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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6일 11시 49분 등록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1.



1. 저자에 대하여


■ 월터 아이작슨 Walter Isaacson ■ 

출생/사

1952.5.20. 미국 뉴올리언스

활동분야

아스펜연구소 회장, 최고경영자. 전문 전기 작가.

• 발 자 취 •  

• 저 서 •

1974. 하버드대학교 역사와 문학 전공

1976.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1978~2001. 타임 편집장

2001~2003. CNN 최고경영자

2003~. 아스펜연구소(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 기관) 회장, 최고경영자

2012. 2012년 미국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2013.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 (예술의 왕립 학회)

2015. 니콜스-장관의 메달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와 「라디오 프리 유럽」등 미국의 국영 국제 방송을 관장하는 미 방송위원회의 회장직 수행

『아인스타인―그의 인생과 우주』

『벤저민 프랭클린―한 미국인의 삶』

『키신저 전기』

『현명한 여섯 친구와 그들이 만든 세계』등.


월터 아이작슨은 전문 전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기관의 CEO이며 타임지의 편집장과 CNN CEO를 역임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전기 작가를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특히 그가 특정한 인물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데 매우 유용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 해도 잡스와 관련된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쉽게 쉽게(?) 저자를 만나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물론 그가 이 세계에 영향력 있는 작가였고 무언가 믿을 만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잡스의 전기를 통해 느낀 바 스티브는 매우 까다롭고 괴팍한 인물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써줄 사람으로 월터 아이작슨을 택했으니 말이다.

 참 희한하게도 전기를 읽는데 스티브보다 월터 아이작슨에게 관심이 더 쏠린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잘 전개했지? 인터뷰 대상에 몰입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얽히지도 않은 채 어떻게 글을 정리할까. 그것이 전기 작가로서의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전기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분명 그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스스로의 이름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게다가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분명 스티브에게서 나왔음에도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목소리로 연결되기 마련이니, 내가 스티브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저자의 시선과 같은 것일까? 상당한 관찰자적 시선과 제3의 시선으로 글을 써내려가려고 했던 것이 보인다. 글을 쓰는 과저에서 특히나 인터뷰를 하고 타인의 전기를 서술하는 과정에서의 전하는 이의 ‘감정전이’에 대한 부분을 깊게 생각해 본다.

 

 


참고 자료


•알라딘, yes24 저자소개

•위키피디아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 어린 시절 ― 버려지고 선택받다


p25 버림받음, 선택받음, 그리고 특별함. 이러한 개념들은 잡스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스스로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은 한결같이 출생 직후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그에게 모종의 상처를 남겼다고 말한다. “무엇을 만들든 완전히 통제하려 드는 그의 집착은 출생 직후 버려졌다는 사실과 그의 성격에서 직접적으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동료인 델 요캄의 말이다. “그는 주위 환경을 조종하고 싶어 하고, 자기가 개발하는 제품을 자기 자신의 확장으로 간주합니다.” 대학 졸업 직후 잡스와 친해진 그레그 칼훈은 또 다른 영향에 대해 얘기한다. “스티브는 버림받은 것과 그것이 자기에게 안겨 준 고통에 대해 많이 얘기했어요. 그게 스티브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지요. 비유하자면 그는 다른 드러머의 비트를 따라간 셈인데, 자신이 태어난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속해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겁니다.”


p29 그는 아버지가 보다 나은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 비굴한 태도나 교활한 면모를 키우지 않은 것을 크게 자랑스러워했다. "부동산을 팔려면 정말 사람들 비위를 잘 맞춰야 했는데, 아버지는 그런 것에 능하지 않으셨지요. 성향 자체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거든요. 그게 나는 존경스러웠어요."


p35 곧, 잡스는 천성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권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동안 경험했던 것과 다른 종류의 권위를 경험하게 된 거지요. 그게 제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들은 강압적으로 누르려고만 했어요. 제 안에 있는 모든 호기심을 다 없애 버리려 애썼지요.”


p36 폴 잡스가 교사에게 말했다.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선생님들 잘못이지요.”


p45~46 잡스는 그러한 하나님을 숭배하는 일과는 어떠한 관련도 맺기 싫다고 선언했고,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나중에 다른 종교에 발을 들여놓는다. 선불교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수년을 보내는 것이다. 훗날 자신이 경험한 영적인 감정들을 돌아보면서, 그는 종교가 교리 수용보다는 영적인 체험을 강조할 때 최상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앙보다는 예수님처럼 살거나 예수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오히려 신앙 그 자체만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기독교가 핵심을 잃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다. “각 종교는 동일한 집에 들어가기 위한 각기 다른 문이라 생각해요. 어떨 때는 그 집이 존재하나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떨 때는 안 그래요. 엄청난 미스터리지요.”


3 자퇴 ― 환각과 성찰


p65 잡스의 괴팍함은 일종의 연마된 모습이었다. 평생에 걸쳐 진행되었던 강박적인 식생활 실험을 막 시작한 터였고(오직 과일과 야채만 먹었다) 그래서 경주견처럼 바싹 마르고 단단해 보였다. 그는 또한 눈을 깜박이지 않고 상대를 응시하는 법을 갈고닦았으며 길게 침묵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날카롭고 빠르게 말을 쏟아 내는 법을 완성했다. 강렬함과 냉담함이 기이하게 조합된 데다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듬성듬성 기른 수염까지 더해져 그는 광기에 싸인 주술사 분위기를 풍겼다. 잡스는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와 기이한 행태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그는 발을 질질 끌며 돌아다녔고 반은 미친 듯 보였어요.” 브레넌의 회상이다. “무슨 고뇌에 그렇게 시달리는지 마치 거대한 어둠이 그를 둘러싼 것 같았다니까요.”


p68 잡스가 리드에 입학하기 5년 전, 환각을 통한 깨달음을 설파해 LSD의 구루로 통하던 티모시 리어리가 ‘영적 발견을 위한 연맹’을 결성할 목적으로 대학교들을 순례하던 중 리드에 들러 설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학생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과거의 모든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내면의 신성을 찾기 위해 수양합니다……. 그러한 고대의 목표를 현재의 은유로 정의하면 이렇습니다. 환각 상태에 들어가 신성에 파장을 맞추고 속세를 벗어나라!”


