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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5일 20시 35분 등록

노는만큼성공한다_구달리뷰#40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1.저자에 대하여

 

김정운

1962 3 27일 서울 태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는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니, 이런 거창한 프로필 따위는 다 잊어도 좋다. '김정운'은 팔뚝 굵은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상에 감사하며, 아침마다 그날 가지고 나갈 만년필 고르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거리의 망사스타킹을 보면 가슴이 뛰어 낚시가게 그물만 봐도 흥분하고, 자동차 운전석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목 놓아 따라 부르며 주책없이 울기를 좋아하는 사십 끝줄의 대한민국 남자다. 귀가 얇다 못해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고, 한번 폭발하면 대로변에서 삿대질도 일삼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에 담아두면 며칠 밤 잠 못 자며 고민하는 소심남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강연 스케줄 잡기 가장 힘든 강사이자, 방송 매체 섭외 1순위인 그는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최고의 명강사'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         에디톨로지, 2014

·         남자의 물건, 2012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009

·         일본 열광, 2007

·         노는 만큼 성공한다, 2005

·         휴테크 성공학, 2003

 

·유인경이 만난 사람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
·“
우린 그동안 대학까지 16년 정도 공부한 것으로 60세까지 버텼다. 100세 시대인데 왜 남은 인생에 투자 않나. 이제 자기의 삶과 인생을 성찰해야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한때 다방면에 걸쳐 맹활약을 하던 대중적 스타였다. 명지대 교수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라는 타이틀을 필두로 베스트셀러 저자로, 방송 진행자로, 최고 강연료로 모셔야 하는 명강사로 명성을 떨쳤고, 급기야 CF 모델까지 할 정도로 잘 나갔다.

그는 이 모든 직함을 서울에 두고 2년 전 홀연 일본 교토의 미술대 학생으로 변신했다.

그 이후 그의 행보가 궁금했다. 국내 최초로 ‘휴테크’란 개념을 제안하며 ‘잘 놀아야 성공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등의 책을 통해 중년남성들의 심리를 꿰뚫은 그는 정말 잘 놀고 있을까. 50세에 그 아까운 교수직을 내려놓고, 그 많은 강연료를 뒤로 하고 떠난 그에게 ‘안녕하게 사는 법’을 듣고 싶어 모처럼 서울에 온 그를 만났다.

요즘 안녕한가.

“매우 안녕하다. 하루 일과를 설명하면 우선 오전 630분에 일어나 혼자 우아하고 고상한 아침식사를 즐긴다. 장을 봐서 미리 그릇에 담아둔 샐러드, 빵과 직접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해서 내린 커피를 클래식을 들으며 먹고 마신다. 8시에 일어학원에 가서 일어공부하고, 학교로 돌아와 학생식당에서 300(3000원 정도)짜리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그림수업을 받으며 6시까지 그림을 그린다. 현재 교토 사가현 예술전문 단기대학생이다. 일본화 전공이다. 만화를 전공하려 했으나 영어가 가능한 교수가 일본화 교수밖에 없어 일본화를 배우고 있다. 뜻밖에 내가 너무 일본화를 잘 그려 교수도 감탄한다. 저녁에는 돌아와 책 번역하고 다른 책도 읽는다. 내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았다 싶으면 칭찬해주려고 목욕탕에 가서 온천도 하고, 맥주도 마신다. 밤에 쓸쓸하면 가족과 통화하고 카톡에 올려진 사람들의 사진을 본다. 2012 1 3일에 큰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는 5일 교토에 왔다. 그 사이 아들은 제대했고 난 계속 학생이다.

50
세에 가장이 직장, 그것도 65세 정년이 보장된 교수를 그만두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존경하는 이어령 선생이 인생에서 정점을 찍지 말라고 했다. 정점에선 내려올 일만 있기 때문이다. 50세 무렵에 난 정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안정된 교수직, 하루에 수십 군데에서 오는 강의 요청, 수십만권이 팔린 책들, 아이돌처럼 밴을 타고 다니고 기사와 비서도 있었다. 바쁘다면 헬기를 보낼 테니 강의를 해달라는 곳도 많았고, 방송 제의나 정치권의 유혹도 많았다. 그러다 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점이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후회는 없나.

내가 가장 잘한 결정이 교수직 그만둔 것과 그림을 시작한 것이다. 상황에 밀려 결정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교수 체질이 아닌데 억지로 하던 교수직을 그만두니 행복하다. 학생들에게 강의는 해도 그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은 부족했다. 그림 역시 내가 어떤 대상에 이렇게 몰두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재미있다. 말과 글 등 자기표현의 수단이 많은데, 말과 글은 나중에 후회하거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때가 많다. 그림은 가장 후회 없는 자기성찰의 수단이다. 논리적 성찰은 아니지만 점점 훌륭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다. 위대한 사람들이 대부분 만년에는 전공에 관계없이 다들 그림을 그리지 않았나?

만년도 아닌 나이에 그림을 그려 뭐할 건가.

