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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포항수업후기_구달칼럼#30
대카상스 11월 수업은 포항에서 1박2일로 행해졌다. 정확히는 포항시내에서 1시간 정도 북쪽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간 오도리 해변에서 이루어진 역대 최고의 수업여행이었다.
14명의 대부대가 바다가 일품인 포항에서 수업을 하는 것을 아주 낭만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를 준비하는 총무로서는 대 역사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왕참치 총무는 하루를 온종일 손품, 발품을 팔아 숨은 명당 오도펜션을 찾아 내고야 말았다. 보통 이 인원이 하룻밤을 묵으려면 40만원은 족히 드는데 왕참치의 바지런함과 탁월한 협상력 덕에 25만원으로 타결되었다. 가격만 착한 것이 아니라 위치와 전망도 끝내준다. 나가면 바로 해변 모래사장인데다가 2층 통유리를 통해 일망무재의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다만 가는 길이 KTX+리무진 버스+택시(자가용 차)의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여행길이다.
서울서 출발하는 8명의 KTX여행팀은 참치, 찰나, 어니언, 교장, 교감, 승호선배, 콩두 등 구성도 좋다. 어니언은 멀미한다고 홀로 순방향 좌석을 찾아가고 우리는 역방향에 앉아서 모두 싸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었다. 사과와 수제 송편 모양의 빵, 커피와 구슬 초콜릿이 어우러지고 승호선배는 간밤에 야근을 했는지 혼자서 바로 숙면자세를 취한다. 우리는 마치 오랜만에 교외로 나들이 가는 연인들처럼 즐거웠다.
포항시에서 리무진 버스를 내리니 연구원 1기 오옥균 선배님이 직원 둘을 대동하고 우리를 마중 나오셨다. 그가 우리들을 안내한 곳은 아구탕 집이었다. 포항의 맛으로 생전 처음 음식이다. 아구가 들어간 요리로 내가 맛 본 것은 마산에서 유래된 아구찜이 유일한데 아구탕이라 독특했다. 전에 구선생님도 자주 들리던 곳이라 한다. 하긴 경주에서 강연이 있으면 포항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강연여행을 겸해서 포항의 맛으로 즐기셨을 법도 하다. 소주를 곁들여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었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에 생 아구의 부드러운 살이 혀 끝에서 녹았다. 포항에 다시 오면 맛집 1번지로 아구탕을 찾을 것만 같다. 오선배는 적지 않은 일행의 점심값을 쏘시며 포항 인심의 넉넉함을 유감없이 발휘하신다.
이젠 민생고도 해결했으니 휘파람 불며 목적지 오도리 해변까지의 드라이브길에 나섰다. 오선배가 준비해 주신 승용차 2대 중 한 대에 미스터리와 찰나, 희동이 타고 당당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포항공대 대리님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도 자전거 라이더라고 했다. 몸짱인 인유를 알았다. 포항에서 오도리까지20번 해안도로를 타고 북상하는 길은 넘실거리는 파도와 해풍에 실려오는 갯내음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미스터리가 구달의 사주를 봐 준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생년일시를 집어 넣으니 운세가 나온다. 정열적인 미스터리의 해석이 일품이다. 올해가 구달의 대운이 바뀐 해란다. 매 10년 주기로 대운이 바뀌는데 그 자리가 나이에 6이 들어가는 해라고 한다. 마음이 넓고 지혜로우나 마음풍경이 황량한 벌판이란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어울리라고 충고한다. 다가오는 해에는 고독을 벗하리라 작정한 마음에 이건 새로운 도전이 되겠다. 돌아가며 사주를 본다고 왁자한 가운데 차는 벌써 오도리 해변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해변가의 보통 펜션들이 주로 언덕에 운집해 있는데 반해 오도펜션은 바로 지척이 바다다. 해변의 백사장을 앞마당으로 끌어 들였다. 도착하기 무섭게 모두들 바다로 치달았다. 한 귀퉁이에 등대가 있는 바위섬이 대왕암을 방불케 한다. 아담한 해변이 손아귀에 잡힐 듯 소담스러운 마을이다. 오도펜션 2층에 여장을 푼 일행은 통유리 창 밖으로 펼쳐진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비스듬히 누워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들 이 곳을 예약한 총무의 식견에 감탄하며 오랜만에 바다를 품에 안고 수업하는 기쁨에 도취되었다. 오늘은 특별히 오옥균 선배와 함께 2 분의 직원들도 특별 게스터로 수업에 참관했다. 수업의 요지는 각자의 터닝포인트 스토리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다. 3개의 트랜드와 5개의 미래풍광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 자신의 미래직업을 도출해 내는 작업이다. 각자의 발표가 끝나면 데카상스와 교육팀의 핵심적 질문과 미래직업 추천 코멘트가 쏟아져 나왔다. 적절한 코멘트를 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교육팀의 촌철살인의 코멘트는 언제 봐도 놀랍다. 책을 써낸 작가들이니 만치 내공의 저력이 느껴진다. 그들을 배워야 하리.