p71 동양 불교, 특히 선불교에 대한 잡스의 관심은 단지 한때의 흥미나 젊은 시절의 취미가 아니었다. 그는 특유의 열성으로 그것을 받아들였고, 결국 자신의 인성 깊은 곳에 뿌리내리게 했다. “스티브는 선에 심취한 사람입니다. 젊은 시절에 받은 영향이 더욱 깊어진 거지요. 그의 모든 접근 방식은 순전한 미니멀리즘적 미학과 강렬한 집중이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다 선에서 얻은 겁니다.” 잡스는 또한 불교에서 강조하는 직관적 통찰에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 “직관적 이해와 자각이 추상적 사고와 지적 논리 분석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잡스의 말이다. 그렇지만 그의 극단적 열성 탓에 진정한 열반을 성취하기는 어려웠다. 선을 통한 그의 자각은 내면의 평정이나 마음의 평안, 대인 관계의 원숙함 등을 충분히 수반하지는 못했다.


p73 채식주의와 선불교, 명성과 영성, 환각과 록 음악. 잡스는 이 모든 것을 흥분된 상태로 넘나들며, 깨달음을 구하는 당대 캠퍼스 하위문화의 특징이라 할 다중 충동을 채우려 애썼다. 그리고 리드에서는 거의 탐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의 영혼 저변에는 전자공학 괴짜 기질이 흐르고 있었다. 언젠가 나머지 모든 면모들과 놀라울 정도로 조화를 이루게 될 그 기질 말이다.


p74 프리들랜드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그의 극단적인 열성이었습니다. 무엇에든 흥미만 느끼며 그는 불합리할 정도의 극단으로 그것을 밀어붙였습니다. 잡스는 이미 응시와 침묵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기술을 갈고닦은 상태였다.


p79 캘리그라피 수강은 잡스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 세워 놓으려고 시도했음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는 나중에 자신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서 기술에다 멋진 디자인과 외양, 느낌, 품위, 인간미, 심지어 로맨스가지 결합하려 애썼다. 또한 친근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캘리그라피 수강은 이런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제가 만약 대학 시절에 그 수업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맥은 그렇게 다양한 활자체와 비율에 맞게 공간이 할애된 폰트를 결코 갖추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이 윈도는 그저 맥을 보망한 것뿐이니까 어떤 퍼스널 컴퓨터에도 그러한 다양성이 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p80 그는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환각제가 자신을 깨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평가한다. “LSD는 심오한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였지요. LSD는 사물에 이면이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할 수 없었지만 뭔가를 보았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저의 인식을 강화해 주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멋진 무언가를 창출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역사의 흐름과 인간 의식의 흐름 속에 되돌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4 아타리와 인도 ― 게임 설계 기술과 선(禪)


p83 교만에도(아니, 어쩌면 그 때문에) 잡스는 아타리의 사장을 매혹할 수 있었다. “스티브는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철학적이었습니다.” 부시넬의 회상이다. “우리는 종종 결정론과 자유의지론을 놓고 토롤ㄴ을 벌였지요. 나는 세상 모든 일이 일정한 인과관계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는 편이었어요. 따라서 완벽한 정보만 있으면 사람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뭐 그렇게 본 거지요. 하지만 스티브는 그와 정반대의 견해를 펼치곤 했습니다.” 그러한 관점은 의지력으로 현실을 조정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p92 동양 사상과 힌두교, 선불교, 깨달음에 대한 잡스의 관심은 단순히 열아홉 청춘이 잠시 보인 객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후 평생에 걸쳐 그는 동양 사상이 많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애쓴다. 그런 개념들 중 하나가 반야로사, 이는 정신의 집중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험하는 근원적 지혜를 의미한다.


p92 "제가 보기에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깨달음은 제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구에서 중시하는 이성적인 사고는 인간의 본연적인 특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며 서구 문명이 이루어 낸 훌륭한 성취이기도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학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른 무언가를 터득했는데,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성 못지않게 가치가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직관과 경험적 지혜의 힘입니다.“


p95 자아 탐구와 깨달음을 향한 강박에 가까운 열정으로 인해 잡스는 프라이멀 요법(유아기에 억압된 감정을 해소함으로써 심신을 회복하는 치유법)도 경험하기에 이른다. 이 요법은 로스앤젤러스의 심리 전문가 아서 야노프가 개발하여 널리 알려졌다. 내면에 억눌려 있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 고통이 성인이 되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토대로 한 치료법이었다. 야노프는 유년기의 경험을 재현하고 억눌려 있던 고통을 겉으로 표출함으로써(때로는 소리 지르른 행위를 통해) 심리적 문제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잡스는 이것이 상당히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성적 분석이 아니라 직관적 감정과 감성적 행위를 활용하는 요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술회했다. “그건 그냥 머리로만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뭔가를 직접 행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으로 뛰어든 다음, 한 차원 높은 통찰력을 얻어 나오는 것이었지요.”


p96 "그는 입양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자기 탐구에 많은 시간을 매달렸고, 그에 대해서 제게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칼훈의 얘기다. ”프라이멀 요법, 디톡스 식생활, 이런 것들 모두가 스스로를 정화해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좌절감에 더욱 깊이 파고들어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깊이 분노한다고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


p97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확신을 굳히면, 그는 반드시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5 애플 Ⅰ ― 켜고 부팅하고 교감하라


p105 이 시대 문화적 흐름의 또 다른 물줄기를 형성한 것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의 비트 세대를 주축으로 일어난 히피 운동, 그리고 버클리 대학교의 언론 자유 운동을 발판 삼은 저항적 정치 운동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 깨달음과 자유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도 공존했다. 선불교와 힌두교, 명상과 요가, 프라이멀 요법, 감각 차단을 통한 깨달음 얻기, 에설런 협회의 인간 잠재력 계발 운동 등이 그것이다.

1960년대 말.


p107 브랜드는 훗날 이렇게 술회했다. "우리 세대 사람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중앙화된 통제 도구의 대표적 물건이라면서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해커라고 불리는 소수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받아들였고 그것을 자유를 위한 도구로 바꾸기 시작했지요. 돌아보면 그거야말로 미래로 가는 진정한 지름길이었어요."


p116 때때로 잡스는 악마의 조종을 받는 사람처럼 독한 면을 드러냈지만, 위즈는 천사의 조종을 받는 순진한 청년처럼 보였다. 잡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허세도 부릴 줄 알았고 가끔은 사람들을 조종하기 했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상대를 매료하기도 했지만, 냉정하고 혹독한 모습도 보였다. 반면 위즈는 부끄럼을 타고 사교성이 부족해서 가끔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잡스는 위즈의 공학적 천재성을 존경했고, 위즈는 잡스의 비즈니스 감각을 존중했다.


