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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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목적
김도언
나, 목적이 없는 비밀을 갖고 싶은 적 있었죠. 그것은, 그대가 상상하는 것처럼 죽어가는
나뭇가지를 한번쯤 손으로 받쳐주는 일이거나 햇볕 쨍쨍한 아스팔트 위 달팽이를 음지의
이끼 위에 놓아주는 일처럼 근사한 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대체적으로 비밀은
남루하고 가난하니까요. 그런데도 왜 사람들이 비밀을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는지 당신은
아시나요. 그것은, 견딜 수 없도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비밀은 자신에게 드
리는 예배 같은 것이거든요. 나, 목적 없는 비밀을 갖고 싶어요. 그것은 하루 종일 빗줄기의
개수를 세는 일이거나 구름의 방랑을 응시하는 일. 우물이 키운 모래알이 사막 한복판으로
나아가는 일. 그래서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눈을 갖게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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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죠. 인정하긴 싫지만 보고 싶다는 것은 사랑이 떠나갈까봐 조바심 내는 것이라네요. 그래서 일까요? 사랑의 유효기간은 가슴 설레는 때까지라고.
그렇군요. 비밀을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을 간절히 사랑하기 때문이군요. 사랑한다는 것과 목적 없는 비밀은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비밀이 많은 사람이 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목적 없는 비밀은 사랑보다 아름다운 걸까요? 그대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는 눈을 갖게 되는 목적 없는 비밀의 유효기간은 사랑보다 길까요? 자신에게 드리는 예배라니 분명 길겠죠? 그렇다면 사랑 말고 나도 목적 없는 비밀을 가질래요.
오늘은 그대에게 드리는 예배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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