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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7일 07시 16분 등록

자전거 여행방식 모색가, 홍은택_구달칼럼#34

 

내가 홍은택을 알게 된 것은 창 선배를 통해서였다. 서울도서관 옥상정원에서 매주 모이는 목요회동에서 어느 날 창 선배가 내게 불쑥 책을 한 권 내밀었다. 바로 그 책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홍은택이 쓴 책이었다. 창 선배는 이 정도의 책이라면 여행 서적으로서 손색이 없을 테니 여행기를 쓸 때 참고하라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받긴 했지만 연구원 과제로 주어지는 책을 읽기에도 벅차서 읽지 못하다가 이번 칼럼을 쓰면서 읽게 되었는데 창 선배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Trans America Trail.jpg  

홍은택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전거 여행 방식을 모색하는 라이더로 보인다. 그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쓴 책들을 살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2005년에 미대륙을 횡단한 후, 2006년에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발간하고, 서울로 복귀해 직장생활을 하면서 2007년에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썼다. 그는 미국 대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이라고 한다. 2005 5 26일부터 8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그의 이야기가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미국 횡단은 뭐 그리 대단한 성취가 아니다. 자전거타기는 긴 거리를 달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이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을 우주 속 티끌 같은 인간 존재를 상징하는 하나의 은유로 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한 바퀴, 두 바퀴 나아가는 그것이 삶이라고 한다.

그는 로키산맥을 넘을 때 절정의 감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없었다. 다만 목표에의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강을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후부터는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단다. 페달을 밟는 것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다. 이제 그에게 자전거 타기는 자연의 향기 머금은 바람과의 희롱이며 자유 그 자체가 된 것이다. 그는 자전거 여행으로 인생의 도를 어느 정도 깨친 듯 하다.

 

그러던 홍은택이 서울로 돌아왔다. 아메리카를 횡단한 그가 일원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 출근을 하며 매일 서울을 여행했다고 한다.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는 대단한 여행 후의 자신의 일상에 대해 쓴 에세이다. “자전거는 세상을 보는 눈이다.”라며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며 호연지기를 뽑내던 그가 돌연 서울 속 자전거 타기를 이야기 한다. “라이더들은 창문 밖에서 세상을 360도로 보기 때문에 세상의 켜와 결을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심장을 엔진으로, 두 다리를 피스톤으로 쓰기 때문에 그들이 맘껏 여행할 수 있다면 서울은 역동적이고 조화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자출사(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회원으로서의 증명서는 확실하다.

 

그러나 그가 그냥 바로 자출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미대륙 횡단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후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채 한 달이 안되어 그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자연스레 지하철 투숙객이 되었다. 과거의 그로 되 돌아간 것이다. 그는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 않아 직장인의 출퇴근을 여행으로 만드는 혁명을 시작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 것이다. 출퇴근이 매일 똑 같은 목적지와 출발지를 오가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길 수만 있다면 여행과 같지 않을까? 그에 의하면 결국 여행은 과정이라는 말이다.

 

“대부분 여행을 떠나면 일상이 그립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을 그리워한다. 항상 우리가 원하는 건 길 건너편에 있다. 그러나 만약 여행을 떠나야 여행자가 된다면 진정한 여행자는 아니다. 나는 멀리 가지 않고도 떠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일상을 여행하고 싶다. 출발지와 종착지는 같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이건 내가 원하는 바, 완전 생활여행자 컨셉이다. 그도 여행이 생활이 되고, 일상이 여행이 되는 경지에 이르고자 한다. 하지만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떠나 보았기 때문에 일상의 직장생활 속에서 여행을 생활화 하려는 것이고, 나는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그리우면 돌아 올 수도 있다) 생활여행자를 꿈꾼다는 점이다. 또 다른 차이는 나는 자출은 위험해서 꿈도 못 꾸고 있는데 그는 이미 자출을 넘어 이제 자전거 레이서를 꿈꾸고 있다. 그는 보다 새로운 분야를 모색하는 자전거 인간이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자전거 여행길에 있다.

 

자전거 마니아 열전의 5번 타자가 홍은택인데 그의 책의 컨셉과 문체가 내가 쓰려고 하는 여행기의 한 모델로 다가왔다. 역시 창 선배의 창은 날카로웠다. 우선은 그의 좋은 문체를 필사하면서 책의 구성과 이야기를 엮어가는 방식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겠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은 그 자신의 이색적이고 다양한 여행 경험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된 점에 있다. 이는 기자로서의 자신의 강점을 백분 발휘해서 다른 라이더와 현지인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한겨레신문에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여행을 했다고 하니 여행기에 실을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더욱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였을 것이다. 물론 목적지향의 글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그 때 그 순간의 감동을 전하기에는 연재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자출사로서 홍은택의 꿈은 차가 안 다니는 날을 정해 자전거로 내부순환로를 타고 서울을 관통하는 것이다. 그의 또 다른 꿈은 한반도의 해변을 한 바퀴 도는 ‘판 코리아 트레일’을 만드는 거다. 그는 혼자 꿈꾸면 몽상이지만, 같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을 신봉하는 꿈돌이다. 꿈돌이와 자전거는 닮았다.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페달질을 멈출 수 없듯이 꿈돌이는 꿈꾸기를 멈출 수 없다.

낯선 사람과 함께 잘 지내는 인간친화력, 라이더를 공격하는 개나 운전자들에 두려움 없이 대응하는 용기, 짐승 같은 체력, 사람과 자연에서 느끼는 깊은 감수성 등은 내가 홍은택에게서 배운 값진 선물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말로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 몸으로, 행동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다. 우선 한반도의 해변을 한 바퀴 도는 ‘판 코리아 트레일’을 만드는 것, 이걸 나도 한번 시작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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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1:23:35 *.201.146.217

형님~~~요즘 글쓰기 쪽집게 과외같은 거 받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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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2:49:26 *.124.78.132

구달님 덕분에 자전거 여행가들에 대해 마스터해나가고 있네용 ^^ 세상에는 왜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은걸까요?

이 모든 칼럼들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나올 날이 벌써부터 상상된다는!

ps: 얼마 전에 포도!라고 검색했더니 구달님 칼럼이 2개나 검색창에 떠서 싱기방기 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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