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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00시 11분 등록

2014.11.24,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 자크 아탈리 (1943-)

 

최고의 석학이라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으로 사회 변화를 예리하게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아탈리는 재기와 상상력, 추진력을 겸비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지식인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자크 아탈리는 1943년 알제리의 알제에서 태어나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열네 살 무렵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왔다. 파리공과대학, 파리고등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명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정계, 국제기구를 넘나들며 활동하였고 1974년에는 프랑수와 미테랑 당시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을 맡아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아탈리는 10여 년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직을 거친 후 유럽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하여 총재직을 맡았다. 현재는 아탈리 자신의 이름을 건 컨설팅회사아탈리 & 아소시에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 정치인, 행정관료 등을 두루 거친 아탈리의 탁월한 혜안과 과학적인 분석은 프랑스 지성계를 넘어 전 세계의 방향타가 되었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미래 사회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설득력 있는 예측을 담은 그의 저서들은 학자로서 그의 명성을 더욱 드높여주고 있다. 한편 아탈리는 한 인물에 깊게 파고들어 전기傳記 쓰는 일에 매혹되었는데 이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에 대한 충실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전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서로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 더 나은 미래》,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미래의 물결》, 《인간적인 길》, 《합리적 미치광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등이 있다.

 

 

2.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가까운 미래에 인류에게 닥쳐올 커다란 문제인 식량, 인구, 기후 환경, 에너지, 경제 및 운석과 같은 예상치 못하는 자연 재해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결론은 세계 정부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세계 시민이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각성을 촉구하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지금까지의 시스템의 제약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책처럼 읽힌다. 책의 90%는 지구 인류의 역사적 세계 지배의 헤게모니의 변화를 살펴보고 그 한계와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따라서, 많은 역사적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근거를 잘 제시 하고 있으므로 세계사 지식을 확보한 다는 차원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역사에서 힘의 이동에 핵심적으로 작용한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각 시대별로 그 주요 사항을 제시하여 그 효용성과 한계를 알게 하는 부분도 돋보인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이 참으로 불안해 보인다. 우리가 기대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위기의 칼날 위에 있는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책에서 제시한 최근의 사건들을 실제로 겪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세계삼부회에 선뜩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내가 G7에 속한 국가의 국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솔직히 그 동안 해먹을 것 다 해먹고 도저히 더 먹을 것도 없고 망하게 생겼으니 다 같이 모여서 잘해보자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잘 해 먹던 국가들은 앞날이 불안하고 이 불안을 떨치려니 혼자 힘으로는 안되고 그러니 세계정부가 필요하고 그러니 전 세계 시민의 각성이 필요하는 식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많은 국가는 그 동안 제대로된 성장도 못했거나 약간 성장의 맛을 봤을 뿐인데 말이다.

 

아무튼 책 내용의 90%는 세계사 교양과목 강의이고 나머지 10%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각성해서 세계정부를 만들어 보자는 저자의 소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는 50page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책의 앞부분은 이전의 저자 책에서 많이 기술된 것들이고 이에 대한 중복으로 보여서 책의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보여진다.

 

P339

인류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없고 분명한 존재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을 존중할 수 없고 자신의 조직화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류 자신이 된다. 인류가 가장 쉽게 파멸에 이르는 길을 인류 자신이다. 무의식적인 자살과 비슷한 것이다.

 

인류라고 말하는 인류에 포함된 나라와 포함되지 않은 나라가 있을까? 저자는 이를 명확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역적으로 다자간 협의가 가능한 공동체의 확대로 전세계적인 연방을 꿈꾸는 것 같다. 이를 위한 정체 체계를 몇 가지 제시하면서 모든 인류의 각성을 촉구했다. 난 이렇게 본다. 모든 인류의 각성을 촉구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150년간 서양의 선진국들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세계 식민지배와 연이은 경제지배를 통해 전세계를 소비문화에 물들게 하고 과소비를 촉진시켜 세계 자원의 막대한 낭비와 자원 고갈을 초래해 왔다. 일부 개발 도상국도 이에 동참하여 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 무역에 동참하려 노력하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를 논한다는 것이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찌 보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경제 발전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기존 산업체계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경제 흐름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소비적 생활 환경을 지탱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를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제대로 된 삶의 방향을 깨달아야 하고 이 깨달음이 널리 전파되고 이 깨달음에 기반해서 삶이 바뀌면 어쩌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바뀌지 않을까? 아마도 이런 말은 환상일 것이다. 다만, 선진국이 세계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선진국이 대처할 수 없는 인류 생존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각성에 기초를 둔다면 이는 무엇인가? 기존 패턴의 변화를 전재로 해야 함을 이야기 하고 싶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더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안전해지고 싶고 지금의 삶과 지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어쩌면 결론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탐욕의 끝은 종말인 것과 같이 말이다. 저자는 선진국들의 행태의 변화는 전혀 기대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변화하여 세계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사이버 공간에서 시위를 하라고 한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이번 공간에서의 시위와 의견 개진은 자국내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나는 올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회 App 전국민 사용을 권장한다고 이야기 하고 실제로 사용해봤다. 하지만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국회는 국민의 대변 기관이닌 그 기관의 App을 통해 내가 관심 갖는 상임위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심갖고 모니터링한다면 앞으로 제대도로된 입법활동에 조금이나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은 변화를 통해 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가 실질적이어야 하고 영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국민 국회 App 사용 캠패인이라도 해야 하겠다.

 

 

3.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P16

무엇도 그리고 누구도 범죄경제, 무기 확산, 환경 및 기술 혼란을 막지 못할 것이다.

 

P16

그러나 세계 정부 구상이 헛된 꿈은 아니다. 역사는 어떤 소설가보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가.

 

P17

세계적 법치주의는 국가가 없으면 적용될 수 없으며, 국가란 그것이 아무리 세계국가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보장해야만 영속할 수 있다는 점도 깨달을 것이다. 또 인류는 미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 즉 기술, 인적 자원, 금융 및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식할 것이다. 딱 한 가지 모자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효율적인 민주주의 정부다.

 

P18

오늘날 인류의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전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유일한 관심거리는 아니다. 사람들은 무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서로를 죽이고 죽인다.

 

P34

그리스에는 인간을 다스리는 존재가 신이 아니라는 담론이 등장했다. 인간이 신을 경멸했고 그 경멸이 인간을 해방시켰다. 인간은 스스로 다스려야 했다.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적어도 소수의 자유 시민들에게는 해당되었던 이야기다.

 

P34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서는 소크라테스에게 답하는 히피아스가 자문화중심주의에 반대했다. 그는 보편적 도덕규범이 개별적 법과 관례를 초월하며, 자발적으로 우러나온 우애가 변치 않을 때 인류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닮은 것끼리 동류에 속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법은 인간에게 폭군 간은 존재였고 자연에게도 수많은 폭력을 휘둘렀다."

 

P35
그는 모든 인간이 보편적 이성(로고스)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평등하고 연대감 있는 형제였고 이성적인 사고의 실현인 우주의 동등한 일원이었다. 그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은 디오게네스가 말한 '신성한 동인'에 의해 질서를 유지한다. 인간은 이성적 삶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어느 공동체나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룰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디오게네스가 말한 세계정부의 유일한 근간을 이룬다.

