 춥던 날씨가 춥고, 춥던 날씨가 온화해지는지. 왜 내가 잠잘 때만 바뀌는지, 도대체 어떻게 오늘이 어제가 되는지 궁금하여 하늘을 바라보며 밤을 지샌 적이 있다. 밤을 꼬박 새며 기다려보아도 시계바늘처럼 딸깍하고 내일이 오늘이 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자라서 태양계의 행성들도 배우고 좀 더 유식해졌지만 지금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오, 시간! 진실로 썩지 않는 게 맞느냐? 왜 나한테 와서는 썩어빠진단 말이냐!
오, 시간! 진실로 공평한거 맞더냐? 누구에겐 25시이고 나에겐 턱없이 모자라느냐!
오, 시간! 진실로 같은 속도 맞느냐? 그와의 밤과 오늘은 왜 이리 다르단 말이냐!
오, 시간! 광활한 심연, 카오스로 존재할 것이지 왜 짹각거린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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