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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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아주 오랫동안 고대해온 날이었다.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 구체적인
상품으로 처음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합정역 허그인 2층의
긴 목재 식탁 위에서 우리는 우리가 역사를 알고 있는 첫 번째 책을 만났다. 한 사람의 역사를 알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이것을 집약시킨 어떤 물건이 탄생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다.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은 약간 주술적인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민트색 띠지가 둘린 ‘어이없게도, 국수’ 책은 아주 재치 있고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표지도, 쫀득한 글빨도 국수처럼 가볍고 든든했다. 모든 것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는 물건은 깊은 만족감을 준다. 부산한 축하의 움직임이 대세가 되고, 10시가 조금 넘어 6시 무렵까지 진행된 수업은 약간 들뜬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연구원을 시작할 때 우리 스스로가 지니고 있던 강점과 보완점과 한계는 구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각자가 쓰고 싶어하는 책의 내용과 구성과 문체도 놀라울 만큼
서로 다르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지금 머물고 있는 글쓰기 단계에 따른 고민들이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점이다. 기획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 데에, 초고를 쓴 단계에서는 핵심 메시지의 명확화를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또한 계속해서 시장과 잠재 구매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그들을
적절하게 건드려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니 신경 쓸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같은 단계에 있는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토론해보는 것은 아주 건설적인 논의가 되었다.
중요한 포인트를 빼먹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고, 책의 흐름상 막혀있는 부분을 뚫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책의 잠재적 독자들에게 간단한 사전조사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슷한 단계에 있는 사람을 모아주어 서로의 문제를 보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 그리하여 스스로의 꿈으로 자신을 세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이르든
늦든 이것이 변경연에 오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도 그렇고
꿈벗도 그렇다. 토요일 송년회에서 꿈벗 소풍에 관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주말 동안
틈날 때마다 지난 소풍을 곱씹어보았다. 그러다 연구원과 꿈벗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공동체의 범위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가 꿈을 이룰 가능성도 커진다.
집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구성원 중 누군가가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어내었을 때 그 성취감이 전염된다는
두 번째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종종 연구원의 첫 책을 보았을 때의 감격은, 이 짜릿한 순간이 곧 나에게도 도래할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다. 우리는
모두 여기에 감화된다. 이것은 에너지로 바뀌고 그 덕분에 한 개인은 스스로 갈 수 있는 것보다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다. 검은 가마우지 철새들이 세차게 몰아치는 검은 파도처럼 무리를 지어 비행기로도 몇
시간씩 걸리는 먼 행로를 매년 오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또한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의 어깨에 의지하며 더 멀리, 더 오래, 더 깊게
자기만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그렇게 자신의 독자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 쓰고 가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도록 하루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문제도 같이 돌아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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