 

P38

"제논은 추앙받는 '공화국'에 대해 썼다. 그 공화국에서는 사람들이 각자의 법을 가진 도시와 민족으로 나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인간이 한 나라 사람이며, 그들에게는 공동의 법으로 단합된 소떼처럼 단 하나의 삶과 단 하나의 사물의 질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P43

212년 카라칼라 황제는 '신에게 은혜를 갚고 시비와 항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자유인 전원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는 무엇보다 납세자의 수를 크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P48

기독교 내에서만 통용되던 예수의 메시지는 땅끝까지 교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예수가 사망한 뒤 그의 메시지를 받은 자들은 세상의 모든 영혼, 모든 정신까지 지배하려는 야망을 보이기 시작했다.

 

P49

이 서신에서 그는 자신의 교구를 가리켜 '가톨릭'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할 것을 권했다. 가톨릭의 어원은 '보편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P53

오늘날 알제리 지역에 살고 있던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런 이들에게 '신의 도시' '지상의 도시'가 같지 않다고 반박했다. "두 개의 사랑이 두 개의 도시를 세웠다. 신을 무시하고 자기를 사랑한 사람은 지상의 도시를 세웠고, 자기를 버리고 신을 사랑한 사람은 천상의 도시를 세웠다."

 

P55

황제는 교회 위에 군림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하늘의 주인이 우리에게 맡긴 제국을 신의 명에 따라 다스린다'고 천명했다. '살아 있는 법이 되라고 신이 보낸' 인물이 바로 황제라는 것이다.

 

P59

예수나 부처와 달리 선지자 무함마드는 종교의 창시자이자 동시에 국가를 조직한 자였다. 그 국가를 공동체이니 움마라고 불렀다. '약속된 땅'만 요구했던 모세와 달리 무함마드가 원했던 것은 전 세계였다.

 

P60

685년 무아위야 1세의 뒤를 이은 압드 알 말리크는 재정과 군대를 정비하고 법무부를 만들었다. 행정 문서를 아랍어로 표기하도록 했으며 최초의 이슬람 화폐인 금화 디나르와 은화 디르함을 발행하기도 했다.

 

P62

징체 청부인 다민은 세금을 대신 국가에 내고 차후에 직접 세금을 거둬들여 발생하는 차액을 챙겼다. 이슬람은 고리대금을 금지했기 때문에 은행업자는 모두 유대인이었다. 유대인들은 신용장과 약속어음을 발행해서 현금을 먼 곳까지 운반할 필요가 없었다.

 

P63

751년 야바스 제국의 군대는 중국에 새롭게 등장한 당나라 군대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지대에 있는 탈라스에서 무찔렀다. 탈라스는 아랍 군대가 가장 동쪽으로 진출한 지점이다. 군대는 다시 이 지역에서 후퇴했다. 이 전투에서 잡아들인 전쟁포로들 덕분에 아랍인들은 비단과 종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코란을 최초로 옮겨 적게 된다.

 

P63

무슬림 상인들은 인도 및 중국과 무역을 시작했고 발트 해와 러시아까지 진출했다. 또 유럽 전역과 서아프리카까지 세력을 펼쳤다.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 중국의 지식을 유통시키고 혼합시킨  것도 바로 그들이다.

 

P69

11세기 중반 교황 레오 9세는 교회의 독립을 재천명했다. 교황 그레고리오 7세도 <교황교서>에서 다른 주교들분만 아니라 군주들에 대해서도 그가 우위에 있음을 단언했다. 그는 '로마 교황만이 완전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군주들은 교황의 발 앞에서만 고개를 숙인다', '황제를 폐위할 수 있는 사람은 교황이다'라고 썼다.

 

P72

물질적 세계는 신이 그려놓은 정신적 세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지구의 경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지구의 모양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P73

뒷날 원시 4주의 호수라 불린 루체른 호에서 3개 주는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슈비츠 주의 이름을 따 '스위스'를 만들었다.

 

P73

스위스 조약은 1332년 루체른, 1351년 취리히, 1352년 글라루스와 추크, 1353년 베른 주로 확대되었다. 산악 지대의 공동체와 ''가된 자유도시들은 상호원조를 약속하고 갈들이 생기면 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공동 재정이나 사법체계, 공동 국기도 없었지만 스위스 연방은 독립적인 주들을 결집시켰다. 각 주는 독립적인 행정을 유지하고 대표 2인을 의회에 파견해서 요청이 있을 때마다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했다. 중요한 사안은 '다양성의 권리를 함께 보호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스위스 모델은 오늘날까지도 바람직한 세계 정부의 기준이 되고 있다.

 

P75

칭기즈칸은 자식들에게 '비전이 없는 남자는 자기 인생을 다스릴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인생은 더욱 더 다스릴 수 없다'고 가르쳤다.

 

P78

그보다 10년 일찍 역사가이자 외교관이었던 튀니스 출신의 이븐할둔이 티무르의 명령으로 <역사서설>을 썼는데, 이 책에서 그는 인류의 역사를 최초로 정의했다. "역사학의 목적은 인간 사회, 즉 보편적 문명을 연구하는 것이다. 역사학이 다루는 것은 그 문명의 성격, 다시 말해 야생적 생활과 사회적 생활, 패거리 정신에 기인한 특수주의, 한 인간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P81

쇠퇴를 거듭하던 동로마제국은 어찌 됐건 서로마제국이 몰락하고 천 년이 지난 뒤에도 살아남았다. 동로마제국의 전략은 늘 같은 것이었다. 적을 꿰뚫고 있기,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기, 회부에 최고로 보이기, 경쟁자 간 싸움 붙이기, 가능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와 싸우기,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막대한 재원 투자하기, 패자에게 모욕을 주지 않으면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기

 

P82

최초의 중심들은 그들이 속한 제국의 군대에 기반을 두었기 대문에 제국은 그 도시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반면 뒤이어 중심으로 떠오른 도시들은 자기 군대를 가지고 있었고 정치권력을 차지했다. 그러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재원이 바닥나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면 경제 중심의 세계정부는 새로운 권력, 새로운 중심, 시간상으로나 공간상으로 점점 더 확장되고 강력해진 경제 중심의 세계로 넘어갔다.

 

P84

당시 피렌체에는 베네치아와 비잔티움에서 흘러들어오는 부가 쌓이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무역의 확대에 필요한 건 평화고 황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수단은 전쟁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P84

1313년 겔프 백당의 수장 중 한 명이었던 단데 알리기에리가 최초로 세계정부를 언급했다. 그는 피렌체 시협의회 회장직을 맡았고 시에나와 볼로냐를 거쳐 베로나에서 망명 중이었다. 그곳에서 <신곡>을 집필하기 시작했던 그는 같은 시기에 <제왕론>을 쓰면서 황제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했다. 그는 인간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본래  사회적 존재라고 설명하면서 지국적 차원의 시민 제국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종교적 세계정부, 이성에 근거한 인류의 보편적 사회가 시민의 자유를 신장하리라"고 덧붙였다.

 

P87

영락제는 인도양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대규모 해상 원정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황제는 무슬림 출신의 환관인 정화에게 남해 원정대 지휘를 맡겼다.

