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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17시 52분 등록

20141121-수궁가

1. 수궁가는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수궁가는 왜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재미를 위해서 이겠지 하면서도 다른 뭔가가 있나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수궁가에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공연되는 것, 특히나 양반들이 즐기는 공연이라는 것을 짐작해서 이런 추측들을 해본다.


1-1)  단순한 줄거리

 

수궁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용왕이 병이 들고, 별주부가 용왕의 병을 고치려고 육지로 토끼의 간을 구하러 나가서는 토끼를 꾀어 데려온다. 토끼는 수궁에 가서야 자신이 꾐에 빠진 것을 알고 꾀를 내어 다시 육지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라는 토끼의 간 대신 용왕을 고칠 토끼똥을 가지고 돌아온다. 토끼도 무사히 살고, 용왕의 병도 낫는다는 이야기다.

뮤지컬은 줄거리가 단순하다 한다. 작년에 엄청나게 히트한 영화 겨울왕국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노래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극은 줄거리는 단순하게 만든다. 수궁가, 춘향가, 흥보가 모두 공통적이다.
그런데, 이게 신기하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로 한시간 반, 두시간하는 노래극으로 만들다니. 그러니 단순한 이야기 속에 절절한 묘사가 알맹이고 채워지나 보다.  

 

1-2) 많은 고사, 의학지식, 역학 지식
수궁가에는 사기열전에서 본 이야기가 엄청나게 나오고, 당나라나 한대의 아름다운 시가 가득하다. 옛 선인 누구가 무슨 일을 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 자신이 겪는 일도 그러하다고 말하는 식자층의 말투를 그대로 담고 있고, 절경 앞에서 나오는 감탄은 7언시로 구구절절이다. 또한 선인이 용왕을 진맥하는 대목에서는 그동안에 발행되었던 의서들에서나 볼 듯한 의약관련 지식이 넘쳐난다. 음양설과 경락과 침술, 약제에 대한 것이 가득하다. 수궁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인간들이 동의보감을 달달 외웠는지 물고기나 짐승, 풀만 보면 몸에 어디에 좋다더라 하면서 반겨 보고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단순한 줄거리 속에 중국의 고사, 시가 가득하고, 의학 지식이 가득하고, 잡아먹히는 동물의 눈으로 인간을 보는, 인간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1-3) 노래로 엮어서
그런데 이게 재미로, 노래로 엮어졌다는 게 더 놀랍다.
자라의 '충'이란 것과 토끼의 삶을 살아가는 '꾀'가 부딪힌다. 물론 토끼를 꾀어내는 자라의 꾀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자라도 충분히 어러석고, 토끼도 충분히 어리석다. 이런 꾀와 어리석음을 웃으며 노래로 듣는다. '충'이란 것으로 허세(벼슬)와 명예를 바라는 것도 웃으며 노래로 듣는다.

 

노래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잘하는 대목만을 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각 대목들에 재미를 넣어서 만든다. 앞쪽의 별주부의 속성과 뒤에 잘 속아 넘어간 별주부가 동일한 성격이다 아니다라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하다. ㅂ

마당에서 혹으 어느집의 대청에서 여럿이 듣고 즐기는 것이라, 소리하는 이가 청중을 소리로 표정으로 동작으로 갖고 놀며, 그 놀이에 듣는이도 같이 노는 놀이이기에 재미의 요소를 한껏 넣었던게 아닌가 싶다.

 

1-4) 동물들의 이야기이기에 인간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는다.

이게 어찌 동물들의 이야기인가, 인간들의 이야기이지.

양반이 소리꾼을 청하여 그집 대청이나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노는 곳에서 벌이는 놀이판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짐작해서 ......  탈놀이보다는 인간에 대한 풍자를 좀 덜하겠지만, 이런 놀이 자체가 있어서 웃고 즐기는 중에 그동안 쌓인 것들(대립하는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2. 가슴으로 들어온 글귀(밑줄긋기)


588. (아니리) 새재지정 갑신년 만춘에 남해 광리왕이 영덕전 새로 짓고, 낙성연을 배설허여 동서북 삼해용왕을 청하니, 군신 빈객이 천승만기라. 주육에 잠기어 수삼일 즐기더니, 찬치를 파헌 후에 남해 용왕이 졸연 특병하여,

589. (아니리) 양기가 부족한가 해구신도 권해 보고, 뇌점을 초잡는지 붕장어도 대령허고, 비위를 붙잡기로 붕어도 써보아도 종시 효험이 없는지라, 일국이 황황허여 하늘께 축수터니

590.(엇모리) 하루는 오색 채운이 궁전에 뒤덮고, 기이헌 맑은 향취가 사면으로 일어나며, 선이 도사가 학창의를 떨쳐 입고, 요하의 명월패며, 백우선을 손에 쥐고, 표현히 당에 올라 거수장읍 허고 재배이진왈,
* 신선이 나타나는 모양을 묘사했다.

