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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01시 24분 등록

#31 하루의 귀환

 

"죽은 사람 중에 한 명을 하루 동안 살릴 수 있다면 누구를 살릴 것인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에 이 주간 고민하였다. 가끔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다. 보통 화두가 되거나 아니면 고민 거리가 된다. 이번 질문은 말 그대로 질문으로 남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고 그것도 한 명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 동안만 살릴 수 있다. 질문을 받을 당시에 잠시 동안 많은 사람이 스쳐지나 갔다. 하지만 그 당시 답은 이 신비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아무도 살릴 수 없었다.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한 죄책감일까? 계속 이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일단 질문을 받을 당시의 느낌은 이랬다. 죽은 사람으로 한정되어 마음이 일단 무거웠다. 하루 동안만 살릴 수 있다는 것에 다소 실망했다. 이유는 하루 뒤에 죽어야 하므로 더 큰 고통이 예상되었다. 그 고통이 하루 이상을 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닐 것인데도 난 그 삶을 하루만 유지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도 살리지 않겠다고 했다. 하루 이후의 삶을 책임질 수 없으니 아무도 살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죽은 사람을 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참 많은 분들이 계신다. 이름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들, 만나기만 하면 즐거운 얼굴, 서운하게 했던 것이 많은 얼굴, 그저 담담했던 사람까지 많은 이별이 나의 삶에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일렀던 것은 아버님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을 하루 동안 선뜻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왤까? 그 동안 삶이 부끄러운가? 벌써 돌아가신 지 35년이 되셨다. 아버지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다시 만나 뵈어도 하루를 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결국 그 동안 살아온 얘기하다 하루가 다 가지 않을까?

 

그리고는 어떤 한 분이 떠올랐다.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에 잠시 생각이 스칠 때 이분은 다시 모시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슴 아파하는 분들에게 하루의 만남은 반갑겠지만 다음날의 이별은 더 큰 아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같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되려 하루 종일 세상 구경만 시켜드려야 하나? 아니면 야단을 맞으려나?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현실에 맞을까? 그 당시에 대해 애매한 사건에 대해 물어볼까?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이 또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루의 만남을 위해 돌아가신 분 중에 누군가를 살린다는 것은 다른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려낸 분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니 절실한 이야기기 일 것이고 나에게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럼 그 질문의 요지는 결국 요즘 무슨 생각하고 사는 데라는 질문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것도 맞는 해석인지는 모르겠다.

 

2주간 이 질문을 들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네가 죽은 사람을 하루 살린다면 누구를 살리면 좋겠느냐? 의 질문에 나는 어제의 나를 찾아 냈다. 어제는 시간적으로 어제일 수도 있고 내 생의 어느 하루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하루에 대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 시간에 그 행동을 했을까? 이제 그 흔적만 남아서 아련하지만 말로 들어보면 다시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나의 하루 살리기는 나에게 필요하면서도 두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그냥 얼버무리며 지나갔고, 지금도 그 상태로 내 맘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날은 나를 속여 놓고도 모른 채 지나간 날도 있었다. 또 비겁한 결정을 한 날들도 많이 있었다. 늘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 나의 마음에는 이러한 날들이 떠올라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언젠가 내면아이 치유와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제대로 과거의 나를 살려내지 못한 채 시간에 밀려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왜 좋은 시간도 많았고 잘한 일도 많았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늘 안 좋은 면이 먼저 떠오르는 걸까? 혹시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낙관적이지 않거나 행복하지 않아서일까?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무엇으로 행복했던가?

 

다시 들어봐야겠다. 나의 과거와 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다 들어보지 못한 나의 속내를 다시 살려내어 듣고 싶다. 이것 저것 불편했던 것들이 있었다면 이 모든 것들을 다 듣고 싶다. 삶에서 중요한 장면을 다시 정리하고 그 때의 나를 소환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인데 나에게 나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 당시 사건이 아닌 나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다.

 

"죽은 사람 중에 한 명을 하루 동안 살릴 수 있다면 누구를 살릴 것인가?" 어제의 나를 살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산 그 속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IP *.222.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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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 07:55:48 *.176.91.153

나는 이번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인류건 개인이건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어.

연구원 하면서 좋았던 것은  묻어 두고 싶었던 과거의 정면을

보았다는 것이고. 이제 나라는 인간이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

희동도  어제를 잘 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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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4 23:28:15 *.222.10.47

나 보고 싶지^^ 폰이 바뀌어서 카톡이 안되네.

대단한 것은 모르겠는데. 사람 좀 되어가면 좋겠다.

눈 뒤집어지지 말고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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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2:16:19 *.50.21.20

예전에 적어둔 일기나 메모를 읽어보면 

보이지 않는 속도지만 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희동오빠의 매일매일이 모여 나중에는 어떤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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