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20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꽃씨
문병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믿는다.
-----
꽃씨를 거두었다. 토종 씨앗을 모아 보려는 의도이고 봉지봉지 담아 나눠줄 생각이다. 분꽃의 씨앗은 팥만한데 폭탄을 축소해 놓은 듯 생겼고, 나팔꽃은 꽃을 본 기억보다 더 많은 씨앗을 맺어 당혹스럽게 한다. 맨드라미와 채송화 씨앗은 손금 안에 들어가면 사라질 정도로 존재감 없지만 훌륭한 씨앗이다. 씨앗을 거둔다는 것은 이미 아름다운 초원을 가진다 것.
씨앗, 고녀석! 나도 한동안은 모든걸 싸 들고 씨앗 속에 들어가 잠자듯 나를 품고 있고 싶다. 그러다 늦되더라도, 때가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싹을 틔우고 마는 씨앗처럼 나오고 싶다.
11월 13일, 이십여 년 전 그날처럼 날이 참 좋다. 그러니 얘야, 꽃씨를 따는 심정으로 활자 사이를 거닐길 바란다. 이미 너는 훌륭한 씨앗이고 아름다운 꽃밭을 가진 것이니.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8 | (칼럼003) 톱니바퀴속 세상 [4] | 최영훈 | 2007.03.25 | 4067 |
197 | 우유부단함에 대하여 | 손수일 | 2005.04.27 | 4068 |
196 | 한국의 3대사찰 송광사를 찾으며 [4] | 도명수 | 2007.06.27 | 4073 |
195 | 새-박남수 [3] | 한희주 | 2008.04.24 | 4089 |
194 | 법륜스님의 주례사 [1] | 오태진 | 2003.05.20 | 4096 |
193 | 동네 한바퀴 - 고향 순창에서 [4] [2] | 한정화 | 2008.09.17 | 4100 |
192 | 제 잘난 맛에 산다 [2] | 이수 | 2008.07.15 | 4105 |
191 | 엑셀시오 | 유촌 | 2008.05.14 | 4121 |
190 | 딸기밭 사진편지 82 / 그런 날 [41] | 지금 | 2010.08.25 | 4122 |
189 |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10] | 백산 | 2008.04.27 | 4128 |
188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2] | 김용관 | 2003.07.03 | 4134 |
187 | 당신들과 무슨관계가 있느냐 [2] | 문정 | 2003.05.27 | 4137 |
186 | 비단길2, 강연호 [6] | 홍스 | 2008.05.03 | 4137 |
185 | 1월의 목표에 대한 결과(Re:조금씩) [1] | 홍성도 | 2003.02.08 | 4139 |
184 | <공지>시축제-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6] [2] | 류춘희 | 2008.08.29 | 4162 |
183 | 5시 55분에 기상하기 [1] | 유관웅 | 2003.08.27 | 4166 |
182 | [7-3] "쎈놈(가제) " 두번째, 서문 일부를 올립니다. [6] [8] | 이철민 | 2011.07.03 | 4168 |
181 | [7기 레이스]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3] [26] | 김경인 | 2011.02.20 | 4179 |
180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1] | 최흥식 | 2008.04.29 | 4182 |
179 |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4] [13] | 햇빛처럼 | 2011.06.03 | 41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