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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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5,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 나탈리 골드버그 ( 1948 ~ )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인 나탈리 골드버그는 1986년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철학을 담은 <Writing Down the Bones>를 출간하면서 미국인들의 글쓰기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 책은 백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며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었고, 글쓰기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아야 할 새로운 바이블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25년 간 이어온 선 체험과 글쓰기를 접목시킨, 혁명적이고도 강력한 글쓰기 노하우를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작법론이 아니라, 진정한 창조가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일깨우는 데가지 이른다. 그녀가 말하는 창의력의 비밀은 글을 첨가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기의 법칙'이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독특한 관점은 오랜 명상 체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이 책을 통해 용맹한 전사처럼, 때로는 깊은 통찰력을 가진 현자처럼 삶과 글쓰기를 관통하는 어떤 진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2. 내가 저자라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과연 어떤 책일까? 글쓰기에 관한 책일까? 아니면 성찰을 위한 책일까? 이 책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오랜 선 수행에서 얻은 경험과 그녀가 피할 수 없어 매달린 글쓰기 경험에서 끌어올린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진심이 담긴 충고들이 가득하다. 결론은 글을 쓰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되게 쓰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자신을 믿으라는 것이다. 그 믿음은 계속해서 쓰는 과정에서 더 곤고히 다져질 것이고 그 경험들을 통해 세상에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 세상에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글을 쓰는 것이고 이 글을 통해 세상의 어떤 사람이 공감하고 위안을 받은 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쓰라고 한다. 좋은 글을 쓴 다음 그 글에 메여 있지 말고 계속 새로운 글로 나아가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동안 나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다시 힘을 내어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글쓰기 자체에 대해 작문법 같은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을 쓰게 만드는 많은 동기부여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두가 글쓰는 것이 가능하며 그 천재적인 재능이 모두에게 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충동질하고 있다. 물론 그의 글쓰기 방법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매일 쓰라던지, 글감 노트를 만들라던지, 글쓰기 환경을 바꿔보라던지, 이야기 클럽을 만들라는 등의 주변적인 이야기만을 한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이며 그것은 작가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좌절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용기를 내고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삶의 진실에 대해 다가가도록 만든다. 늘 외면하던 것들에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들고 두려워하는 것들을 직시하고 그 것들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결국 그 두려움들을 넘어설 때만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나의 경우 정확한 분석인 것 같다. 다시 그 두려움들을 들춰내야 할 시점이 온 것 것이다.
P72
이것이 바로 섬광같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영감의 근원은 만물의 근원과 맞닿아 있기에 자연히 그것들의 공통적인 법칙과 본질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은유는 이러한 진실을 반영한 것이기에 종교적이다. 개미와 코끼리 사이에는 어떤 구별도, 분리됨도 없다. 은유의 세계에서는, 안개 낀 저녁에 가로등이 켜진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모든 사물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은유는 늘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직접적인 비유는 항상 유치하다. 직설적인 설명은 항상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품위가 떨어지고 경박해진다. 그리고 숨소리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사실을 전달할 수 있지만 삶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머리에서 머리로 지식에서 지식으로 전달되지만 마음으로 와 닿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은유는 더 큰 관점에서의 연결성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 우리가 결국 우주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매우 와 닿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다를 것이 없다. 그 안에서 은유는 힘을 갖게 되고 마음을 움직이고 이해된다.
P147
스스로 경계할 부분은 바로 질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질문에는 스스로 대답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질문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잘된 일이다. 하지만 즉시 더 깊은 단계로 내려가 바로 그 다음 줄에서 그 질문에 답을 해 주어야 한다.
한 줄을 쓰면 한가지 이상의 질문이 생긴다. 그냥 마구마구 생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을 써보지는 못했다. 맥락에 따라 계속 써나가기만 했다. 질문은 묻히고 결국 글은 두리뭉실하게 떠다니게 된다. 질문이 있는 이유는 그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이 갖는 것은 쓰여진 글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정확한 표현을 찾아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을 알게 해주고 그 것에서 다시 출발하게 만들 것이다. 다시 질문이다. 질문에서 더 나가자.
P169
나는 결국 혼자 있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산책을 한 다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하나씩 있다. 나의 두려움은 고독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연구원 지원을 위해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였다. 자신에 대해 글을 쓰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은 시도해보지 못한 일이고 두려운 일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두려움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아직 내 안의 은밀한 부분에는 많은 것들이 숨어있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나탈리는 글쓰기를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을 떠나서 한 사람으로 삶을 완성해나가는 방법으로서 글쓰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즉,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듯 자신이 두려워 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하면 그 인생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자유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자기가 갖고 있는 것만을 베풀 수 있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을 넘어 서야지 나를 드러내고 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두려움을 넘어서보자.
P212
당신은 평생을 연습해도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다. 때로는 더 멀리 가기 위해 인생을 변화시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삶의 모습이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일하는 모습을 통해 그 일이 그 사람에게 주는 의미를 알 수 있다. 현대인은 과연 일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있고 자기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그저 뒤쳐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왜에 어떤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결국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른 채 문지방 안에서 밖을 바라보기만 하고 그 문지방을 넘어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난 작가로서 살아갈 마음이 있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난 지금 변해야 한다. 더 멀리 가기 위해 변해야 한다. 작가로서 삶을 마치기 위해서는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글쓰기에 대한 나의 막연한 기대를 다시 평가해봐야 한다. 왜 글을 쓰는지부터 무엇을 쓰고 싶은 지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우선 글쓰기로 나를 찾고 그 글쓰기를 토대로 첫 책을 출판하고 그 힘을 토대로 작가의 삶으로 전화해 갈 것이다. 살아있는 작가로 말이다.
이 책은 큰 장절의 구분 없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꼭지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하나 하나의 꼭지가 전달하는 메시지 들간에 상충되는 면이 없고 일관되게 글쓰기에 대한 마음 자세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끝까지 쓰고 또 쓰라고 충고하면서 힘든 부분에 대해 말하며 그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마음 자리를 알려준다. 머리로 이해할 방법이 아닌 마음이 이해할 방법을 알려 준다는 것이 이 책이 감동적으로 읽히는 강력한 부분이라고 본다.