p123 "소비자의 필요와 감정과 동기만 알 수 있다면,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6 애플 Ⅱ ― 새로운 시대의 여명


p129 “자네는 돈을 가져갈 자격이 없네. 아무것도 만들지 않잖은가?” 잡스는 분한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격상 그럴 만도 했다. 그는 결코 감정을 속으로 억누르는 타입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p136 "위즈는 놀라운 기계를 설계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아마 그 물건은 컴퓨터 애호가들이 드나드는 상점에만 남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애플 11가 위즈의 창조물로 여겼다. 이것이 잡스로 하여금 자신만의 것을 부릴 수 있는 또 다른 창조물을 만들도록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p136 마쿨라는 잡스에게 마케팅과 세일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잡스는 말한다. “마이크는 제게 보호막 같은 존재였어요. 저와 가치관도 굉장히 비슷했고요. 그는 절대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차려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쏟아부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닐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지요.”


p136~137 마쿨라는 ‘애플의 마케팅 철학’을 종이 한 쪽으로 정리했다. 이 문서에서 그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공감’이었다. 즉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고객의 욕구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둘째는 ‘집중’이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을 훌륭하게 완수해 내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서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원칙은 ‘인상’이었다. 사람들이 기업이나 제품이 전달하는 신호와 분위기를 토대로 그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특정한 의견을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원칙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은 표지다. 우리가 최고의 제품, 최고의 품질, 가장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해도 그것을 형편없는 방식으로 소개하면 그것은 형편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창의적이고 전문가다운 방식으로 소개하면, 그것이 최상의 품질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게 된다.”


p197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p144 “그는 제품에 대한 열정이 강박에 가까울 만큼 남달랐습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는 열정 말입니다.” 반면 마이크 스콧은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용주의를 우선시하는 타입이었다. 두 사람은 애플 II의 케이스 디자인을 놓고도 충돌했다. 플라스틱 케이스 색깔을 결정하기 위해 애플이 선택했던 색상 전문 업체 팬톤 사는 2000가지 종류의 베이지색을 갖추고 있었다. 스콧은 이렇게 회상한다. “세상에, 스티브는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했어요. 좀 더 다른 베이지색을 원했어요. 결국 제가 나서서 설득해야 했지요.” 케이스 디자인의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할 때도 잡스는 모서리 부분을 어느 정도로 둥글게 만들어야 할지를 놓고 며칠 동안 고민했다.


p146 "워즈는 훗날 놀라운 기계를 설계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아마 그 물건은 지금도 컴퓨터 애호가들이 드나드는 상점에만 남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애플 Ⅱ가 워즈의 창조물이라고 여겼다. 이것이 잡스로 하여금 자신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창조물을 만들도록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7 크리스앤과 리사 ― 자신이 버림받은 사람이었기에……


p151 스티브는 어느 순간 상대방에게 완전히 몰두하다가도, 또 어느새 차갑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오싹할 만큼 냉정한 면이 있는 친구였지요.“


8 제록스와 리사 ―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p162 이 연구 센터의 선구적 인물 가운데 앨런 케이가 있었다. 그는 잡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다음 두 격언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p166~167 애플이 PARC의 기술을 가져다 쓴 것은 IT 업계 역사상 각장 의미심장한 도둑질로 간주되곤 한다. 잡스는 때때로 그것을 자랑스럽게 인정했다. “요약하면, 역사에 등장한 최고의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접목해 활용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지요.” 언젠가 잡스는 말했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


p170 앳킨슨은 회상한다. “모르고 덤비는 도전이 지닌 힘을 깨달았어요. 불가능하다고는 아예 생각조차 안 했기 때문에 결국 해낼 수 있었던 거지요.”


9 기업공개 ―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은 남자


p177~178 벼락부자가 되기 전이나 후에도, 그리고 재정적 궁지에 몰리거나 엄청난 부를 누린 시기를 포함해 그의 삶 전체에서, 부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태도는 상당히 이중적이었다. 그는 반물질주의를 지향하는 히피였지만, 설계한 기계를 무료로 나눠 주고 싶어 하는 친구의 고안물들을 상업적으로 활용했다. 또 선불교 신봉자로서 인도 순례 여행에도 다녀왔지만 그 후엔 사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모든 태도와 가관들이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한데 얽혀서 잡스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p179 “애플의 많은 사람들은 웬만큼 돈을 만지기 시작하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고급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몰기 시작하고 집도 여러 채 장만하더군요. 각각의 집에 지배인도 두고, 나중에는 그 지배인을 관리할 또 다른 누군가를 고용하고요. 그들의 아내는 성형수술을 자꾸 해서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 갔습니다. 나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정신 나간 짓이에요. 나는 돈이 내 인생을 망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p181~182 잡스에게는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이 자기 세대보다 더 물질주의적이고 경력이나 취업에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말했다. “제가 학교를 다닌 시절은 1960년대를 막 지난 직후였고, 지금처럼 현실적인 목표 의식을 가진 세대가 등장하기 전이었지요. 요즘 학생들은 이상을 추구하려는 생각을 하질 않아요. 경영 수업만 열심히 받지, 이 시대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철학적인 문제들에 시간을 쏟고 싶어 하지 않지요.”


10 맥의 탄생 ― 혁명을 원한다고 말하라


p189 “스티브는 ‘뛰어내려라’하고 말하면 사람들이 곧바로 자기 앞에서 뛰어내리길 원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신뢰도 안 갔고요. 또 자신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치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마치 후광이 비치는 사람을 보듯 자신을 숭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11 현실 왜곡장 ― 자신만의 규칙을 고집하는 보스


p200 물론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왜곡한다. 잡스의 경우, 그것은 종종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술책에 능한 잡스와 달리 선천적으로 정직했던 워즈는 잡스의 그러한 능력이 발휘하는 효과에 대해 늘 놀라워했다. “미래의 일과 관련해 비논리적인 비전을 품을 때 그는 현실을 왜곡하곤 하지요. 브레이크 아웃 게임을 단 며칠 안에 설계할 수 있다고 저한테 거듭 강조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걸 저도 알았지만, 어쨌든 스티브의 주장에 끌려갔고 그걸 해냈잖아요.”


p204 그의 개인 생활과 회사 모두를 돌아보면 그와 친한 핵심 인물들 대부분이 아부에 능한 사람이 아닌 강한 심성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맥 팀은 이 점을 간파했다. 1981년부터 그들은 매년 잡스에게 가장 당당하게 맞선 사람을 뽑아 상을 수여했다. 물론 반은 장난이었지만 부분적으로는 진짜 상이기도 했다. 잡스는 그 상에 대해 알고는 마음에 들어 했다.