592. (자진모리) 도사 맥을 볼 제,
"심소장은 화요,
간담은 목이요,
폐대장은 금이요,
신방광은 수요,
비윈 토라.
간목이 태과허여 목극토허니 비위가 상하옵고,
담경이 심하니 신경이 미약허고,
폐대장이 왕서허니 간담경이 자진이라.
방서에 이르기를,
비는 일신지조종이요,
담은 일신지표보인디,
심정즉 만병이 식허고,
삼동직 만병이 생하오니,
심경이 미약허면 무슨 병이 아니 날까?
오로칠상 급하오니 보중탕을 잡수시오."
* 어머니께서 심장이 안좋으셔서 전에 많이 아프셨나보다.
* 오로칠상 중에..... 내가 배가 많이 고픈 것이 방광(오줌보) 기능이 커피때문에 강해져서 그런가 보다.
* 이 대목은 진맥과 보양탕과 약성의 나열이 매우 길다. 방대하다 싶은 감이 있게 여러가지를 다루고 있다.

598-599. (중모리) ".... 안채가 영롱허되 돌과 바우를 못 보시고,
양각이 쟁영허여 말소리 뿔로 듣고,
턱 밑에 한 비늘이 거슬로 붙었기오 분을 내면 일어나고,
입 속의 여의주가 조화를 부리오니,
몸을 적게 허거드면 못 속에도 잠겨있고,
변화를 허랴허면 하늘에도 올라가고,
용맹을 쓰자허면 태산을 부수우고,
대해도 뒤집히며,
움누가 시위하고, 벽력이 호령이라.
이 기상이 형체으 인갑이 굳었으니 혈이 침을 안 받으며,
화식을 안 허시니 탕약이 부당헌 듯,
인간의 침약으론 구헐 길이 없나이다."
* 용왕의 몸이 특이하니 인간의 침약으로는 구제할 길이 없다는 말이군.
* 주석에서 이르기를 '여의주'- 이것을 지니면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된다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여의'란 그런 말인가 보다.
그렇다면 신령한 것이네. 본풀이 속에 나오는 여의주가 '신격'을 갖음과 동시에 갖는 구슬이란 것이 이런 의미이구나.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것.

600. (아니리) ...... 용왕이 묻자오되, "어찌 신농씨 백초약은 약이 아니 되옵고, 퇴간이 어떻게 약이 된다 허시니까?"
도사 여짜오되, "예, 약은 상생 상극으로 쓰는 법이온바,"
(자진모리) "토끼라고 허는 것이 묘방을 맡었기로,
부상으 금계 울고 낮빛이 처음 날 제 양기를 받어 먹고,
월궁에 들어가서 계수나무 그늘 속으 장생약 찣을 적으 음기를 받어 먹어,
일정월화 음양 기운이 간경에 들었으며, 목속간허였삽기 간경이 좋은 고로 토끼가 눈이 밝아 별호를 명시라 허옵는디,
용왕은 진이요, 토끼는 묘라, 묘을손은 음목이요, 간진인은 양퇴오니 어이 상극이 아니오며, 갑인진은 대강수요, 건간사는 원속목이라, 목극토허고, 수생목허였은,
퇴간을 가시오면, 환후가 즉차허여 장생불로 헐 것이요, ..... "
*도사가 일러주는 말이야 음양오행에 따라 토끼간을 처방하는구나.

606. * 물에 사는 생물을 언급하며 각각의 벼슬을 읊는 내용이 재미난다. 벼슬을 준 것도 생물의 특징을 따라서 주었다.

608. (아니리) 조관들이 들어오면 의관신야어로향에 향내가 날 터인ㄷ,
속 뒤집히는 비린내가 파시평 존장치게 용왕의 비우를 어떻게 상케 해놓았든지,
왕이 용안을 잔뜩 찌푸리시더니마는,
* 어로향과 비린내로 대조를 이룬다.
어로: 임금이 쓰는 향로
물고기들의 총집합 --> 어시장(파시)의 냄새

610-614 * 누구를 보낼까 묻고 답하는 중에, 각각의 생물을 잡어다가 인간이 어떻게 쓰고, 먹는지를 낱낱이 일러주며 .... 뭍에 나가면 죽을 거라 못 보내겠다고 한다.
각각의 쓰임새나 잡는 방법을 보면서, 이렇게 잡고, 이렇게 먹는구나 한다.
* 판소리에는 나열하는 맛이 있다. 이런 것 때문에 더 재미있다. 세세하게 말하면서 서로 즐긴다.

611. (자진모리) "언참군 몰메기는 장수구대허여 풍신이 좋사오나,
요사이 좀피가루 돌 밑마다 풀어노니 민물 근처를 못 가려니와,
아가리가 너무 커서 식량이 너룬고로,
세상에를 나가면 요기감을 얻으랴고 조그만한 산천수 이리저리 다니다,
사립 쓴 어옹들이 사풍세우불수귀라,
입갑 뀌여서 물에 풍덩,
탐식으로 덜컥 생켜 담불요대 죽게되면,
인간의 이질, 복통, 설사, 배아피허는 디 약으로 먹사오니,
보내지 못허리다."