꼭 큰 장절의 나누어 이야기를 서술하지 않고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에세이 형태로 글을 풀어 나가는 것이 나에게 많이 와 닿고 친근하다. 논문처럼 도입과 전개 그리고 결론을 맺듯이 글을 쓰지 않고 하나하나 에피소드지만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어울려져 모든 것들이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3.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추천의 말
P5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글을 쓴다. 이 책 곳곳에서 나탈리 골드버그는 이 분명한 명제에 대한 확신을 보여 준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상으로 부터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수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P14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만든 머핀을 고객들이 맛있어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정성을 기울여 만들 때만 정말 맛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 레스토랑의 창조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노력에 달린 일이었다.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학창 시절 A학점을 받았던 답안지처럼 기가 막힌 답이 나올 수는 없었다. 이때가 내가 자신의 마음만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최초의 시기였다.
P15
맙소사! 이렇게 평범한 것이 시란 말인가? 내가 매일 하는 그런 일이 시라고? 그때 무언가가 나의 뇌신경망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P16
언젠가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네가 사랑을 믿을 때만이, 사랑이 네가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는 법이지." 나는 여기에 조금 덧붙이고 싶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계속해서 밀고 나갈 때만이, 그 일이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이끌어 주는 법이지."
P16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끝까지 그 일을 따라갈 깊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평생 안정될 거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P17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아무리 반복해도 싫증이 나지 않을 뿐더러 나 자신을 더욱 높은 이해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P17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P18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 전체로 이 책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읽는 데서 끝내지 말라.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
첫 마음, 종이와 연필
P20
맨 먼저, 필기구를 생각해 보자. 원고를 손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빠르게 써지는 필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생각은 손이 움직이는 것보다 언제나 앞서 달려가기 때문이다. 손이 느린 것도 속이 상한데 심지어 필기구 때문에 글쓰는 속도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누가 바라겠는가? 볼펜이나 연필은 누구나 인정하듯 느린 필기구들이다.
P20
어디에 글을 쓸 것인가 하는 것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목수에게 망치와 못이 필요하듯 종이는 글 쓰는 이에게 더 없이 중요한 장비다.
P23
내면 세계가 외부 세계를 창조한다는 말은 참말이다. 하지만 이 외부 세계와 우리가 쓰고 있는 연장 또한 우리의 사유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늘에 대고 글쓰기를 하지 못할 것도 없다.
'첫 생각' 을 놓치지 말라
P24
'첫 생각'과 만나서 거기서부터 글을 퍼낼 때 당신은 싸움에 나선 전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감정과 에너지의 힘에 질려 겁을 먹을지 모른다. 하지만 손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생각의 심장부로 뚫고 들어가도록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
P25
자신의 감정을 넘어서야만 저 반대편 심장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눈물을 넘어 진실을 파고들라. 이것이 원칙이다.
P25
시간의 길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할애한 시간이 얼마이든 간에 그 시간 동안만큼은 글쓰기로만 완전하게 채우도록 집중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도움이 될 것이다.
. 손은 계속 움직이라. 방금 쓴 글을 읽기 위해 손을 멈추지 말라. 그렇게 되면 지금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무뭇거리게 된다.
.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
. 철자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여백을 남기고 종이에 그려진 줄에 맞출려고 애쓸 필요 없다.
.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 더 깊은 핏줄로 자꾸 파고들라.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거기에 바로 에너지가 있다.
P26
첫 생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마음에 제일 먼저 '번쩍'하고 빛을 낸 불씨다. 이 불씨의 뿌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잠재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 불씨는 대개 우리 내부의 검열관에 의해 진화되어 버린다. 두 번, 세 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의 의식은 일상의 관념 세계로 다시 돌아와 맨 처음 피어난 신선한 불꽃과 교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P27
세계는 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자신의 의식 차원을 넘어선 글을 쓸 때, 그것은 있는 그대로 사물의 진실을 나타낸 것이 된다. 그래서 이런 글은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다. 글쓰기를 가로막던 '에고'라는 짐을 벗어 던지는 순간 당신은 더 큰 조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27
첫 생각은 참신함 그리고 영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감이 오는 순간에 당신은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번득이는 첫 생각과 만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한다.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첫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그 동안 겪어 온 감정과 사건과 정보가 밑바탕이 되어 발산되는 것이기에 엄청난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이것이 바로 첫 생각이 가진 에너지다.
P28
"당신이 바로 지금, 현재에 존재할 때, 세상은 진정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다."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P29
글쓰기 훈련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몸과 육체를 믿는 법, 다시 말해 인내심과 공격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30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
P30
글쓰기 훈련은 진정으로 쓰고 싶어하는 어떤 것을 쓰기에 앞서 몸을 데우는 워밍업 단계다. 훈련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전에 거쳐야 하는 가장 기초적이며 본질적인 바탕 그림에 해당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을 배운 다음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이 사업상의 서류이든 장편 소설이든 박사 논문이든 또는 여행기이든, 그 글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
P31
일단 글쓰기에 빠지게 되면,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방황하고 이제야 책상 앞에 앉게 되었는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글쓰기도 훈련을 통해서만 실력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깊은 자아를 믿게 되면, 이제 그곳에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라는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설 자리가 없어진다.
P32
책상을 마주했을 때는 최소한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P33
만약 당신의 모든 것이 진정으로 글쓰기에 실려 있다면, 거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없고, 종이도 없고, 펜도 없고, 생각도 없다. 모든 것은 사라지고, 오직 글 쓰는 행위만이 글을 쓰고 있게 된다.
P34
지금 당장 자리에 앉으라. 지금 당신의 마음이 달려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대로 적어 내려가라. 제발 어떤 기준에 의해 글을 조절하지는 말라. 무엇이 다가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것을 잡아라.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쓰기만 하라.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P36
헤밍웨이는 그이 작품 <움직이는 사육제> 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리에서 미시간 이야기를 썼듯 어쩌면 나는 파리를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진짜 파리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파리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리를 떠난 후에야 할게 되기 때문이다."
P38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비료를 마련해 놓은 다음, 갑자기 당신은 한 순간 별과, 또는 당신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거실 샹들리에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연대가 이루어지면 당신의 몸이 열리게 되고, 이제는 그 몸이 말을 하게 된다.
