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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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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08시 33분 등록

■칼럼24■

힐링이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불쑥 힐링이 대두했다. 단어가 세상을 만든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딱 맞다, 여겨지는 것이 이 단어가 난무하면서 내 삶이 매번 제대로 힐링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힐링이 뭐냐?라고 물으면 나도 명확하게 이렇습니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 온 몸이 아직 남은 감정의 찌꺼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얘기할 뿐이다. 가장 완벽한 힐링의 방법 또한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로서 그렇게 나는 계속 생각한다. 힐링, 힐링, 힐링이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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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필요한 순간이다!


 아, 힐링이 되려면 커피가 아니라 술이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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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다. 힐링이라면?


 눈도 오는 감성터지는 아침이다. 출근해야 하는 걸 생각하면 복창터지는 날씨이기도 하고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으로 우울함이 돋기도 한다. 이런 날이든 저런 날이든, 남자든 여자든 힐링이 필요한 날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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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 필요한 순간, 남자들은 무엇을 바랄까.

 그리고 여자들은 또, 무엇을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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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웹툰의 한 컷이다. 

재밌는 발상이기도 하고 남녀에 관한 생각의 차이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으하하하 웃고 넘어가기에 애매한 지점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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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핫한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을 두고 하는 포털 싸이트 투표 주제가 재밌다.

  ‘미생' 신입들, 먼훗날 누가 제일 높은 위치에 올라갈까?

 4명을 규정하는 명칭은 이러하다. 안정적인 스펙 장백기, 여자는 안된다는 법 있나? 안영이, 눈치빠른 처세왕 한석율, 스펙 없어도 묵묵한 장그래다. 원체 핫한 드라마이니 재미를 가미한 투표놀음이겠지만 불쑥 기분이 언짢다. 뭐, 이런 재미삼는 투표에서조차 성질드러내냐고, 목숨걸지 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언짢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세상의 질문들이 가슴을 친다. 날씨도 춥고 달력도 한 장 남은 이 마당에. 도대체 뭐가 언짢다는 것인지 포인트를 못 잡으셨다면, 그 대답은 슬퍼진다. 아 정말 이건 한 장 남은 달력 탓에 감성적이 되어 훌쩍이는 것인데 올 한해도 더럽게도 살기 힘들지 않았는가! 내년에도 이러한 삶이 계속되는가 하는 불안과 서글픔이다.

 모두 열심히 살았다 할 것이다. 청춘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2014년을 뒤돌아보며 노력하고 노력하였다고 말할 것이다. 그럼에도 깨지고 부딪쳤고 되지 못하고 얻을 수 없던 것들에 한숨지었다. 이 모든 불안정한 상황에 성질 다독이며 ‘다시 한번’이라거나 ‘내가 부족했어’라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미약한 희망에 기대를 걸어 왔다. 그래, 미약한 희망이라도 꿈꿀 수 있다면 좋은 것이리라. 희망이라는 것이 요즘처럼 독이 되는 때가 있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세상의 중심은 다, ‘내가 잘해야지’가 화두다. 취업하지 못한 것도 결혼하지 못한 것도 모두 ‘내가 못나서’이다. 타인의 언어로 바꾸면 "네가 혹은 너만 못해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이 세상의 모든 고난이 내 탓이라 끌어안으며 노력하는 지점에서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다라는 결과를 통보받지만 그래도 노력, 노력한다. 포털싸이트 물음의 저 4인방도 마찬가지겠지. 그들도 노력,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을 들이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 저 질문에서 4명의 특성은 후천적 특성과 본질사이에 대한 규정이라는 점이 내 언짢음을 유발하는 지점이다. 안정적이든 부족하든 스펙으로 규정된 장백기나 장그래, 성격의 범주로 한석율과 장그래가 규정,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안영이는? 그녀는 어떠한 스펙이나 성격에 대한 규정없이 ‘여자’ 자체로 규정되고 있다. 노력과는 상관없는 본질 자체로,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서 ‘차별’ 받고 있는 대상이다. 높은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 중요성을 떠나 그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이자 도달점일때 다른 이들은 ‘노력’ 여부가 관건이라면 안영이는 ‘존재’자체가 관건이 되고 있다. 존재 자체에서 이미 부정을 함의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가는 길은 순탄할까? 갈 수는 있는 길인가?

 몇 년 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럼을 확대하며 정책 아이디어 공모를 낸 적이 있다. 여성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보다 참신하고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공고가 있고 사무국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넘겨받았다. 마침 자리에 내가 없던 터라 이 통화를 오래 붙들고 있다 넘겨주는 목소리에서 한숨이 묻어 나왔다.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 거에요?”