612. (중모리) "합장군 조개는 철갑이 꿋꿋,
방신제도는 좋사오나,
옛 글으 이르기를 관방휼지세허고 좌수어인지공이라,
휼조라는 새가 있어 수루루 펄펄 달려들어,
휼조는 고개 물고, 조개는 휼조 물고 서로 놓지를 아니허다,
어부에게 모다 다 잽히어 속절없이 죽을 터이니,
보내지 못 허리다."
* 구구절절 못 보낼 이유 많다. 그러고 보니 모두다 죽은 이야기구나. 용왕도 병걸려 죽는다허고, 다른 대신들도 보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죽는다 하니, 죽을 이유 참으로 많다.

613. 간의대부 모치가 여짜오되, "표기장군 벌떡게 갑주는 굳사오니, 조서나 주어 보내소서."
벌떡게 분이 잔뜩나서 미처 끝나기 전에 입에 버큼을 흘리며 아뢰는듸,
* 벌떡게를 통해서 성질 급하고 옹졸한 사람을 표현했다.

613 . (중모리) "예, 소장이 아뢰리다. 표기장군 벌떡게 아뢰리다.
우리 수궁 벼슬들이 인간과 같잖어여 세도로도 못하옵고,
층으로도 못하오며, 풍신과 덕망으로 별택하여 허옵기로,
농어는 거구세린 잘생길 뿐 아니오라, 장한이가 생각허고, 소동파가 귀히 여겨 친구가 점잖기로 벼슬 차지 이부상서,
방어는 하방락리라 유명헐 뿐 아니오라, 이름자가 천원지방이란 방 자가 한 편 붙었기로 따 차지 호부상서,
문어난 팔족이니 팔조목을 응하였고, 이름이 글월 문 자기로 예문 차지 예부상서,
숭어는 용맹 있어 뛰기를 잘 하옵고, 이름이 재기준수란 빼어날 수 자기로 군사 차지 병부상서,
준어는 가시가 많어 사람마다 어려허고, 이름자가 용법엄준이란 높을 준 자기로 형법차지 형부상서,
민어는 뱃속에 갖풀 들어 장은으게 긴하옵고, 이름자가 이용안민 백성 민 자기로 장인 차지 공부상서,
도미같이 맛이 있고 풍신이 점잖허되, 이름 웃 자 원정 없고, 아래 자가 어 자 아니라고 상서 승탁 못 허는디,
한림학사 깔다귀는 이부성서 농어자식,
간의대부, 모치놈은 병부상서 숭어 자식,
저의 집 세력으로 구상유취한 것들이 청요한 벼슬 허여,
아무 사체 모르고서 당돌한 말을 허나,
수륙이 달랐으니 용왕께서 허신 조서를 산군이 들으리까?
저희들이 조서 쓰고, 저희들이 가지고 가라 하옵소서."
* 벌떡게를 통하여 각각의 생물들이 어떤 벼슬이 맞는지를 일러주는 듯하다. 그러나,
* 벌떡게는 그동안 멸시받아서 서운 했던 것이 있는 무신의 입장으로 각각을 좀 삐뚫어지게 비꼬는 듯 하다.
* 한자 문화권. 각각의 생물의 한문표기 이름자 갖고 특징을 묘사하였다.

615. (중모리) 공부상서 민어가 여짜오되,
"토끼라 허는 것을 얼굴은 모르오나, 사기로 보올진대
넓은 산중지소생이며, 날래기가 짝이 없어,
몽괄의 옛일처럼 에워싸고 잡을 테니,
정병 삼천을 내어주어 대장 고래를 보내소서."
고래가 듣고 분을 내어 출발허여 여짜오되,
"수륙이 달랐으니, 수중에 있는 군사 육전을 어이 허오리까?
저러한 소견으로 문벌을 자세허여 좋은 벼슬 허여 먹고,
조금 위태헌 일이면 호반들께 떠미루니,
뱃속에 있는 부레풀뿐이기기로 아무 변통없이 허는 말이 교주고슬 같삽니다."
* 고래 분이 나서 민어는 뱃속에 부레풀밖에 없다고 욕을 싸질러 버리는 구나.

616. (아니리) 공부상서 무색허여 아무 대답을 못허는디,
용왕이 가만히 들어본즉,
불쌍한 호반들이 문관에게 평생 눌려 절치부심허였다가,
이런 때를 당허여서 큰 싸움이 일어날 모양이라.
* 허 참, 신하라는 존재들이 이러하니 용왕 아플만 허구만.
* 수궁가, 동물이야기 하자는 게 아니라, 동물에 빗대어 인간세상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웃으며 들어도 웃지만은 못하겠다.