P38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도 인정할 수 있으며 쓸데없는 욕심에도 빠지지 않게 된다.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것은 그저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세에서 그 때를 만날 수도 있고, 죽은 후에야 찾아올 수도 있다.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써라.
예술적 안정성을 얻는 과정
P41
내 안에는 겉모습과 다른 또 다른 내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신화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그것을 받아들여 준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지 않은가.
P43
우리는 스스로가 게으르며 불안정하고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쌓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순간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신은 더 이상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당신은 별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종이 위에 풀어 놓아야 하며, 그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 주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P43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뒤에는 아름다움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선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쫓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
습작을 위한 글감 노트 만들기
P45
"아, 무슨 이야길 쓰지? 뭘 써야 좋을 지 생각나지 않아." 이런 때를 위해 평소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적어 두는 노트를 따로 마련해 두자. 단 한 줄 짜리 짧은 글일 수도 있다.
P46
이처럼 목록을 만들어 보는 일은 글쓰기 훈련에 있어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글쓰기의 재료들을 찾아내는 훈련이 될 분 아니라, 글쓰기가 바로 당신의 인생과 그 인생에서 탄생하는 산물임을 깨닫게 한다.
P46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어느새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다. 이제 당신은 자신이 쓰는 글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 당신이 머물러 있는 길 위에서 계속 걸음을 떼면 된다.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종이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까.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P52
당신 속에서 싸움을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싸우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 하지만 그 싸움의 한 구석에서, 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실제적인 마음이 조용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 마음이 노트로 옮겨져 더 깊고 평화로운 곳에서부터 나온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53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서 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고독한 글쓰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친구와 멋진 식당에 앉아 인간의 인내심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쓰기의 고통을 위로해줄 상대를 찾아가는 데 마음이 이끌리게 마련이다. 이렇게 우리는 지극히 단순한 임무를 스스로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P53
"말할 때는 오로지 말 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
P54
5. 나는 한 달에 노트 한 권 정도는 채우려고 애를 쓴다. 글의 질은 따지지 않고 순전히 양만으로 내 직무를 판단한다.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 명문이든 쓰레기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노트 한 권을 채우는 일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25일이 되었을 때 노트가 다섯 장 밖에 채워져 있지 않다면, 나는 나머지 5일 동안 전력을 다해 나머지 노트를 꽉 채우고야 만다.
P55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쓸데 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P56
습작 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 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탐험하며 표현할 공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P57
편집자를 정확히 알면 알수록 편집자를 무시해 버리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편집자가 하는 말은 늙은 술주정뱅이가 뒤에서 종알거리는 그렇고 그런 허튼 소리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별 의미도 없는 말에 귀를 기울여 쓸데없이 그의 힘을 키워 주는 바보짓은 하지 말라.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P59
"직접 경험한 것만이 체험의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누군가 써 놓은 글을 읽으면서 체험할 수 있어요. 뉴욕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 뉴욕의 모든 도로 이름을 알 수 있는 것처럼요. 여러분 속에는 다른 이들의 삶도 들어가 있습니다."
P59
나는 수업 계획을 미리 세워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겁먹지 않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충실하려 애쓴다. 그리고 매번 이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비결이 있다면, 마음을 계속 열어 두고 있는 것이다.
P62
어떤 것이 이상적인 글쓰기인가? 무엇에 대해 써야 할까? 당신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하라. 그런 다음 그 속으로 파고 들어라. 당신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라.
P62
내가 엘크톤을 둘러싼 들판을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은 그곳의 지리학적인 정보를 안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 들판 속으로 영원히 산책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었다.
P62
당신의 글쓰기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면 그 무엇이든지, 그것이 가는 대로 풀어 놓아라.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P64
장르에 상관없는 글을 써 보는 과정에서 그 장르가 가지는 특성을 배우게 된다. 당신은 점점 자기만의 기술과 기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P64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
P65
우리는 그냥 그 시에 최대한 몰입해야만 한다. 그 시를 쓰며 시인이 보았던 이미지를 다시 불러와야만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가르치듯이, 정작 시의 온기에서는 발을 떼고 시에 '대하여' 말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시에 머물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가라. 작품 자체 속으로 들어가라. 그것이 시 쓰기를 배우는 방법이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P66
우리가 실존하고 있다는 생각,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우리가 쓰는 글이 견고하여 영구불변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순간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P67
스스로 속지 않도록 경계하라. 시시각각 우리는 변한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변한다는 사실, 이것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 우리는 한 순간에 얼어붙어 있던 자신과 자신의 이상으로부터 빠져 나와 신선하게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우리를 동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P67
나와 내가 쓴 작품은 별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 물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다. 우리가 힘을 얻는 곳은 언제나 글 쓰는 행위 자체에 있다.
P68
자신이 지은 시 때문에 상상력이 마비되고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진짜 인생은 글쓰는 행위에 있는 것이지 같은 작품을 몇 년 동안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것에 있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만고불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시 한 줄 속에 처박혀있어도 영원히 만족할 수 있는 영구불변의 진실이란 없다.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자신을 지나치게 일치시켜서는 안 된다. 당신은 또 다른 흐름에 몸을 맡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에 들어가 있는 단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 몸을 빌어 밖으로 표출되었던 '위대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잡아내 글로 옮길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P71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인가! 자동차를 먹고 사는 사나이가 있다니! 이 요기 이야기에는 애초부터 논리 같은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태도로 글쓰기에 임해야 한다. "왜?"라고 끊임없이 묻거나 옷을 고를 때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신 우리 마음은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정도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엄청난 에너지를 종이 위에 쏟아 붓도록 해야 한다.
P71
작가는 두려움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써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P71
은유란 논리나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그와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부터 비롯된다. 은유를 위해서는 사물을 바라보던 익숙한 시각에서 기꺼이 벗어나야 한다.
