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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3일 09시 58분 등록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2015. 1.13

 

  1. 저자 만나기 

 

오병곤은 이 책의 저자이자, 두 딸의 아버지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며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쓸 당시에는 그랬다. IT 전문가로 16년간 일했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1기 연구원이었으며, 지금은 1인 기업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한 지 얼마 안된 상태라고 한다. 나는 그를 내 인생의 첫 책쓰기 강좌를 통해 처음 만났고, 나를 어디로 인도할 지 모를 이 길을 먼저 걸어간 경험자로서, 또 사부로서 그를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은 시간 강의를 통해 본 강사이자 코치로서의 그의 모습과, 글로써책으로써 정돈된 작가로서의 그를 만난 느낌은,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른 것 같기도. 일단 그의 책을 읽기 전, 회사 생활에서 만난 수많은 강사들과 오버랩되며 비교적 평범해 보였던 그의 모습은, 책 읽기의 진전과 함께 점차 작가이자 사부의 모습으로 승격되었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는, 일단 소재와 종류에 있어 사실 절대로 내가 들여다 볼 부류가 아니다. 그런데 다 읽었다. 물론 숙제니까 읽었다. 그런데 재미있게 읽었고, 감탄하며 읽었고, 반성하며 읽었다. 조직에서 16년 차의 팀장은, 회사의 중추이자 머슴 같은 존재다. 일은 더럽게 많고, 책임질 일은 한도 끝도 없으며, 권한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서 더 미칠 노릇이고, 그럼에도 당장 내년일지 내일일지 모를 회사에서의 끝이 보이는 때다. 그런 일 많고 고민 많은 시절에 그는 감히 책을 만들 생각을 하고, 진짜로 책을 쓰기 시작해서, 심지어 남들에게까지 유용한 좋은 책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를 스승으로도 만나게 된 것이 기뻐졌다. 그리고 그의 독함에 경외심도 생겼다. 페북에서 본 그의 딸의 음색이 완전 내 취향이고, 얼굴까지 이쁜 것도 좋다. 기타 치는 우리 큰 아들놈이 생각나며 왠지 나 혼자 공감대가 막 형성된다. 기쁘다.

 

홍승완을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쓸 게 많지 않다. 총무이신 신치님의 리뷰를 몰래 들여다 본 바에 의하면 그는 지금 고민 많은 서른 중반을 건너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책을 통해, 나침반 프로그램이라는 본인의 컨텐츠를 창조하고 꾸려나가는 어엿한 1인 기업가가 그려진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난 그는 사근 사근하고, 친절하고, 붙임성이 있다. 그의 글이 그렇다.

서른 초반, 아직 본인의 경험에서 통찰력을 끌어내고 남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는 때, 자신하기 어려운 때다. 그런데도 그는 참 차근 차근 조곤 조곤하게 본인이 먼저 간 길을 남들도 건널 수 있게 멋진 가이드로 풀어 내었다. 그의 용기와, 솜씨와, 깊이에 감탄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두 저자의 다른 책들도 슬슬 궁금해진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도 보고 싶다. 실로 오랜만에 좋은 책과 그 책의 산모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 기쁘다!

 

  1. 내 마음에 찾아온 글

 

나는 쓴다. 쓰기는 최근 10년 동안 나의 인생이었다. 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작가라는 단어는 내 곁에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나를 가리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닌 듯 했다. 작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치열한 그 무엇처럼 느껴졌다. 더 창조적이어야 하고, 더 외로워야 하고, 더 고달파야 하고, 더 투쟁적이어야 하는……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p4, 추천사)

주어와 동사만으로 만든 첫 문장이 좋다. 단순함은 역시 힘이 세다. 구본형 선생님 같은 분도 본인을 작가로 받아들이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에 위안이 된다. 어려운 길이구나, 이 길은. 그렇게 느끼면서도 다들 걷는구나.

 

독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승들에게 배우는 작업이다.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고 따라하게 한다. 그러나 쓰기는 명징하게 하고 창조하게 하고 쏟아내게 한다. 독서가 글을 소비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글을 창조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문명의 시작이다. 글을 씀으로써 인류의 문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p6. 추천사)

글의 댓구와 적절한 어휘 선택 때문에 리듬이 있다. ‘독서가 글을 소비하는 것이라면, 쓰기는 글을 생산하는 것이다라고 바꿔 써보고 싶어진다. 

