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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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맞는가?’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고개를 쳐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적어내는 과제를 진행하다 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드는 모양이다. 연구원 과정을 시작하면서 우선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고 싶었고 책과 글이 나와의 대화를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랬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만연체로 시시썰렁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것을 잘 하는 나의 특성을 뒷받침 삼아 연구원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엔 책을 한 권 정도는 쓸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기도 했었다. 책을 쓴다면, 지금껏 책이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듯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글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자아 탐색을 하면 할수록 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더 혼돈스러웠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 변화는 더디게만 일어나는 것 같아 보였다. 또한 자아 성찰에 대한 내공이 깊디 깊고, 글쓰기에는 도가 터버린 것 같은 데카상스 동기들을 보며 나의 작가로의 길은 시간이 더더욱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상주의자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주의자인 나이기에 자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앞서면서,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더욱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왠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만 느껴졌던 시점에 나탈리 골드버그가 내게로 와주었다. 사실 이 전에도 여러 번 추천 받은 적이 있지만, 앞에 한 두장을 읽다가는 그저 바쁜 일상 때문에 내려놓곤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제대로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그녀가 제한된 시간에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뚝딱 끝내버린 경험은 그야말로 간만이었다. 특히 요즘 들어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한 없이 낮아졌던 나는 그야 말로 책을 통해 힐링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부드러우면서도 허를 찌르는 충고에 때로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력이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나는 왜 안될까 라고 자책하기만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이만큼 글쓰기란 정말 성실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작업 일진대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써야지라며 큰 각오를 하고 일어나서는 결국 웹서핑 삼매경이었던 모습까지 기억이 나자 정말로 어딘가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사 벼락치기를 하는 평소의 습관 탓에 그 분이 오셔야 한다며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리다가 그 분이 결국 안 오셨다며 슬퍼하는 나의 모습에 이르자 기가 막혀 오히려 자조적인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때로는 용기가 나기도 했다. ‘아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그녀도 글을 쓰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쳤구나.’ ‘나 또한 이렇게 해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기운이 솟는 듯 했다. 늘 칼럼을 올리고 나면 발가벗은 듯이 부끄러운 마음만 가득했던 나는 그녀가 그저 써내려가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힘이 났다. 물론 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 우리 집 앞에는 나를 유혹할 만한 맛있는 쿠키를 파는 가게가 없는데..라며 다시 글 쓰기를 미루는 핑계거리를 찾기도 했지만 말이다.
계획적인 것 같으면서 또 충동적인 부분이 강한 나는, 이번 주에는 나탈리처럼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가서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생각난 것은 겨울 바다였다. 차디찬 바닷바람이 나의 뺨을 스치면 그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편을 졸라 콧바람을 쐬기 위한 나들이 길에 나섰다. 일명 ‘작가로의 한 걸음’을 위해 환경을 바꾸어보는 여행이라고 타이틀을 달고 말이다. 그리고 짐 가방에 노트북을 챙기면서 연구원 합격 기념으로 남편에게 선물 받았던 형광 핑크색 잉크펜을 찾아 함께 챙겨 넣었다. 그러한 마음까지 함께 담아 최선을 다해 글을 쓰지 못했음에 얼굴이 다시 한 번 빨갛게 달아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나 처럼 어디론가 같이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탓일까. 너무 늦게 출발한 탓도 있고 작은 사고들의 여파로 막히는 도로 탓에 우리는 바다까지는 가지 못한 채 겨울 산으로 행선지를 돌려야만 했다. 급하게 여러 군데 연락을 돌려 보았으나 결국은 마땅한 숙소를 못 구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어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 상황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미리 준비하지 않고 급박하게 떠나버린 나 자신도 미워 혼자 씩씩거렸을텐데 나는 나탈리가 충고한 것처럼 주변 경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여전히 마음에 쏙 드는 좋은 구절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남편을 향해 그저 주절주절 됐다. “저기 서북쪽 방향에 있는 산은 꼭대기가 우뚝 솟아서 참 용맹하게도 보인다. 그치?” 눈에 보이는 사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하다보니 더 자세히 보게 되었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기겁할 정도로 '아 저거 봐봐' '아 저거는 저런 줄 몰랐네.'라는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다보니 왠지 세상에 대해 더욱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살아가는 즐거움들이 쌓여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 여유가 난 나는 그녀의 말대로 무조건 써보자..라는 생각에 오랜만에 컴퓨터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갔다. 최근에 분노했던 일들에 대해서 두서 없이 느꼈던 화나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써보았고, 나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마음껏 쌍욕을 날려보기도 했고, 그 일을 생각할 때 마다 괜스레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회피하려고만 했던 나의 편에 서서 어루만져 주기도 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사실은 별 거 아닌 일이었구나. 라는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써보았다. 두서 없긴 했지만 그 또한 괜찮았다. 그저 내가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기특스럽게 여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쓰고 나서의 내용을 읽어보니 또 다시 홍당무가 되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일을 하는 듯이 내가 했던 일과 느낀 점들을 나열하며 정리하기도 했고,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의 특성, 내가 변화한 모습, 내가 배운 것들이 몇 가지 하나의 모양새로 흐르기도 하였다. 아직은 나의 내면이 무언가를 이야기 해줄 때까지 무조건 써 내려가야만 하는 시기인 것이 분명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도 나는 왠지 모르게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또 일기를 쓰고 있네 라면서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한다. 또한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간식거리를 찾아 나서기도 했고,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남편이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에 푹 빠져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잊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편안해진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내 글이 다른 이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읽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이 자리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늘 긴장되고 죄스런 마음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글쓰기 초보가 자기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 발자욱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리 못 읽어줄 만한 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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