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 조회 수 2445
- 댓글 수 1
- 추천 수 0
"'문지방을 밟으면 복 나간다' 잘 건너 다녀라" 어릴 때 늘 듣던 이야기이다. 문지방을 밟고 다니면 복이 나간다고 한다. 문지방이 있던 시절 문지방이 닳으면 문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몸이 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리라. 어릴 때 단독 주택에 살던 시절 방으로 들어갈 때는 늘 문지방을 넘고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방으로 들어가는 문에 창호지를 붙이는 문을 달고 있던 집에는 문틀이 나무로 되어 있고 방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닥보다는 약간 높은 문지방을 넘고 들어가야 했다.
어릴 때 이 말씀을 하도 들어서인지 지금도 어떤 문을 지날 때마다 내 발이 어디에 있는지 무의식 중에 보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 문지방이 없는 집들이 많다. 특히, 아파트는 청소의 편의성이나 각종 가구의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방과 거실 사이에 문지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집 짓기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문지방을 밟을 일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문지방을 의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낯선 곳이나 다른 사람 집으로 들어갈 때가 특히 그렇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문 앞으로 다가 가다가 문을 열고 들어 설 때 문득 발의 위치를 보게 된다. 문지방을 밟았나? 아니면 넘어 섰나? 늘 조심성이 많은 나는 어느 집도 문을 확 열고 들어가본 적이 없다. 대부분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늘 문을 열고 안을 잠시 살피는 경향이 있고 그 때 발 위치는 항상 문지방 위치에 걸쳐 있게 마련이다.
방이 있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때 또는 나올 때 아무 생각이 없다 가도 방문을 나갈 때는 발의 위치를 보게 된다. 어! 오늘도 문지방을 밟았네? 아직 발을 디디지 않았네 오늘을 문지방을 밟지 말아야지? 그러고는 발을 더 크게 내딛거나 혹은 그냥 밟고 지나간다.
어릴 적에 바닷가 도시인 경남의 마산에 살 때 큰 태풍이 불었다. 이때 물이 불어 온 길을 덮었고 모두 고지대로 피난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집은 당시 부엌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물이 차 올라 부엌이 모두 잠겼다. 부엌의 연탄 아궁이가 모두 물에 감겼고 이제 방으로 물이 들어올 찰나였다. 하지만 다행이 문지방이 약간 높았던 터라 결국 물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물이 빠졌다. 방안에 있던 살림은 홍수피해를 입지 않아 무척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웃 중에 문지방이 낮은 집들은 온 집이 물바다가 되어 집이 못쓰게 되었다.
2014년에서 2015년으로 시간은 넘어 왔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 몸과 나의 생활은 아직 2015년의 문지방을 밟고 있다. 회사 내 보직이 변경되어 익숙했던 일하는 방식을 새로이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고, 변경연 10기 연구원은 앞으로도 1년더 해야 한다.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도 더 챙겨야 한다. 그간 회사생활고 연구원 생활을 겸하면서 가족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다. 2014년에 했어야 하는 많은 일들도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고 2015년도에 넘어온 것들도 많다. 진행중인 프로젝트, 신제품 검토, 경제적인 문제들을 포함하여 끝나지 않은 숙제들을 안고 2015년의 문지방에 발을 올려 놓고 있다.
버릇일까? 선뜻 2015년의 시간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한 것은? 2014년을 지나고 2015년으로 넘어갈 때 버리고 왔어야 하는 것들은 없는지? 아직 미련이 남아 자꾸 돌아보게 된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지만 이렇게 늘 주저하게 만든다. 결국은 끝도 없고 시작도 없이 그냥 흘러가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
지금 문지방을 앞에 두고 있지만 결국은 다음 한발을 내디딜 시간이다. 지나간 시간에게 안녕을 고하고 맞이한 시간을 열정적으로 환영해야 할 때이다. 안녕을 고할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나의 마음 중에 2015년에는 가지고 가지 못할 것들을 이제 고이 보내주어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었고 미움이었고 괴로움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이제 2015년을 온 마음과 온몸으로 맞이해 보련다. 그 동안 그러지 못했고 늘 문지방을 밟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세월들을 보내고 쑥하고 한 발을 내디뎌 보고 싶다. 자 다시 출발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72 | 엄마가 필요해 [4] | 왕참치 | 2014.12.22 | 1864 |
771 | 결정적이고 장기적인 곰탕의 효용에 관하여 [5] | 종종 | 2014.12.22 | 2160 |
770 | 포트폴리오 인생이려나 [2] | 에움길~ | 2014.12.22 | 1905 |
769 | '잘될거야'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4] | 어니언 | 2014.12.22 | 1939 |
768 | 나만의 개성넘치는 삶이란 [2] | 녕이~ | 2014.12.22 | 1951 |
767 | 아이가 없어졌어, 으헝, 으헝엉, 엉엉엉! | 타오 한정화 | 2014.12.23 | 1958 |
766 | #36 기술의 발전은 진보인가_정수일 [6] | 정수일 | 2014.12.28 | 2138 |
765 | 당면한목적함수_구달칼럼#38 [8] | 구름에달가듯이 | 2014.12.29 | 1910 |
764 | 자신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정도(正道)_찰나칼럼#36 [3] | 찰나 | 2014.12.29 | 2007 |
763 | 창 너머 세상 [6] | 앨리스 | 2014.12.29 | 2125 |
762 | #36 감수성 그리고 오만 [5] | 희동이 | 2014.12.29 | 2003 |
761 | ....... [4] | 에움길~ | 2014.12.29 | 1977 |
760 | 평화의 날 [6] | 종종 | 2014.12.29 | 2006 |
759 | 좋은 추억은 그리움을 낳고 [9] | 왕참치 | 2014.12.29 | 2403 |
758 | 주인의 에너지 [8] | 어니언 | 2014.12.29 | 2560 |
757 | 내년도 연말에는 [5] | 녕이~ | 2014.12.29 | 2501 |
756 | #37 아빠 11번!_정수일 [2] | 정수일 | 2015.01.04 | 2055 |
» | #37 - 문지방을 넘어서 - 이동희 [1] | 희동이 | 2015.01.04 | 2445 |
754 | 새해의 건강법 [6] | 어니언 | 2015.01.05 | 1935 |
753 | 참고문헌을 공부하며_구달칼럼#39 [2]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1.05 |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