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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7일 22시 17분 등록


인연서설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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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저녁, 그믐달 처연하여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 한편이 날아들었다. 그믐달 옆 저녁별이 보낸 것이다. 가던 길 멈춰 쳐다보는 내 모습이 더 처량해 보였나보다. 선물받은 그 시는 고이 접어 가슴에 넣어둔다. 때때로 꺼내어 깊이 음미해보리라.  미리 넣어 두고 토끼가 간을 꺼내보듯 소중히 새겨보던 이 시를 꺼내 선물에 대한 답시로 보낸다. 나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바스러지는 듯하여 다시 넣어둘 수 밖에 없었는데 그대는 어떨는지.

 

못다한 그리움은 사랑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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