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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9일 02시 48분 등록

책으로 노는 집

책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독서 가족 탐방기

 

1. 저자에 대하여

 

김청연

 

2002 '출판저널'에서 기자로 첫발을 뗐다. 청소년 문화와 교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 매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2007년부터 한겨레 교육 섹션 '함께하는 교육' NIE 매체 '아하! 한겨레'를 만들며 꿈을 펼치고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책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글 없는 그림책과 청소년 소설을 즐겨 본다. 어린이 책 <책이 있는 마을>을 썼다.

 

최화진

 

2010년 세계일보 온라인 '세계닷컴'에서 기자로 첫발을 뗐다. 2011년부터 한겨레 교육 섹션 '함께하는 교육' NIE 매체 '아하! 한겨레'를 만들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자를 꿈꿨고, 지금 그 일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해 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잘 맞고 즐겁다.

 

2. 내가 저자라면

 

- 책의 핵심을 몇 줄로 요약할 것.

(책의 핵심 메시지와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명확하게 소개한다는 기분으로 쓸 것)

 

책 읽는 가정 9 곳을 인터뷰하여 엮은 책

 

책 읽는 가정을 직접 방문한 듯 생생한 문체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 가정 9곳을 소개한다.

 

-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도출해볼 것.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책이 다른 책과 뭐가 다른가?)

 

두 명의 기자가 공저한 책

9집의 책 읽는 가정을 소개

각국의 함께 읽기 문화를 소개

시인 김용택, 철학교사 안광복, 교육감 김상곤의 책 읽기 인터뷰 수록

 

- 특히 감동적인 장절과 해석, 그 구절에 꽂힌 이유  

 

97

이 가정의 독서 문화의 특 장점은 가정의 책과 책 문화가 가정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로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엄마가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 준 것은 책만이 아니다. 딸들은 책을 나눠줄 줄 아는 나눔의 미덕을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236

일본의 우치도쿠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형성된 가정 독서 문화가 단절되기 쉬운 시기는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다. 조금 자라서 자아가 형성될 무렵의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기를 꺼린다. 독서는 차치하고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일본의 한 출판 도매상이 제안해서 시작한 우치도쿠 운동은 초등학교 이상 나이대의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목서 프로그램으로 자녀와 부모의 소통을 돕는 구실을 톡톡히 한다. 출판 도매상 토한이 제안한 이 프로그램은 가족이 독서 습관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에는 구체적인 시행 약속이 있다. 첫째, 가족 모두가 같은 책 읽기, 둘째, 그 책을 주제로 이야기 하기, 셋째 감상노트 기록하기., 넷째, 자기 속도로 읽기, 다섯째, 가정문고 만들기 등이다. 약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운동에서는 책은 목적이 아닌 도구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족 간 대화를 늘리고 소통의 길이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60

아이들도 생각을 바꿔도 해요. 엄마가 좋아하는 건 엄마보고 하라고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합니다. 예순 살 넘어서 성공하는 삶을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주체적인 독서 활동을 통해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286

상처가 없는 사람은 고전도 못 읽습니다. 콤플렉스가 인문 공부의 출발점이거든요. 고전을 제대로 읽고 싶으면 이 시대 콤플렉스가 뭔지를 제대로 만나면 됩니다.

 

287

사십 대에 들어와서 보니까 독서도 구체적인 삶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보이더군요. 책 읽는 시간이 세 시간이면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어울리는 시간도 세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책만으로는 절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책과 사람이 함께 있어야 사람다운 삶,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논할 것.

(탄탄한가? 일관성이 있는가? 신선한가?)

 

탄탄하며 일관성이 있다. 서로 다른 가정을 통해 다양한 독서 문화를 알 수 있다.

 

- 내 책을 쓸 때의 참고사항을 기술할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할 것.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문화를 지지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독서는 자기발견이고, 치유다.

독서는 문화이고 교육이다.

책으로도 충분히 놀 수 있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8

<책으로 노는 집>에는 책을 좋아하는 아홉 가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가족들이 내리는 책에 대한 정의는 다 다르다. 단 책을 목적이 아닌 도구, 매개체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들한테는 책보다 중요한 게 있다. 다름아닌 가족, 그리고 그들로 이루어진 가정이다. 그래서 그들은 책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서를 쫓다가 가족을, 가정을 힘들게 하거나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17

독서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 한 권도 마음껏 읽지 못한다. 부모는 자기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권장 도서 목록 중에서도 학습에 치우친 책만을 뽑아서 공동구매하거나 도서관 투어를 하며 책을 빌린다. 이런 억지 독서가 아이에게 진정한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독서마저 경쟁인 시대가 되다 보니, 목표지향적인 독서가 판을 친다. 독서 교육, 독서 공부, 전략적 독서, 맞춤식 독서라는 말들이 유행한다. 아이들한테는 책 읽기가 그저 또 하나의 공부이자 짐이 돼 버렸다.