p206 잡스의 과민한 행동 방식의 일부는 그의 완벽주의에서, 그리고 제품을 시간 및 예산에 맞춰 완성하기 위해 실용적인(심지어는 현명한) 타협을 하는 사람들을 용인하지 못하는 그의 성향에서 비롯했다.


p206 하루는 잡스가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던 엔지니어 래리 케니언의 작업 공간으로 찾아갔다. 그러고는 부팅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케니언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잡스는 그의 말을 끊었다. "만약 그걸로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부팅 시간을 10초 줄일 방법을 찾아볼 의향이 있는가?" 그가 물었다. 케니언은 그럴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잡스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더니 만약 맥 사용자가 500만명인데 컴퓨터를 부팅하는데 매일 10초를 덜 사용한다면 그들이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연간 3억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100명의 사람들의 일생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래리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몇 주 후에 보니 부팅 시간을 28초나 앞당겨 놓았어요" 앳킨스는 회상한다."스티브는 큰 그림을 보며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p207 "잡스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설계 팀에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라고 독려했어요" 허츠펠드는 말한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가능한 한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것, 혹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잡스는 심지어 팀을 데리고 루이스 티파니의 유리 제품 전시회를 보러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은 적도 있었다. 대량생산할 수 있는 위대한 예술품을 창출하는 티파니의 예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루이스 티파니가 제품을 손수 제작하는 대신 어떻게 자신의 디자인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버드 트리블은 회상한다. "스스로 이런 다짐들을 했어요. '어차피 뭔가를 만들 거라면 이왕이면 아름답게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12 디자인 ― 진정한 예술가는 단순화에 목숨 건다


p215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느낌을 줘야 해. 폭스바겐의 비틀처럼 말이야. 위대한 예술품은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확장시키지."


p217~218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소!” 잡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열을 내며 말했다. “이 방 안을 둘러보라고!” 그는 화이트보드와 테이블 위, 그리고 모서리가 둥근 다른 직사각형의 물체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깥을 내다보면 더 있소. 거의 보는 곳마다 다 있다고!” 그는 앳킨슨을 이끌고 산책을 하며 자동차 창문과 게시판, 거리의 표지판 등을 보여 주었다. “세 블록 왔는데 열일곱 가지 예를 찾았어요.” 잡스가 말한다. “그가 완전히 납득할 때까지 여기저기에서 다 찾아냈지요.” “그가 마침내 주차 금지 표지판에 다가갔을 때,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네, 회장님 말씀이 옳아요. 제가 졌습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허츠펠드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빌은 다음 날 오후 만면에 웃음을 띠고 텍사코 타워스로 돌아왔어요. 그의 데모는 이제 모서리가 둥근 아름다운 직사각형들을 굉장한 속도로 그릴 수 있게 되었지요.” 리사와 맥, 그리고 이후 거의 모든 컴퓨터의 대화 상자와 창 들은 둥근 모서리를 가지게 되었다.


p222 잡스는 열정적인 장인 정신의 특징은 숨어 있는 부분까지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철저를 기하는 것임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이 철학의 가장 극단적이고 두드러진 실천 사례는 잡스가 칩과 다른 부품 들을 부착하고 매킨토시 내부 깊숙한 곳에 들어갈 인쇄 회로 기판을 철저하게 검사한 경우였다. 어떠한 소비자도 그걸 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잡스는 인쇄 회로 기판을 심미학적인 토대로 비평하기 시작했다. “저 부분 정말 예쁘네. 하지만 메모리 칩들을 좀 봐. 너무 추하잖아. 선들이 너무 달라붙었어.”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 중 한 명이 끼어들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중요한 건 그게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 하는 겁니다. PC 회로 기판을 들여다볼 소비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잡스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어야 해. 박스 안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말이야.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아.” 몇 년 후 매킨토시가 출시되고 나서 한 어느 인터뷰에서, 잡스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p223 마침내 디자인이 완성되었을 때, 잡스는 매킨토시 팀을 모아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작품에 사인을 남기지." 그가 말했다. 그러곤 제도용지 한 장과 펜을 꺼내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쓰게 했다. 그들의 서명은 모든 매킨토시 내부에 새겨질 것이었다. 내부를 들여다볼 일이 있는 수리공이 아니라면 아무도 보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팀원들은 모두 자신의 서명이 컴퓨터 속에 들어 있음을 알았다. 회로 기판이 최대한 아름답게 설계되었음을 알듯이 말이다. 잡스는 그들을 한 명 한 명씩 호명했다. 베럴 스미스가 먼저였다. 잡스는 45명의 차례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종이의 정중앙에 여백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이름을 소문자로 근사하게 휘갈겼다. 그러고 나서 샴페인으로 건배를 제안했다. 앳킨슨은 말한다. "바로 그런 순간을 통해 우리가 우리 작품을 예술로 보도록 한 겁니다."


13 맥 만들기 ―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p227 잡스는 경력 전체에 걸쳐 스스로를 사악한 제국에 맞서는 깬 반항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제다이 전사 혹은 일본의 사무라이처럼 말이다.


p229~230 잡스가 맥을 리사의 아키텍처와 호환되게 만들길 꺼려한 이유는 단지 경쟁의식이나 복수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통제에 집착하는 그의 성향과 관련된 철학적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는 컴퓨터가 진정 위대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어떤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들에서도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들에 문호를 개방하면 결국 고유한 기능성 이부를 희생하게 될 것이 자명했다.


p230 “잡스는 고집이 센 엘리트주의 예술가이며, 자신의 창작물이 형편없는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제멋대로 수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디넷>의 편집자 댄 피버는 이렇게 썼다. “그에게 그것은 마치 거리의 누군가가 피카소 그림에 붓질을 몇 차례 더하거나 밥 딜런의 노랫말을 임의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p237 잡스는 직원 채용 과정에도 통제권을 행사했다. 그의 목표는 창의적이고 지독하게 똑똑하며 약간은 반항적인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14 스컬리를 영입하다 ― 펩시 챌린지


p260 매킨토시 출시 및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스컬리는 맥 가격을 500달러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케팅 비용이 생산비 못지않게 들어갈 것이므로 그 비용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잡스는 강하게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지향하던 신념이 완전히 깨집니다. 나는 맥으로 이윤을 짜내고 싶은 게 아니라 혁명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 거라고요.”


15 매킨토시 출시 ―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


p277 잡스가 무엇보다도 예민하게 신경을 쓴 것은 자신의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스컬리는 회상한다. “그는 슬라이드 자료를 집어 던졌어요. 스티브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미치려고 했습니다. 어딘가 조금만 미흡한 점이 보여도 무대 담당자한테 불같이 화를 냈거든요.”