616. (아니리) ... "해구는 양기가 좋아 수토끼를 만나면 다리고 올지 모르나,
암토끼를 만나면 육지 살림 차려놓고 돌아오지 않으리니,
보낼 수 없느니라." 종일 공론이 미결헐 제,
* 재미를 위해 넣었다고는 하나, 어디선가 기록해서 전해오는 말들이거나, 근거가 있는 것들이거나 한다. 그런데,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꾀어 맞추었을꼬? 듣는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듣게 맞추어 가사를 넣었을 것인데....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 하다. 보태고, 빼고 하여 가지런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618. (중모리) "신(자라)의 선대 할애비가 멱라수에 사옵더니, 절강으로 취처하여 굴삼려 충신고기를 할애비가 얻어먹었삽고,
오자서의 충신 고기는 할미가 얻어먹어,
부부지간 뱃속에 가 충혼이 잔뜩 들었삽기,
자손이 낳는대로 오장육부에 충혼이 어려 대대로 충신이온바,
수궁은 고사허고 세상의 사람들도 충신, 의리 있는 이는 잡어먹는 법이 없고,
어부가 잡었으면 무값을 주고 사서 물에 도로 넣는 고로 종족이 번성허되 여러 벼슬 허지 않고, ......"
* 이런 유쾌한 상상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 멱라수에 빠져 죽었다는 굴원과 죽어서 시신이 가죽부대에 담겨 강물에 버려졌다는 오자서의 이야기를 엮었다.
자라를 사서 방생한다는 것도 엮어 넣었다.

625. (아니리) 그때여 주부 자당께서 주부를 보시더니, 엄숙하게 경계를 허시넌디,
(진양조) "여봐라, 주부야! 네가 세상을 간다허니 노모 마음 한없이 기쁘다만,
부디 낚시를 조심허여라.
너희 부친도 세상 가시어 밖깃밥을 물었다가 청춘조사 허였기로,
독수공방 설음 중의 너 하나만 믿는 마음, 쥐면 끌까, 불면 날까 애지중지 기를 적으,
일찍 나게 늦게 오면 문에 빗겨 기다리고, 늦게 나가 아니오면 여에 비겨 바랬더니마는,
네가 이제는 등과허여 인군을 섬기다가,
주상께서 환후 계셔 약 구허러 간다허니,
군위신충 당당헌 네 직분이 갸륵허고 장허도다.
아무쪼록 정성대로 수이 구허여 돌아오되,
만일 약을 못 구하면 골폭사장으 게서 죽지 돌아오지 말지어다."
* 주부가 가족(자당)과 작별인사 하는 대목
* 옛날 삶이나 지금 삶이나 별로 다르지 않나보다. 어머니의 마음이란 게.
그치만.... 세상에서 말하는 그 법도대로 따르라(약 못구하면 돌아오지 말라)하는 것은 좀 서운하다.
이 대목을 보니.... 누군가가 뜻을 품고 떠나갈 때, 해줄 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안하는 게 낫겠다. 아니 그냥 건강히 잘 다녀오라는 말 말고는 할말이 없겠다.

627. (아니리) "마누라 말을 듣고 보니, 충신의 아내 됨직하오.
마누라 말대로 하려니와,
세상의 흉헌 놈들 말굽자래 맛 좋다고 얼른하면 건져가니,
어린 것들 자조 찾어 멀리 가지 말게 하오."
* 푸하하. 자라 가장의 마음 이해가 간다.
맛 좋다고 자라탕 끓이겠다고 작은 놈까지 잡아가는 인간이라니.
그런데 나라도 자라가 눈에 보이면 뭐든지 잡아먹겠다. 미치것네. 여기는 뭔 먹을 것 얘기가 이리 많다냐?

628. (중중모리) 고고천변일륜홍 부상의 높이 떠,
양곡의 잦인 안개 월봉으로 돌고,
예장촌 개 짖고,
의안봉 구름이 떠, 노화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자교는 펄펄 날아든다.
동정여천파시추 금성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 저리 저리 요리, 앙금 당실 떠 사면 바라보니,
* 아이고, 이 대목의 묘사(해뜯는 아침, 평화로운 어촌의 모습) 참으로 곱다.
* 동정호의 가을, 가을바람 소리와 물결소리 속에 자라 힘껏 헤엄치는 모습.
* 길게 묘사하며 나열했지만, 각각의 단문들은 군더더기 없이 짧다. 아름답다.
*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할 때에 틀(묘사하는 방식)이 있는 듯 하다. 이런 식으로 묘사된다.

629-630.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울어 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
산은 칭칭 높고,
경수무풍야자파
물은 술렁 깊었는디, 만산은 우루루루루루,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
* '안개가 걷히니 계산이 더욱 높아 보인다.' 당나라 시인 하지장의 <채련곡>의 일절
* '거울같이 맑은 물이 바람도 없이 저절로 물결이 인다' <채련곡>의 일절
* 7언율시가 많이 나온다.
* 의성어, 의태어로 운율을 맞춘 묘사 아름답다.

