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217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1월 22일 16시 20분 등록


숲에는 그 숲에 사는 생명들이 만들어가는 마땅한 길이 있습니다. 산사태로 불모지가 된 땅, 혹은 어떤 사연으로 폐허로 바뀐 땅에서도 반드시 다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그 길의 첫 번째 모습입니다. 폐허 혹은 불모지에서 먼저 삶을 시작하는 것은 보잘 것 없는 풀과 지의류, 이후 두해살이와 여러해살이 풀의 시대를 거쳐 관목류와 소나무류가 숲을 개척하게 되는 흐름으로 그 길은 이어집니다. 수십, 수백 년을 흐르며 숲은 음지를 견뎌내는 식물들에게 길을 내주면서 숲의 대동(大同)을 실현합니다. 숲은 스스로 푸르러질 줄 알고, 다양성으로 깊어지는 길을 만들어갑니다. 이루어낸 성과를 서로를 위한 풍요로움으로 나눌 줄 알며, 마침내 더 그윽한 향기와 소리와 공기로 채워지는 길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숲의 행보, 숲이 이루어내는 마땅한 모습입니다.

 

나는 숲과 같이 사람에게도 가야할 마땅한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공자는 그 길이 실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만 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까지 했습니다.(朝聞道 夕死可矣) 공자가 그리워한 그 인간의 길은 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요약될 것입니다. 공자는 가 흐르는 세상의 모습을 노인들은 편안하고 벗은 믿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세상(老子安之 朋友信之 小子懷之)’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느리게 동아시아의 고전을 살펴보고 있는 몇 년 동안 나는 자주 묻게 됩니다. 공자가 이미 25세기 전에 그리워했던 그 인간의 길, 有道의 세상이 지금까지 어떤 행보로 펼쳐져왔는가?

 

노인들은 안녕하신가? 아이들은 따뜻하게 품어지는 세상인가? 믿을 수 있는 벗은 넘치게 살아있는가?’ (공자가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삶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여자에게 질투가 허용되고 참정권이 주어졌으며 사회적 진출과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함을 향해 더디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나가고 있는 모습 등)을 빼면 공자가 그리워했던 도가 흐르는 세상의 모습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외롭고 쓸쓸해지는 노인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조장과 억압 사이를 오가는 교육 속에서 제 기질과 본성의 궤도를 제대로 따라 살지 못해 불행하다 고백하고 있습니다.(OECD 국가 중 한국 학생들이 느끼는 불행감이 최고 수준이라지요?) 믿음으로 의지하고 서로를 북돋울 수 있는 벗의 관계는 이겨내야 하는 경쟁의 관계나 이해적 관계로 대치되고 있습니다.’

 

천지가 산이요 숲이어서 고개만 돌리면 숲이 보여주고 있는 자생의 길, 공생의 길, 향기로움과 다양성의 길을 살필 수 있거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루어가는 길은 왜 점점 無道하구나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요새 세상 소식이 너무 어지러워 숲의 길을 보다가 사람의 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떠한가, 사람의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가?’ 자문하는 몇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IP *.35.81.20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6 금리 니 앞으로 우야될끼고? 차칸양(양재우) 2015.03.17 2067
2235 [월요편지 75] 수상한 그녀, 90년생 신입사원의 돌발행동 [1] 습관의 완성 2021.09.12 2082
2234 충분히 의미있는 투자 해피맘CEO 2014.11.28 2083
2233 햇살에게 보내는 늦은 답장 차칸양(양재우) 2015.03.10 2083
2232 액션! [4] 한 명석 2014.11.12 2084
2231 세로관계(Vertical Relationship) 만드세요~ 차칸양(양재우) 2015.03.03 2085
2230 봄꽃아래 술 한 잔 부어놓고 file 한 명석 2015.04.08 2091
2229 나를 딛고 넘어가라 한 명석 2015.03.25 2093
2228 그 날 대학로에서 무슨일이 있었나? file 한 명석 2015.03.04 2094
2227 [월요편지 72] 쌀국수 한 그릇 팔면 얼마 남아요? [2] 습관의 완성 2021.08.22 2095
2226 자본주의 시대에 잘 산다는 것 차칸양(양재우) 2015.04.14 2098
2225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두가지 방법 차칸양(양재우) 2015.11.10 2098
2224 [화요편지] 책 속에는 답이 없다, 그러나 file [2] 아난다 2021.01.05 2098
2223 마지막 수업 [1] 書元 2015.02.21 2101
2222 자기 발견을 위한 꿀팁 연지원 2015.03.09 2107
2221 [용기충전소] 매일 매일이 새로워지는 비법 file [1] 김글리 2020.12.25 2107
2220 하나에 함몰되는 여행 file 연지원 2014.12.22 2108
2219 나는 어디까지 행복할 수있는 인간일까? file 한 명석 2015.01.14 2109
2218 저 꽃을 누가 피라 했나? 김용규 2015.04.02 2110
2217 내안에 들어온 그대 書元 2015.04.17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