P72
당신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개미와 코끼리가 하나라고 믿지 못하면서 그런 글을 쓴다면 그것은 쓸데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당신의 글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감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P72
그저 평소의 사고 방식에서 한발 물러서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을 계속 기록해 보라. 이런 연습은 사고를 부드럽게 해 줄 뿐 아니라 창조력을 키워 준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난 도약을 하게 된다. 마음이란 순식간에 위대한 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72
이것이 바로 섬광같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영감의 근원은 만물의 근원과 맞닿아 있기에 자연히 그것들의 공통적인 법칙과 본질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은유는 이러한 진실을 반영한 것이기에 종교적이다. 개미와 코끼리 사이에는 어떤 구별도, 분리됨도 없다. 은유의 세계에서는, 안개 낀 저녁에 가로등이 켜진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모든 사물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P75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당신의 감정들은 밖으로 표출되고 싶어한다. 그것이 당신 생각에 방해 받기 전에, 솟아나는 감정들을 일단 종이 위에 표현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글을 조절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그때그때 솟아 나오는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라.
P75
글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풀어 주라. 아주 쉬운 말로 단순하게 시작하고, 당신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도록 애써라
P75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절대 자신의 에고를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대로 연출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그저 하나의 인간 존재임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나는 글쓰기가 종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당신이 쓰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다가가도록 한다.
P76
글을 쓰는 데는 당신의 온몸, 즉 심장과 내장과 두 팔 모두가 동원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 시작하라. 고통에 울부짖는 짐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시작하라.
P77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푸드다. 요리는 천천히 익어 가고 있으며, 시작 단계에 있는 당신은 그 음식이 구이가 될지, 바베큐가 될지, 국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다.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P78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P81
가끔 작가들 중에서 술에 의지해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나는 과연 그들이 작가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마땅히 글을 써야 하는 순간에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글 쓰는 데 문제가 생길 때 더 많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이 아닐까? 결국 그것도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려는 일종의 회피이고 게으름인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은 직접 글을 써서 풀어 내야 한다. 쓸데없이 술에 취하는 엉뚱한 방식으로 풀려고 하지 말라.
세부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P83
당신은 상상력의 힘을 빌어 이것을 얼마든지 변경시킬 수 있다. 변경된 상황에다 당신이 실제로 알고 있거나 보았던 것을 세밀하게 묘사해서 이식을 한다면, 그 글에 뛰어난 생동감이 생기며 개연성과 진실성이 배어나게 된다.
P83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 놓고 결혼식을 즐겨라. 당신이 주변 상황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당신이 글을 쓸 때 정말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P84
글쓰기에서 우리가 살았던 장소와 그 공간을 채우던 사물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것을 우리 삶의 세부사항으로서 써 내려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P84
우리의 삶은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이것을 알리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작가는 의미 없어 보이는 삶의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작가는 인생의 모든 면들에 대해, 한 모금의 물, 식탁에 묻어 있는 커피 얼룩에 대해서까지 "그래!"하고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P85
작가가 쓰는 글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이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가 되려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덧없이 자나가 버리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임무다.
P85
우리 인생의 세부 그림은 기록으로 남아야 할 가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작가들이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이며 우리가 펜을 쥐고 자리에 앉는 이유이다. 우리가 삶의 세부 사항을 묘사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을 주장하는 문명의 이기, 우리를 대량학살하려는 원자폭탁 같은 무자비한 폭력에 항거하기 위함이다.
P86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부둥켜 안아야 할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동시에 신화적이다.
케이크를 구우려면
P88
단지 재료를 섞기만 한 반죽에는 아무런 생명이 없다.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가해 세부를 채워 나가야 한다.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로 창조해야 한다. 삶의 모든 세부 사항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다정하게 접촉하라. 당신을 둘러싼 것에 조심스럽게 관심을 기울이라. 강에 대해 쓰고 있다면 그 강에 온몸을 적시라. 그 강이 탁한 황토 빛으로 둔하게 흐른다고 적는다면 당신의 몸이 탁한 느낌을 그대로 느껴야 한다.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면 쓰는 사람과 글은 분리되지 않는다.
P88
글이 글을 쓰도록 하라. 당신은 사라진다. 당신은 그저 당신 속에서 흐르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고 있을 뿐이다.
P89
그저 당신의 상황과 진실을 적어 내려 가라
P89
가끔 이런 이들도 있다.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열만 믿고 케이크를 구우려는 이들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 결과물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부 묘사가 빠진 추상적인 글쓰기에서 대개 이런 허점이 발견된다. 분명히 아주 웅장한 생각과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쓴 글이지만 누구도 읽어 주지 않는다.
P89
세부 묘사를 사용하면 당신이 느끼는 환희나 슬픔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달하려는 감정이 어떤 맛인지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면, 그것을 맛보고 싶어 하는 미식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독자들이 '아, 이거 파운드 케이크잖아' 또는 '가벼운 레몬 푸딩이잖아'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P90
독자에게 그 대단함의 냄새를 맡게 하라. 바꿔 말해서 세부 묘사를 이용하라. 세부 묘사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요소이자 단위다.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P91
작가는 인생을 두 배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먼저 첫 번째 인생이 있다. 길에서 만나는 여느 사람들처럼, 건널목을 건너고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넥타이를 매는 그런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생활의 또 다른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다시 곱씹는 두 번째 인생이다. 이들은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마다 자신의 인생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모습을 면밀하게 음미한다. 삶을 이루고 있는 재질과 세부 사항을 들여다본다.
P92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지키고 있으며 그 시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대문에 그들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이들에게 시간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 찾아와 그 땅을 팔라고 하면, 제정신이 있는 작가라면 결코 그 땅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땅을 팔면 자동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게 되면 조용히 안식을 하고 꿈을 꾸는 데 필요한 장소는 사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P92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조금 어수룩한 바보가 되어도 괜찮다. 당신 속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느림보가 들어 있다. 그 느림보가 당신이 모든 것을 팔아버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당신에게 어딘가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이마에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며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응시하게 만든다.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P95
당신의 감정과 느낌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연필을 잡고 있는 손, 그 손과 연결된 팔, 이렇게 육체적으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마음과 육체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당신은 글을 쓰고 있는 육체적 행위를 통해 마음의 장벽을 능히 부술 수도 있다.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P98
글쓰기 역시 90퍼센트는 듣기에 달려 있다. 열심히 들으면 당신을 채우고 있는 내면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자연히 나중에 글을 쓸 때, 당신은 그 내면의 소리를 저절로 분출시킬 수 있게 된다. 내면의 진실한 소리를 듣게 된다면, 글쓰기에는 더 이상 다른 것이 필요 없다.
