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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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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3일 16시 59분 등록

삶은 눈부시면서 또한 눈물겨운 것


요즘 여우숲이 부쩍 치유의 숲 역할을 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현대 과학의 힘을 빌려 피톤치드 같은 물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숲은 본래 인간의 고향이어서 숲을 찾고 머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심신의 불균형이 회복되지요. 경험상 숲이 주는 평화는 그 어떤 자연 공간이 주는 그것보다 강렬합니다. 여우숲에도 당연 이런 시원적 치유력이 있겠지만, 여우숲을 찾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일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여우숲에서는 최근 서로가 서로를 통해 치유가 되는 자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주말에 딸을 데리고 찾아온 어머니가 한 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40대, 딸은 대학 신입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의 문자 한 통을 받고 덜컥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원하는 학문을 하게 된 딸이 예기치 않은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새벽 2시 30분, “엄마, 나 힘들어!” 날이 밝자마자 내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딸의 기숙사로 찾아가 그녀를 데리고 여우숲으로 찾아가도 되겠느냐는 문의였습니다. 하필 그날 나는 여우숲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로 돼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인천 지역 유치원 원장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일정이 있었고, 점심 식사 이후에는 충북 지역 중고생들 중 독서 동아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저자와의 만남 및 인문학 강연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지역의 한 사람을 만나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돼 있었습니다. 또한 오래 사귀었으나 이 숲에는 아직 와보지 않은 한 사업가가 숙소를 예약해 놓았으니 저녁을 함께 보내는 일정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모른 척 할 수 없는 나는 그녀에게 내려오시라 했습니다. 모든 강연 일정을 소화하고 나는 방문자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우리는 사업가가 준비한 넉넉한 먹거리로 함께 저녁을 먹었고 함께 커피를 내려 마셨습니다.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사업가는 자신이 겪은 삶의 좌절과 재기의 과정을 중심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여우숲의 운영대표 역시 자신의 삶 몇 자락을 풀었고 소소한 고백도 들려주었습니다. 여우숲에 새로 참여한 정 국장 역시 살고싶은 삶을 살기 위해 안락함을 내려놓고 이 공간에 새로 합류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나 역시 눈부시면서 또한 눈물겨운 것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내 경험을 들어 이야기로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참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삶 어떤 대목에서는 누군가가 추임새처럼 공감을 표하거나 질문을 보냈고, 누군가의 삶 어떤 대목에서는 누군가가 눈물을 지으며 공감했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었으나 딸의 좌절감은 두 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언니의 신체적 장애를 해결해 주고 싶다는 선명한 목적을 품고 생물학을 선택해 한 학기를 넘게 공부해온 대학 신입생 딸의 좌절감은 첫 연애감정의 좌절감과 만나 아마도 증폭됐던 모양입니다. 자정이 다 되어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나는 그 대학생 딸에게 슬며시 물었습니다. “어땠어? 조금 가벼워졌으려나?”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많이 치유가 된 느낌이예요.”

달포 전에 아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품고 숲으로 찾아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친 뒤 통찰을 얻고 떠난다고 했습니다. “삶은 눈부시면서 또한 눈물겨운 것” “사랑은 설레면서 또한 아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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