 

P87

이를 통해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35개국과 관계를 맺었다. 정화의 원정은 단순한 인사 차원의 방문이 아니었다. 해당 국가의 충성을 확인하고 조공과 왕실에 필요한 토산품을 거둬들이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P88

중국은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해외무역도 중단되었다. 1436년 황제는 먼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의 건조를 아예 금지했다. 1477년에는 군부 차관이 정화의 원정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공식 보고서까지 태워버린 것으로 전해진다. 1525년에는 돛이 2개 이상 되는 정크를 모두 파괴하라는 명령까지 내려졌다. 그리고 먼바다로 나가다가 잡힌 사람들은 반역자로 몰려 처형당했다.

 

P89

아메리카의 잉카족은 아마존 밀림에서 벗어나 1200년부터 쿠스코 지역에 정착했다. 1450년경 쿠시 유판키라는 자가 창카족을 물리치고 파차쿠티 잉카 유판키라는 이름으로 잉카족을 다스렸는데, 그 이름의 뜻은 '세계를 변혁시키는 자'였다. 그러고 보면 잉카족도 그들의 땅을 세계 전부로 믿었던 것이다.

 

P90

유럽의 중심들이 보여주었던 역동성이나 창의성을 보여주는 제국은 없었다. 유럽의 제국들은 그들의 세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P92

베네치아는 걱정에 휩싸였다. 코스탄티노플에 투르크족이 정착하게 되면 칭기즈칸이 열어놓은 비단길이 막히고 중국과의 무역이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베네치아의 권력과 부도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P96

안트베르펜은 이후 나나탈 새로운 중심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기술적 혁신을 최초로 도입한 산업도시였다. 1450년경 마인츠에서 재발견된 중국의 발명품 활자 인쇄술이 바로 그것이다.

 

P96

인쇄술은 이내 각 언어의 문법체계를 펴낼 수 있게 해주었고 그로 인해 각 언어의 지위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러자 라틴어 사용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고 제국의 통일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성경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은 성경의 내용과 사제들이 말하는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교묘하게 감추어졌던  히브리아, 그리스, 로마, 아랍, 페르시아의 지식이 존재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쇄술은 유럽을 그들 중심으로 통일하겠다던 교회와 신성로마제국의 꿈을 단 수십 년 만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뒤이어 유럽에는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권력을 강화시킬 줄 알았던 기술이 오히려 권력을 약화시킨 것이다.

 

P98

당시 지구의 유지 표면 전체를 지도로 작성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고 실제로 그런 지도도 제작되었다. 모순적인 것은 세계정부의 구상이 가능해진 시점에 민족주의가 등장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P98

이러한 발견들이 세계의 규모를 인식하게 만들었지만 세계시민적 사고는 어려워졌다. 세상은 지극히 다양하기 때문에 통일성 있는 세계를 꿈꾸기란 불가능해 보인 것이다. 인쇄술로 인해 국가는 저마다 다른 욕망을 표현했다.

 

P99

카를 고문이었던 에라스무스는 200년 전 단테가 그랬던 것처럼 평화와 관용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군주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단테와는 달리 세계 제국이 기독교 제국이어야 하며 교회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앙이 정치적 질서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P101

1555년은 신성로마제국이 교황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교황을 지배하는지의 문제의 답을 찾은 해였다. 아우크스부르크 화의로 루터가 제기했던 종교 분리가 결정된 것이다. 이로써 군주들은 원하는 종교를 백성에게 믿도록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P101

카를 5세는 개신교를 믿는 플랑드르의 독립 요구에 직면했다. 영국의 지지를 받은 플랑드르는 하나둘씩 로마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P102

에스파냐도 세계정부가 될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메리카의 은과 금이 그야말로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면서 부가 쌓였고 그로 인해 에스파냐는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었지만 귀족이 상인을 지배하는 제국의 문화가 기승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또 에스파냐에서 생산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섬유와 보석, 무기를 네델란드와 이탈리아에서  수입했던 것도 원인이었다.

 

P103

에스파냐의 생산활동이 약화되자 인플레가 심각해졌다. 은행업자들은 1557년 결국 파산한 마드리드와 세비야의 금융시장을 떠났다. 1560년에는 리스본도 파산하면서 결국 이 세 도시는 안트베르펜의 뒤를 잇지 못했다.

 

P104

1540년경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개신교 공동체 생황을 했다는 위그노에게 이야기를 들은 몽테뉴는 1579 <식인종에 대하여>에서 원주민도 인간이며 인간은 단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문명의 이름으로 노예제를 대규모로 실시하기 시작했고 그 노예제는 아메리카에 이어 아프리카의 생명력 또한 앗아갔다.

 

P108

1555년 안트베르펜을 몰락시킨 금융업의 발달로 탄생한 제노바는 1610년 암스테르담이 부상하면서 빛을 잃었다. 베네치아의 쇠락 이후 자본주의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다시 한 번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그것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지중해는 그 이후 영영 중심을 되찾지 못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쇠약해갔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새롭게 떠오른 열강들보다 못했다. 돈이 지배하는 세계정부는 개신교도들의 손에 넘어갔다.

 

P112

독립을 이룬 네덜란드 공화국은 유럽 최초로 군주제에 종지부를 찍은 나라가 되었다. 합스부르크가에 안녕을 고하고 하나의 이상과 경제정부를 중심으로 7개의 지방을 규합했다.

 

P112

전통적으로 에스파냐에 우호적이었던 암스테르담은 1578년 입장을 바꾸어 종교적 자유를 유지하게 된다. 개신교는 부의 소유에 대한 죄책감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교회는 더 이상 부를 독접하지 않았고 탐욕을 죄악시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에스파냐의 펠리페 2세를 피해 안트베르펜을 떠난 도매상, 독일의 유대인, 에스파냐의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 콘베르소, 프랑스의 위그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P113

네덜란드 함대는 아메리카의 귀금속이 상륙하던 세비야도 장악했다. 동인도회사와 암스테르담의 주식시장 및 은행은 해상 강대국인 네덜란드를 금융, 무역, 산업의 강대국으로 탈바꿈시켰다. 1602년 회사들이 최초로 주식을 이용해 산업에 투자한 것도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P114

1650년 이후 바뤼호 스피노자는 감히 신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생각했다. 그 어떤 도덕도 강요받지 않은 인간은 오로지 자유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평화는 가장 중요한 세계적 공공재가 되었고 대서양은 가장 중요한 바다가 되었다.

 

P115

무력이 아닌 게약에 의해 정부를 세운다는 아이디어는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도 출현했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이였던 요하네스 알투시우스는 <체계적 정치학>에서 '연방제'의 개념을 소개했다. 개신교도이자 1604 ~ 1638년 엠덴 시의 행정관을 지냈던 알투시우스는 스위스, 네덜란드, 신성로마제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봉건적 서열제도를 법치 제국으로 탈바꿈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 개념은 훗날 가장 이상적인 세계 정부에 대한 이론들에 계속 등장한다.