P99
듣는 것은 곧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신이 더 깊이 들으려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사물이 가는 길을 받아들일 때 그 사물에 대한 진실한 글이 태어난다. 만약 당신이 사물의 이치를 잡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은 셈이다.
P100
열심히 들어 주되 어떠한 비평도 가하지 않는 이런 듣기 훈련은 당신의 내면에서부터 그 이야기가 말하려는 진정한 의미와 영상을 일깨워 준다. 이런 식의 청취 훈련은 당신의 현실과 당신 주변의 현실을 반영하는 아주 선명한 거울이 되어 준다.
P100
좋은 작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많이 읽고, 열심히 들어 주고, 많이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냥 단어와 음향과 색깔을 통해 감각의 열기 속으로 뛰어들어가라. 그리고 그 살아 있는 느낌이 종이 위에 생생히 옮겨지도록 계속 손을 움직이라.
P101
위대한 선승인 도겐은 "안개 속을 걷는 사람은 안개에 젖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저 듣고, 읽고, 쓰라. 당신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조금씩 당신만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 그냥 흐르는 대로 운율에 맞춰 노래하고 쓰라.
파리와 결혼하지 말라
P103
작가 스스로 글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글을 써 내려가거나, 다루고 있는 글의 소재에 밀착되어 있지 못한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부분이 생기면 글의 초점이 흐려지고 결국에는 독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윤곽이 흐릿해지면, 그 틈새로 독자들의 정신은 그 작품이 아닌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고 마는 것이다.
P103
문학의 책임은 사람들을 깨어 있게 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하고, 살아 숨 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방황한다면, 독자 역시 방황하게 된다.
P103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그 목표에 집중해 매달려야 한다. 만약 당신의 마음과 글이 목표에서 멀어져 방황하고 있다면, 원래 돌아가야 할 자리로 부드럽게 잡아당겨야 한다.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P106
작가인 우리는 늘 의지할 것을 찾아 다닌다. 동료들로부터, 비평가로부터 인정받아야만 안심하려 든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나 작품에 대해 보내는 타인의 칭찬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 그 작가는 다른 이들의 비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109
그만! 누군가 당신을 칭찬해 준다면, 정말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더라도,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칭찬을 받는 것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반드시 느껴 보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꿈에 대해 써라
P112
하지만 강박증이 유령처럼 달라붙듯, 우리의 꿈도 계속 앞에서 어른거리는 성질이 있는가 보다. 나는 결국 꿈에 이끌렸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지닌 꿈에 의해 언젠가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다. 꿈은 우리가 삶 속으로 관통해 들어가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게 틀린 말이라면 우리는 꿈과 함께 영원히 상상 속을 표류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P116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소통하는 법을 많이 알게 될수록 당신은 글을 쓸 때 상황에 따라서는 구문론이라는 틀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이처럼 문장 구조를 깨고 글을 씀으로써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P117
글쓰기에 관련된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는 말이다. 무슨 뜻인가? 이것은 이를테면 분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 무엇이 당신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보여 주라는 뜻이다. 당신 글을 읽은 사람이 분노를 느끼게 하는 글을 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독자들에게 당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말고, 상황 속에서 살아 있는 감정의 모습을 그냥 보여 주라는 말이다.
P119
그렇다, 나는 이야기 바깥에 있었고,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야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 이 말은, 실제로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은 절대 쓸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 이야기에 당신만의 숨결을 불어넣었는지 확인하라는 뜻이다. 당신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글은 당신이 그 글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냥 ‘꽃’이라고 말하지 말라
P121
사물의 이름을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근원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우리 마음속 흐릿한 부분이 선명해지면서 이 지상의 삶에 더 튼튼한 줄을 이어 주기 때문이다. ... 나는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줄 대 느끼는 기분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쾌한 증명인 것만 같다.
P122
윌리엄즈는 '생각이 아니라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 고 말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코앞에' 있는 것에 대해 공부하라.
P123
사물들 속으로 파고들라. 새, 꽃, 치즈, 트렉터, 자동차, 비행기 ...... 이 모든 것의 이름을 배우라. 작가는 건축가이자 프랑스 요리사이며, 농부여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작가는 이런 것 중 어느 것도 아니어야 한다.
몰입하기
P125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 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평범과 비범은 공존한다
P127
기본 정보만을 다룬 묘사는, 그 안에 든 비범함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기 위해 호피 족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곳의 장관을 보고 있다.
P128
우리는 모든 것이 이미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열릴 때도 있고 닫힐 때도 있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세부 묘사는 무엇이 좋고 무엇은 나쁘다라는 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이 세부 묘사의 본질이다.
P128
이 사실을 쓰기 위해 우리는 춤을 추는 사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 눈 앞에서 평범함과 비범함이 동시에 불꽃처럼 피어 오르게 해야 한다. 모든 사물을 올바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주 깊이 들어가야만 한다. 그 다음에는 세부 묘사가 독자의 눈 앞에 그러한 현실을 창조할 것이다.
P129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을 친절하게 대할 책임이 있다. 먼저 자신에게 친절할 때에만 세상을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글쓰기를 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대하는 올바른 눈이 떠질 때 우리는 세부 묘사를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라 모든 진실을 반영시키는 것으로 다루게 된다.
P130
당신이 찻잔 또는 바위 언덕, 하늘이나 개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을 때 그 대상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 대상들에게 선의의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초월적인 세계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 친구를 만들라
P132
나는 웃으며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잔인하고 못된 추문을 만들려는 게 아니잖아. 그저 인생이란 무엇인지 일상의 단면들을 통해 바르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야" 그리고 이 말은 사실이다. 우리가 글쓰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탐욕과 질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경탄하고 애착을 가지기 위해서다.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P136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P136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과 수시로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글쓰기를 배우는 방법이다. 그들은 한 작가에게 다가가, 그가 쓴 모든 작품들을 통해 그가 어떻게 움직이고 휴식을 취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P137
"그들도 훌륭하고 나도 훌륭하다"라고 말하자. 이 말은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 그러니까 나는 잠시 그들의 경로를 따라 가면서 배우면 돼." 얼마나 솔직하고 마음 편한 고백인가.