 

책쓰기는 최고의 자기계발도구이며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p19)

 

문제나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문제를 풀고 상처를 보듬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변화를 싫어할 뿐더러 문제나 상처의 원인을 무조건 바깥에서 찾으려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와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p36)

나는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가? 누에고치처럼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꼼질꼼질 내 상처를 핥을만큼 핥고나서, 핥아대는 것만으로는 나을 수 없다는 것을 싫토록 몸으로 느끼고 나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러다 이 자리에 와 있다. 회사가 없으니 시간은 나의 것이다. 뭘 하든 내 맘대로지. 배짱을 부려야 한다.

 

내면의 문제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p36)

그렇다. 필요하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엮여서 사람들의 책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내 글이 읽는 사람에게 한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마음이 환해진다. 내 책이 읽는 사람의 가슴에 메아리를 남길 수 있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그런 책을 써야 한다.

(p40)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는 글, 읽은 이에게 이 책을 만나기 전과는 다른 나를,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줄 있는 그런 책을 만들 수 있기를.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신화학자

어디로 가는 지 몰라도 문이 열린다고맞다, 맞다, 맞다. 새로운 곳으로 오게 된 것, 평생 처음으로 나의 시간을 이토록 많이 갖게 된 것, 이것이 다 기회다. 천복을 좇을 기회다.

 

최근에는 구글대학에 없는 명언이라는 명언집을 냈다. 원래 격언이나 명언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머니투데이란 신문에 명언을 연재하기도 했다. 명언을 소개하고 것에 대한 내 의견이나 사례를 쓰는 방식이었다.

(p54.  한근태)

명언집!!!! 쓰고 싶었다. 쓰고 싶다. 모아봐야지!

 

좋은 책을 골라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다. 매일 꾸준히 읽는 것보다 좋은 독서법은 없다. (p65)

이게 될까? 되게 해야지

 

읽지 못하면 쓸 수 없다. 쓰지 못하면 깊어질 수 없다. 깊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p66)

역시나 운율이 읽을 맛을 준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간결하고 묵직한 문장 만들기. 뉴스위크 시절 이원기 부장이 생각난다. 번역기사를 완전히 단문으로만 구성해내던 그의 솜씨에 늘 감탄했었다. 그리고 반성은 했는데, 별로 내 솜씨는 나아지지 않았었다. 첫 직장에서 최단 시간 내에 필요한 만큼만 뽑아내는 보도자료로 단련한 게 문제였다.

 

캔버스, 이 녀석은 내가 마구 칠한대도 꼼짝 못하겠구나. 아무 말도 못하고 반항도 못하

는구나.”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흰 캔버스를 두려워 하지 않게 되었지요.

(p81) 처칠의 일화

눈은 높은데 손은 무딘 자의 슬픔이여라고 김탁환 선생이 말했다. 나는 그 말만 곱씹으며 아무 것도 안 했다. 내 글이 엉망이라고 누가 뭐라 할 것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이것도 오만함의 일종임을 안다. , 남편 말대로 뭐든 그냥 해, 안하고 이걸 하면 어떻고 저떻고 해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 그렇지? 그러니까 해야지?

 

감각은 나와 환경 사이에 놓인 다리다. 느낌은 대부분 감각이라는 다리를 통해 내게로 전해진다. 또한 감각은 창이다. 감각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는 외부의 것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감각이 예민한 사람은 외부의 어떤 존재에 쉽게 다가선다.

(p87)

예민한 감각, 공감하는 능력.

 

쓰는 사람도 무엇을 쓰는지 모르고 쓰는, 그런 차원 높은(?)’ 원고 말고, 여기저기서 한줌씩 뜯어다가 오려 붙인, 그런 누더기말고, 마음의 창을 열고 읽으면 낡은 생각이 묵은 껍질을 벗고 마침내 새롭게 열리는, 너와 나, 마침내 우리를 더불어 기쁘게 하는 땀으로 촉촉히 젖은 그런 정직한 책.”