 

P115

1625년 네덜란드의 법학자 휘호 더 흐로트는 모든 국가가 자연법칙의 원칙을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에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와 마찬가지로 바다도 인류의 공동재산이라고 단언하며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바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사실 네덜란드의 무역 및 군사적 헤게모니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또다시 유토피아가 강자의 논리와 결합되는 순간이었다.

 

P119

루이 14세 통치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그는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훌륭한 저작 <영구평화론>에서 세계의 체계적 조직을 최초로 구상했다. 아베 드 생피에르는 무력으로 세계정부를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평화는 계약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유럽의 군주들이 일종의 상시 기구로 단결하여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P122

자유롭게 사고하고 이동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최초의 전 세계적 민간 조직망이 탄생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였다. 1717 '평화와 이성을 향한 인류의 진보를 위해 일한다'는 기치 아래 프리 메이슨이 조직되었다. 프리메이슨은 유럽 전역에서 카톨릭 교회, 특히 예수회에 대적할 조직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품었다.

 

P122

여행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인류가 단일한 종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하고 어디에서든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P125

네덜란드 최고의 금융업자들에 이어 선주들도 암스테르담을 더나 런던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런던은 가장 안전하고 역동적인 도시였다. 1788년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대혁명이 발발하기 직전, 자본주의의 중심은 북해를 지나 민주주의와 시장이 나란히 발전하고 있는 영국에 건너가 둥지를 틀었다.

 

P125

아메리카는 보편적인 모델, 세게적 자유의 모태,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고 진흥된 곳이 되기를 원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세계주의적 계획을 세웠다. 영국과 에스파냐가 아닌 자유의 지배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P126

1780년 제퍼슨은 영국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다음과 같이 적었다. "(캐나다를 합병한다면) 자유의 제국에 광활하고 비옥한 땅을 더하고 위험한 적들을 개종시킬 것이다. 태초부터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자유를 위한 제국을 갖게 될 것이다.

 

P127

미국은 그때부터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모든 나라가 본받아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상은 원주민들에 대한 살육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었고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번영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P130

나폴레옹은 그 책에서 유럽법과 유럽 최고재판소, 동일한 화폐, 동일한 무게, 동일한 척도, 동일한 법을 중심으로 건설된 '유럽 협회'를 언급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어디든 여행할 수 있고 공동의 조국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131

"이 단체의 과학적이고 평화적인 조직은 전지구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산업을 통해 탈바굼한 지구는 모든 이를 위한 진정한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P132

칸트는 인류가 이성의 이상을 실현하며 세계시민법을 향해 진화하리라 믿었다. 인간의 길들일 수 없는 사회성은 긴장을 유발하고 긴장이란 인간의 행동을 촉발하는 동인으로 인류의 정치적 통일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세계시민법은 인간과 국가를 대외적 관계와 상호 영향력에서 인류의 보편적 국가의 시민처럼 간주한다."

 

P133

헤겔은 '국가는 통일성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다. 전체 의지의 구현이자 절대적 진리의 수탁자인 국가는 '정신의 세계적 제국'을 준비한다. 독재, 전쟁, 정열은 절대적인 것을 실현하려면 필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세계 통합이고 세계 통합만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통합된 세계정부 없이는 평화도 없다.

 

P135

5개 열강은 다뉴브 당의 통행 규칙을 정하고 노예무역을 금지하며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도입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들은 유럽의 중요 사안을 정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각국은 타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으며 타국의 외교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회의도 개최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럽협조체제였다.

 

P139

19세기 초가 되자 통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의 크기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교통수단의 수송 속도는 수천 년간 거의 변하지 않다가 갑자기 빨라졌다. 이제 세계 일주는 몇 년이 아니라 몇 주면 충분했다. 메시지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했다. 수많은 혁신은 그 출처가 어디이든 오직 한 나라의 산업에만 활용되었다. 바로 영국이다.

 

P140

미국에서는 화가였던 새뮤얼 모스가 부호를 발명해 1844 5 24일 워싱턴과 볼티모어를 잇는 전선을 따라 최초로 전보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1850년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 전신 케이블이 연결되었고 8년 뒤에는 북아메리카까지 연결되었다.

 

P140

무선 전신은 정보의 전송 조건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즉각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벌이고 명령을 내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적어도 런던은 그랬다. 특히 정보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런던의 금융시장과 은행들은 기술 진보를 이용할 줄 알았다.

 

P142

1868년 영국의 외부차관 찰스 딜크는 영국의 식민주의를 찬양하며 '더 위대한 영국 Greater Britain'을 외치기도 했다. 이때 영국이 세계에 내놓은 이데올로기가 있다. 바로 자유무역이다. 영국은 자유무역이 국가 간 교역을 형성시켜 인류를 하나로 묶어 줄 것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 기업들이 새로운 식민지 아프리카와 인도를 약탈해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방법이었다. 예전에 아메리카 대륙을 착취했듯이 말이다.

 

P143

자국의 신생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앞다투어 관세 장벽을 쌓던 미국, 독일, 프랑스와는 달리 인도를 비롯한 영국의 식민지들은 자유무역을 강요받았고 경제 활동도 원자재 생산에만 국한되었다.

 

P144

평화, 우애, 투쟁속의 연대, 유럽과 세계의 통합에 대한 꿈을 갖고 민족운동과 노동운동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832년 프랑스 리옹의 견직공들은 농동신문 <공장의 메아리>에서 영국 노동자 파업을 지지했다. 노동자 국제연대의 초안이 그려진 셈이다. 적어도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는 그 싹이 자라고 있었다.

 

P145

런던으로 돌아가 망명 생활을 계속하던 마치니는 아베 드 생피에르의 세계주의를 이어받아 <민족 신성 동맹을 향하여>에서 세계의 (당시에는 유럽과 아메리카에만 있었던)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언젠가 하나의 연합체로 규합될 것이며 국제최고평의회가 그 연합체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 가치, 이성, 희생 면에서 존경받는 인사로 구성된 일발 원칙을 정하면 각국 평의회가 그 원칙을 이행한다. 세계세를 거둬들이는 세계은행은 최고평의회의 농업, 산업, 언론, 교육 투자에 자금을 대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민족을 지원한다. 이후 마치니보다 과감한 구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P146

사회주의는 국가적이 아닌 세계적인 것이어야 했다. 사회주의 출현은 불가피한 것이다. 자본주의는 언젠가 쇠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가속화하고 자본가의 이익을 빠른 속도로 줄이려면 노동자 착취를 줄여야 한다. 노동자 계층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였던 계급투쟁이야말로 역사의 동인이다. 역사의 흐름을 빠르게 하려면 전 세계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P148

"평화다. 최초의 비행선이 하늘을 나는 날, 최후의 독재는 땅 밑으로 사라질 것이다."

 

P148

민주주의는 위대한 조국입니다. 보편적 공화국 그것은 보편적 조국입니다. 독일인, 벨기에인, 이탈리아인, 영국인, 프랑스인 위에 시민이 있고, 시민 위에 인간, 국민이 있습니다. 오리지 국민만 있을 뿐입니다. 보편적 공화국 만세!" 이보다 혁신적인 글을 본 적이 있는가?

 

P150

1859년 역시 과학 탐사를 위해 세계 일주를 했던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인류의 단일성과 그 정치적 의미를 설명했다.

