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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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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7일 11시 55분 등록

 

2014 11 9일 새벽 새로 개통한 신형 휴대폰이 오도 앞바다에서 나와 함께 바닷물에 빠졌다. 물론 휴대폰을 바다에 빠뜨리고자 한 것은 아니나 뒷주머니에 있던 것을 깜박하고 바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약간은 들뜬 기분과 오랜만의 해방감에 졌어 있던 나는 그렇게 개통된 지 3주 밖에 되지 않은 휴대폰은 바닷물에 넣었다 뺀 꼴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뒤늦게 휴대폰을 분해해서 말렸다. 하지만 아침까지도 휴대폰에서는 짠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전화기를 못쓰게 된 후 첫 난관은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동대구역까지 수일형님이 태워다 주었지만 광명까지는 KTX를 타고 가야했다. 기차표는 당연히 문명이 가져다준 전자 티켓으로 휴대폰에 저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은 꺼져 있고 도통 켜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 시간에 맞춰 KTX를 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기차는 내가 예약한 차의 앞차였다. 차량 번호도 자리 번호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선 차량을 골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전을 지날 즈음 나와 같이 뒷 차를 타야 할 손님 2명이 잘못타서 검표원과 실랑이를 벌인다. 방송을 제대로 했느냐? 했습니다. 탈 때라도 다시 알려줬어야 하지 않느냐? 방송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면 어쩌냐? 어쩔 수 없이 다음 역까지 서서 가시고 내려서 다음차로 가십시오. 이런 대화가 내 뒤통수에서 오고 가고 있다. 나도 내 차가 맞는지 모르는 상황에 아무 자리에 앉아 대전까지 잘 자고 가는 중이었으므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검표원은 시달린 마음을 달래 보고자 나를 깨운다. ‘손님 표검사 하겠습니다.’ 아마 이 검표원은 내가 이 자리의 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냥 놔두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단을 겪고는 앞으로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나를 다그쳤다. 전화기는 꺼져있고 거기에 표가 있다고 말하니 어이 없다는 듯 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어쩌랴 차장님 전화기 좀 줘보세요. 하고 전화기를 건내 받아 아내에게 전화를 하였다. 다행이 아내가 표를 사고 나에게 이미지를 보내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검표원 전화기로 표를 보내라고 하고는 끊었다. 잠시 후 검표원은 다시 찾아와서 선생님 이 표는 다음 차편의 표입니다. 이러면 안되지만 일단 표는 확인했으니 목적지까지 가십시오. 아 고마워 죽겠다. 그렇게 휴대폰 없는 첫날 첫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휴대폰의 도움을 받기는 받았다.

 

이후 폰 수리를 맡겼지만 모든 부품이 부식되어 수리를 위해서는 새로 사는 것과 같은 금액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모든 부품을 확인하고 수리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이는 곧 일주일 동안 휴대폰 없이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출근하면 퇴근 전까지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받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동료들로부터 전화를 못 받았다. 물론 누가 나에게 전화를 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평소 전화로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대화로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 좀더 움직이고 찾아 다녔다. 하지만 가끔씩 불평을 듣는다. 메시지 보냈는데 못 봤어요? 전화 했는데 안되네? 그리고 내가 긴급히 전화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해 전화기를 빌려서 통화를 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유선 전화를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일 것이다.

 

휴대폰 없이 보낸 일주일을 돌이켜 보면 몇 가지가 달랐던 것 같다. 일단 짬짬이 손으로 확인하던 휴대폰이 없으니 좀 심심했다. 그리고 늘 듣던 음악을 듣지 못했다. 또한, 카톡으로 오가는 많은 대화를 볼 수 없었다. 물론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 받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몇 일간은 긴장이 최고조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지나고 일주일이 되니 모든 것이 포기가 되었다. 정말 사람들은 날 필요로 할까? 이런 생각도 들기도 했다.

 

자기 전에도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이 없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휴대폰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아닌 나 자신을 좀더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휴대폰이 없어도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지만 휴대폰이 이런 주의와 시간을 모두 뺐어 간 것 같다. 휴대폰을 처음 구입했었던 이래로 일주일간 휴대폰을 안 써본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걱정도 약간 생긴다. 정말 필요한 걱정인지는 모르겠다. 특히, 회사의 상사가 휴대폰으로 뭔가 물어올까 걱정이 있고, 휴대폰으로 보는 사내 메일을 못 보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그 들도 적응은 하는 듯하다. 하지만 장기간은 못 참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언제 수리 됩니까?” 몇 일간 들었던 질문 중 답하기 어려웠던 단 하나의 질문이다. 글쎄요? 수리 안되면 좋겠는데요!

 

휴대폰 없이 보낸 일주일은 걱정 반 편안함 반이었다. 휴대폰이 없다는 것이 세상에 연결된 끈이 떨어진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없어도 그 끈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통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했다. 사람들을 찾아 다니고 더 많은 대화를 했고 더 좋은 감정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전화나 문자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찾아가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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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17:16:49 *.196.54.42

고생하셨군요 희동님 ㅋㅋ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전화나 문자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두고 찾아가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근데 좋은 경험도 하셨군요. 마지막 이말엔 나도 동감입니다.ㅎㅎ

문자 땜에 사람 체온을 느껴본 지 오래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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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12:49:48 *.94.41.89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휴대폰 없이 살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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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7 22:31:13 *.255.24.171

그런것 같더라니.....

내가 중독되어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것일텐데....

때로는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지.

산뜻한 경험이 되었겠군.

일과 자신에게만 몰입할 수 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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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12:50:16 *.94.41.89

그럴 줄 알았지? ^^ 집에서 끽소리도 못하고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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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08:08:43 *.50.21.20

ㅎㅎㅎ 오도 앞바다에 들어갔던 대가가 있었네요. 

이런 사건에서도 칼럼 한 편을 뽑아내는 게 대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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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8 12:51:11 *.94.41.89

비용이 좀 들었지. 덕분에 집사람 안쓰는 I폰을 처음으로 쓰고 있는 중. 곧 바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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