(p95)

이 출판사는 대체 어디냐. 이토록 맘에 와 닿는 글귀. 여기랑 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전 회사의 비전 만들기 작업을 할 때가 생각난다. 직원들이 머리를 모아 만들어낸 소박하고도 적확한 비전을 뒤로 하고, 영문이라도 본인들 생각을 우겨놓은 앞뒤 안 맞는 글귀를 나란히 표기해야 했던 경영진들. 비전은, 미션은 정말 조직을 진실하게 보여줄 때 중요해진다. 힘이 생긴다.

 

나는 평생 결정적 순간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내 인생의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p117)

그러니까 시간을 죽이며 숨을 죽이며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 신문, 길거리의 간판, 지하철 안의 사람들, 점심시간의 대화 등 어디에나 있다. 필요한 건 독수리 같은 눈매와 메모하는 습관이다. 메모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고귀한 작업이다. 기억의 불확실성에서 기록의 확실성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메모가 존재한다.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작은 노트를 하나 마련하여 순간일지를 기록해보자. 1차적인 목적은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매 순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다.

(p119)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일상은 사냥터이고 순간은 사냥감이다. 순간을 붙잡는 좋은 방법은 메모다. 사소한 메모에서 영원히 남을 글 한편이 나온다. 사람의 기억은 짧다. 1년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다. 사람은 오직 순간만을 기억한다. 그러니 순간을 놓치지 마라.

(p120) 

일상이 사냥터인 것이다, 그렇지.

 

첫째, 첫 책의 주제는 자신의 인생과 현장경험이 담긴 주제를 잡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게으름이라는 키워드처럼 보다 분명한 주제라면 좋을 듯 싶다.

둘째, 기존에 나와있는 관련 서적을 참조하되 차별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책의 내용에서 자신의 경험이 3분의 1이고, 기존의 지식이 3분의 1이라면 나머지 3분의 1은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과 상상이 가미되는 것이 좋은 비율이 아닐까 싶다.

셋째, 글을 쓰기 위한 덩어리 시간을 꼭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은 일관성과 전체적 시야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에 규칙적으로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처럼 꼭 일을 그만두고 써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루 중에 가장 좋은 시간을 책쓰기에 할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넷째, 글을 쓸 때 막연한 독자를 생각하기보다 자기 주변의 구체적 대상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듯이 써내려 가면 좋다.

다섯째, 주관을 가지고 쓰되 주변의 반응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첫 책은 신선할 수는 있지만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군더더기가 많거나 거칠 수 있기 때문에 미숙환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원고를 돌려 피드백을 받아보고 개선할 부분은 고쳐나가는 것이 좋다.

끝으로 나는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책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돋아날 날개를 위하여 말이다.

(p137)

이 책의 적어도 책쓰기 방법론에 대해서는 문요한의 경험담이 제대로 요약해놓은 것 같다. 핵심이 다 여기 있다.

 

좋은 글의 조건

-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 읽을 맛이 나는 글

- 읽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

(p142.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 쓰기)

대학교 때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뒤져보니 책장에 없다.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다. 

 

글이 난해하고 복잡하면 독자는 길을 잃는다. 길을 잃으면 계속 읽고 싶지 않다. 일단 의욕을 상실하면 다시 불러들이기는 어렵다. 반면에 읽기 쉽고 핵심이 분명한 글을 독자를 집중시키고 계속 읽고 싶게 만든다.

(p147)

 

낯섦과 공감대의 결합효과

(p152)

중요하다. 내게는 SF와 호러와 판타지에 매혹되는 이유도 그렇다. 세상에 아직 없는 배경, 일어날 성 싶지 않는 기이한 일들, 그럼에도 그런 낯선 배경을 무대로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이야기를 우물처럼 깊은 통찰력으로 퍼올리는 어슐라 르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사건(Example) – 행동(Outline) – 이익(Benefit). EOB  커뮤니케이션 – Magic Formula by데일 카네기. 사람들의 마음을 마술처럼 열어준다는 의미

(p172)

 

메시지에 대한 ?’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은 결코 명령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와 판단에 의해서만 움직일 뿐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

(p173)

행동 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변화관리에 통하는 원칙. So what’s in it for me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건드려 주느냐에 대한 문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나 변화관리 책에 인용하기 좋겠다.

