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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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멈출 수도 감출 수도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지요? 하나가 사랑이고 다른 하나가 재채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몰라도 ‘그것 참 훌륭한 통찰이다’ 생각했습니다. 사랑이 일어서는 일도 사그라지는 일도 차마 멈출 수가 없는 지극히 자연한 일입니다. 그것을 숨겨 아닌 척 해보더라도 오래갈 수 없는 위장이 바로 사랑입니다.
재채기 역시 그렇습니다. 오래전 군에 입대했을 때 적진 침투 훈련을 이끌던 교관의 말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을 비밀스럽게 은닉하고 움직여 목표에 도달하는 것 중에 가장 감추기 어려운 것이 재채기다. 일단 신호가 오면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코를 손으로 잡아 문지르고 비틀어 보는 시도를 해볼 수 있으나 임박한 재채기는 나를 노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랑도 생명을 잇게 하는 섭리이듯 재채기 역시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오묘한 현상이겠지요? 환절기와 기온변화에 민감한 나는 재채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궁금해서 재채기가 일어나는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재채기는 놀라운 속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뱉는 호흡이 시속 220km의 속도에 달하고, 상체와 하체 근육을 넘어 발가락 근육까지도 이 재채기 활동에 사용된다고 하는군요. 놀랍지요? 재채기의 목적은 ‘숨을 쉴 때 미세한 이물질이 코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인체반응’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채기는 ‘이물질을 강력하게 방어하여 배출하며 동시에 이 과정에서 생채자원을 다량 소모함으로써 대사열과 운동에너지를 대량 발생시키는 행위’로, 궁극적으로는 몸의 양기를 모아 분출함으로써 체온을 낮추기도 하고 체온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 찾아오는 몸의 불균형을 스스로 조절하여 균형으로 이끌기 위한 작용 중의 하나인 것이지요.
이 재채기에 대한 생각은 얼마전 고속도로를 빠르게 운전해 가다가 재채기를 하느라 자연스레 찰나적으로 몸을 쓰고 눈을 깜박이는 경험을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운전을 할 때 재채기가 반복되면 퍽 곤란하더군요. 그런데 곤란하면서도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몸 말고, 삶 전체에도 중간 중간 저절로 일어서는 재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직 채우고 내달리느라 양기로만 가득 채우는 나날에 이따금 저절로 재채기가 일어 스스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도록 하는 그 오묘한 작용!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내면에도 그런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고 있음을 알겠더군요. 그걸 알아채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더 깊어짐을 알겠더군요. 어떠신지요? 삶의 내면에서도 저절로 재채기가 일어서는 그 귀한 순간들 놓치지 않고 지내시는지요? 일 년 중 자연스레 찾아오는 한해의 마지막 달 그 신호를 무심히 넘기지 않는 연말 보내시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