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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5일 11시 53분 등록

12월오프수업후기_구달칼럼#36

 

잘못 알고 합정역 9번출구로 나가다가 운 좋게도 반대방향에서 오던 창선배를 만나서 3번출구로 제대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곧 앨리스가 합류하고 참치와 녕이까지 역에서 다섯이 모였다. 눈 쌓인 허그인의 정원을 바라보며 세월의 빠름을 새삼 실감했다. 지난 번 여기 왔을 땐 한참 가을이 무르익은 아름다운 정원에서 모두들 얼싸안고 수다를 떨었는데… 역시나 허그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10시로 시간을 정했으니 그때까진 달달 떨며 기다려야 했다. 여기 주인장은 시간 관념 한번 철두철미하다.

 

멀리 지방에서 눈길을 헤치고 피울, 종종, 에움 순서로 쏙쏙 도착했다. 데카상스 10명 전원과 교육팀 4명도 정시에 입성 완료했다. 여기 모인 우리는 한 가지 공통의 목표가 있기에 이 겨울의 추위도 마다 않고 불원천리길도 찾아 온다. 특히 지방 친구들의 열정는 가히 존경할 만하다. 오직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세상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이렇게 모였고, 또 함께하면 좋았다. 서로 보기만 해도 알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처지에 있는 지를.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글로써 사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것이 가능할 터..

 

이번 수업은 본격적인 책쓰기 준비단계였다. 각자 쓸 책의 주제와 제목을 정하고 차별성과 서문까지 써서 발표했다.

 

희동은 오늘의 맛과 레시피로 맛있는 하루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단다. 하루의 시간과 만나는 사람들, 주어진 여러가지 일들이 하루의 요리 재료라면 이를 잘 섞고 양념을 하여 살 맛을 내게하여 오늘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살 맛을 내는 레시피를 만들 것인지 구체적 사례가 있어야 그가 쓰고자 하는 책이 무엇인지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겠다.

 

앨리스는 책으로 서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가족의 함께 읽기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네 가족이 함께 책을 읽어 왔고 그것을 통해 가족해체의 위기도 극복했다. 지금껏 가장 모범적이고 귀감이 되는 글쓰기를 보여준 앨리스이니 가족이 함께 읽을 책을 잘 선정하여 가족의 독서 경험담을 써 나가면 될 것 같다. 그녀의 가족성장스토리 책이 기대된다.

 

피울은 가장 빛나는 삶의 기록이란 부제의 ‘일상 한 조각’이란 사진 에세이를 쓰겠다고 했다. 딸 다원이가 졸업할 때까지의 13년의 사진 기록에 편지와 메모, 단상 등을 곁들이겠다고 한다. 누군가 <너의 모든 순간>이란 책 제목을 어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관련된 책을 첫 책으로 써서 경력에 보탬이 되게 하는 걸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성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떠나 본인과 가족에게 분명 의미 있는 일인만큼 꼭 발간하길 바란다.

 

어니언은 ‘회사에 들어간 지 3년 후’란 책을 쓰겠다고 한다. 회사 3년차의 좌충우돌 회사 생활기를 써보리라는 생각인데, 비슷한 처지에 있는 3년차 회사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고민과 갈등, 대처법 등 삶의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나왔다. 멋진 아이디어다. 직딩3년차들의 좌충우돌기가 기대된다.

 

찰나는 ‘워킹맘의 죄책감’이란 제목으로 이미 초고까지 썼다. 17년차 삼성전자의 여성 엔지니어로 직장 일과 가사, 아이들 양육을 도맡아 지금까지 끌고온 걸 보면 완전 원더우먼이다. 그 동안의 자녀양육에서 일하는 엄마로 느껴야 했던 자신의 죄책감의 근원을 파헤치며 자신을 찾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썼다. 좌중에서는 너무 많은 자신의 이야기만 중심 없이 나열된 감이 있으니 여러 유형의 워킹맘들의 사례를 인터뷰하여 몇 가지 관점을 정리하여 쓰면 좋겠다는 안이 나왔다.

 

녕이는 ‘책 속의 배움을 실천하다’라는 제목을 언급했는데 이는 책을 읽고, 느낀 바를 실천하고, 그 실천한 것을 책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주일에 책 한 권씩 읽고 실천한 바를 한 꼭지씩 써서 ‘책 속에서 찾은 나의 길 52가지’같은 제목을 달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실천한 바를 쓴다는 것도 추상적이 될 수 있으니 책으로 쓰기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책으로 쓰려면 스스로에게 절실한 주제를 잡아야 하는데, 과제를 위해 정한 것이라면 좀 더 자신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에움은 그녀답게 분노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충분히 분노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녀의 분노는 분노라기 보다는 다소 코믹하다. 그래서 피 끓는 에너지가 분출되기 보다는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녀에게 ‘카멜레온의 분노’를 제시한다. 7가지 색깔로 분노의 유형을 우화적으로 풀어간다면 어떨까?