632. (중모리) 동태산이며, 서화산과 남형산, 북항산이며, 중악의 숭산끼지 모두 다 찾아갈 적,
역산의 밭두둑은 순인군의 따부(따비) 흔적,
도산 너룬 터는 하우씨의 공 받던 데,
태악의 묻은 옥백 헌원씨의 봉선이요,
이구산 노기 자리는 숙양흘이 비든 데라,
수양산 새 고라시 이제 청절 가련허고,
면산의 돋는 풀은 자추 충혼이 적막허다.
태산의 공부자는 천하를 적다시고,
무우의 증점이는 춘복을 떨쳤구나.
기산 아침 볕 봉황은 어데 가고,
농산 봄바람의 앵무가 말을 헌다.
계명산 지내가니 옥소성 끊치었고,
낙안봉 높은 곳은 범아부의 천상 보든 데라.
상산으 흐튼 것은 사호의 두든 바돌,
기산의 둥구난 건 소부의 버린 쪽박,
부춘산 맑은 소리 엄선생 바람이요,
천목산 남은 향기 도정절의 국화로다.
여산의 큰 구렁은 진시황의 굴총터요,
현산의 이끼돌은 양숙자 타루비며,
낭거산 세운 비석 한공을 새겨 있고,
팔공한 성한 초목 진병인가 의심헌다.
향산에 깨진 그릇 백락천의 약솥이요,
용문산 눈이 오니 구양공의 구경터라.
숭산의우는 학은 선관을 부르는 듯,
낙가산 관음보살 감로수병을 들고 있고,
오대산 문수보살 감중연 앉었으며,
천태산 마고선녀 상전벽해 수놓는다.
곤륜산 안기생은 화조 진상 옥경 가고,
봉래산 적송자는 구름이 깊어서 못 찾겄네.
* 수궁가는 첫 대목에서 중국을 '원나라' 연호를 쓰고 있고,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중국지명, 중국의 유명산, 유명 호수, 중국의 유명한 인물의 등장 ... 일색일까?
판소리가 양반이 소리꾼 들여 노는 놀이라 양반들 취향인가? 글 안 읽는 농부나 장인들은 이런 내용을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사마천 <사기열전>에 나오는 인물, 지명, 사건을 죄다 알고 있다면 좀 알아 들을까, 주석없이는 이 대목 못 읽겠다.
* 여러곳의 지명과 고사를 얽다보니 계절이 마구 뒤섞인다.

640. (중모리) "종씨는 어찌허여 저러헌 귀헌 몸이 만리발섭을 허시었소?"
별주부 대답허되, "예. 우리 수국 근래에 재변 생겨 해마다 개가 걸어 수족절종이 가려키로,
부득이 수정궁을 자리 옮겨 짓자 허되,
수궁에 지관 없고, 청산에 월중퇴가 눈이 그리 밝다기로,
수궁으로 모셔다가 대궐터를 정해볼까,
우리 용왕 어명 받고 진세간으 왔사오나,
토끼의 생긴 형용을 정녕히 모르기로,
동분서주 여러 날으 지금껏 상면을 못하였소."
* 자라의 답변은 거짓이나, 완전히 거짓은 아닌 듯 하다.
용왕이 병이 있다는 말이 바다가 오염되어 어족이 씨가 마른다는 말과도 통하는 데가 있는 듯 하다.

640. (아니리) "산중에 일 있으면 모족들이 모도 모와 공사를 허옵는디,
이 몸과 두꺼비는 몸에 털은 없사오나,
네 발이 돋쳤다고 매양 함께 합석허여, 같이 의논을 허옵더니, ....."

649. (중모리) "이놈들, 내 나를 들어봐라.
혼돈미분태극초으 사정없이 너룬 하늘 판편 짝이 모지라야,
광석을 다듬어서 하늘을 때우시든 여화씨 동갑이니,
내가 어른이 아니냐?
으르르르르르릉 어흥."허고 달려드니,
야들이 모도 다 깜짝 놀래어 "장군님이 상좌로 앉으시오."
* 호랑이가 창세신화 속의 인물과 동갑이라고....
판소리는 (창세신화까지)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판소리를 지금은 즐기지 않으니 이런 이야기를 어찌 알꼬?

650. 여호란 놈이 허는 말이,
"산군님 그 식량에 사소한 짐생들은 입담 없어서 못 자실 테요,
멧되야지 큰 자식이 지금 잡어 팔드러도 열 냥 값이 푼푼허니 가져오라 허옵소서."
호랭이가 좋아라고 여호를 칭찬허는디,
"호선생이 도량 있어 내 식량을 꼭 아는 도다. 내 옆으로 앉으시오."
* 짐승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호랑이 비위 맞추어 아부하는 여우는 어찌할꼬?

