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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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프수업은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2014년의 마지막 오프수업이기도 했고, 내가 변경연 식구가 되어 참석하는 첫 변경연 송년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종님의 첫 책을 만나게 되는 날이다. 연구원 과정 중에 벌써 첫 책을 내게 된 종종님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책인 것 마냥 하루 빨리 보고 싶은 생각에 설레임이 가득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오프수업 날이면 늘 느끼곤 했던 왠지 모를 긴장감이 사라진 것을 말이다. 비록 비루한 숙제 결과를 들고 간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기에 야단 맞을 것을 예상했음에도 떨리거나 비관적인 마음 보다는 그저 반가운 얼굴들을 빨리 보고 싶고,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가득했다. 이렇게 오프수업을 즐기게 된 것도 나에게는 올해 가장 큰 수확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쓰고 싶은 책 주제를 발표하는 날, 가장 자신답게 꾸미고 오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왠지 간만에 구질구질한 고학생 모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시 늦을까 봐 버스 안에서 화장을 하기로 하고 방 한구석에 팽개쳐 놓았던 화장품 파우치를 챙겨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그러나 왠걸 버스에 허겁지겁 올라 가방을 열어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장품 대신 여행용 샴푸 등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집다가 다른 가방을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연말 파티 분위기를 조금 내보나 했더니 이런 실수를…이란 실망스런 마음도 잠시 잠깐, 그래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내 모습 또한 참으로 나답다라는 생각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종종님의 책 어이없게도 국수. 시리즈에 어울리게 나는 화려한 축제의 느낌이 드는 12월 오프모임엔 어이없게도 쌩얼이었다. 사실 남편 또한 도시 여자 같은 겉모습의 이면에 소박하고 엉뚱한 구석이 있어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였던가. 회사에 있는, 그리고 학교에 있는 누군가는 내가 허당이라 실망하기도 했다지만, 이런 덜렁거리는 모습도 나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라고 이제는 인정해주고 싶다. 잡스가 완벽하지 않듯. 갑남을녀 중 하나인 나는 더더욱 불완전체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 달 오프수업은 가장 활발하게 토론이 이루어졌다. 나 또한 나의 책을 떠올릴 때는 꽉 막혀 있던 머리가 다른 이들의 책에 대해서는 돌아가기도 했고, 나의 책에 대해서도 많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손을 들어야 발언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름 타자 속도가 빠른 나인데도 회의록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다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였으니 말 다한거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회의록 작성에 고생이 많았던 에움길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 그녀의 역할을 잠시 잠깐이나마 했는데도 어찌나 진땀이 나고 힘들던지... 내가 발표 할 때 그녀는 열심히 타이핑을 하느라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못했지만, 다음 번엔 꼭 듣고 싶다.)
고단한 직장인에게 달콤한 디저트 같은 휴식을 줄 수 있을 희동님의 맛있는 하루 이야기. 바다와 육지를 모두 정복한 영웅 구달님의 자전거로 여는 인생 이야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나가는 많은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앨리스님의 책으로 소통하는 가족 이야기. 이세상 모든 아빠. 더 나아가 가족들에게 아련한 추억의 향수와 따뜻한 가족애를 선사할 피울님의 딸바보 이야기. 3년차 직장인들을 부쩍 도약하게 만들 해언님의 3년차 이야기. 이 땅의 워킹맘들에게 크나큰 안식처가 되어 줄 찰나님의 워킹맘 이야기. 답답한 우리 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혹은 우리네 분노 표출의 원동력이 되어 줄 에움길님의 분노하는 카멜레온 이야기. 인터뷰이가 자발적으로 살아온 인생사와 잊고 싶은 흑역사 까지도 자연스럽게 고백하게 만들 것만 같은 왕참치님의 따뜻한 인터뷰 이야기. 이제 작가로서의 모습이 완연한 종종님의 두 번째 책 회사 인간 이야기까지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그 책도 살아 숨쉬는 듯 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아이디어 일 뿐이지만, 곧 우리 눈 앞에 짠!하고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책은 저자의 삶을 닮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한편 나에게는 조금 더 자아 탐색을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사실 이번 달 숙제는 내게는 최고 고비였다.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과제가 주어진 날 이후로 도서관에 가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져보기도 하고 요리 조리 궁리해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게 혼란스럽게 치닫기도 했다. 그러다 어렵게 결정한 것은 바로 ‘실천’에 관한 주제였다. 더욱 강해 지고 단단해 지고 싶은 나는 자존감이 강하면서도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멘탈갑이 되는 그 날을 꿈꾼다. 또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그래서 그 동안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부족한 것들에 대해, 혹은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노력해보겠노라 다짐을 해왔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달성된 것은 많이 없고 늘 다짐하기만 하는 모양새인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한심하다고 생각하기에는 늘 반복되어 오던 문제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처럼 작심삼일에 그치는 사람들을 위한 나만의 실험 보고서를 써보고 싶어졌었다. 그러나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 피드백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번 달도 다짐의 여왕 코스프레를 할 수 밖에 없겠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책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더욱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이제 갓 잉태된 책들이 앞으로의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자라 그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나 또한 다음 번 오프 모임 때는 더 깊어진 자아 탐색을 통해 나만의 소울이 팍팍 느껴지는 책 기획안을 쓸 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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