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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8일 19시 42분 등록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윤천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 부르며 왔던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에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 사랑이다. 혼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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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분은 뭐지? 싱숭생숭한 이 기분.

나도 내 마음 모르겠는, 이 묘한 기분.

외로움인가?

쓸쓸함인가?

그리움인가?

아련함인가?

고독함인가?

가끔씩 재발하는 이것은 무슨 병인가?

봄에는 봄바람 탓이었고 지금은 뒹구는 낙엽탓인가?

 

왜 외로운가?

에리히 프롬은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다고 말한다. 얼마나 다행인가. 인간이기에 외롭다니! 무슨 병에 걸린 건 아니라는 것이지 않는가. 덧붙여 말하길, 그럼에도 사랑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들의 모약일까? 사랑의 고통이 외로움의 고통보다 덜 하다고 여기나보다.

그렇다면, 나도 사랑을 붙잡고 싶다. 마음이라도 그쪽으로 두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렇다면... 멀리 있는 사랑이라도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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