653. 이때 곰이 미련타해도 의기는 있는지라,
곰곰이 생각헌즉,
이 모임을 오래허다간 여호 눈에 못 괴인 놈 필연코 환을 당헐지라. 산군께 여짜오되,
"과연 수령님 말씀이 옳사옵니다. 사냥개를 없앤대도 포수 무서 할 수 없지요. 포수가 올지도 모르오니 오늘 이 모임 고만허고 파헙시다."
포수 말에 호랑이도 겁이 살짝 나서 각각 허직허랴 헐 제, ....

653. 그때여 별주부는 그곳을 보고 있다가, '옳지, 저기는 응당 토끼가 있을 터이니, 내 한번 불러 보리라.'
'저기 퇴생원 계시오?'허고 부른다는 것이,
수로 팔천 리를 아래턱으로 밀고 오자니 아래턱이 빳빳허여,
토자가 살짝 늘어져 호 자로 되얏것다.
"저기 호생원 계시오?"
* 이치에 맞게 이유를 갖다 붙여가며 사건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654. (아니리) "옳다. 이것 하느님 똥인가보다. 하느님 똥 먹어노면 약 될 터이니, 시장도 헌 김에 한 입가심허여 볼까?"
먹자는 통에 자래가 깜짝 놀래, 뱃속에서 입부리만 계우 열어가지고, .......
'에끼! 이것 봐라. 그것 생긴 모냥은 보리둥치 속에 배암 잡어 넣어논 것같이 생긴 것이, .....'
* 마른 쇠똥같이 생긴 자라 모양을 보고 하느님 똥이라 상상하는 것..... 유쾌한 상상이다.

656. (아니리) 별주부 듣고 기가맥혀 혼잣말로 허는 말이,
'아이고 이 급살 맞어 죽을 놈이 동의보감을 얼마나 달통을 허였는지,
보는 대로 약 취해 먹기로만 드니, 
자래가 기왕 죽을 바에는 패술이나 한 번 써보고 죽을 밖에 수가 없구나.' 허고,
* 동의보감.
괴산 사람도 사람들이 그 동의보감 덕에 그러한지 다른 것 덕에 그러한지... 하여간 산에서 뭔가를 보면, '이건 00에 좋고,...'이런 것만 생각하고 보고 느끼고 한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657. (자진모리) “ ...... 묵으로 잘칵 ㄲ꾸러져 이 모냥이 되얐기로, 명이 다려 문의헌즉, 호랭이 쓸개를 열 보만 먹으면 목이 직효헌다기로 우리 수숙 도리랑귀신 잡어타고 호랭이 사냥을 나왔다가, 명나라 들어가 곤륜산 호랭이, 수양산 호랭이 잡아먹고, 구룡산 영산 화산 아미산 봉래산 돌아들어 겨우 두 마리 먹은 후으, 동해로 건너와서 황해도 들어가 구월산 호랭이, 함경도 들어가 백두산 호랭이, 강원도로 들어가서 내려와서 지리산 호랭이 잡어먹고, 해남으로 내려가면 열 마리 채울 게 있다기로 널르 찾아서 예 왔노라.”
*우리나라 영산 이름은 죄다 여기에 나오네.

 

657.(자진모리) “....... 쓸개 한 보 못 주겠느냐? 도리랑귀신 게 있느냐? 비수검 드는 칼로 이 호랭이 배 갈라라!” 앞으로 바싹 기어려들며, ‘도리랑 도리랑 도리랑’허고 달려들어, 호랭이 알불을 꽉 물고 뺑 잡어 돌아 노니,
(아니리) 호랭이 질색허여,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별나리. 이것 쪼금만 놓아주시오!” “이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놔라.” 호랭이 꼼짝딸싹을 못허고, 그 육중한 놈이 자래헌테 매어달려 비는디,
*호랑이에게 달려들어서 위기를 모면하는 별주부.

 

668. (아니리) 토끼 제가 도리어 주부를 못 가게 도르기로 산림풍월 자랑을 허는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냉수 먹듯 허든 것이었다.
*'냉수먹듯'이란 표현 재밌다.

 

671. (아니리) “당신상 가만히 보니 입이 거짓말 잘하게 생겼소. 그리고 눈알이 붉어 화망살기가 있어서, 진세간 오래 머물다가는 죽을 지경을 꼭 여덟 번 당하겄소.” “어, 그분 초면에 방정맞인 소리 허는고.” “여보, 퇴공. 당신 팔난과 화망살기를 내 일러줄 터이니 좀 들어보오.”
*여기 사투리에는 ‘토’-->‘퇴’ ‘초면에’ --> ‘최면에’ 하는 게 잦다.

 

681. (중모리) “...... 자고로 타국에 구사갔다 못오면은 굶어 죽고, 잘되면은 오사허느니. ........ 수궁이라 허는 데가 한번 가면 못 오느니라. 위방불입이요, 난방불거라니, 수궁 길을 가지 마라.”
*여우가 토끼와의 이별에서 토끼를 말리는 말

 

683. (아니리) 돌아서며 혼잣말로. “혜혜, 제 복이 아닌 것을 권한다고 될 일인가?” 앙금앙금 내려가니,

토끼가 따러오며, “여보, 제 복이 아니라니. 그 어쩐 말이오?”