 

이런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줏대를 세우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거대한 회오리바람 속에 휘말려 들지 않고 바깥에서 그 회오리 바람을 바라보려면, 뭔가를 잡고 일어설 수 있는 줏대와 용기,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얻으려면 부모나 아이한테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한다. 책만 있어서는 안 된다. 몸으로 세상을 접해볼 기회도 만나야 한다. 철학이라는 힘은 단시간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23

책이 얼마나 다양한 재미와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주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 가족과 대화하는 게 어색하고 서툴러서 고민인 사람한테도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 가정의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다른 가정의 노하우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들만의 새로운 가정 독서 문화를 만들어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40

두 딸한테 각자의 책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같이 읽는 책도 있죠. 하지만 아이들 각자 읽고 싶은 책이 있을 수도 있고, 소유하고 싶은 책도 다를 겁니다. 그래서 각자의 취향도 존중해주고 자기만의 책도 사주려고 노력합니다.

 

41

한참 연애하던 시절에 아내가 내적 불행과 관련한 책을 추천해줬어요. 저희 부모님께서 저한테 자신감을 심어주기보다는 너는 안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런 환경 속에서 스스로 위축되어 살아왔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였죠. 근데 아내가 권해 준 책을 읽으면서 늦게나마 제 유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보듬고 사랑하는 법을 찾았죠. 책을 통해서 유년에 풀지 못한 상처를 보듬으면서 두 딸에게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마음가짐도 가다듬는 것 같습니다.

 

43

문득 조씨가 왜 그림책을 펼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딸들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책이 담는 단순하지만 진지한 삶의 이야기가 조 씨의 삶에 큰 울림과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55

신 씨의 가족은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가지고 끊임없이 놀 거리를 만들어낸다. 그 중 하나가 영화다. 텔레비전을 없애고 생긴 영상에 대한 갈증을 영화로 채워나갔다. 그렇게 책과 영화의 만남이 시작됐다.

 

56

가지고 놀 것이 책밖에 없었던 그 시절과 달리 지금 신 씨의 아이들은 책을 가지고 영화나 공연, 블록 장난감 등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논다. 그만큼 독서가 멀티화하고 진화한 셈이다.

 

63

엄마다 보니 당연히 아이한테 유익한 것, 좋은 것을 찾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만 너무 신경 쓰고 집중하다 보면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아이에게 제일 큰 건 재미다. 엄마는 너무 놀 궁리만 한다고 걱정하지만 그 놀 거리를 자세히 관찰하면 그것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독서를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책보다는 아이에 대한 관심이 먼저다. 아이한테 책만 안겨주기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같이 읽고 낄낄대며 얘기해보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80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저희가 말하는 성공이 달라서 그런 거겠죠. 다른 사람과 상대적으로 봤을 때 성공했다고 느끼는 건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만족이라고 해야 하나?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어야 성공한 삶인 거죠. 그런 점에서 세상이 말하는 성공지향적인 책은 안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이 분명히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겠죠.

 

88

아이들이 태어나고 한 권, 두 권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히는 일이 엄마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자랄 때 읽어보지 못한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자신도 읽는다면 데서 오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89

뭔가를 읽는 행위 자체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97

이 가정의 독서 문화의 특 장점은 가정의 책과 책 문화가 가정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로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엄마가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 준 것은 책만이 아니다. 딸들은 책을 나눠줄 줄 아는 나눔의 미덕을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120

만화와 동화를 보는 것은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학습만화는 학습의 또 다른 수단으로 지식을 외우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어릴 때는 그것보다는 서사가 좋은 걸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어릴 때 본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보다는 그때 익혔던 논리력이나 감성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체화되는 것일 텐데,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130