순식간에 해는 지고 사위가 어둠에 깔렸다. 고향회집, 이름처럼 푸근한 인상의 주인 내외분이 부지런히 회를 치고 계신다. 곧이어 무우도 깔지 않은 접시에 자연산 쥐치를 비롯한 잡어 회가 접시에 수북이 담겨 나왔다. “와, 완전 맛있어요, 이 회!” 어니언의 감탄사에 나도 침을 꿀꺽 삼키며 회를 한 줌 집어 초장을 듬뿍 찍어 입에 넣어 본다. “아, 이 맛을 어디에 비길꼬! 그간 먹어온 회는 회가 아니야.” 찰떡 궁합인 회와 소주가 술술 거침없이 넘어간다. 뒤이어 교장의 지명을 받은 오옥균 선배의 건배사가 이어진다. 자기가 선창하면 무조건 “예, 형님!”으로 복창하란다. 완전 포항판 건달의 세계로 입문하는 순간이다.
“마이 묵었나? 예, 형님!”
“여가 포항하고도 오도리 아닌가배, 좋채? 예, 형님!”
“맘껏 마시고 놀아라이~ 예, 형님!”
오선배의 보스적 카리스마가 번뜩이는 대목이다.
자정쯤 되었나? 수업을 서둘러 마친 데카상스 일당은 또 다른 포항 출신 ‘어당팔’ 선배의 선물인 포항의 명물, 과메기로 뒤풀이를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자연 풍광이 좋은 곳에 와서 공부만으로 시간을 탕진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그나마 종종이 아들 맹장수술로 빠진 덕에 이렇게 일찍(?)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절묘하게도 종종은 과메기 뒤풀이가 무르익을 즈음 택시로 날아왔다. 수업은 땡땡이 치고 뒤풀이만 하는 재미는 얼마나 꼬실까?
고향횟집에서의 전작이 있는데다가 과메기에 소주를 들이부으니 엔진이 너무 달았나 보다. 열을 식히느라 해변에 나와 승호선배와 밤바다의 황홀한 경치와 해풍을 즐기고 있는데, 어떤 젊은 녀석이 얕은 물가를 첨벙이며 뛰어오더니 저만치서 ‘퍽’ 하고 엎어진다. 발이 엉긴 것인지 일부러 한 행동인지 구별이 모연했지만 그는 파도 속을 몇 바퀴 구르고는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그가 우리 펜션 앞에서 바비큐 냄새를 피워댄 청년들 중 하나라 생각하곤 “그 녀석 참 쇼도 가지가지로 한다.” 하며 웃었다. 근데 그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닌가. 가만 보니 그는 우리 멤버 중 하나였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와락 덤벼들어 바다로 끌어 들리려 했다. 우린 기겁을 하며 도망치고 그는 쫓아 오고 한바탕 술래잡기 놀음이 벌어졌다. 밤바다에 뛰어드는 자유, 평소에 못하던 끼를 발산시킬 수 있다는 것, 불금이 따로 없다.