16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 두 궤도의 교차


p285 천문학에서는 두 별이 중력의 상호작용 때문에 궤도가 서로 얽히는 것을 가리켜 연성계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궤도를 선회하는 두 거성 간의 관계와 경쟁의식으로 한 시대가 형성되는, 연성계와 유사한 상황을 간간히 볼 수 있다. 20세기 물리학 세계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또는 초기 미국 정계의 토머스 제퍼슨과 알렌산더 해밀턴을 예로 들 수 있다.


p285 게이츠는 잡스와 달리 컴퓨터 코딩을 이해했다. 그의 사고방식은 잡스보다 더 실용적이고 질서 정연했으며, 분석적 처리 능력이 풍부했다. 반대로 잡슨느 직관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는 기술을 유용하게 만들고 디자인에 매력을 불어넣으며 인터페이스를 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소질이 있었다.


p290 "스티브는 궁극적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 모드에 빠져들었지요. 맥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선언하며 사람들에게 미친 듯이 일을 시켰어요. 엄청난 긴장과 복잡한 인간관계도 수박됐고요.“ 잡스는 때로 매우 고조된 감정이었다가 이내 게이츠에게 자신의 두려움들을 털어놓는 상태로 침잠하기도 했다. 


p297 사실 애플은 창조력과 상상력이 더 풍부했으며 실현해 내는 방식도 더 품격 있었고 디자인 역시 더 뛰어났다. 하지만 남의 것을 대충 모방하여 일련의 제품을 생산했다 해도 결국 운영체제 전재으이 승자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이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일종의 심미적 결함이 있음을 드러낸다. 가장 품질이 높고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10년 후 잡스는 다소 교만하고 도가 지나치긴 하지만 약간의 진실도 포함된 불평을 내뱉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문제는 미적 감각이 없다는 겁니다. 사소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중요한 의미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도 못하고 제품에 문화적인 요소를 별로 가미하지도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슬프네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때문이 아닙니다. 어쨌든 노력으로 얻은 결과니까요.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그저 그들이 삼류 제품만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17 이카로스 ― 올라가는 것은……


p308 잡스가 애플의 프랑스 지사장 장루이 가세를 만난 것도 이 출장 때였다. 가세는 잡스의 출장 중 그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데 성공한 몇 안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스티브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를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보다 더 심하게 진상을 부리는 겁니다. 그의 옷깃을 부여잡고 그만하라고 말한 게 생각나요. 그러자 그가 물러섰지요. 저 자신도 한때 분노로 가득한 사람이었어요. 예전에 진상이었다가 상태가 호전된 경우지요. 그래서 스티브 안에서 그런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고요."


p310 나중에 호프먼이 안타까워했듯이 “현실 왜곡장은 추진제가 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현실 자체에 일격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p314~315 사람의 생각들은 머릿속에 마치 임시 구조물을 세우는 것처럼 모종의 패턴을 형성합니다. 사실은 화학약품으로 패턴을 에칭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레코드판의 홈과 같은 그런 패턴에 끼어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나는 항상 애플과 연결돼 있을 겁니다. 인생 전체에 걸쳐 나의 ‘인생의 실’과 ‘애플의 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융단을 만들어 내길 바랍니다.

     예술가로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면 너무 자주 뒤돌아보면 안 됩니다. 그동안 무엇을 해 왔든, 어떤 사람이었든 다 버릴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바깥세상이 당신에게 '이게 바로 너'라는 식으로 모종의 이미지를 강요할수록 예술가는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지요. "안녕, 나 이제 가야 돼. 나 미칠 거 같으니까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그러고는 어딘가로 가서 은둔해 버립니다. 그리고 어쩌면 나중에 약간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수도 있지요.


18 넥스트 ―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


p374 두 사람의 개인적인 경쟁심(그리고 가끔 마지못해 보이는 존중)의 이면에는 사업 철학과 관련된 근본적인 차이도 존재했다.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엔드투엔드 방식을 선호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호환이 되지 않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반면 게이츠는 여러 회사들이 서로 호환이 가능한 제품들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었으며 또 그런 관점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p380 잡스의 철학 가운데 하나는, 때로는 모험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최첨단 기술에 ‘회사의 운명’을 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p383 어느 기자가 잡스에게 컴퓨터 출시가 왜 그렇게 늦어지는지 묻자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늦은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 컴퓨터는 시대를 앞서서 5년이나 빨리 나오는 셈입니다."


19 픽사 ― 기술과 예술의 만남


p397 스미스는 잡스가 지나친 카리스마와 자존심으로 권력을 남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복음 전도사 같았어요.” 스미스는 말한다. “매사에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했는데, 저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거나 굴복하질 않았지요. 그래서 충돌한 겁니다. 에드는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타입이었고요.” 잡스는 종종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부당하거나 사실이 아닌 말을 던짐으로써 자신이 우월함을 확인하려 했다. 스미스는 그런 잡스를 지적하기를 좋아했으며, 항상 커다란 웃음소리와 능글맞은 미소를 덧붙였다. 잡스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 보통 남자 ― 사랑이라는 두 글자


p411 둘 다(스티브와 여동생) 예술에 대한 열정이 강렬했고 주위 환경을 예리하게 관찰했으며 예민하면서도 의지가 강했다.


p419 하지만 언제나 달콤하고 화창한 날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잡스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딸에게도 변덕을 부렸다. 포용과 유기가 모종의 주기처럼 반복되었다. 하루는 장난을 치며 놀다가도 그 다음 날은 차가워지거나 아예 모습을 감추었다.


p423 현실적인 성격의 조애나 호프먼은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인 양 레지에게 심취했던 잡스의 열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는 약점과 신경증을 영적인 특질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p423 상처를 받았다고 야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나 자신이 정의되는 거야.


p424 훗날 그녀(레지)는 그토록 자기중시적인 사람과 사랑을 한다는 게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지 술회했다. 배려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깊이 배려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라는 것이다.


p438~439 잡스는 최소한의 필수품을 제외하고는 우드사이드 저택에 가구를 들이지 않았다. 침실에는 옷장과 매트리스, 식당으로 쓰는 공간에는 카드놀이용 테이블과 몇 개의 접이의자가 전부였다. 그는 주변에 자신이 감탄할 수 있는 것들만 놓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저 나가서 많은 가구를 사들이는 일 자체가 힘에 겨웠다. 하지만 이제 아내와,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평범한 동네에 살게 된 그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쉽지는 않았다. 그들은 침대와 옷장, 그리고 거실에 놓을 스테레오 시스템을 구입했지만, 소파와 같은 가구들을 사들이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사실상 8년 동안 가구를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한 셈이에요.” 파월이 회상했다. “우리는 반복해서 우리 자신에게 물었죠. 소파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가전제품을 사는 것도 단순한 충동구매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인 과업이었다.