P138
작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라고 조언한다. 작품을 자신만의 습작 노트에 사장시키지 말라. 바깥으로 꺼내 놓아라. 예술가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같은 것은 떨쳐 버려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자신만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현상을 넘어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
P140
당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려라. 당신이 쳐다보고 있는 모든 사물들 안으로, 거리 속으로, 물 잔에 담긴 물 속으로, 옥수수 밭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사라져 버려라.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것이 되어 그 감정을 태워버려라. 걱정하지 말라. 당신은 초조함에서 벗어나 환희에 도달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감정을 잡았다거나, 그 감정과 완전히 하나가 된 바로 그 순간을 냄새 맡거나 보게 되면, 당신은 이미 위대한 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P140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우리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지 밝혀 주는 작품을 읽고 또 읽어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키우고 다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거듭 체험하게 된다.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P142
단지 고요하게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P143
무엇이 되었든 모든 감각을 집중시켜라. 논리적인 마음은 꺼버려라. 마음을 비워 놓고 생각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 언어가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을 느껴라. 머리를 위 속으로 끌어내리고 소화시키라. 당신 육체가 양분을 빨아들이도록 내버려 두라.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의 지층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투시키라.
P144
제일 좋은 글은 당신의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이 실린 글이다. 작품을 쓰다가 세상으로 나갈 때는 당신의 모든 것을 데리고 나가라. 아주 상식적인 생각에서부터 부처와 같은 마음까지. 그리고 자나가는 거리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주면 절대 길을 잃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내일 다시 글쓰기로 돌아갈 수 있으며, 한 마리 동물이 되어 거리를 쏘다니고 있는 지금도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자신을 믿어라
P146
"이것은 푸른 말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라.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의 사고 속에 똑바로 서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P146
비록 우리 인생이 언제나 선명한 것은 아닐지라도, 명확하게 인생을 표현해 보는 것이 좋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이 순간의 나다." 이렇게 쓸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당신은 훗날 그만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P147
스스로 경계할 부분은 바로 질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질문에는 스스로 대답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질문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잘된 일이다. 하지만 즉시 더 깊은 단계로 내려가 바로 그 다음 줄에서 그 질문에 답을 해 주어야 한다.
P147
'혹시 내가 만든 질문에 답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은 떨쳐버려라. 글쓰기는 안개에 싸여 있는 마음에 불을 지피는 행위다. 종이 위에 안개를 옮겨 놓지 말라. 설사 확실하지 않을 때라도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라. 이런 훈련은, 문장을 훨씬 힘차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P150
카페에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집에서 작업을 했을 때보다 더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작업실에 대하여
P155
글 쓰는 작업 자체가 우리의 불완전성을 자꾸 들추어 내는 일인데, 더 이상 손 볼 데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에 앉아서 이 사실을 애써 잊으려 하는 것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성, 그 거창한 주제에 대하여
P158
글쓰기는 발견이 기록이다. 당신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당신과 그 화제와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
P161
작가의 임무는 평범한 사람들을 살아 있게 만들고, 우리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P162
평범한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배우라. 오래된 커피잔, 참새, 도시버스, 얇은 햄 샌드위치에 존경을 표해 보라. 당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라. 계속 그 목록을 늘려가라.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글의 형태와 장르에 상관없이 이 목록에 들어 있는 것들을 단 한 번이라도 언급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P164
그래도 또 다른 노트를 꺼내, 다른 만년필을 잡고 쓰라.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충분하다고 느낄 때 한번 더
P166
글쓰기에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될 때, 조금만 더 자신을 밀고 나가 보라. 당신이 종점이라 생각하는 곳이 실은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끝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멈추었던 곳에서 조금 더 멀리 나갔을 때, 당신은 제어할 수 없는 아주 강한 감정과 만나게 될 것이다.
P167
당신이 글을 밀고 나가 그저 적당한 종점에서 끝맺으려고 한다면, 그 글에는 당신의 진정한 숨결이 배어날 수 없다. 글쓰기는 자유를 향해 헤엄칠 수 있는 위대한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삶을 사랑하라
P169
나는 결국 혼자 있어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산책을 한 다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이 하나씩 있다. 나의 두려움은 고독이다. 우리에게 두려움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P171
우리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하얀 종이는 앞에 있는데, 마음은 불확실하고 사고는 연약하기만 하고 감각은 무디고 둔하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조절력을 잃어버린 글쓰기, 결과물이 어디에서 나올지 확실치 않은 글쓰기는 무지와 암흑 속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과 정면으로 부딪칠 때, 이러한 무지와 암흑의 장소에서 출발한 글쓰기가 결국에는 우리를 깨우쳐 주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이런 두려움의 회오리바람에서부터 진정한 천재의 목소리가 탄생되는 것이다.
P172
'인간은 고통을 안고 산다'라는 사실에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라. 결국에는 너무나 보잘것없고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해 연민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 먹히지 말라
P173
"그건 잘못된 태도입니다. 만약 그곳 사람들이 당신을 쓰러뜨린다면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그들이 또 다시 상신을 쓰러뜨린다 해도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 쓰러지든 당신은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이 해야 할 일입니다."
P174
의심과 의혹은 고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전적으로 매달려 심혈을 기울였다면, 그 일은 그것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 준다. 의심은 굽히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것이다.
P175
비평가가 지껄이는 말에는 신경 쓸 것 없다. 거기에는 당신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대신 자신의 글쓰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라.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 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있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글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다
P176
실제로도 글쓰기는 당신의 친구다. 글쓰기는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당신이 셀 수 없이 많은 글을 버릴 수는 있어도 글쓰기가 당신을 버리는 일을 절대 없다. 글쓰기 과정은 인생과 생명력의 끊임없는 자원이다.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P179
만물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나고 또 사라져간다. 이거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는 기가 막힌 기회다. 당신은 언제라도 다시 새롭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이전의 실패는 모두 놓아 버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무언가 위대한 글을 쓰라. 아니면 실패한 후에 느끼는,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에 대해서라도 쓰라.