 대뜸 온갖 성질을 부리는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순화했지만 말투 역시 존칭일리 없었다. 지금 세상이 여자들이 얼마나 ‘차별적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정책을 만드느냐 했다. 한마디로 여자들이 나불대면 안되는데 왜 이런 것들을 만드느냐, 여성을 위한 정책은 필요없다는 난리부르스의 목소리가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나도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참을 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성질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행이 40분 정도의 짧은(?) 통화로 이 아저씨와 바이바이했다. 그 아저씨가 생각하는 방식보다 놀랐던 건, 그런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으로 열을 내며 즉각적인 항의 전화를 했다는 점이었다. 더 생각해보고 살펴보는 것 없이 말이다. 마냥 연세가 있는 아저씨의 '땡깡'이라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여성’을 보는 시각은 ‘문제적’이라는 것을 매년 경험하게 된다. 저런 포털 싸이트의 물음을 단순히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매년 쌓인 경험 탓이기도 하다.

 해묵은 성차별에 관한 논쟁은 삶이 어려워질수록 더해 갈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우리를 짓누를수록 생존 경쟁의 한 축인 여성에 대해 더욱 강한 반감을 가지는 ‘남성’들이 등장을 할 것이다. 여성정책이라던가 여성부가 존재한다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고 이들 부서와 정책을 희화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여성’부가 아니라 ‘여성가족부’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나역시 부서명칭이 전적으로 맘에 드는 건 아니다. 도대체 이러한 생각들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한나라의 수장으로 어떻게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다는 이들의 자서전이나 인터뷰에서도 ‘여성으로서 어떻게’라는 시각을 볼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변화하는 시대에 ‘여성적인 특성’이 필요하고 여성이 능력을 펼칠 것이라 얘기되지만 실상은 얼마만큼 여성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터전인지가 궁금하다. 과거엔 여성의 능력이 없었던가. 영적인 비즈니스의 저자 아니타 로딕도 그녀의 책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비즈니스에 성공하면 앞으로 500년 뒤에 남성과 평등한 경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며, 그로부터 475년 뒤에 남성과 평등한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 하는데, 앞으로 1000년이 더 지나야 남성과 평등해진다면 이것을 발전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라고. 특히, 아름다운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아시아나가 미국에서 착륙사고가 난 이후 우리나라와 미국의 담당자들의 대책방안 회견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다. 미국의 소방국장, 안전국장이 모두 여성이었던 것이다. 당연 저 여성들의 능력은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능력’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일이니 말이다. 조직에서의 ‘유리천장’ 이야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반복될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며 이것을 문화적인 차이다라고만 하고 넘길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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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차이라는 것은 있다. 그 차이가 차별이 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차이를 차별로 가지 않게 하는 정책이란 것이 ‘좋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어쨌든 정책이란 보다 안녕한 인간의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 경쟁이 심화될수록 차이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인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리로 파생된 삶의 현실차이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도 느끼고 있을 것이며 그 차이를 더욱 차이로 만느는 역할을 하는 당사자일 수도 있다. 어떠한 상황이든 이러한 차이로 인해 비롯되는 요구의 차이도 분명 있다. 이러한 요구의 차이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도 제기되긴 하겠지만 차이를 인정하며 이해하는 것이 성별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거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각각의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이 왜 희화화되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삶에 개입된 성별 고정관념이 우리의 의식을 가득채우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점에서 개인의 특성없이 '존재' 자체로 고통받아야 이들, 그 대표가 여성이라는 것. 그것이 안영이로 대표되는 미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것. 미생이 인기를 끌면 끌수록 장그래 말고도 안영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려나?

 올해도 나의 특성과는 별개로 '여성'이라는 변할 수 없는 존재적 특성으로 한 해를 버텨낸 내 삶을 위해 힐링이 필요하다! 그 힐링이 제도적인 정비로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만 아직도 멀기만 한 것을. 어쩌랴, 내년에도 이렇게 버텨야 하기에~힐링, 힐링이 필요한 마지막 달,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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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1:24:32 *.201.146.217

개인적으론 '힐링'이라는 단어보다는 '치유'라는 말이 더 와 닿습니다만.

함께 치유를 위해 노력해 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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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2:47:05 *.124.78.132

저는 요번 글이 정말 더없이 너무 좋았어요 ^^*  힐링받는 느낌!!! 앞으로도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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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14:43:45 *.113.77.122

이제 에움이 다시 살아나는데 ~~ 그 기운 받아서 쭉 밀고 나가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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