21 토이 스토리 ― 버즈와 우디 구조대


p451 월트 디즈니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잡스가 지향하는 유의 태도이기도 했다. 잡스는 디테일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디즈니의 철학을 존경했고, 픽사와 디즈니 영화 스튜디오가 자연스럽게 들어맞는 무언가를 공유한다고 느꼈다.


22 잡스의 재림 ― 마침내 사나운 야수가 돌아오다


p469 넥스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제품을 판매하는 데 실패하자 잡스의 경영 철학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가 실수한 겁니다. 애플에서처럼 위젯 전체를 만드는 공식을 그대로 따랐으니 말입니다." 그가 1990년에 말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했어야 했지요." 하지만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러한 접근에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엔드투엔드 제품을 만드는 대신 이제 넥스트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에 설치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파는 사업체를 떠맡게 된 것이다. "내 열정은 거기에 있지 않았어요." 그는 훗날 이렇게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개인 고객들에게 제품을 팔 수 없다는 사실에 몹시 낙심했어요. 저는 기업용 제품을 팔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시한 하드웨어에서 구동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판매하기 위해 이 땅에 온 게 아니에요. 그런 일은 결코 좋아할 수가 없었지요."


23 부활 ― 지금의 패자는 훗날 승자가 되리니


p485 그에게는 엘리슨의 과다한 소비 욕구도, 빌 게이츠의 박애주의적 충동도, 포브스 부자 리스트에서 순위 경쟁을 벌이려는 욕심도 없었다. 그 대신 그는 자아 욕구와 개인적인 동기들로 인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유산을 창출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려고 했다. 사실 그는 두 가지 유산을 남기고 싶어 했다. 혁신과 변혁을 선도하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영구히 지속될 수 있는 회사를 구축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였다. 그는 에드윈 랜드와 빌 휼렛, 데이비드 패커드 등과 같은 인물의 반열에 오르고자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애플에 복귀하여 자신의 왕국을 되찾는 것이었다.


24 다른 것을 생각하라 ― iCEO 잡스


p520 “다른 것을 생각하라”라는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우리 앞에 나타난 순간을 떠올리면 말입니다. 이따금 영혼과 사랑의 순수함은 제 안으로 파고들어와 저를 사로잡았지요.


p521~522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박힌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은 규칙을 싫어합니다. 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잇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한 그들을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로 봅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자들…….바로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p529 잡스가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한 가지는 바로 오랜 세월 존속하는 영속성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0대 시절 여름방학 동안 HP에서 일하면서, 창의적인 사람 한 명보다 체계를 갖춘 훌륭한 기업이 훨씬 더 커다란 혁신을 일궈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532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제품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27 CEO ―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별난


p569~570 잡스는 자신이 입을 유니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편리할 뿐 아니라(이것이 그가 주장한 이유였다.) 특징적 스타일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는 이세이에게 제가 맘에 들어 하던 그의 검은색 터틀넥을 몇 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그 옷을 100벌 정도 만들어 주더군요.” 이 얘기를 듣고 내가 놀라는 걸 본 잡스는 옷장에 쌓여 있는 검은색 터틀넥을 보여 주었다. “이게 제가 입는 옷입니다. 죽을 때까지 입어도 될 만큼 있지요.”


p574~575 잡스의 제품 출시 쇼는 정교하게 구성되었다. 그는 청바지와 터틀넥을 입고 생수병을 든 채 무대를 느긋하게 거닐었다. 객석은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행사장 분위기는 기업의 제품 발표회라기보다는 어떤 종교의 부흥회와 비슷했다. 기자들 자리는 객석 중앙에 마련되었다. 잡스는 슬라이드에 들어갈 내용과 연설의 요점을 직접 작성하고 수정한 다음, 그것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동료들과 함께 심사숙고하며 개선해 나갔다. “그는 각각의 슬라이드를 예닐곱 번씩 수정해요. 프레젠테이션 전날 밤늦게까지 슬라이드를 점검하는 동안 저도 그의 곁에 함께 있곤 한답니다.”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의 말이다. 잡스는 그녀에게 슬라이드 세 가지 버전을 보여 주고 어느 것이 가장 나은지 묻곤 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심하게 집착하는 편이에요. 발표 예행연습을 한 차례 한 다음, 한두 가지 단어를 바꾸고 처음부터 다시 예행연습을 한다니까요.”


p576 “그는 제가 더 열심히 하도록 몰아 붙였고 결국 저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미친 중요한 영향 가운데 하나라고 믿습니다. 그는 탁월한 수준이 되지 못하면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29 디지털 허브 ― 아이튠스에서 아이팟까지


p620 결국 아이팟은 곧 애플이 지향하는 모든 것의 정수가 되었다. 시와 공학의 결합, 예술 및 창의성과 기술의 교차, 대담하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었다.


30 아이튠스 스토어 ― 피리 부는 사나이 


p643 나이가 들수록 동기부여가 얼마나중요한지 실감합니다. 준이 시시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람들이 음악이나 예술을 우리처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승리한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음악을 사랑해서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 아이팟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위해, 또는 절친한 친구나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한다면 결코 게으름을 피우며 대충대충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든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는 뭔가를 할 때는 특별히 더 노력하거나, 주말에 일을 하거나, 현재 상태에 과감히 도전하려 애쓰지 않겠지요.


