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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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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6일 10시 54분 등록

■오프후기■

눈 내리는 날


플랫폼으로 눈발이 거침없이 들어왔다. 새벽이라 먼 길을 떠나느라 더 매섭게 여겨지는 눈발이었다. 기후변화는 오래도록 눈없던 도시에 눈을 보게 해 주었다. 변화라는 건 언젠가는 이토록 눈에 띄는 모습을 드러내는 걸 거다. 언제고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일 날을 위해 2014년 한 해를 새로운 이들과 함께 했고 그 하나로서 출간기획의 첫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새벽 5시, 집을 떠난 지 5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서울에 도착했고 지난 수업을 했던 곳이었음에도 까페를 찾는데 헤맸다. 이 헤맴이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헤매다 아주 익숙한 간판을 보았을 때다. 그 간판은 오래전 그녀가 내민 명함의 디자인과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난 이후 칩거하며 자연스레 희소식만을 날리던 나였기에 그녀를 본 지도 통화를 한 지도 오래되었던 참이었다. 수업 중간에 그녀에게 전화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이후 그녀와 통화가 되었는데 나에 대한 걱정과 반가움이 묻어 나왔다. 다시 합정역을 찾게 되면 예전처럼 그녀와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게 될 터였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전화를 걸었던 것도 내 변화의 한 부분이 될까. 시간 준수에 엄격했던 내가 수업 시간에 많이 늦고도 별로 종종거리지 않은 것도.

 늦은 시간에 비해 수업의 진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홀로 뭔가 들뜬 느낌을 느낀 건 아닌듯하다. 벌써 한 해의 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떤 책을 쓸 것인가로 책쓰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점이기도 했고, 그 시점에 딱 어이없게도 국수가 나와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막연하게 여겨지는 책의 출간이 종종 언니의 책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여전히 이 모든 것이 환상 속의 일같이 여겨지지만 말이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예전의 편집 기획을 세우며 회의를 하고 출판사에서 밤을 지새우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어렸지만 분명 나는 열정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힘들다는 것을 지울 수 있었다. 책 한권이 나온다는 것은 늘 그 과정의 힘듦을 잊게 만드는 주술같은 힘이 있었다. 오타와 씨름하고 편집틀이 어그러지지 않았는지 졸인 마음으로 확인하는 작업까지를 완료하면 지겹게 보던 글들이 달라 보이기도 했었다. 무던히도 고쳤던 문장들이 A4에서 출력해서 볼 때와는 달리 때깔 옷을 입고 자리잡은 것을 보면 참 흐뭇했었다. 내 책이든 남의 책이든, 책이든 보고서든 팜플릿이든 자료집이든, 어쨌든 모든 인쇄되는 책자에 대한 애착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설렁 설렁 첫 책의 컨셉을 정하면서 결국 아이디어는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는 이미 책으로 나온 것을, 안타깝게도 2014년도 출간이기까지 한 것을 보면서 결국 무엇을 하려거든 늘 먼저, 일찍, 빠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정말, 하려거든 말이다.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글쓰기, 책쓰기 강좌도 많고 글쓰기, 책쓰기 책들도 많고.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책을 내고 싶어했을까? 학창시절만 해도 글쓰기 수업은 다들 꺼려했고 글쓰기 숙제 또한 싫어했던 것 같은데. 직장생활에서도 ‘글’과 관련된 일들을 기피하던 많은 이들을 본 것 같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하고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글쓰기와 책쓰기의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출간과 함께 더욱 통통튀는 종종 언니의 모습에서도 글쓰기와 책출간이 가져다주는 ‘힐링’의 요소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책출간이 전하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저자 싸인까지 더한 책을 선물해준 종종 언니에게 고맙고, 다시 한번 강종희 작가님 축하합니다~! 대박나시오~!를 외친다.

 막연했던 한 해가 지고 있고 막연했던 글쓰기는 여전히 막막하기는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토의를 벌이는 것은 신난다. 무엇엔가 쏟을 힘과 열정이 생긴다면 그 또한 기쁜 일, 푼수짓에서 벗어나 좀더 진중한 생각들을 접할 때이다. 

 

 







IP *.85.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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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4:24:19 *.196.54.42

출간과 함께 더욱 통통튀는 종종으로부터 우린 더욱 큰 선물을 받았죠.

"무엇엔가 쏟을 힘과 열정이 생긴다면 그 또한 기쁜 일"

능력과 추진력을 다 갖춘 에움이니 이젠 분노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일만 남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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