주부 힐긋이 돌아보며, “남의 친구 좋은 정리 낮인 말이 부당허나, 당신이 굳이 물으니 말이나 허오리다.

내가 사실은 육지에 온 지가 여러 달이오. 처음에 여호란 놈을 만나가지고 저를 다려가 달라 허나, 간교한 저놈 심불 불가근허겄기로 못하겠다고 떼었더니, 이 속을 어찌 알고 퇴생원을 떼어 보내고 지가 따락볼라고 허는 짓이오.”
*밀땅. 별주부의 꾀도 대단하다. 어쩌면 이리 사람 심리는 잘 알고, 서로 속고 속일까.

 

702. (진양조) 별주부가 곁에 서서 전후 문답을 가만히 듣더니마는, ‘저놈을 내가 다려올 때에도 숱한 고생을 허였는디, 하물며 저놈의 계집이란 지면도 없는 터에 어디 가서 찾어보며,

설령 만나본다기로 그 동안의 개가허여 다른 서방을 얻었으며, 그 전 서방 생사여부를 생각헐리 있겄느냐?’
용왕전에 여짜오되,
“토끼 간 출입헌단 말이 사기에도 없사오며, 이치에도 부당허니,
배를 갈라 간이 없으면,
소신이 양계으 다시 나가
망전퇴를 한사결단 잡어다 탑전으 애정을 헐 테오니, 배를 갈라 보옵소서.”

 

703. (자진모리) “나를 처음 만났을 제, 이 통정을 하였으면, 그날이 보름날이라, 우리들 수백 명이 함께 간을 내는 날이니, 그 중에 나이 먹고 약이 가득 찬 좋은 간을 열보라도 얻었을 걸, 네 놈이 음험하야 벼슬하러 수궁 가자 돌라오려고 속였으니, .......
날 죽여 간 없으면 어떤 토끼를 다시 보며, 또 그런 꾀로 도르느냐?”
수궁에 벼슬하러 너를 따라서 내가 간 줄을 산중이 다 아는디, 나는 다시 아니 가고 너 혼자 또 나가면,
산중의 동료들이 날 다려다가 어데다 두고 누구를 호리려 또 왔느냐? ......”

 

707. (엇모리) 퇴끼란 놈 거동 봐, 선주를 많이 먹고 취홍이 도도허여,
선녀들과 춤을 추며 음흉헌 말을 허는디,
혼자말로 하는 듯이,
“얼씨구나, 좋네. 절씨구나, 좋다.
수궁에서는 몰라도 내의 간은 고사허고 입만 한 번 맞추어도,
몸살 고뿔 바이없이 삼사백 년을 산다네.”
선녀들이 이 말 듣고 서로 다투어 달려들어,
토끼를 껴안고 입을 맞추면서,
“다시 세상에 나가실 땐 소녀가 모시리다.”
갖은 아양을 다 떨며 청을 허는구나.

 

712. 동료들께 자랑이나 허랴허고, 주부다려 허는 말이,
“올 때에는 총총허여 어덴 줄 몰랐으나,
오늘은 그리 말고 만경창파 좋은 경을 낱낱이 일러주면,
주부도 먹고 오래 살게 좋은 간을 한 보 주리.”
주부가 좋아라고 사면 경치를 이르는구나.
*주부가 바뀌었다.

 

718.(중모리) “예기, 시러베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고 딜인단 말이냐?
병든 용왕을 살리려헌들, 성한 토끼 내가 죽을 쏘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의 용왕이 미련터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 같고, 내 미련키 너의 용왕 같었으면 영락없이 죽었지.
내 밑궁기 서이 아니었드면,
내 목숨이 어이 살어오리?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721. (아니리) “쉬낭청 사촌들. 어렵소마는 내 털에 쉬만 좀 실어주면, 살어날 꾀가 있소.”
“네 아무리 꾀를 낸들 사람들 손길을 당헐쏘냐?
사람의 손이라 허는 게 너 잡어먹는 데만 무서운 게 아니라, 천지음양지조화도 그 장중에 있느니라. 내 이를게 들어보아라.”