32 픽사의 친구들 ― ……그리고 적들


p683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혹은 어쩌면 그것의 고립 가능성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잡스는 직접적인 만남을 열렬히 신봉했다. 그는 말했다. “이런 네트워크 시대에는 이메일이나 아이챗을 통해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요.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창의성은 우연한 만남이나 무작위적인 논의에서 나오는 겁니다.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일의 진행 상황을 묻고 진심 어린 반응을 보여 주다 보면 곧 온갖 종류의 아이디어들로 요리를 하게 되지요.”


p689 존 래시터는 디즈니와의 결별 가능성에 경악했다. 그는 회상했다. "내 자식들이 걱정됐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만든 캐릭터들을 어떻게 망쳐놓을지 걱정된 겁니다. 그건 내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과 같았으니까요." 그는 픽사 회의실에서 고위 임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울음을 터뜨렸고 스튜디오 안뜰에 800여 명의 픽사 직원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소중한 자녀들에 대한 양육권을 포기하고 어린이 성추행 전과범에게 입양시키는 것 같군요"


34 1라운드 ― 메멘토 모리


p721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도운 그 모든 도구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 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는 퇴색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더군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은 아까운 게 많다고 생각하는 덫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몸입니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35 아이폰 ― 혁신 제품 세 가지를 하나로


p736 "우리는 다 같이 둘러 앉아서 각자의 전화기가 얼마나 마음에 안 드는지 얘기를 나눴지요. 너무 복잡하더군요. 전화번호부를 포함해서 기능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무슨 미로를 헤치고 다니는 것 같았어요" 변호사 조지 라일리는 법적 현안들을 논의하는 미팅에서 잡스가 따분해하며 라일리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그것이 왜 얼간이 같은지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다고 기억한다. 잡스와 그의 팀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싶은 전화기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고 점차 흥분을 고조시켜 갔다. 훗날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쓰고 싶은 물건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최고의 동기부여라 할 수 있지요."


p739 "스티브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의견을 내놓는 성향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쓰레기야'라는 말로 그 아이디어를 끝장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라는 건 아주 연약한 것이라서 개발 단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다뤄 줘야 합니다. 그는 그 프로젝트에 대해 망신을 주면 정말 슬플 것 같았습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니까요."


37 아이패드 ― 포스트 PC 시대로


p782 잡스는 마이클 노어가 포브스닷컴에 올린 일화를 읽고 감동을 받아 내게 전달했다. 노어가 콜롬비아의 보고타 북부 시골 지역에 있는 어느 낙농장에 머무르고 있을 때 겪은 일이었다. 그가 아이패드로 공상과학소설을 읽고 있는데 마구간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섯 살짜리 소년이 다가왔다. 호기심이 생긴 노어는 소년에게 아이패드를 건네주었다. 전에 컴퓨터를 본 적도 없는 이 소년은 설명서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화면을 밀고 앱들을 작동해 보더니 핀볼 게임을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여섯 살짜리 문맹 소년도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컴퓨터를 설계했다. 그것이 마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가 쓴 글이다.


38 새로운 전투들 ― 그리고 예전 전투들의 메아리


p819 모든 휴대전화가 완벽하지 않다고 대놓고 선언함으로써 잡스는 논란의 여지없는 명백한 단언으로 논쟁의 정황을 바꿔 놓았다. “만약 잡스가 아이폰 4에서 모든 스마트폰으로 정황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나는 인간의 손에 닿으면 작동이 안 되는 형편없는 제품을 희롱하는 유쾌한 연재만화를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스마트폰이 문제를 갖고 있다.’로 정황이 바뀌는 순간 그런 유머의 기회는 사라졌다. 일반적이고 따분한 진실처럼 유머를 죽이는 것은 없으니까.


39 무한대를 향해 ― 클라우드, 우주선 그리고 그 너머


p829 그는 친구가 찍어 준 결혼식 사진들을 찾아 두꺼운 종이 판지에 크게 출력해 우아한 상자에 넣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폰을 뒤져 그 상자에 넣으려고 쓴 편지를 찾아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20년 전에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요. 우린 그저 직감에 끌렸어요. 당신은 나를 황홀하게 했어요. 아와니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눈이 내렸지요. 수년이 지나 아이들이 태어났고, 행복한 적도 있었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나빴던 적은 없었어요. 우리의 사랑과 존경은 점점 더 커졌지요. 많은 것들을 함께하고 이렇게 20년 전에 시작한 그곳으로 돌아왔네요. 좀 더 늙고 좀 더 현명해지고 얼굴과 가슴에 주름도 늘었지요. 이제 우리는 인생의 기쁨과 고통, 비밀, 경이로움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 서로를 마주하고 있어요. 나는 황홀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40 3라운드 ― 말기의 분투


p850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많은 위인들이 그렇듯이 그도 모든 영역에서 비범하진 않아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거나 하는 사회적 배려는 없어요. 그 대신 인류에게 권능을 부여하는 일이나 인류의 진보, 인간의 손에 훌륭한 도구를 들려주는 일에 깊이 관심을 쏟죠." 7860 경제 및 정치의 안타까운 상태로 화제가 바뀌자 그는 전 세계에 걸쳐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두세 가지 예리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말했다. "오바마한테 실망했습니다. 그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나 화를 내는 일을 주저해요. 그래서 적절하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요" 그러고는 내 생각을 읽은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시인했다. "그래요. 난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죠."


p861 우리는 ‘집중’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내가 가장 강조한 것은 집중이었습니다. 구글이 어떤 회사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파악해라, 구글은 이제 전 세계 어디에든 존재한다, 당신이 가장 집중하고 싶은 다섯 가지 제품은 무엇인가? 나머지는 모두 제거해라, 그렇지 않으면 구글은 쇠약해질 것이다.


p867 우리 아이들이 나에 대해 알았으면 했어요.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어 주질 못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 이유를 알기를, 내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까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한 책을 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된 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직접 내 얘기를 들려주어야겠다 싶었지요“


41 유산 ― 가장 밝게 빛나는 창조력의 천국


p873 잡스가 만든 제품들에는 그의 성격이 반영되었다. 1984년 원조 매킨토시부터 한 세대 후의 아이패드에 이르는 모든 제품에서 애플의 핵심 철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엔드투엔드 통합이었듯이, 스티브 잡스 자신의 철학도 그러했다. 그의 성격과 열정, 즉 완벽주의, 비범한 재능, 열망, 예술성, 악마성, 통제에 대한 집착은 그의 비즈니스 접근 방식 및 거기에 기인한 혁신적인 제품들과 얽혀 있다.


p880 그가 똑똑했던 것일까? 아니다. 예외적으로 똑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천재였다. 그의 상상력은 직관적이고 예측 불가하며 때로는 마법처럼 도약했다. 실제로 그는 수학자 마크 카츠가 불쑥불쑥 통찰력이 쏟아져 나와 단순한 정신적 처리 능력보다는 직관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일컬어 말한, 이른바 '마법사 천재'의 전형이었다. 그는 마치 탐험가처럼 정보를 흡수하고 냄새를 느끼며 앞에 펼쳐진 것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p881 우리의 일은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고객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의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이다.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읽어내는 게 우리의 일이다.