 

P152

마르크스는 정관 작성에 직접 참여했다. "토지와 자본을 소유한 영주는 경제적 독점권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항상 정치적 특권을 사용한다. 따라서 정치적 특권의 쟁취야말로 프롤레타리아가 완수해야 할 큰 과제다."

 

P154

경제는 이번에도 민족주의에 저항했다. 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국경이 무너지고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주의의 이상향을 꿈꾸는 자들과 해외 시장에서 재화가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뜻이 맞아 떨어진 것도 이때였다.

 

P155

영국과 미국에서는 금본위제가 일반화되었다. 그렇게 해서 각국의 화폐 발행이 금 보유량에 다라 정해지는 고정환율제가 도입되었다. 각국은 물가 안정과 고정환율을 얻는 대신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경제성장을 희생시켰다.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낼 수 있었던 나라는 영국이 유일했다.

 

P158

1863년 앙리 뒤낭은 부상자들을 위한 인도주의 단체인 '국제적십자위원회'를 창설했다. 이 기구의 명칭과 상징은 스위스 국기에서 빌려왔다. 같은 해 그는 제네바에서 최초의 국제기구 회의를 주관했다. 이 회의에 참가한 유럽 14개국은 전투지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의 구호를 약속했다. 이듬해 제네바에서 12개국이 부상자의 권리를 규정하는 최초의 협정을 채택했다.

 

P159

1865년 유럽의 20개국 군주가 파리에 모여 '국제전기통신협약'에 서명했다. 영국은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 가맹국은 국가 간 교환되는 전신에 대하여 인하된 단일가를 적용하고, 국제 전신 송수신 조건을 향상시키며, 영구적인 합의를 마련하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국제전기통신연합 ITU을 창설하고 요금제와 국제요금 계산법을 위한 공동 규칙을 마련했다.

 

P163

미국과 영국은 1881년 회의에서 기준 자오선은 최고 수준의 관측소를 거쳐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맞섰다.

 

P165

2인터네셔널은 5 1일을 노동절로 선포했다. 1891년 브뤼셀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조직의 주된 이념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1895년 엥겔스의 사망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주의가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개혁이었다.

 

P167

1878년 열아홉 살이었던 자멘호프는 평화를 위해 '만국어'계획을 세웠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어의 다양성이 인류라는 가족을 여러 무리의 적으로 나누는 가장 큰 원인, 혹은 적어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P168

"에스페란토가 탄생한 지 겨우 10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이 언어로 서신을 교환하는 사람이 12만 명이 넘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심지어 유럽에서도 그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 에스페란토는 발 빠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마도 지식인 계층으로 분류되는 상류층보다 서민층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편으로 국제적 우애감이 만국 공통어에 대한 소원으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을 적대시하는 사회주의 노동자들에게 우애감은 더욱 짙게 드러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떤 언어보다 배우기 쉬운 에스페인토가 학업에 열중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오기 대문일 것이다."

 

P170

1892년 쿠베르탱은 프랑스체육협회연합 창설 5주년을 기념하여 인류를 위협하는 전쟁을 없애기 위해 올림픽을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P174

프랑스는 미래 제1의 경제성장 동력이 될 자동차 산업을 가장 먼저 발달시킨 산업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마차의 연장선으로만 생각하고 대량생산을 거부했다. 그 바람에 프랑스는 머지않아 미국에게 일인자의 자리를 내주었다. 미국은 국내 이동 시간을 줄이는 데 급급해 있었고 개인주의가 팽배했으며 기차로 여행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P175

경제위기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구 이동으로 이어졌다. 20세기 초 매년 150만 명의 유럽인이 신대륙을 향해 떠났다. 그들이 가장 많이 정착한 곳은 미국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세계의 지배권을 잡았고 지금까지도 그것을 유지하고 있다.

 

P179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화된 국제기구들을 합쳐놓는다고 해서 평화를 수호할 세계정부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류는 처음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런던에 이어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후보자들의 경쟁은 과열되었다. 세계전쟁은 어 이상 막을 수 없었다.

 

P184

1916 131일 밀워키에서 일슨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다"라고 선언했다. 그대부터 그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모든 국가가 참가하고 전쟁 전과는 달리 한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민주주의와 자결을 진흥시킬 기구를 원했던 것이다.

 

P185

윌슨은 전쟁이 끝난 뒤 건설할 세계를 묘사했다.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그의 연설문에는 4개의 원칙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진보에 대한 신뢰, 민족자결권, 자유무역, 그리고 안전의 담보였다.

 

P186

1918 2월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진정한 세계 정부 수립을 제안했다. "과학은 국가의 주권과 인류의 생존을 양립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 세계정부를 수립하든가 멸망하든가 둘 중 하나다."

 

P187

"인류의 통합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되고 실질적이 되려면 영혼이 인류의 삶을 지배하는 내적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신이 만들어낸 기계적 성과물은 불안정하고 무수한 반목과 불화를 낳는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을 더 큰 지국적 삶에 담아내기 위한 더 광범위한 지국적 존재, 지국적 지식, 지국적 힘이 필요하다."

 

P188

윌슨은 국제연맹이 평화 유지와 군비 축소 장려를 목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또 모든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윌슨은 모든 회원국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조항 및 민족 자결권에 대한 문장을 삽입하자고 제안했다. 민족자결권은 이후 아프리카, 인도, 인도차이나에서 독립에 대한 열망을 꽃피웠다.

 

P190

신생 기구는 패전국이 회원국이 아니라는 엄청난 태생적 결함에 시달렸다. 1914년 이전에 창설된 국제기구를 통솔하지도 못했고 자유무역을 증진하지도 못했으며 통화를 안정시키거나 인권에 관한 의무사항을 정하지도 못했다. 기구가 결정한 일을 적용할 강제 수단이 전무했던 것이다.

 

P192

국제연맹의 나약하고 순진한 평화의 이상향에 맞서 '세계정부'로 부상하려고 했던 전체주의 흐름은 세 갈래였다. 그것은 각각 돈, 유대인,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만든 세계정부에 대항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은 돈, 유대인,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어차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P195

민족주의적 성격이 강한 전체주의의 부상은 국제연맹에 걸었던 희망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국제연맹은 조금씩 와해되었다.

 

P196

무솔리니는 브라질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파시스트화해서 이탈리아를 위한 그의 계획을 돕게 만들려 했다. 그러나 파시스트 인터네셔널의 씨앗은 제대로 싹을 틔운 적이 없다. 조율된 행동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실질적으로 파급력 있는 공동성명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민족주의인 파시즘은 국제주의나 세계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었다.

 

P201

1944 4 19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속적인 평화의 조건은 건전하게 조직된 경제 조직에 의해서만 담보될 수 있다. 그 조건들은 인간의 노동력, 향상된 복지 수준, 정규적인 일자리, 적절한 삶의 보장에 의해 강화된다."라고 재확인했다. 루스벨트는 평화의 경제적 측면이 미국 모델의 세계화, 특히 노동 조건과 임금 조건의 계약제를 내포한다고 생각했다.

 

P201

1944 5월 필라델피아에서는 몬트리올로 이동했던 국제노동기구의 회의가 열렸다. 동맹국 41개국의 노조, 기업주, 정부 대표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선포되었다.

