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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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한목적함수_구달칼럼#38
윤석철 저자의 <삶의 정도>는 내게 데카상스 1년을 결산하는 좋은 모범을 제시했다. 책을 어떻게 쓸 것이며 나아가 삶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손에 잡히듯 방법론을 제시한 책으로 때맞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삶의 단순화가 그 답이었다. 복잡하면 헷갈리고 갈팡질팡하다 삼천포에 빠진다. 시간이란 인생 최고의 자원을 물쓰듯 하고도 남는 게 없다. 표적을 정하고 활 시위를 당긴다. 이때 표적이 목적함수, 활과 화살은 수단매체가 된다. 표적이 먼 국궁은 직선으로 공략해서는 안 된다. 중력을 이용해야 한다.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표적에 꽂히도록 허공으로 살을 날린다. 이 방법론을 저자는 우회축적이라 했다. 돌아가는 듯 하지만 자연의 힘을 타고서 가장 효과적으로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다. 데카상스 일년이 저무는 이 시점에 한 해를 돌아본다. 유수 같은 세월 속에 그래도 내게 남는 것이 있어 다행이다. “데카상스 인연 14, 칼럼 40편, 리뷰40편”
“책 쓰기’란 목적함수를 위해 데카상스란 수단매체를 통해 2년이란 세월을 우회축적에 바쳐야 한다. 전반기 일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글쓰기 내공을 비축하는 시기였다면 후반 일년은 직접 책을 쓰면서 축적된 힘을 폭발적으로 발산하여 목적함수를 성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데카상스는 누구보다도 ‘삶의 정도’를 걷고 있는 셈이다.
스승은 누구보다도 ‘삶의 정도’를 먼저 깨우친 선각자였다. 그래서 이런 길을 우리들을 위하여 이토록 선명히 닦아 놓았나 보다. “책을 못쓰면 사람이 아니다.” 이제야 스승의 말씀이 뼈에 사무친다. “아하,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책은 써야 하는 것이구나. 아니 책을 씀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북창동 환락가의 네온이 휘황하게 내려다 보이는 어느 노래방, 몇 잔 술을 걸쳐 몸과 마음이 적당히 풀어진 우리의 발길이 노래방으로 향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시발은 그렇지 않았다. 데카상스가 다 좋은데 지독히 놀 줄을 모른다는 교장쌤의 불만이 우리를 자극했다. 진정 데카상스는 조용히 앉아 글만 쓸 줄 알뿐 놀 줄을 모르는 놀치들이란 말인가? 분노의 시험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왠걸 노래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졌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토록 놀이에 목말라하고 있었던가? 판을 깔아주지 않아서 그렇지 판만 깔아주면 얼마든지 광란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열정을 가진 놀이패들이란 것이 증면된 한 판이었다. 우리는 한껏 즐거웠고 통쾌했다.
근데 우리가 왜 그렇게 광분했을까? 무엇보다 우리는 자연스러웠다. 스스로 좋아서 모인 술자리에서 적당히 워밍업도 되었고 축적된 에너지를 풀어놓을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때 딱 노래방이 주어진 것이다. 자연히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책 쓰기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삶의 간절한 어떤 맥락이 때를 만나 봇물 터지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제대로 된 책이 될 것 같다. 제 아무리 용암처럼 속에서 끓어 넘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흐름은 자연스러워야 순리일 것이다. 자연 그대로 구불구불 흐르는 강을 인위적으로 곧게 편 것은 자연과 아름다움과 생명을 함께 말살한 만행이었다. 자전거가 좋아하는 길 역시 자연스러운 길이다. 구불구불한 흙길, 다소 돌도 있어 울퉁불퉁한 길, 이런 길을 달릴 때 나는 진정한 생명의 약동을 느낀다. 자연은 생명을 낳고 생명은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함수가 된다. 부디 나의 책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생명이 그저 눌러 살고 싶은 그런 곳이 되길…
남포동 소화방, 대낮에도 밤같이 촛불을 밝힌 찻집, 다소 삶에 지치고 외로움과 그리움에 사무친 서른 즈음의 청춘 남녀는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흔들리는 불빛아래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30년 세월을 둘은 각자 저만의 고독한 섬으로 살았다. 외항선의 떠돌이와 바다가 보이는 외딴 컨테이너 하우스의 그녀, 둘의 벗은 고독과 책뿐이었다.
청년의 몸에서는 아직도 바다내음이 났다. 오랜 항해에 시달린 청년은 흙 냄새가 맡고 싶었고 그 흙에 발을 붙이고 사는 자기 반쪽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녀도 외로웠다. 종일토록 수평선과 바다만 보이는 어느 동해의 외딴 바닷가, 유배지와 같은 일터에서 수년을 보내다 보니 뼈 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어만 갔다.
준비된 신랑신부란 이들을 두고 한 말일 게다. 둘은 만나자마자 소화방의 촛불 심지를 돋우며 낮밤을 잊고 책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런 둘에게 소화방의 촛불이 화촉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때가 되매 둘은 몸과 마음을 합하여 생명을 낳았다. 자연의 순리였다. 데카상스 2년차 그 때가 다시 돌아왔나 보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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