그림 그리는 것이 행복한 이유는 내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이걸 어떻게 어디에 써먹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시작해서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공부를 할 때 늘 그 결과, 활용도를 궁리했는데 그림에 대해서는 결과물에 대한 강박이 없다. 원래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의 성을 다루는 ‘에로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만화 대신에 일본화를 배우는 중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말 잘 그린다. 앞으로 글로만 표현되지 않는 또 하나의 영역을 그림과 같이 담아 새로운 글쓰기 스타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기는 하다.


50세에 훌쩍 떠나 많은 중년남성들이 부러워한다. 물론 김정운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도 하지만…“‘당신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은 불쾌하다. 교수를 그만둘 때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과연 강의는 계속 들어올지, 책은 잘 팔릴지 누가 장담하나. 50세에 훌쩍 버리고 떠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추구할 세계에 대한 동기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 내가 사는 세계가 내가 추구하는 삶이나 세계가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할 때 떠나야 한다. 새로 시작하려면 버려야 한다. 내려놔야 다시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다. 아무리 직장에서 버텨도 60이나 65세면 쫓겨난다. 우린 그동안 대학까지 16년 정도 공부한 것으로 60세까지 버텼다. 이제 100세 시대인데 왜 남은 인생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가. 날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의 삶과 인생을 성찰해야 한다. 

호모헌드레드, 100세인의 삶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다. 45~60세를 신중년으로 칭할 만큼 생애주기도 달라졌다. 학교로 치면 학제가 개편된 셈이다. 그렇다면 각각 삶의 과정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평균수명의 연장은 어마어마한 혁명이다. 사회구조의 변혁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100년을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대책이 없을 수 있나. 모든 것이 엄청나게 변하고 달라질 것이다. 일부일처제도 고민할 문제다. 25세에 결혼한 한 배우자와 75년을 계속 사는 게 행복일까. 내 아들에게도 가능한 한 늦게 결혼하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100년을 살아야 하는데 50년을 사는 속도와 의식으로 살 듯 조급하고 불안하게 살면 탈진하게 된다. 100년 동안 사용할 에너지를 50년 만에 다 쓰는 셈이다. 지난 총선 때 정치권의 유혹이 많았다. 정치를 하면 굉장히 폼나게 잘할 자신도 있고, 그런 제안을 받으니 갑자기 역사와 민족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었다. 그런데 가족과 상의하니 아들이 ‘아빠가 정치하면 정말 잘할 것 같지만 분명히 일찍 죽을 거예요’라고 했다. 정치하며 받을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고, 정치만 하기엔 내가 너무 다른 능력이 많다. 국가적 낭비다.

정치를 안 해도 우리 국민들, 특히 남성들은 모이면 다들 정치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은 진정한 나라 걱정이나 덕담이 아니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욕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건 일단 한국 사회의 기본 정서가 집단불안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발전방향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한국 사회에서 불안은 아주 다양한 외피를 입고 나타난다. 한국 사회의 모든 사안이 ‘보수 꼴통’과 ‘좌빨’로 아주 간단히 나뉘는, 이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이분법도 집단불안에서 출발한다. 불안할수록 적을 분명히 하면 내 존재가 확인되는 까닭이다. 확실한 한 명의 적을 만들어놓고 그를 욕하면서 자기위안을 삼는다. 집단불안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힘을 얻게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 사태부터다. 그 전까지는 불안할 여지조차 없었다. 우선 가난을 극복해야 했고, 인간적인 삶의 조건이 되는 민주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선이었다. 좀 생활의 여유도 생기고 민주화의 바람이 부니까 불안해지고, 그걸 정치혐오로 표현하는 것이다.

집단불안의 해결이나 치유책은 없나.

“정치공학적이나 사회구조적 문제는 논외로 하고, 각각 개인의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 일단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내 시간이 많아지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나도 일본에 처음 와서 6개월 동안 너무 외로웠다. 럭셔리한 밴을 타고 하루에 7~8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다가 갑자기 아줌마들이 타는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300엔짜리 도시락을 먹는 생활을 하니…. 그런데 내 시간이 많아지니 완전히 시각이 달라졌다. 인생 100세란 말도 나 혼자 내 인생과 내 문제를 마주하는 시간이 많으니 뇟속 깊이 이해된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이 많다는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상식이 없어서다. 내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상식이 내것이 된다. 매일 뼈빠지게 회사에서 시달리고 밤마다 술마시고 남 욕하는 등 삶 자체가 비상식적으로 돌아가는데 태도가 어떻게 상식적이 되나. 상식적 사고는 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왜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하나,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상식적 의문을 가질 때 나온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 차분히 자기 성찰을 할 시간이 없다.

“왜 바쁜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주말에 나와 별로 가깝지도 않은 이들의 결혼식과 장례식 등에 길이 막히는데도 부지런히 다니는 이유가 뭔가. 정직하게 말하면 내 자식 결혼식이나 내 장례식에 그들이 와주길 기대해서다. 그럼 내 자식의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르고 내 장례식도 소리 없이 치르면 되지 않나. 그런 것들이 행복의 본질과 무슨 연관이 있나. 불편한 것을 쳐내면 내 시간이 많아진다. 내 시간이 많아지면 상식적이 되고, 상식적이 되면 주변에도 관대하게 된다. 쫓기니까 공격적이 되고, 바쁘니까 짜증이 나고 몰상식해지는 거다. 