P180
모든 순간이 새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사업상의 자리에서 물총이 사용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해서 영원히 물총을 사용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쓰고 싶다면, 당신은 자신을 누르고 있는 것에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순간이니까.
왜 글을 쓰는가
P183
글쓰기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찾아낸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든지, 글쓰는 행위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신을 더 깊이 불사르며 글쓰기 속으로 몰입하게 해 줄 것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또는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라고 묻되, 깊이 생각하지는 말라. 그 대답은 펜을 잡고 종이 위에 분명하게, 단정적으로 진술로 하라.
P186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유가 가능하다. 당신은 문체를 향상시키기 위해, 당신은 얼간이이기 때문에, 당신은 종이 냄새에 미쳤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관통하는 글쓰기
P188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럴 경우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같이 차를 마시며 텔레비젼을 수리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못했겠지요." 그렇다. 우리의 목표는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P188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그 일에 접근해 나가는가 그리고 그 일에서 어떤 가치를 얻는가 하는 점이다.
P189
우리는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이트와 나는 월요일 온종일 서로를 관통하고, 모든 거리, 커피를 관통해서 글을 썼다. 이런 관통하는 글쓰기만이, 흐르는 피가 땅에 스며들 듯 다른 곳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힘이 생긴다.
작가로 살아남기
P193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자신이 쓴 글에서 떠나라
P195
일본에는 뛰어난 하이쿠를 적은 종이를 병에 담아 강이나 개울에 띄워 보내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 작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아무 의미심장한 우화다.
P195
위대한 불교 지도자인 초감 트룽파는 사업가가 되려면 우선 먼저 위대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며, 한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P198
자신이 쓴 글을 완전히 떠나 보내는 것, 그럴 수 있을 때 당신은 작가로서 완전하게 설 수 있다.
문학의 형식, 삶의 형식
P199
글은 장편소설이나 단편, 시, 희곡 등 장르마다 모두 특별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정해진 형식에 맞는 글을 쓰고 싶다면 그 형식으로 적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최고다. 그 형식만이 가지고 있는 호흡을 눈여겨 보라. 맨 첫 문장이 무엇이었나? 어떻게 끝을 맺었는가? 같은 형식의 글을 많이 읽으면 그 형식이 당신의 의식에 저절로 각인이 된다. 그래서 직접 글을 쓰려고 할 때 그 구조에 맞는 글을 쓰게 된다.
P202
형식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문학의 형식도 배워야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인생이라는 형식을 채워 나가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생의 형식에도 훈련이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익숙한 초원을 떠나라
P206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글쓰기는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잘 쓰는 글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개척지를 개간하고 미지의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한다.
P207
내 말은, 우리 삶에는 반드시 미쳐 버려야 할 시기, 사물을 바라보는 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고, 구조적으로 완벽하지도 않으며, 영원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배워야 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당도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며, 이 죽음을 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P207
우리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그 시간조차 알지 못한다.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자연사하기를 바라지만 당장 몇 분 후에 죽을 수도 있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우리의 숙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숙명에 대해 깊은 고찰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생동하게 만들고, 현실에 충실하게 만들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P208
글쓰기에서도 커다란 들판이 필요하다. 너무 고삐를 세게 잡아당기지 말라.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
P209
그냥 시간만 채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간 속에서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을 때는 목숨 전체를 기꺼이 그 글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기계적으로 펜을 끄적거리면서 언제 시간이 끝날까 자꾸 시계만 쳐다보게 될 것이다.
P210
당신의 모든 에너지를 글이 아닌 다른 일에 몰입시키는 것이다. 아이들과 2주일 내내 놀아 주어도 좋다. 이러는 사이 당신은 당신의 리듬, 즉 언제 글을 쓰고 싶어지고 언제 휴식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리듬은 자신과 더 깊은 관계를 맺도록 도와 준다. 이제는 맹목적으로 규칙에 매이지 않게 된다.
P211
우리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만 배울 뿐, 규칙이 왜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P212
글쓰기에도 이러한 유동성의 공간이 필요하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쓰면 단어들이 가득 채워진 종이 몇 장은 얻을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당신은 우울한 느낌이든, 꿈이든, 희망이든, 진정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P212
당신은 평생을 연습해도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다. 때로는 더 멀리 가기 위해 인생을 변화시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P214
모범생이 되기 위한 모범생은 되지 말라. 규칙에 얽매이면 글쓰기에 필요한 '진짜 현실' 이라는 반석을 얻지 못한다. 그냥 옥수수밭으로 들어가라. 심장 전체로 글을 쓰라. "난 매일 글을 쓰겠어" 따위의 규칙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짓을 하지 말라.
P214
글쓰기 훈련에 자신을 충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몰입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에도 몰입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등을 펼 수 없고, 펜을 놓은 다음에야 등을 편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에게는 진실을 말할 신성한 임무가 있으며, 그 임무는 종이에서부터 걸어 나와 우리의 인생 전체로 들어가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 못하다면 작가로서의 우리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넓어진다. 이런 이유로,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글을 쓰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큰 도전이다. 그 도전을 받아들이라.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P217
글쓰기를 항상 우호적으로 대해야 한다. 당신이 돌아가야 할 곳이 적이기보다는 다정한 친구인 것이 훨씬 위로가 되는 법이다.
P218
내가 매일 접촉하는 것들 안에 함께 서서 계속 글을 쓰는 것만이 내 가슴을 열게 해 준다는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이 나로 하여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도록 깊은 부드러움과 다정함을 준다.
P219
작가가 되려면 아주 깊은 믿음이 따라야 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작가가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나머지 인생 동안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이 사실을 다시 또 다시 기억할 것이다.
음식에 대해 써 보라
P222
그냥 뉴욕 1번 가에 있는 당신의 싸구려 아파트 한 구석에서 썩어가는 치즈 샌드위치와, 바퀴벌레가 빠진 채 이틀이나 지난 시커먼 커피에서 시작해 보자. 이것이 인생이니, 인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외로움을 이용하라
P224
예술은 의사소통이다. 고독의 씁쓸한 맛을 본 사람은, 거기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동지애와 연민을 배우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에게 당신의 인생을 알려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끌고 나가게 된다.
