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 조회 수 1908
- 댓글 수 3
- 추천 수 0
#31 하루의 귀환
"죽은 사람 중에 한 명을 하루 동안 살릴 수 있다면 누구를 살릴 것인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에 이 주간 고민하였다. 가끔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 있다. 보통 화두가 되거나 아니면 고민 거리가 된다. 이번 질문은 말 그대로 질문으로 남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고 그것도 한 명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 동안만 살릴 수 있다. 질문을 받을 당시에 잠시 동안 많은 사람이 스쳐지나 갔다. 하지만 그 당시 답은 이 신비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아무도 살릴 수 없었다.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한 죄책감일까? 계속 이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일단 질문을 받을 당시의 느낌은 이랬다. 죽은 사람으로 한정되어 마음이 일단 무거웠다. 하루 동안만 살릴 수 있다는 것에 다소 실망했다. 이유는 하루 뒤에 죽어야 하므로 더 큰 고통이 예상되었다. 그 고통이 하루 이상을 산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닐 것인데도 난 그 삶을 하루만 유지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도 살리지 않겠다고 했다. 하루 이후의 삶을 책임질 수 없으니 아무도 살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죽은 사람을 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참 많은 분들이 계신다. 이름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들, 만나기만 하면 즐거운 얼굴, 서운하게 했던 것이 많은 얼굴, 그저 담담했던 사람까지 많은 이별이 나의 삶에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일렀던 것은 아버님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을 하루 동안 선뜻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왤까? 그 동안 삶이 부끄러운가? 벌써 돌아가신 지 35년이 되셨다. 아버지와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다시 만나 뵈어도 하루를 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결국 그 동안 살아온 얘기하다 하루가 다 가지 않을까?
그리고는 어떤 한 분이 떠올랐다. 너무나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에 잠시 생각이 스칠 때 이분은 다시 모시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슴 아파하는 분들에게 하루의 만남은 반갑겠지만 다음날의 이별은 더 큰 아픔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순신 장군이 떠올랐다.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같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되려 하루 종일 세상 구경만 시켜드려야 하나? 아니면 야단을 맞으려나?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현실에 맞을까? 그 당시에 대해 애매한 사건에 대해 물어볼까?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이 또한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루의 만남을 위해 돌아가신 분 중에 누군가를 살린다는 것은 다른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려낸 분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니 절실한 이야기기 일 것이고 나에게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럼 그 질문의 요지는 결국 요즘 무슨 생각하고 사는 데라는 질문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것도 맞는 해석인지는 모르겠다.
2주간 이 질문을 들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네가 죽은 사람을 하루 살린다면 누구를 살리면 좋겠느냐? 의 질문에 나는 어제의 나를 찾아 냈다. 어제는 시간적으로 어제일 수도 있고 내 생의 어느 하루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하루에 대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 시간에 그 행동을 했을까? 이제 그 흔적만 남아서 아련하지만 말로 들어보면 다시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나의 하루 살리기는 나에게 필요하면서도 두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그냥 얼버무리며 지나갔고, 지금도 그 상태로 내 맘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날은 나를 속여 놓고도 모른 채 지나간 날도 있었다. 또 비겁한 결정을 한 날들도 많이 있었다. 늘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 나의 마음에는 이러한 날들이 떠올라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언젠가 내면아이 치유와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제대로 과거의 나를 살려내지 못한 채 시간에 밀려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왜 좋은 시간도 많았고 잘한 일도 많았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늘 안 좋은 면이 먼저 떠오르는 걸까? 혹시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낙관적이지 않거나 행복하지 않아서일까?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무엇으로 행복했던가?
다시 들어봐야겠다. 나의 과거와 대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다 들어보지 못한 나의 속내를 다시 살려내어 듣고 싶다. 이것 저것 불편했던 것들이 있었다면 이 모든 것들을 다 듣고 싶다. 삶에서 중요한 장면을 다시 정리하고 그 때의 나를 소환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인데 나에게 나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 당시 사건이 아닌 나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다.
"죽은 사람 중에 한 명을 하루 동안 살릴 수 있다면 누구를 살릴 것인가?" 어제의 나를 살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산 그 속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92 | 도도한 그녀 길들이기 [3] | 왕참치 | 2014.11.24 | 2123 |
4391 | 살아있는 여자들의 나라 [2] | 종종 | 2014.11.24 | 1877 |
» | #31 하루의 귀환 - 이동희 [3] | 희동이 | 2014.11.24 | 1908 |
4389 |
자전거 아저씨(남궁 문)_구달칼럼#32 ![]()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23 | 2124 |
4388 |
#31 카메라 수리공에 대한 기억_정수일 ![]() | 정수일 | 2014.11.23 | 2230 |
4387 | 萬或의 言靈 [8] | 종종 | 2014.11.17 | 1978 |
4386 | 내 존재의 본질 ‘숨’_찰나칼럼#30 [5] | 찰나 | 2014.11.17 | 1957 |
4385 | #30 휴대폰 없이 보낸 일주일 - 이동희 [6] | 희동이 | 2014.11.17 | 1985 |
4384 | 모자람을 경계하듯 지나침을 바라보라 [10] | 어니언 | 2014.11.17 | 2006 |
4383 | 도미노 [5] | 에움길~ | 2014.11.17 | 2272 |
4382 | 창조성 Road [8] | 왕참치 | 2014.11.17 | 2025 |
4381 | #30 두 개의 장면_정수일 [4] | 정수일 | 2014.11.17 | 1910 |
4380 | 홀푸드의 추억 [5] | 앨리스 | 2014.11.17 | 2027 |
4379 | 매일의 작은 혁신 [4] | 녕이~ | 2014.11.17 | 1926 |
4378 | 자전거 매니아 열전2, 차백성편_구달칼럼#31 [4]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1.16 | 2106 |
4377 |
#29 11월 오프후기_정수일 ![]() | 정수일 | 2014.11.12 | 2175 |
4376 | 발표 하지 못한 11월의 과제 | 종종 | 2014.11.12 | 1959 |
4375 | 오프 후기 [2] | 에움길~ | 2014.11.11 | 2138 |
4374 | 맹장과 아이와 나 [3] | 종종 | 2014.11.11 | 2301 |
4373 | 11월 오프수업 과제 | 앨리스 | 2014.11.11 | 30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