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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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컨셉_구달칼럼#37
12월 오프수업을 통하여 책의 컨셉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 확실해 졌다. 때 마침 출간된 종종의 책은 나의 책 쓰기를 닦달하는 훌륭한 기폭제가 되었다. 자전거 해안일주의 지도를 그린다는 것을 주 컨셉의 하나로 잡았는데 그렇게 되면 책의 무게중심이 가이드북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 문제였다. 원래부터 난 가이드북 보다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또한 가이드북 쪽은 워낙 뛰어난선배들의 전작이 즐비하여 차별화를 기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데카상스 응원군들은 길 정보에 대한 가이드북 보다는 자전거 여행 이야기에다 나의 전매특허인 마도로스 생활 경험과 인생 전환의 스토리를 가미한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스토리를 차별화 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 조언이 컨셉의 핵심을 간파한 것 같아 반가웠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란 카페에서 자전거 책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니 누군가 173권이나 되는 자전거 관련 책의 목록을 모두 올려 놓았다. 이 분야도 참 책이 많긴 많구나. 여행 에세이와 가이드북 그리고 기타 자전거에 관련된 책들의 목록으로 분류해 두었다. 하여튼 고마운 자료였다. 인터넷 서점에서 일일이 책들을 찾아서 콘셉과 목차를 훑어 보았다. 그러던 중 <자전거길 따라 떠나는 우리나라 해안여행>이란 책이 ‘한국어촌 어항협회’에 의해 발간되어 있다. 이 책은 전국 해안일주 자전거 도로를 지도와 사진을 덧붙여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 책 한 권만 들고서도 해안일주를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정밀했다. 내가 하려던 일을 누군가 먼저 해서 이런 작품을 떡 하니 세상에 내 놓은 것이다. 유사 도서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크나큰 헛수고를 할 뻔했다. 또한 요즘 잘 나가는 여행기의 트랜드는 단순한 여행 에피소드만 나열하는 것보다는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과 관점을 접목한 책들이 환영을 받는 것 같았다. 여행기에 여행 중 저자의 에피소드나 감흥은 기본이고 이 외에 무언가 저자만의 것을 가미해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여행 서적으로 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
온라인 상으로 책들의 개요만 훑어보기에는 미진하여 도서관에 들러 구성과 목차가 뛰어난 몇 권의 자전거 여행 관련 책들을 빌려왔다. 그 중에 김세환이나 홍은택 저자의 책도 들어 있었다. 저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모두 자전거에 반쯤은 미쳐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부류의 책들은 무언가에 미쳐서 몰두한 나머지 그 얘기를 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지경에 이른 저자들이 그들만의 절실한 이야기를 토하듯이 썼다. 그렇다면 책은 목적이 아니고 어떤 보너스 같은 느낌이 든다. 무언가에 미쳐 몰두한 뒤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란 생각이다. 차례를 보아도 뭐 특별할 것도 없고 의도적으로 기획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여행을 즐긴 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 낸 듯한 그런 느낌의 글들이 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책을 보면서 책을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우연히 12월 호 <자전거 생활> 잡지에서 체인 없는 자전거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다. 체인 없는 자전거를 개발한 회사는 바이젠이란 한국 토종 기업인데 로고가 BMW를 연상시켜 처음에는 BMW가 개발한 자전거인 줄 오인했다. 스마트한 디자인 감각까지도 세계적 기업의 작품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체인을 없애고 크랭크를 뒷바퀴에 바로 접속하여 구동하는 방식인데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치우친 만큼 크랭크 관절을 잇대어 붙인 기술이 바이젠의 핵심 기술인 것 같다. 크랭크 관절을 지렛대처럼 사용하니 체인을 통한 에너지 손실분 7~8% 도 방지할 수 있어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이었다. 내가 일전에 국토종주를 하면서 체인을 두 번씩이나 끊어 먹고 고생한 적이 있어 이 제품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체인 없는 자전거라니, 이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상식을 뒤엎는 통쾌한 반전이다. 체인 없는 자전거 같은 참신한 컨셉이 어디 없을까?
자료조사를 하는 데에만 일주일을 몽땅 쏟아 붓고도 칼럼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추운 날씨에 매일 새벽 출근이 몸에 무리가 되었든지 한 이틀 몸살을 심히 앓았다. 하는 수 없이 병원에 들러 약을 지어왔는데 이 걸 먹기만 하면 눈 앞이 몽롱해 지면서 잠이 쏟아진다. 앉은 채 졸기를 반복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 속에서도 책 쓰기 컨셉과 구성에 대한 생각이 빗발치듯 했다. 신기한 것은 꿈 속에서의 난상토론을 거쳐 컨셉과 구성을 이러이러하게 세우면 되겠다고 만족하곤 했는데, 막상 생시로 돌아오니 켄셉과 구성에 대한 꿈 속의 결론이 다 날아가 버렸다. 생각이 완전 하얗게 포멧 된 것이다. 아쉬웠지만 꿈에서 나마 즐거웠으니 일장춘몽도 나름의 가치는 있는 법이다.
좋은 책이란 설계와 시공이 잘 된 집과 같을 것이다. 책의 컨셉과 목차를 잡는 것은 집의 설계에 해당하는 데 이 뼈대를 잘 세워야 집다운 집이 된다. 그러니 여기에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한 주일 동안 수많은 다른 집들의 설계도면을 훑어보면서 나는 느꼈다. 사람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사실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미 누군가 벌써 했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참으로 해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비록 사실이 그러할 지라도 틈새는 있기 마련인데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같은 물체라도 정면도와 측면도가 다른 것처럼 누군가 이미 한 이야기지만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면 나만의 새로운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펜과 잉크를 합쳐서 만년필을 만들었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연결해 가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올 수도 있겠다.
내 책의 컨셉이 “자전거 여행의 매력 + 항해 이야기 + 인생전환 스토리”로 간다면 어떤 변종이 나올까?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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