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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1일 09시 44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미생>이 화제다. 얼마 전 인턴사원들의 입사 여부가 결정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 장면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일으켰다. 직장인들에게 ‘발표력’을 빼고는 능력을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발표가 매끄럽지 못하면 ‘발표를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한 반면, 요즘은 ‘능력이 없구나’라고 낙인을 찍는 시대다. 지식이 많은 것과는 별개다. 요컨대 전문성은 지식을 통해 쌓지만 그 전문성을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것은 발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훈련한다. 스티브 잡스의 발표를 분석한 책을 보기도 하고, 많은 돈을 주고 교육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발표를 받는 임원들은 자신의 흥미를 끄는 발표를 거의 볼 수 없다고 고백한다. 한 임원은 ‘슬라이드 쇼의 고문’이라고까지 했다. 왜 이렇게 지루한 걸까?


첫째, 낭독 방식의 발표 때문이다. 화려한 자료에 비해 발표의 대부분은 슬라이드에 비춰진 문장을 대본 읽듯 낭독한다. 이런 경우 듣는 이들은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하기 쉽다. 존 스웰러(John Sweller) 교수의 ‘인지부하이론’에 따르면 어떤 정보가 말과 글로 ‘동시에’ 제공될 경우 이를 처리하기가 훨씬 어렵다. 화면의 글을 읽을 바에야 차라리 발표자가 입을 다물고 청중들이 화면의 글을 스스로 읽게 하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발표자가 필요 없지 않은가?


둘째, ‘속 빈 강정’식의 자료 때문이다. 대부분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켠다. 그런데 컴퓨터 화면을 앞에 두고는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자꾸 디자인이나 글자 간격 등 외형적인 것에 신경을 쓰느라 생각을 방해 받기 때문이다. ‘파워포인트’ 등 슬라이드웨어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큰 그림을 그리고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프리젠테이션 젠>의 저자는 ‘아날로그식 기획’을 강조한다. 우선 컴퓨터를 끄라는 것이다. 시작단계에서는 종이와 펜을 이용해서 생각을 그려내야 한다. 이렇게 직접 쓰고 그리는 것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더 창조적인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잇’ 1장에 슬라이드 1장에 들어갈 그림과 간단한 텍스트를 메모하는 것도 좋다. 벽이나 책상에 붙여놓으면 한 눈에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순서를 재배열하기에도 좋다.


마지막으로 ‘리허설’ 또한 핵심이다. 많은 이들이 준비 시간의 80% 이상을 자료 만드는데 사용한다. 발표 연습은 책상에 앉아 중얼거리는 것이 전부다. 만약 디자인을 단순하게 해 시간을 아끼고 50%의 시간을 실제 발표처럼 제스처를 취해가며 큰소리로 말하는 리허설에 할애한다면 어떨까? 스티브 잡스의 발표가 매력적인 이유는 내용을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리허설을 하기 때문이다.


선(禪, zen) 사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설명하는 독특한 책 <프리젠테이션 젠>에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지침은 거의 없다. ‘절제, 단순미, 자연스러움’라는 큰 방향과 원칙 몇 가지를 소개할 뿐이다. 여느 책처럼 “12단계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식의 획일성과 강제성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자신만의 스타일과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여유와 여백이 있다. 훌륭한 책이다.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0월 28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8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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