 

각 부분에 대한 구성 비율은 사례가 70-80퍼센트, 핵심 메시지 10-15퍼센트, 이익 5-10퍼센트가 적당하다.

(p174)

이야기 풀어놓기에 흥이 겨워 한 부분에서 장황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기억해두면 좋을 구성비.

 

어느 여름날의 새벽이었다, 나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창호지 사이로 아침햇살이 비쳐들었다. 그 순간 나는 울고 싶었다. 눈부신 하루가 시작되고 있는데 나에게는 이 하루를 보낼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나는 그 자유를 누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무기력한 과거의 인물로 누워있던 그 막막함을 비집고서 햇빛처럼 한 목소리가 내게 다가왔다.

써라. 일어나 써라. 책을 써라. 그리고 그것으로 먹고 살아라.”

(p175)

눈부신 하루가 시작됐는데 일어날 수 없는 두려움. 망각 속에 어떻게든 시간을 흘려 보내고 밤이 되어 아무 것도 느끼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만을 기다리는 심정. 겪어봤으니 두려워 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그리고, 마지막 그걸로 먹고 살아라! 라는 말이 내 가슴을 쳤다. 내 스스로 밥벌이를 하지 않고 있다는, 또는 할 수 없을 지 모른다는 낯선 공포에 맞서서, ‘, 이걸로 먹고 살아보자고 호기롭게 외칠 그런 용기가 내게 필요하다.

 

우선, 나는 책의 끝(end of story)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책을 시작하는 첫머리, 즉 서문에 담는다. 끝을 알고 있는 저자가 끝을 모르는 독자를 이끌고 간다. 중간지대는 나도 모른다. 온갖 모험과 진통과 위험 속에서 이야기는 제 스스로 갈 길을 찾아간다. 이것이 묘미다.

(p177)

몰라도 가고 보는 거구나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르니까.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다.”

(p205,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On Writing Well))

어디 독자만 그럴라구. 상사는 안 그렇고, 클라이언트는 안 그런가? , 난 그런데 자신이 바라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가져오라는 상사와 동료들을 늘 지긋지긋해하며 탓했던 것 같다.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부터 명확히 해라고 질타하는 대신, ‘이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이예요. 여기 가져왔습니다라고 접근해야 하는 세계다.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p.209) - 조지프 퓰리처( Joseph Pulitzer)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이자 아트 칼럼니스트였던 자코비 교수가 생각난다. 그의 글은 시카고트리뷴에 기고한 오페라 리뷰가 됐든 학기말 페이퍼에 단 코멘트가 됐든 늘 한 편의 시 같았다. 역시 단문, 힘있는 단문! 그리고 더 이상 절묘할 수 없는 적확한 단어 선택!

 

책쓰기의 핵심은 문체가 아니라 주제 선정과 목차 구성, 그리고 컨셉트이기 때문입니다.

(p212)

난 문체로 착각할 여지가 아주 많은 사람이다. 명심, 명심!

 

책을 쓰는 작가인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가 된다. 책을 쓸 때 나는 실제로 시각적으로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본다. A4용지를 가로로 뉘이고 좌우를 분할하여 왼쪽 페이지부터 써나간다. 페이지당 행수도 실제로 팔리는 책처럼 20행에서 22행으로 정한다.

(p216)

나도 이렇게 하겠다!

 

자료 수집(2) , 원고 쓰기(3), 휴식 또는 피드백 받기(1), 수정하기(1)로 배분하는 것이 좋다.

(p232) - 초고의 시간계획 세우기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 200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뛰어난 문장가 구양수의 경우, 글을 지으면 가장 먼저 벽에 붙여놓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고쳤는데, 어떤 글을 마지막 완성 단계에 이르러 초고 중 단 한 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전해진다. 물 흐르듯 잘 읽히는 글은 한번에 써지지 않는다. 그런 글은 부단한 손질의 결과다.

(p247)

맨날 남의 글 고치고 핀잔 주다가 내 글을 앞에 놓고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고쳐쓰기를 사랑해야하는데

 

첫째, 숙성의 시간을 가져라. 초고를 적당히 재운 뒤 깨워라.

