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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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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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먹고 왔다. 새해를 맞은 스승님을 찾아 뵙고 눈물 자국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들과 마주앉아 국수를 먹었다. 호명하는 그 많은 연령들 중에 오직 그 이름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다 성스러운 사제의 깊은 기도에 나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나 일흔 셋까지 그 자리 계심에 안도하며 무릎은 꿇었으나 아직 기도할 줄 모르는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던 시를 낭독했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거나 그저 그리울 때는 또 국수를 먹으러 가리라.
그대, 우리 두 번이나 이름 불러주었던 비술나무의 나뭇잎 병풍은 스러지고 앙상한 실가지만 내려와 있더이다.
가는 길 오는 길, 이 길 저 길 다 피하여도 걸음마다 그대 모습 보이더이다.
신이 있어, 그대가 있어, 내 영혼이 있어 아득한 곳,
나에겐 영원의 성지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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