휘황한 햇살에 눈이 부셔 일어나니 8시가 넘었다. 간밤에 술이 과했나 보다. 새벽바다를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저만치 찰나도 홀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우리는 자연스레 어울려 해안 절벽 아래 바위 길을 더듬기도 하고, 절벽의 철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방파제 길도 함께 걸었다. 찰나가 가진 여행과 자연이란 코드는 나와 일치했다. 이처럼 홀로 나왔다가 우연히 둘이 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낭만인가? 이번 여행의 멋진 장면은 대부분 찰나가 찍어 준 사진이다. 뜻밖에 동행이 된 찰나가 고마웠다.
귀로에서 재키의 에술적 운전에 감탄하며 포항시내로 들어와 모리국수집을 찾았다. 8천 원짜리 칼국수 넣고 끊인 어죽 같은 포항의 명물 모리국수를 먹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오옥균 선배가 스틱 승용차를 몰고 포항터미널까지 갈 수 있겠냐고 내게 물었다. 자기 부인 차인데 자기는 스틱을 몰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그 차를 몰고 온 피울이 자기 차로 바꿔 타고 대구로 가야 해서 대타가 필요했다. 나도 20년 전에 스틱을 운전해 보았을 뿐이지만 보아하니 나 이외에는 스틱을 맡아 할 사람이 없었다. 용감하게 운전해 보겠다며 키를 건네받고는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브레이크를 아무리 밟고 키를 돌려도 도데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왼쪽 클러치를 밟고 시동을 킨다는 걸 까마득히 잊어 버린 것이다. 피울 덕분에 시동은 걸었다. 한 5분간 기아 바꾸기 연습을 한 뒤, 우리의 용감한 멤버들 재키, 참치, 승호 선배에게 승차하라고 했다. 덜덜거리며 스틱차를 몰고 나오는 나를 보고 모두들 쭈빗거리며 불안한 표정이다. 처음에는 클러치와 브레이크로 출발을 하려 했으니 이건 뭐, 이런 초짜 멍청이도 없다. 곧 오래 된 기억을 되살려 엑셀을 살짝 밟으며 클러치를 떼고 조금 속도가 붙으면 다시 고단 기어로 변속하고 하면서 20년 전의 감을 찾아갔다. 그러던 와중에 시동도 꺼뜨리고 차가 심하게 앞뒤로 심하게 피칭하는 사태까지 일어나자 우리 차의 착한 승객들의 얼굴이 점차 흙빛으로 변해갔다. 달달거리는 차 속에서도 내 옆에 앉은 승호선배가 떠는 것이 내게도 전해진다. 다행히 곧 고속도로를 타게 되어 우리 팀은 안도의 한숨을 놓았다. 스틱차는 부드러운 변속이 생명인데 시내구간에서 신호등에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가 문제였다. 1,2단은 그런대로 스무스하게 했지만 3단기어가 문제였다. 3단만 들어가면 오히려 차는 굉음을 올리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안되겠다 싶어 2단에서 4단으로 바로 변속하여 차를 몰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기아가 3단이 아니고 1단에 들어간 것 같다) CGV영화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야 하는데 지하2층까지 내려가며 저속운전에서 변속을 자주하는 것이 어려워 아예1단으로 운전했다. 그 답답함과 불안감을 이기고 운전자를 격려하며 끝까지 완주해준 우리 팀 3인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특히 재키선배가 나를 믿고 내 차에 자원해 탔는데 새카맣게 탔을 심장을 생각하니 심히 죄송하다.
스틱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가까스로 포항 출발 2분전 리무진에 올랐다. 우리는 무슨 007작전 같은 스릴 만점의 미션을 수행한 듯 의기양양했다. 포항여행의 스틱차 운전이 이번 포항여행의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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