(p249)

말 된다. 

 

여덟 명이 함께 쓴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의 경우, 본격적인 저술 작업에 들어가기 전 공저자들을 모아 집필원칙을 세웠다. 집필원칙은 책을 쓰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적용하는 판단 기준이다. 그리고 원고를 쓰는 동안 각자가 품어야 할 핵심 질문도 정했다. 덧붙여 책의 목적과 범위, 주요 독자층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토론했다. 우리는 주요 이슈를 질문 형태로 만들어 각자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p282)

생각해보니 엎어졌던 사리 프로젝트는 이런 원칙과 질문들을 일부분은 활용했고 일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저에 있던 게 아니라, 이 주제에 대한 회의가 문제였다주제에 대한 열정과 확신이 없이,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주제였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재방문해보면 쓸만한 재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1.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이제 슬슬 손과 등이 아프다. 다시 맘을 다잡고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보기를 하려면, 구성과 목차를 먼저 살피라 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내용과 재료 자체가 산만히 퍼지거나 모자라지 않고 꽉차고 단단하다. 독자 입장에서 비약이나 빈 공간을 느낄 수 없게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추천사 나는 쓰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프롤로그 나의 길을 찾고 나를 구원하는 책쓰기

  1. (가치 찾기) 왜 책을 써야 하나

  2. (원칙 세우기) 어떻게 책을 써야 하나

  3. (구상하기) 무엇을 쓸 것인가

  4. (기초 다지기) 글을 잘 쓰는 방법은

  5. (기획하기) 어떤 전략을 세울까

  6. (집필하기) 이제 한번 써볼까

  7. (출판하기) 어떤 출판사가 좋을까

    에필로그 책읽기를 넘어 책쓰기에 도전하라

    부록 출간일기

    감사의 말

    참고문헌

 

목차를 다시금 훑어봐도 왜, 무엇을, 어떻게, 그래서 무엇을 얻게 될 지에 대한 내용들이 순차적으로 넘어가도록 구성되어 있고, chapter 마다의 구성도 main contents – tips for readers – real life example 로 딴딴하게 짜여있다.

 

참고문헌을 친절하게 정리해준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간다면 각 책이 어떤 면에서 책쓰기에 도움이 될 지에 따라 분류해준 리스트가 있어도 좋겠다. 구성 단계에서 도움이 되는 책, 문체 만들기에 도움이 되는 책등등등? 그러나 여기까지 나가면 너무 숨이 막히려나. 사실 이 책의 정보량은 지금 이대로도 상당하다.

 

출판전문가 인터뷰도 매우 도움이 되는 자료였다. 좀 더 나간다면, 대형 출판사와 소규모의 특화된 출판사 편집인을 둘 다 보여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집필 일정에 더해, 출판 일정을 그림처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추가되었으면 어떨까. 출간 일기가 꽤 도움이 되긴 했다. 출판 과정에 대한 생략은 이 책이 책을 집필할 동기 부여부터 좋은 출판사를 만나기까지로 일단 울타리를 쳐둔 것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궁금할 것 같다.

 

책의 디자인 역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알맞다.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나 서체, 구성은 딱 질색인 나에게 이 책은 상당히 괜찮았다. 사진은 아주 드물게 쓰였는데, 한장, 두장이던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저자가 직접 집필한 원고나, 메모 노트 등을 사진 자료이자 조금 눈을 쉬어갈 수 있는 삽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넣어보는 것도 좋을 듯.

 

이 책을 40일만에 썼다니, 출간일기의 힘인가, 공저의 힘인 건가. 그저 저자의 의지와 실력에 의한 것이라 정의해버리면 내가 도전할 엄두가 안 나므로 아니라고 말해줬음 싶다ㅜㅠ;  챕터마다 수록된 저자들, 편집자의 인터뷰 등은 나라면 어떻게 찾아내고 접촉했을까? 할 수 있을까? 내 분야로 좁게 한정시켜도 섭외와 제대로 된 인터뷰가 사실 쉽지 않음을 안다. 기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 북 리뷰였다어디까지 가볼 것인가. 어떻게 판을 짜 볼 것인가.

 

됐고, 하고 나서 이야기하라는 말만 믿어본다.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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