책을 읽는 것도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죠. 교육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아이가 피아노나 운동에 관심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타인의 관심사와 세상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게 필수예요. 친구들은 뽀로로를 좋아하는데 책 좋아하는 애로 키우겠다고 그걸 못 보게 하면 활자 중심의 지식이나 지혜는 늘어날지 몰라도 타인과의 관계 능력 면에서는 오히려 부족해지거나 편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132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해요. 텔레비전도 있고 SNS도 있고 하지만 책은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있어서 다른 매체보다 강해요. 다양성과 깊이, 이게 책이 가진 매력이죠. 삶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세상을 통찰하여 나에 대해 깊이 있게 반추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은 아직 책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136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 읽는 행위 자체에 너무 몰두해서 다음 책으로 빨리 넘어가기에 급급해지기 쉬워요. 나도 책을 좋아해봐서 아는데 그렇게 읽으면 인지하는 것에서 멈추고 내 것으로 넘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책이나 지식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걸 좋아해요. 얼마만큼 읽었다는 것 어떤 작가의 책들을 다 읽었다는 것이 중요해서.

 

137

실제 그의 책장에는 그 동안 써왔던 일기를 묶은 여러 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이십 년 동안 두 달에 한 권씩 제본해 만든 것이다. 연도별로 정리해서 권마다 제목도 지어서 가족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두었다. 요즘에는 PDF 파일로 만들어서 아이패드에 넣고 생각날 때마다 이북처럼 읽는다. 지금 엄마가 그런 것처럼 아이가 커서 아빠의 일기를 읽으면서 아빠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는 책을 읽는 데에만 그치면 오래 못 읽는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병행돼야 독서가 오래가지, 아니면 학습 동기가 제한된다는 의미에서다. 일기를 쓰든 블로그를 쓰든 책을 쓰든 독서를 글쓰기와 연결 지어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139

그에게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었다. 한번 읽고 마는 읽는 동안 잠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 체화돼서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152

고등학교 올라갈 즈음에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공부하라고 책을 준 게 아니라 청소년 심리가 정말 이런지 궁금해서 물어봤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보고 감동한 책 위주로 권했었어요. 근데 아이들이 싫어하더라고요. 문학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따라 심리도 다르고 그 시기별로 관심을 두는 책도 다르더군요.

 

159

부모가 책은 다양하게 접해보라고 하면서 경험은 다양하게 해 볼 기회를 안 주잖아요. 대학? 젊을 때 하고 싶은 경험 많이 해보고 늦게 가면 좀 어때요. 사실 가현이라 제도권 밖으로 나왔을 때 외로워질까 봐 걱정스럽기도 했어요. 오히려 학교에 있을 때보다 바쁘고 씩씩하게 잘 지냅니다. 그 모습이 참 예뻐요.

 

160

주객이 전도돼 책이 주인공이 된 시대, 책에 매달려 살아가는 시대. 황 씨는 책의 노예가 될 게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삶을 살아갈 힘과 지혜를 얻으면 된다고 말한다.

 

190

그는 그렇게 일 년간 육아책과 심리학책 수십 권을 읽었다. 그러면서 남들은 사춘기 때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 육아에 경험이 부족했던 그는 육아책, 심리학책을 읽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보는 게 자신을 훈련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214

독서 문화를 확립한 가정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들 가정의 자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인생 지도를 스스로 그려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221

원하지도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은 누구에게나 곤혹스러운 일이다. 또한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한다는 정답도 없다. 어른이나 아이나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책을 읽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그게 진정으로 책과 가까워지고, 재밌게 독서하는 길이다.

 

224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탈이 나는 법이다. 또 마음 먹기 나름이다. 책을 가지고 머리를 꽁꽁 싸매고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미를 추구하며 책으로 노는 사람도 있다. 무조건 머릿속에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책을 느끼고 책으로 놀 궁리를 해보자. 간접체험을 넘어 직접체험으로 이어지는 독서는 내 삶을 더욱 즐겁고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225

책만큼 치유에 효과적인 매체도 없다. 흔히 머리가 복잡하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라고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괴롭더라도 치유가 필요한 곳에 마음을 두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 마주해야 한다. 책은 그것을 읽은 사람한테 생각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누군가의 고민과 갈등을 꺼내놓게 하는 매체일 수밖에 없다.