 

P203

당시 작성된 헌장의 선문은 선의에 넘친다.

"국제연합 회원국은 반세기 만에 두 번씩이나 인류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심어준 전쟁의 해악을 미래 세대에 넘겨주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권과 인간의 존엄성 및 가치, 남녀평등, 국가 간 평등에 다시 한 번 신뢰를 표명한다. 정의의 유지와 조약 및 여타 국제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만든다. 사회 진보를 촉진하고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든다. 관용을 베풀고 이웃을 사랑하며 서로 평화롭게 산다."

 

P209

1948 1210일 르네 카생이 작성한 인권선언문 최종안이 파리에서 열린 국제연합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평등권 인정은 전 세계 자유, 정의, 평화의 은간을 이룬다.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말하고 종교를 가지며 공포와 재앙에서 해방되는 세계야말로 인류가 가장 열망하는 바다.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독재와 억압에 봉기하지 않으려면 인권이 법의 테두리로 보호받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국은 국제연합과 협력하여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보편적이고 실질적으로 준수되도록 약속한다."

 

P211

모스크바에서는 세계주의자들을 순진하다고 치부했다. 서양에서는 세계주의자라고 하면 평화주의자, 다시 말해 소련에 동조하는 자로 여겨졌다.

 

P212

1954년 아인슈타인과 러셀은 각국 정부에게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재차 종용했다. 1955년 두 사람은 9명의 과학자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류의 파멸을 경고했다. 그들은 대량살상무기의 감시와 국가의 주권 제한을 요구했다.

 

P218

당시 차세대 슈퍼파워로 일본을 지목한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일본은 승승장구였다. 높은 경제성장률, 국제수지 흑자, 첨단기술 장악, 세계 최대의 항구 등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슈퍼파워가 되지 못했다. 해외인력을 끌어들이고 뒤처진 기업들을 정리하는 데에는 미국이 일본보다 한 수 위였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자동화해서 수익성을 대거 향상시킨 것도 미국이었다.

 

P219

1987 12월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워싱턴에서 진정한 의미의 군축 조약에 최초로 서명했다. 이 조약은 양국이 유럽에 배치한 모든 핵무기 파괴를 규정했다.

 

P220

이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가 되었다. 누구도 이의를 달 수없는 세계의 주인이 된 것이다. G2는 사라졌다. 미국은 '신세계질서'를 외쳤고, 언제나 그렇듯 '자유의 제국'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이론화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자유란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미국 기업들의 자유였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이라크, 코소보 등 미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군사적 개임을 실현시켰다.

 

P223

해빙의 시대과 왔지만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국들은 더 이상 홀로 세계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지국의 인구는 1930 20억 명에서 2011 70억 명을 넘어섰다. 새로운 강대국들이 차츰 자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는 중국을 시장의 강력한 독재자로 만들었고, 정치적 자유는 독재국가를 비롯한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P224

국제연합이 처음 제대로 일궈낸 승리가 있다. 2000 9월 전체 회원국이 2015년까지 달성할 8개의 양적 개발 목표에 합의한 것이다.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 초등교육의 완전 보급, 성 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 영유아 사망률 감소, 임산부의 건강 개선,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전염병과의 전쟁, 환경 지속 가능성 보장,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동반자 관계 구축이 그것이다.

 

P225

인류는 첫 번째 충격에 빠진다. 2001 9월 발생한 테러는 세계화가 내포하는 서구화가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이는 20세기 초반에도 경험했던 일이다.

 

P226

두 번째 충격은 인터넷, 검색 엔지, 휴대전화, SNS의 출현과 그 놀라운 발전이 인류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 네트워크와 그 콘텐츠를 제어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힘들게 노력해왔다.

 

P226

세 번째 충격은 2008년 누구도 멈추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 경제성장과, 흔들리지 않으리라 믿었던 미국의 슈퍼파워가 캘리포니아 발 세계 금융위기로 주춤했다는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규칙은 세계화하지 못한 채 시장만 세계화했음을 그리고 시장이 제멋대로 규칙을 전용했음을 깨달았다.

 

P227

네 번째 충격은 앞의 3가지 충격이 불러온 결과다. 1989년 동구구건에서 시작된 자유의 물결이 2010년 튀니지와 이집트의 쿠데타로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어떤 국제기구도 민주화의 길목에 있는 그들을 도우려 나서지 않는다.

 

P228

다섯 번째 충격은 2011 3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이다. 진도 9.6의 지진은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와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을 초토화하고 수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낳았다. 또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노심을 녹이고 발전소 외벽을 파괴하는 바람에 방사능이 방출되면서 수백만 명의 인명을 위협했다.

 

P232

사실 국제사회는 인권에 대한 동일한 개념을 공유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권리, 사법 투명성의 권리, 인신보호의 권리, 알 권리, 생활 방식 문화 언어 행복의 정의의 다양성에 대한 권리, 타인 존중에 대한 권리, 관용의 권리,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단체교섭의 자유, 사생활에 대한 권리, 존엄한 노동의 권리, 지식에 대한 권리, 대출에 대한 권리, 건강에 대한 권리, 물과 공기에 대한 권리를 당연한 권리로 인정한다.

 

P233

정보 수송 비용이 감소하고 지구촌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 인류의 상호의존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P233

지구상에 있는 누구와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알 수 있다. 어떤 독재체제도 어떤 개인도, 증인들에게 협박을 하거나 아예 모조리 죽이지 않는 한, 숨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졌다. 기술의 변화는 개인주의 진작의 뛰어난 도구이기도 하지만 투명성, 미주주의, 인류의 정체성 인식을 가속화시키는 훌륭한 수단이기도 하다.

 

P235

평균 음식 섭취량은 1인당 하루 2,900킬로칼로리였다.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매년 약 20억 토의 밀과 2 5,000만 톤의 고기를 생산해야 한다. 1 1,000만 톤의 생선, 즉 연간 1인당 16킬로그램의 생선을 어획해야 한다. 또 뭍짐승 4,500억 두를 생산해야 한다.

 

P237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이 매우 어렵고 그 신뢰도도 떨어지는 이유는 세계 차원에서 통계를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국가별 통계를 짜깁기하고 있다. 정체성을 비치는 거울과 같은 통계의 부재는 인류의 제도적 현실 부재를 그대로 반영한다.

 

P239

오늘날 세계의 가치는 대부분 서양의 가치를 가리킨다. 오랜 역사에서 봐왔듯이 그 가치는 유대기독교 세계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주의로 요약될 수 있고,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모든 것 (이성,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사적 소유)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승승장구하며 추구되고 있다.

 

P239

서양에서 서양이 없다. 개인주의의 꿈이 승리하는 모든 곳이 서양이다. 그것은 문화적 정체성이 획일화된다는 뜻이다. 비록 종교적 철학적 이데올로기적 가치의 다양성이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역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P239

인터넷과 SNS의 등장은 그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선택에 의한 공동체 형성을 용이하게 만들고, 국가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며, 즉시성, 문화 세계화, 전반적인 혼합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개인은 국제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이는 국제 사회의 통합 속도를 가속화하며,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통일하고, 동일한 정보의 중요도를 정한다.

