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정야
  • 조회 수 222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11월 29일 23시 27분 등록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로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사랑은 언제나 사랑을 향해 있다. 의식의 절반은 점령 당한지 오래, 어느새 그를 향해 걷고 있다. 궁금하고 그리운 만큼 앉아있어도 누워 있어도 그를 향하게 되는 게 사랑인가 보다. 내가 낸 수만 갈래의 에움길은 어디서 어떻게 엉키어 있는가.

스마트한 세상, 손바닥 위 핫라인도 있고, 뱀처럼 육지를 가로지르고 새처럼 하늘을 날면 될 일이지만 나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오로지 한발한발 걸어가는 길을 택하리라. 님을 찾아 길을 떠났던 황진이처럼 걸음걸음마다 그대 이름 찍어 시를 지으리.

 

엉키고 구부러진 수만 갈래의 길 이으면 그대에게 닿을까? 애통하다, 그대 저 밤하늘에 있으니 내 걸음 닿을 길이 없네.

 


 

IP *.12.30.10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9 시대 / 서찬휘 [2] [2] 형산 2008.05.19 4210
178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4] [13] 햇빛처럼 2011.06.03 4215
177 [3] [2] 백산 2008.08.27 4225
176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 김현승 [1] [2] 나경 2010.06.11 4253
175 체로키 인디언의 축원 기도 [2] 춘희류경민 2008.04.29 4258
174 詩 {청춘} - 사무엘 올만 저 김지현 2008.05.04 4260
173 [014]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햇빛처럼 2012.11.13 4263
172 [잡담]아이들과 함께하는 게임 두개.. 햇빛처럼 2012.01.14 4266
171 뻘에 말뚝 박는 법/ 함 민복 [4] 푸른바다 2008.04.28 4267
170 4주차 과제-8기 예비 연구원(허정화)-내 인생의 33편의 시- 서문 [6] 난다 2012.03.12 4292
169 보름달문을 열고 들어가 [2] [2] idgie 2008.09.12 4294
168 [97] 나의 애송 시(인생찬가- 롱팰로우) [8] 써니 2008.04.21 4298
167 몸과 마음이 아플 때 한수진 2011.02.25 4317
166 -->[re]내면의 평화를 가질 수 있는 요소들 [2] 에르빈 2003.05.26 4320
165 세상을 비추는 아름다운 젊은이 [2] 박창옥 2003.02.13 4328
164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마음 [5] 사무엘 2008.10.05 4328
163 사원의 문 앞에서 -칼리지브란 류춘희 2008.05.05 4334
162 ---->[re]나의 어설픈 견해 [2] 이동훈 2003.02.02 4337
161 아름다운 마음을 열기위한 작은 노력 ! [1] 유민자 2003.06.09 4339
160 [버스안 시 한편]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정야 2014.09.13 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