 

724. (아니리) “엣끼야, 토기 치었다! 야, 우리 오늘 잔치 잘 된다. 여러 말 말고 불 피워라. 이거 구워먹고 가자.”
이럴 즈음에, 그 중에 건방구진 놈이 한 놈 썩 들어가서 토끼 뒷발목을 숙 빼어 들고 보더니,
“야, 니놈의 것 걸린지 오래다. 쉬를 빈틈 없이 다뿍실었구나.”
그 중에 목청 잔뜩 된 놈이 한 놈 쑥 나오더니,
“야, 이 저석아. 그러면 거 썩었겄다. 맡어봐라, 맡어봐.”
이놈이 다른 데다 코를 대고 맡는 것이 아니라, 해필 코를 토끼 똥구멍에다가 진득이 대고 맡아논 것이,
토끼란 놈 수궁에 들어가 여러 날 못 뀌고 몽그라두었던 도토리 방구를 시르르르르르 뀌어노니,
“쉬, 내 이녀르 것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것 썩어서 못 먹겄다. 가마구 밥이나 되어라!” 휙 던져노니,
토끼가 저 건너 가 깡충 뛰며,
“야, 니놈들아. 내가 썩어야? 네놈들 눈이 상했다. 이놈들.
내가 너흐보돔 더한 수궁 용왕도 쇡이고 나왔는데,
너희놈들한테 죽을 성싶으더냐?” 톤끼가 신명 내야 한번 또 뒤고 노는디,

 

727. “너무 말이 울면 살 내린다. 조그만이 울어라.”
*독수리가 토끼보고 살빠진다고 그만울어라고 달래는.....

 

728.(아니리) 독수리가 가만히 듣더니마는, “여봐라, 토끼야. 너 무엇이가디 너 죽기보담 더 아깝다니, 그게 무슨 보물이냐?”
......“이번에 내가 수궁을 들어갔었지요.” “음, 그 말은 들었다.”
“수궁 용왕님께서 의사줌치 하나를 주십디다.”
*(어디던가.... 심리학적으로) 마케팅에서 그랬던가, 상대방에게 3번의 yes를 받아내면 그 뒤의 이야기는 쉽게 풀린다고 하더니만. 

728.(아니리) “의사줌치가 무엇이냐?”
“글쎄, 들어보시오. 의사줌치를 쫙 벌여노면 궁기가 여럿입니다.”
“그래서?”
“한 궁기를 탁 튕기며, ‘병아리 새끼 나오너라’허면, 하루 일천오백 마리가 꾸역꾸역 나오고,또 한 궁기를 톡 튕기며, ‘썩은 개 창사 돼야지 새끼 죽은 것 다 나오너라’허면,
몇 날 며칠이라도 나오니,
이런 보물이 어디가 있소?
헌디 이런 보물을 무주공산에다 더져두고,
임자 찾어 못 전허고 죽게되니, 이 아니 섧소이까?”
독수리가 이 말을 듣더니 딱 반허것다.
“여봐라, 토끼야 너 그것을 나를 도라. 너를 살려줄 터이니.”
“그러시오. 그런디, 그것만 딱 뺏은 다음에 날 마저 잡어 자실라고요?”
“야, 이 미련한 놈아! 너를 먹으면 한 때 요기뿐이요, 야, 그 의사줌치를 가졌으면,
그 평생 양식 걱정이 없을 텐디,
그 무엇할랴고 너를 먹을 것이냐? 그것만 날 도라.”
“그러시오.”
“거 어디다 두었느냐?”
“저기 저 바우 틈에다 두었소. 저, 저, 저것 보이오. 저것 보시오. 가막까치가 지금 그것 냄새를 맡고 저렇게 넘노니고 야단이오.”
독수리란 놈이 토끼 모가리르 좋은 수주병 들 듯 딱 집어 들고, 훨훨 날어가서 바우 앞에다턱 놓더니만,
“자, 가서 내오너라.”
토끼란 놈 좋아라고 막 들어갈라고 허는디, 독수리가 발로 토끼 대글빡을 곽 집으며,
“네 이놈, 들어가면 안 나올래?”
“웟다, 장군님, 그렇게 못 믿겄이면 내 뒷발목을 꽉 잡으시오.”
“그래라.”
“자, 조끔만 더 놓으시오.”
“자.”
“조끔 더 놓으시오. 짚이 들었소.”
“자.”
“조끔만 더 놓으시오.”
“자.”
“조끔만. 조끔만.”
“자. 자.”
뒷발로 탁 차버리고 쏙 빠져 들어가더니, 굴속에 들어가 시조를 턱 내든 것이었다.

*이야기 속에 '여의주'가 많이 나오는 게 이유가 있구나. '의사줌치' (뜻대로 이루어지는 주머니 = 화수분)= 여의주 

 

729. (아니리) “네 이놈, 독술아! 내가 네게 하릴없이 죽게 된 것을,
너를 살살 유인하야 이 바우궁기로 살어 들어왔으니,
이것이 모도 의사줌치 아니냐. 이놈아? 어서 날러 가거라.
내 발길이 나가면 해골이 절단나리라, 이놈.”

 *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금방 큰소리치는 토끼

 

730. (엇중모리) 독수리 그제야 돌린 줄을 알고 훨훨 날아가고,
별주부 충성으로 대왕 환후 즉차허고,
토끼는 완연히 그 산중에서 늙다가, 신선따라 월궁으 가서 오약허고 지냈다니,
그 뒤야 뉘 알리오?
언재무궁이나 고수 팔도 아플 것이요, 김연수 목도 아플 지경이니, 어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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