 

P240

인쇄술로 기존 권력이 강화되리라 믿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인터넷은 강자의 가치를 해체시키고, 제국의 통일을 무너뜨리며, 세계를 규격화된 시장으로 통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합된 민주주의 사회로 만들고 있다. 음악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음악의 사구화된 이용 및 유통 방식을 강요하고 있지만, 동시에 무수한 스타일과 음악을 하는 다양한 방식을 출현시키고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혼합과 공감, 타문화 발견을 돕고,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질적인 문화를 교배해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게 만들었다.

 

P241

"네트워크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적 권력이 아니라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다."

 

P245

WTO의 출현은 예상된 일이었다. 19세기 말 세계 시장이 형성되자 믿을 수 있고 전 세계적인 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능을 원활히 하고, 교역이 간편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무역의 수익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국제기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가입국이 153개국에 이르는 WTO는 그러한 시도들의 완성체다.

 

P250

유네스코는 모든 이를 위한 양질의 교육 보장을 돕고, 평생 교육의 가능성을 보장하며, '세계 유산', 문화다양성, 문화 간 교류,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진흥하는 활동을 벌인다.

 

P252

국제통화기금은 보유금 대부분은 달러화로 가지고 있다. 달러화는 국제통화기금이 통제할 수 없을 뿐더러, 미국의 적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광범위한 자본의 이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불안 요소가 매우 많다는 뜻이다. 우선 타격을 받을 국가는 G2. 미국과 중국의 관계 균형은 역전될 것이고 이는 양국 모두에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다.

 

P254

드물지만 매우 효율적인 국제기구들도 있다.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정보사회, 가상공간의 안정성, 디지털 격차 감소, IT 기술을 이용한 지구온난화 방지, 전기통신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운영 표준 마련 등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

 

P255

결국 전 세계 국가원수 200명은 해마다 4,000개의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19세기에는 그런 회의의 수가 겨우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제기구가 관여하지 않는 분야도 무척 많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들은 그것들을 잘 말해준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의 진흥이나 민간 핵안전을 담당하는 기구는 하나도 없다. 또 장기적인 계획을 내놓는 국제기구도 찾아볼 수 없다. 대규모 과학 혹은 산업 프로젝트, 세계 대학 또는 세계 병원에 대한 구상도 없고, 새롭고 쟁취한 권리도 없다. 결국 국제기구들이 하는 일이라곤 가입국의 힘 싸움을 조정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서 가입국들은 그들을 더 장악하게 되고 그들의 존재 의미를 없애고 있다.

 

 

P265

비영리단체인 NGO는 세계적 차원의 활동을 벌인다. 수천 개에 달하는 NGO의 명칭에는 대부분 '국경 없는'이나 '세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스스로 초국가적 기구로 선포한 NGO들은 공적 활동이 채우지 못한 빈 공간을 메운다. 그런 의미에서 NGO도 세계정부의 일원이다.

 

P266

지난 50년간 국제법, 민족 간 관계, 민주주의의 진보, 경제에 대한 접근은 큰 변화를 겪었고, 그 중심에 NGO가 있다. NGO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 부녀자와 아동의 보호, 사형제도 철폐, 노동권, 대출받을 권리, 주거에 대한 권리 등을 위해 가장 열심히 투쟁을 벌였다. 지속적인 개발의 개념을 만든 것도 NGO였다. 그것을 위한 투쟁에 의미를 부여한 것도 NGO였다. 다양성의 보호, 언어, 문화, 동물종과 식물종, 기후, 희귀자원의 보전을 위한 투쟁의 선두에 NGO가 있다.

 

P270

음모론을 제기하는 자마다 그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가장 믿을 만하고 완벽하며 철저한 자료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외친다. 그러나 음모론이야말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모든 권력과 압력 집단 그리고 특히 몰락 직전의 저항집단은 계속 살아남기 위해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또 비밀스러운 권력이나 음모를 고발하고 그 주동자를 적발해서 단죄하려 한다. 원인을 찾지 않고 책임자만 찾는 격이다.

 

P271

세계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모론은 그런 운명을 직시한 인류의 무기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부터라도 게이머가 아닌 게임의 규칙을 바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게임이 피비린내 나는 살육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

 

P277

인류의 3000년 역사는 적어도 앞으로 다가올 30년에 대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줄 수 있을까?

 

P278

실업 증가와 불평등 심화, 낙후된 사회간접자본, 사회보장제도의 부재는 결국 사람들이 더 이상 미국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지 않게 만들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 사회 모델을 반대하고 미국의 세계 지배를 거부한다. 자유의 제국에 고립주의가 복귀할 것이다.

 

P280

중국이 세계 최대의 슈퍼파워가 되더라도 지구 전체를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이 워낙 크다 보니 지구 자체로도 문제가 되고 국내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중국은 그 문제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P283

결국 지금까지 언급한 나라들 중 다른 나라를 지배할 만큼 강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전 지국적 문제에 맞서기에는 더욱 부족하다. 게다가 시장이 각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점점 더 흔들 것이다.

 

P284

국가의 권력은 점점 더 하찮아지고 그것은 최강대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의 가본, 경영, 전략이 점점 더 국가적 기반과는 멀어진다. 기업은 법적 제한을 가장 덜 받는 곳, 세금이 가장 낮은 곳으로 본사를 계속 옮길 것이다. 간부들과 연구자들은 늘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다. 노동과 자본의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모든 규칙을 벗어나고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곳을 생산기지로 선택할 것이다. 기술 발전은 현실 또는 가상의 노마디즘을 가속화할 것이다.

 

P285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들이 복지국가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보험회사들은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바람직한 행동, 관용 또는 거부당하는 행동의 규범을 만드는 것이 보험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P285

세계국가 없는 세계시장은 법치주의 없는 시장밖에는 될 수 없다. 재산권 자체가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공식 경제, 위조, 상표 도용, 범죄적 경제활동이 증가할 것이다.

 

P286

잘 대처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번지게 될 지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갖고 있는 자도 없다. 그러하니 세계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해서 무엇하랴. 지역적 문제와 세계적 문제가 모여 전 세계의 체계적 위험을 낳는다.

 

P287

인류는 각국, 특히 미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량을 지국적 차원에서 관리할 수단이 없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은 채권자의 신용을 잃으면 파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어떻게 손써볼 겨를도 없이 인류 전체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P288

그렇다면 전례 없는 규모의 금융위기가 또 다시 발생할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셈이다. 그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떤 국가도, 국제기구도, G2, G7, G20도 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없고, 위기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다.