 

236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가 독서 그 자체를 즐기는 인구는 줄고 있다는 데서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정부, 지자체, 독서재단 차원에서 가정의 독서 문화에 힘을 실어주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중심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중심축으로 서 있고 아이를 중심으로 부모가 다양한 독서 관련 활동을 한다. 아이들이 자라 미래의 가정 독서 문화를 만들어갈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잠들기 전 책 읽어주기

 

할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구수한 옛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을 품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이런 문화는 조부모와 손자, 손녀를 이어주는 매개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는 입말로 이뤄진 책이나 다름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옛이야기 그림책이나 동화로 만난다. 이야기를 글로 만나는 것과 소리로 만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야기를 소리로 만날 때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영국 아이들의 약 구십 퍼센트는 매일 밤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면 잠든다. 전문가들은 가정 안에서 규칙적으로 이런 시간을 마련해두고 꾸준히 실천하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무엇보다도 긴장을 풀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숙면의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소득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들이는 시간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이 활동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잠들기 전에 부모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을 기다리게 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가정의 독서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다고 설명한다.

 

영국의 북스타트

 

생후 팔 개월을 전후한 시기 아이들과 보호자에게 책과 독서에 관련한 꾸러미를 줬더니 저절로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로 자랐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동화 속 사연 같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이야기는 1992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세계 각국으로 퍼진 북스타트 운동 의 성과를 보여준다. 이 운동은 영국의 가정 문화를 꽃피우게 한 중요한 동력이다.

 

북트러스트 협회를 중심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독서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이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보급으로 독서율이 떨어지자 위기감을 느끼고 시작한 운동이다. 보건당국, 행정기관, 도서관이 유기적으로 손을 잡고 활발하게 진행해서 영국의 독서율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스타트는 생후 팔 개월을 전후한 시기에 건강검진을 위해 보건소를 찾은 아기와 보호자에게 그림책 두 권과 보호자 용 가이드 북, 육아에 도움이 되는 지역 정보와 도서관 회원 카드 등이 담긴 가방을 건네주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처음 실시한 지 약 십 년 뒤 연구를 통해 효과도 입증했다. 무엇보다도 북스타트에 참여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즐거운 활동으로 여긴다. 한 논문에 따르면 북스타트 팩을 받은 부모 가운데 약 72퍼센트가 자녀를 위해 더 많은 책을 구입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 창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이다. 북스타트 팩을 받은 가정 가운데 양 28퍼센트가 아이와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분석도 있다. 이 운동의 성과는 지역 도서관과 책에 관한 정보 꾸러미 하나가 가정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해준다.

 

독일 큰 소리로 읽기

 

독일독서재단에서는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레제스타트 캠페인을 진행한다. 레제스타트란 독일어 읽다와 영어 시작하다를 합친 말로 영국의 북스타트 운동을 모델로 삼아 2006년에 처음 시작됐다. 부모가 아이들한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문화를 알리면서 책 읽기를 일상에 숨은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운동이다. 독서재단은 사람이 어린 나이에 책을 접할수록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발전한다는 데서 이런 운동을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 캠페인은 독일로 이민 온 이주자를 위해 다양한 언어로 진행한다. 다양한 언어로 알려지므로 이주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들의 모국어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독일 가정에서는 여덟 개의 귀로 이야기 듣기라는 이름의 가정 내 책 읽기 문화도 있다.

 

일본의 우치도쿠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형성된 가정 독서 문화가 단절되기 쉬운 시기는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다. 조금 자라서 자아가 형성될 무렵의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기를 꺼린다. 독서는 차치하고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일본의 한 출판 도매상이 제안해서 시작한 우치도쿠 운동은 초등학교 이상 나이대의 자녀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정 목서 프로그램으로 자녀와 부모의 소통을 돕는 구실을 톡톡히 한다. 출판 도매상 토한이 제안한 이 프로그램은 가족이 독서 습관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에는 구체적인 시행 약속이 있다. 첫째, 가족 모두가 같은 책 읽기, 둘째, 그 책을 주제로 이야기 하기, 셋째 감상노트 기록하기., 넷째, 자기 속도로 읽기, 다섯째, 가정문고 만들기 등이다. 약속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운동에서는 책은 목적이 아닌 도구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가족 간 대화를 늘리고 소통의 길이를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토한은 가정 독서를 제안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도 이 프로그램의 든든한 후원자 구실을 하고 있다. 우치도쿠에 적합한 도서 목록을 발행하면서 이 문화가 일본 가정의 전통 문화로 자리잡도록 힘을 실어준다. 부모와 아이만이 아니라 부부사이, 형제 자매 사이 등 세분화된 가족 단위에서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해 목록을 만든다. 지역 FM 라디오 방송에서는 우치도쿠용 책을 낭독하여 소개하기도 한다.