p885~886 혁신을 꾀하려면 언제나 끊임없이 밀어붙어야 한다. 밥 딜런은 그저 저항 가요나 계속 불러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발전을 꾀해야 했고, 그리하여 1965년에 일렉트로닉으로 변화를 시도해 발전을 꾀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1966년 유럽 투어는 그의 가장 훌륭한 공연이 되었다. 그는 공연 때마다 먼저 일련의 어쿠스틱 기타 곡들을 들려주었다. 청중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그러면 그는 훗날 ‘더 밴드’가 되는 백 밴드를 소개했고 그들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청중들은 여기저기서 야유를 보냈다. 한번은 그가 「라이크 어 롤링 스톤」 을 부르려고 하는데 청중석에서 누군가가 “유다 같은 배신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딜런은 말했다. “열라 크게 연주해!” 그들은 그렇게 했다. 비틀스도 똑같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나아가면서 그들의 예술을 갈고닦았다. 진화, 바로 그것이 언제나 내가 노력하며 시도한 것이다.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딜런이 말했듯이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886~887 “신의 존재를 믿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50대 50입니다. 어쨌든 나는 내 인생 대부분에 거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뭉서이 우리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왔습니다.“

     그는 죽음에 직면하니 내세를 믿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그는 또 한 번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3. ‘내가 저자라면’


■ ‘스티브 잡스’목차 및 전체적 뼈대


서문 서문―이 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1 어린 시절 ― 버려지고 선택받다

2 뜻밖의 커플 ― 두 명의 스티브

3 자퇴 ― 환각과 성찰

4 아타리와 인도 ― 게임 설계 기술과 선(禪)

5 애플 Ⅰ ― 켜고 부팅하고 교감하라

6 애플 Ⅱ ― 새로운 시대의 여명

7 크리스앤과 리사― 자신이 버림받은 사람이었기에……

8 제록스와 리사 ―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9 기업공개 ―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은 남자

10 맥의 탄생 ― 혁명을 원한다고 말하라

11 현실 왜곡장 ― 자신만의 규칙을 고집하는 보스

12 디자인 ― 진정한 예술가는 단순화에 목숨 건다

13 맥 만들기 ―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14 스컬리를 영입하다 ― 펩시 챌린지

15 매킨토시 출시 ― 우주에 흔적을 남기자

16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 두 궤도의 교차

17 이카로스 ― 올라가는 것은……

18 넥스트 ―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

19 픽사 ― 기술과 예술의 만남

20 보통 남자 ― 사랑이라는 두 글자

21 토이 스토리 ― 버즈와 우디 구조대

22 잡스의 재림 ― 마침내 사나운 야수가 돌아오다

23 부활 ― 지금의 패자는 훗날 승자가 되리니

24 다른 것을 생각하라 ― iCEO 잡스

25 디자인의 원칙 ― 잡스와 아이브의 스튜디오

26 아이맥 ― 반가워 (다시 만나서)

27 CEO ―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별난

28 애플 스토어 ― 회청색 사암과 지니어스 바

29 디지털 허브 ― 아이튠스에서 아이팟까지

30 아이튠스 스토어 ― 피리 부는 사나이    

31 뮤직 맨 ― 그의 인생이 담긴 사운드트랙

32 픽사의 친구들 ― ……그리고 적들

33 21세기 맥 ― 애플을 차별화하는 것

34 1라운드 ― 메멘토 모리

35 아이폰 ― 혁신 제품 세 가지를 하나로

36 2라운드 ― 암의 재발

37 아이패드 ― 포스트 PC 시대로

38 새로운 전투들 ― 그리고 예전 전투들의 메아리

39 무한대를 향해 ― 클라우드, 우주선 그리고 그 너머

40 3라운드 ― 말기의 분투

41 유산 ― 가장 밝게 빛나는 창조력의 천국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책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성격 까칠한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작가에게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스티브 잡스의 말로 전달하는 형태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스티브가 말한 사건들과 상황들을 해석해낸다.  스티브 개인의 생애와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명성인 ‘애플사’에 관한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 감동적인 장절


 아무래도 이 책은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그렇기에 애플의 창업과정 애플에서 개발한 다양한 상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회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스티브의 ‘일’과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1장, 20장, 40장은 너무 안 맞는 말이지만 ‘인간적인’ 스티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라서 흥미가 더 당겼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 타인의 가십같은 삶에 이야기에 슬쩍 빠지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부분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전체를 조금 더 이해하라고 연결해주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보완점


 잡스의 자서전이 아니라 잡스의 전기이다.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와 2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했고 어린 시절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스티브의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잡스와 관계된 100명이 넘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한 기록들을 모아 저자의 평을 곁들인 것이 이 책이다. 스티브의 아내는 장점뿐 아니라 결점에 대해서 정직하게 써달라고 부탁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장점보다는 결점이 수두룩하게(?) 보이는 잡스의 일대기였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일대기는 많은 이들이 쓰고 싶은 소재였고 스티브 잡스는 탐나는 이야기를 갖춘 인물이었기에 많은 작가들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역정을 조명한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성격대로 불쾌함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직접 평소 친분이 있는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했다 한다. 스티브 잡스가 바란 것이 월터 아이작슨에게 조명된 자기 삶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도 저자는 너무나 덤덤하게 이 전기를 쓴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너무나 잘 묘사한 것을 떠나 적절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와 애플의 창업과정의 연대가 주축이 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마치 스티브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처럼 세세한 내용들이 잘 포착되어 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이 스티브의 언어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각까지 전하고 있어 한 사건에 대한 여러 상황과 스티브의 ‘성격’에 관한 것까지를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상당히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글을 썼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저자의 의견을 드러내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형태로 글을 쓰고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저자의 상당하고 예리한 통찰력 덕분인 듯하다. 또한 저자가 문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그 두 가지의 흐름을 잘 버무린 듯하다. 문장 또한 담백하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버겁기는 했지만, 저자의 자료 조사와 적재 적소에 연결되는 다른 이들의 인터뷰는 참으로 훌륭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 중립을 유지하듯이 하며 저자의 시선이 놓이는 곳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어떤 형태로든 저자는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사람이었고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찬미하는 형태의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주관적일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와 사건들을 잘 버무려 놓았다. 간혹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조금은 영웅적인 형태로 묘사되거나 성격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좀더 속시원하게 스티브 잡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쭈욱~이렇게 장편 대서사시처럼 쓴다며 선뜻 책을 읽을 마음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 보면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과정마다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상품을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 그리고 출시되어 마케팅하는 과정, 성공인가 실패인가가 주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늘 스티브는 자기 성격대로 이끌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고, 스티브는 늘 지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고....반복적인 패턴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별로 반복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생애였고 성격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것을 매번 같은 패턴으로 이야기하기에 자칫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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