P225
고독을 이용하라. 고독의 아픔은 당신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고독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그 고독을, 당신의 더 깊은 곳을 탐사하는 내시경으로 이용하라.
스스로에게 넌덜머리가 났을 때
P227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만 된다면 얼마든지 파격적인 변신을 해도 좋다.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라
P228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근원을 명예롭게 여기고 그것을 껴안기 위해서, 아니면 적어도 인정하기 위해서라도.
P229
가끔 다른 사람의 인생만이 재미있고 내 인생은 무의미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렇게 자기중심을 놓쳐 버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만 찾기 시작하면 우리는 균형을 잃어 한쪽으로 기울고 만다. 이 말은 오직 자신의 이야기만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 그렇듯 자신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시선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이다. 즉 '그들도 부자고 나도 부자다.'
P230
글 속에 미묘하게 작용하는 리듬은 그 자체로 하나의 표현 수단이다.
P231
당신이 집에 가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더 큰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더 이상 회피하지 않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 회피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장 글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P231
하지만 명심하라. 뿌리로 돌아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뿌리에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뿌리 위에는 가지와 잎사귀와 꽃이 있다. 이것들은 무한한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P232
우리는 자신의 뿌리가 묻힌 곳에서 발견되는 고통을 견디기 싫어서, 그것을 외면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도망'을 선택한다. 우리가 자신을 만들어 준 최초의 장소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233
나는 누구인가? 또 내 글의 원천은 어디인가? 이것을 이해하고 다시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 이해시켜 줄 대, 당신이 전달한 것은 비단 당신의 뿌리에 대한 편협한 기록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근원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이야기 모임 만들기
P237
친구들과 이야기 모임을 만들어 보라. 촛불 하나만 있으면 된다. 약물이나 술에 취할 필요는 없다. 일단 이야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매혹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다음 나중에, 당신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보라. 글을 시작할 때는 이야기를 할 때처럼 꾸밈이 없어야 한다. 글을 시작하는 데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면 대화하듯 써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벌거벗은 자만이 진실을 쓸 수 있다
P242
"나탈리, 너도 알지. 난 피카소가 그린 입체파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가 된 느낌이야. 일시에 모든 차원의 벽이 무너져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야!"
나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할 때오 이와 비슷한 감정이 찾아온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열어 보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자신을 벌거벗기고 해체시키는 기분, 하지만 이것도 괜찮으니 받아들이라. 벌거벗은 자만이 어느 것에도 왜곡되지 않는 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천재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
P245
우리 안에 들어 있는 목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이 어렵다는 사실에 대한 선입견이 어찌나 강한지, 많은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글로 옮겨놓고 나서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정직한 고결함과 세심함으로 자신의 인생을 표현해 내는, 천재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위대한 능력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고, 바로 그 대문에 자신의 글이 우수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P248
"나는 좋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글을 막는 벽을 뚫고 나가 그 글이 바로 나 자신임을 주장할 능력이 있다."라고 말하라. 이것이 우리가 맨 먼저 떼어 놓아야 할 첫 걸음이다. 이것이 우리가 채워 나가야 할 내용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고 더불어 우리의 작품도 훌륭할 때, 그것이 좋은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그것과 함께 서 있어야 한다.
작품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잣대를 가져라
P250
한 작품을 백 사람이 읽으면 백 개의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꼭 백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의견이 나오리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보는 시각과 관심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런 다음에 결정을 내려라. 이때 나오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참다운 작품이고 목소리다. 여기에는 불변의 규칙 같은 것은 없다. 작품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어떤 점을 드러내고 싶은가?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P253
사무라이 세계에서는 거칠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야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단한 진실과 함께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상처 입힐 수 없는 진실이다. 이 진실이 세상을 더욱 명료하게 만들고 시를 빛나게 한다.
P255
자신의 작품을 솔직하게 쳐다보라.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된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짓은 멈추라. 다른 글을 쓰라.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 나쁜 글은 세상에 이미 너무 많다. 그래서 좋은 글을 단 한 줄만 서도 당신은 유명해질 것이다. 미적지근한 글은 사람을 잠들게 만든다.
고쳐 쓰기
P257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기회다. 왜냐하면 당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란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시간 낭비가 아닐까 하는 회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자신의 소박한 인생에 매료되어 자리를 떠날 줄 모르게 된다. 평범한 존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위대한 힘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P259
좋은 부분들을 타이핑해 놓으라. 흰 종이에 검은 활자로 만들어 놓으면 그 작품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알아보기가 한결 쉬워진다. 오점이 있는 곳, 다시 말해 당신 마음이 들어가 있지 않은 부분은 떼어내라. 하지만 단어는 수정하지는 말라, 왜냐하면 이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믿는 능력을 심원화 시키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P262
자신이 쓴 글 중에서 좋은 부분은 표시를 해두라. 이것들을 글감 목록에 적어 놓으면 다음 번 다시 글을 쓸 때 그 중 하나를 잡아서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 또 표시를 해둔 글은 그 문장에 대한 기억을 강화해 훗날 필요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그 문장이 떠오르도록 만든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 있던 별개의 부분들이 뭉쳐져서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P264
카타기리는 위대한 작품 앞에 서게 되면 평화로움을 느낀다는 말을 자주 한다. 미술가가 명화를 보면 자신도 명화를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받는다. 예술가는 생명력을 발산하고, 영적인 사람은 평화를 발산한다. 하지만 카타기리는 이 영적인 사람들이 평화를 느끼게 되기까지는 지난한 삶의 노력과 그 순간을 움직이는 우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예술가들이 생명력 있는 작품을 얻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요한 평화와 접촉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접촉을 이루지 못할 경우 예술가는 파멸한다고 했다. 사실 알코올 중독과 자살, 정신병으로 스스로를 파멸시킨 예술가들이 너무도 많지 않은가.
에필로그
P267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성공이 행복이다'라는 등식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성공을 해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공은 또 다른 고립감과 실망을 가져온다. 모든 성공이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지라. 이렇게 큰 감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제한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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