 

캐나다와 핀란드

 

아이들을 성적으로 경쟁시키지 않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걸로 알려진 핀란드는 공공도서관을 잘 구축해 놓고 있다.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공 도서관을 하나씩 설치하자라는 것이 핀란드 정부의 목표였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책을 실은 버스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북모빌도 운영한다. 이렇게 공공도서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덕에 가정에도 일상적으로 책을 읽는 문화가 발전했다.

 

이덕무식 느릿느릿 독서법

 

스스로 간서치(책만 보는 바보)로 불렀던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다. 그는 책을 곱씹어 읽는 걸로 유명했다. 그래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읽어도 뜻을 알 수 없으면 책장을 덮고 잠시 쉬거나 산책을 한 뒤 다시 읽었다. 집중하고 환기하는 과정의 반목을 통해 책을 제대로 읽어보려고 애쓴 것이다. 또 아이한테 글공부가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용택

254

제가 끊임없이 좋은 기사와 시를 보내줬기 때문에 애들이 시를 이해할 줄 압니다. 시를 이해하는 건 우리가 사는 삶을 이해한다는 거죠. 시는 우리 사는 세상을 종합하는 강력한 힘이거든요. 좋은 칼럼은 집사람도 함께 읽습니다. 덕분에 끊임없이 대화거리가 생기죠. 가족끼리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256

사람들은 흔히 글쓰기라고 하면 논설문을 잘 쓰는 것만 생각하죠. 자기의 삶을 자기 나름대로 표현하는 글이 잘 쓰는 글인데 말이죠.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진솔하게 써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삶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글을 쓰게 하면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죠. 자세히 본 사람만이 글을 잘 씁니다. 자세히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더 자세히 보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생각이 더 풍부해지죠. 글쓰기는 정신의 영토를 넓혀서 생각을 조직하도록 돕습니다. 생각을 조직해서 표현하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닙니다.

 

260

아이들도 생각을 바꿔도 해요. 엄마가 좋아하는 건 엄마보고 하라고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합니다. 예순 살 넘어서 성공하는 삶을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주체적인 독서 활동을 통해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안광복

284

니체가 말했죠. 모든 이해는 오해라고요. 아무리 정교하고 깔끔하게 글을 써도 애들은 다 오해하면서 받아들입니다. 오해를 두려워하면 안됩니다. 살면서 계속해서 비슷한 내용을 수십번씩 거듭합니다. 설사 오류가 있더라도 지식의 그물코를 꿰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가 먹어서 뭐 이 따위 책이 있었지? 하고 비웃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285

실력을 준비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독서에 대한 욕구, 글을 쓰는 욕구도 길러줘야 합니다. 절실해야 절실해지는 거죠. 너무 환경만 구축해주는 것보다는 절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멋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 너 따위가 감히 지성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하느냐? 꺼져라! 뭐 그런 의미죠. 물론 하위 팔십 퍼센트한테는 무조건 칭찬이 답입니다. 네가 3학년이 되어서 사십 쪽이나 읽었다니 대단하구나 이렇게 칭찬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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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없는 사람은 고전도 못 읽습니다. 콤플렉스가 인문 공부의 출발점이거든요. 고전을 제대로 읽고 싶으면 이 시대 콤플렉스가 뭔지를 제대로 만나면 됩니다.

 

287

사십 대에 들어와서 보니까 독서도 구체적인 삶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보이더군요. 책 읽는 시간이 세 시간이면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어울리는 시간도 세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책만으로는 절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책과 사람이 함께 있어야 사람다운 삶,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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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독서는 운동과 똑같습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기르듯이 독서를 통해서 정신의 근육을 길러야 하죠. 추리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겁니다. 모든 건 독서에 녹아 들어 있습니다. 언어로 사회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독서하지 않고 입말만으로 사회를 배운다는 건 태권도를 배우면서 기본 품새도 안 익힌 채로 막싸움을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책벌레에 대한 이중적인 생각이 있어요. 고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또 하나는 책을 보는 게 굉장히 고상한 취미라고 여기는 겁니다. 회사 안에서는 양가성이 있습니다. 신입 사원한테 책 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론과 현실은 달라!라고 충고하죠. 두 개의 세계가 조화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책만 봐선 안 돼요. 책과 사람과 경험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독서가 되고 독서가 삶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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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단순히 독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연 관람, 박물관 답사, 대화나 토론 등으로 이어져 삶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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