 

P289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나라들은 인구 조절에 실패한 나라와 자원을 나눌 수 없다고 결정할 것이다. 그 나라에서 유입되는 이민을 거절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농산물을 그 나라로 수출하는 것도 거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특히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P289

전염병도 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자유로운 이동은 특정한 장소에서 발생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전염병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P290

전쟁도 지역적 문제가 세계적 문제로 번지게 만든다. 물론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60년 이상 비교적 안정된 평화를 누린 인류에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어렵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국지적 갈들이 증가하면서 지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P291

두 번째 이유는 시장민주주의로 전락하는 국가들과 획일화된 소비자로 변해가는 개인들이 똑같은 자원에 대한 접근성, 똑같은 욕구의 충족을 두고 점점 더 모방경쟁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개연성이다. 그렇게 되면 폭력의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P291

마지막 이유는 양자 세계대전에서도 보았듯이 지역분쟁이 세계 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P293

어떤 정부, G20, 국제기구도 대비하지 않는 희토류원소나 에너지원 등 일부 원자재의 부족 현상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사라진 자원을 대체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찾아내서 그러한 사내를 피해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리 부족 사태를 예상하고 제때에 혁신을 이루지 못해 쇠퇴했던 문명이 다른 문명으로 대체된 것이다.

 

P293

오늘날 거의 단일한 문명으로 살고 있는 인류는 똑같은 능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획일화된 나머지 충분한 경쟁이 되지 않아 적절한 때에 필요한 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회귀 자원의 고갈에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어던 강대국도, 어떤 G20과 국제기구도 그런 일을 피하게 할 권한도, 수단도 없다.

 

P295

인류가 급격한 전화에 대비하도록 준비하는 국제기구는 전무하다. 인류는 에너지  소비 습관을 급격하게 수정하지도 않았고 특히 자동차와 관련해서 필요한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지도 않았다. 피크오일이 닥치면 20년간 1인당 화석연료 사용량을 4분의 1로 크게 줄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정부들과 국제기구들은 그런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P302

약육강식의 분위기 속에서 가장 힘이 센 자들은 섬이나 벙커 같은 고립된 장소로 도피할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보험회사다. 보험회사는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보험도 무용지물이고 도망갈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에 남는 것은 다양한 형식의 유흥이다. 보험과 오락에 종사하는 기업은 세계시장의 주인이 될 것이다.

 

P303

1920년대 출현했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처럼 위험을 피해가기 위해 새로운 삶의 규칙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출현할 것이다. 체계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상대주의 이데올로기가 등장할 것이다. 생태주의 이데올로기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오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생산 감소를 주장하고 감소함과 장기적 비전을 내세워 모든 분야에 제한을 가할 것이다.

 

P303

환경과 종교라는 원리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서로 수렴한다. 두 이데올로기 모두 인류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으며 세계의 주인은 인류가 아닌 자연 혹은 신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순수함을 찾는 두 이데올로기는 서양을 비난할 것이다. 또 인류의 장기적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라 주장할 것이다.

 

P307

이제 인류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주의적 세계정부를 두어야 한다. 이데올로기적 이유가 아니라 민주주의만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없다면 효율적이고 정당한 시장은 존재할 수 없고, 법을 준수하게 할 세계국가가 없다면 세계적 법치주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과 남성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똑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세게, 지국의 이익, 모든 생물의 이익, 미래 세대의 이익이 함께 고려되는 세계가 건설될 길은 그 길이 유일하다. 그 세계에서는 모둔 성장의 원천이 생태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사용될 것이다.

 

P309

세계정부는 앞에서 언급한 체계적 위험 중 하나가 임박했을 때 형성될 가능성이 더 크다. 치명적인 환경 재앙, 심각한 경제위기, 범죄적 경제활동의 증가, 소행성 충돌 임박, 테러 활동 확산은 전 세계 민주주의 정부들을 규합하게 만들 것이다.

 

P311

d일부에게는 '세계시민'이 하나의 상태, 더 나아가 생동에 나서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실이었다.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도 독재에 저항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세계시민을 자처했다.

 

P317

올리히 백은 머지않은 세계주의 국가의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본다. "베스트팔렌 강화조약이 16세기와 17세기 종교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와 민족의 분리는 20세기와 21세기 전쟁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분리된 국가가 다양한 종교 생활을 가능하게 했듯이, 세계주의 국가는 다양한 국가적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17세기 중반 종교와 분리된 국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세계 종말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민족이 없는 국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P318

세계와 인류의 전체 이익을 고려하는 세계정부는 단순히 다자주의적인 정부로 만족할 수 없다. 중앙집권화되지 않은 초국가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연방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신의 세계정부는 연방 형태의 민주주의 정부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국가들이 대륙별로 규합하는 형태다.

 

P319

인류 스스로 인류를 존중하려면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인류가 갖는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P320

인류는 다른 생물종과 지구 자체와 구분되는 특정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인류는 생존할 권리가 있다.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들을 상대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P321

각 개인은 타인과 후손, 다른 생물종 그리고 지구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인류는 미래 세대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생물종에 대해 공감을 느낄 의무가 있다. 따라서 후손과 다른 생물종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의무가 있다. 또 인류가 가진 모든 재원, 특히 쌓아온 지식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P324

세계행정부는 7인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7년 임기로 선발되며 재임은 불가능하다. 세계행정부는 세계의 통합을 상징하고 세계 헌법 준수에 필요한 도덕적 권한을 행사한다.

 

P338

우선 여러 민족과 공동체, 언어, 문화를 통합한 연방 정부들이 형성된 방식에서 실용적으로 보고 배워야 한다. 사실 전 세계 국가들 중 반 가까이가 가장 큰 다양성을 보이는 연방국가다. 연방 형태는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 가능하다.

 

P339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공동의 문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P339

인류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없고 분명한 존재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을 존중할 수 없고 자신의 조직화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류 자신이 된다. 인류가 가장 쉽게 파멸에 이르는 길을 인류 자신이다. 무의식적인 자살과 비슷한 것이다.

 

P340

하이퍼 유목민이라는 새로운 세계 주체들은 초국경적 역동성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은 언젠가 시장의 역동성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이퍼 유목민은 세계 공공재를 구현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려면 국제 NGO, 노조 연맹, 전 지국적인 사회적 기업, SNS와 같은 조직들이 전문성, 효율성, 지도부의 정통성,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P342

달리 말하면 모든 위험은 간파할 수 있으며 시간과 수단을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그 변화가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인류는 인류의 변화와 천연자원 부존량, 무기 비축량, 식량 및 산업 생산량, 다른 생물종의 운명을 상시 감시하는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그 감시 장치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위험을 가려내고 확산 가능성을 파악할 것이다.

 

P348

소다자적 프로젝트들은 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형성한 시장에서 대규모 차관을 도입할 수 있고,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을 맺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다자간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인 유레카는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혁신들이 유럽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준 매우 효과적인 프로젝트였다.

 

P355

재원이 없으면 행동도 없고, 정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모두의 의지가 없다면 정통성은 확보되지 않으며 문제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인류의 의지는 있을 수 없다. 지금 그 의지가 부족하다. 그 의지를 만들려면 세계 삼부회를 통해야 할 것이다.

 

P358

'e시위'는 지도자의 하야나 시장에 대한 문제 제기, 혹은 인류의 권리 및 의무 헌장 제정 등을 요구하는 물결로 이어질 수 있고 수십억 명이 서명함으로써 지도자들이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P358

당장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정부의 가상 경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없다. 지나치게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사이버 경찰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체념하고 패배주의에 젖어 있고 이상향을 꿈꿀 줄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저항이 가능할 수 없다고 우리 스스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런 우리들 때문이다. 세계 삼부회가 실현 가능 하려면 먼저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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