 

참치는 인터뷰한 책 ‘이은심이 만난 사람들’과 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어는 본인의 강점을 잘 살린 것으로 주제에 맞는 흥미 있는 사람들을 잘 선택하여 쓰는 것이 중요하다. 재혼한 사람들, 바람피는 사람들, 아웃사이더의 사는 법 등은 어떤가?  본인이 흥미 있어 하는 주제와 취재원만 확보한다면 쓸 거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종종은 가슴을 통해 전달되는 회사 이야기, 즉 오피스 에세이를 2번째 쓸 책으로 꼽았다. 변환의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했다. 그녀야 이미 첫 책을 썼으니 어떤 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따끈따끈한 첫 책, <어이없게도 국수>가 발간되어 데카상스와 교육팀에게 친필 싸인을 해서 선물했다. 출판기념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모두들 저자랑 사진 찍겠다고 줄을 섰다. 아, 저 때 저자의 기분은 어떨까? 종종은 여세를 몰아 변경연 송별연에서도 ‘올해의 변경인 상’까지 거머 쥐었다. 변경연 회장님은 참으로 어이없는 당첨이라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시상을 했다. 오늘은 완전 종종의 날이다. 추카추카!

 

구 살롱9 카페에서 벌어진 송년회에서 금년도 책을 낸 6명의 작가들의 5분 스피치가 있었다. <보험인을 위한 VIP보험 마케팅>을 쓴 박중환 저자의 강연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는 책을 2권 썼는데 첫 책을 내었을 때는 이네일 한 통, 강연 하나 섭외 들어온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2번 째 책을 쓰고 나서는 벌써 10번 이상 강연을 했으며 짭짤한 수입도 함께 챙기고 있다고 했다. 첫 책 쓰고 반응이 시원찮아 조용히 맛이 가는 저자들도 있으니 자기 쓰고 싶은 책도 좋지만 쓰기 전에 시장의 트랜드를 반드시 챙길 것을 조언했다.

 

교장샘의 책쓰기에 대한 간결한 팁이 중요하여 여기 적어 본다. 주제와 쓸 거리와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두루마리 시간을 확보하여 일단 초고를 써 내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뻔한 것, 진부한 것은 모조리 잘라내고 기존에 있는 것이라면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서로 연결하여 어떤 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다. 편지를 쓸 때와 같이 이 책을 읽을 독자 한 명은 반드시 정하고 쓴다. 자기에게 있는 것들은 백분 활용하고 없는 것은 공부하면서 쓴다.

 

구달의 <인생역전, 자전거 전국해안일주>에 대한 코멘트로 풍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너무 자전거 길 안내에 치우친 가이드북 같은 느낌이다. 그것보다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맛보는 자전거의 즐거움을 노래하면서 자전거 타기를 권유하고, 본인의 항해경험을 접목하고, 인생전환 사례들을 삽입하는 구성이 좋을 것 같다. 자전거 인생예찬, 구달의 자전거 항해일지, 두 바퀴로 흘러가는 행복 등 여러 가지 책 제목도 나왔다. 큰 수확이다. 참으로 고맙다.

 

끝으로 데카상스의 일원으로 구달의 한 해를 되돌아 보며 송년회에서 했던 인사말로 마무리 한다.

 

아들 꿈이 재벌 2 인데 그녀석이 그러더군요 아빠가 도대체 노력을 하는 같다고
되는 일은 안하고 맨날 자전거나 타고 돌아 다니더니
 
올해는 연구원인가 뭔가 되더니 책에 미쳐버렸다고

암만 생각해봐도 자기 꿈은 물건너 갔다고

 

그래 가만히 생각해 봤죠. 아들의 꿈은 건너 갔지만 꿈은 어찌되나 올해를 결산해보았지요. 남은게 있더라구요
칼럼 35 , 리뷰34, 데카상스 동지10, 교육팀4, 목요회동 멤버 5, 그리고 이루 헤아릴 없는 변경련 선배님들

 

이젠 기안도 잡았으니 떠나는 일만 남은 같아요. 내년엔 훨훨 날아 다닐 같습니다

이게 변경연 아니겠어요. 무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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