10
년 전부터 잘 놀아야 성공한다, 그게 주체적 삶이라고 주장했다.
그 신념에 변함이 없나.

“그렇다. 주체적 삶의 조건은 지속가능한 삶이다. 지속가능한 경영보다 더 중요한 개념이다. 그 원동력은 삶의 재미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일본 가서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거지 같은 인간들’을 안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어설프게 남을 위해 희생하지 말고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하면 자연히 주변사람들과도 즐거움을 나누고 행복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정치인 비판하거나 사회구조를 지적하기 전에 더 근원적인 질문,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던져야 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살고 지속적으로 행복하려면 삶의 매 순간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나마 주5일제 시행 후에 휴식과 여가에 대한 필요성을 알게 되고, 나와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정작 시간이 나도 자기 시간을 엉뚱한 데 쓰지 않나. 얼마 전 자료를 보니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의 60%가 중년남성들이라고 해 놀랐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어젠다가 얼마나 다양한가로 측정된다. 미국과 유럽 신문의 주말판을 보면 안다. 정원 가꾸기를 비롯한 각종 취미, 문화공연 행사 안내와 평들, 정치가 아닌 사회·문화분야의 에세이 등 두툼한 뭉치의 주말판 신문을 읽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그걸 주제로 대화를 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남의 이야기에 악플을 달 시간이 있나.

대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52세다. 나이를 의식하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성욕이 약해졌다. 톨스토이가 나이 들어서 가장 좋은 것이 성욕이 사라진 것이라는 말을 예전엔 전혀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섹스 대신에 다른 것에 관심이 확장된다. 그림, 디자인 등등…. 나이 들어 시력이 약해지고 성욕이 감퇴되는 등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에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내 나이 또래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삶의 텍스트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100세까지 재미있게 살 수 있다. 물론 젊은 여자들이 나를 더 이상 남성으로 보지 않는 것은 슬프다.

새해 계획이나 독자들에게 줄 덕담은.

100세 시대답게 인생의 계획도 1년 주기로 짜지 않고 5년 주기로 짜고 있다. 앞으로 3년간은 일본에서 그림공부에 몰두할 예정이다. 5년 정도 시간을 갖고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중심으로 근대 미적 감각의 변화. 인상파 이후의 미술과 산업이 만나는 다양한 접점에 대한 연구를 문헌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끼고 글로 쓸 계획이다.

“지난밤에 만난 사람들에게 너무 내 자랑을 해서 오늘 아침에 후회했다”는 김정운 박사. 이렇게 잘난 척을 해도 그가 밉지 않은 이유는 그는 수시로 자기성찰과 반성을 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교수생활을 할 때 내려갔던 입꼬리가 많이 올라간 것만 봐도 그는 진짜 행복한 것 같다. , 나도 사표를 쓰면 내 입꼬리가 올라가질까.

 

2. 내가 저자라면

 

책의 핵심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마치 삶의 재미가 없는 집단 심리학적 질병, '놀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아울러 늘어난 여가 시간을 개성 있게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놀면서도 여전히 불행한 이 뿌리 깊은 집단심리학적 질병을 벗어나,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21세기에는 창의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즉 일과 놀이(휴식)의 조화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인 의사소통의 부재를 놀이와 재미의 회복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사소하지만 누구나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경쟁력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  책의 특징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돋보인다.

1)    잘 노는 놈이 창의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2)    창의력의 핵심적 요체가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 준 점, 즉 창의적 지식이란 결국 정보와 정보간의 관계이고, 상관 관계의 맥락의 재해석이라는 통찰.

 

- 이 책의 구성은 탄탄한가일관성이 있는가신선한가?

구성은 신선하긴 해도 일관성과 탄탄한 면에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처음부터 노는 것을 핵심 주제어로 풀어 나갔지만 2부에 가서는 심리학 강의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놀이를 주제로 삼았지만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심리학 개론에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의 단편들이 여기저기 소제목으로 산재해 있어 탄탄한 구성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3. 나를 무찔러온 장절

 

항상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어 돌아가는 우리 삶의 완충지대는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충격을 완화할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모두들 사소한 일에 신경이 곤두선다.

 

프롤로그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노는 이야기를?

 

10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겁니다

골프에 지쳤다. 이제 잠시 골프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  -박세리

모든 사람은 자기 능력에 맞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빛난다. 그러나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11
여가정보학과, 여가와 놀이에 관해 이야기 한다.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얘기다.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왜곡된 여가 문화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12
창의력과 재미는 동의어다. 사는 게 전혀 재미없는 사람이 창의적일 수 없는 일이다. 재미를 되찾아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데 노는 이야기나 한다고 혀를 차는 이들의 걱정을 따라 하다가는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우리나라 경제가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13
이들이 유포하는 불안감은 사스나 조류독감보다도 더 빠르게 전염된다. 이들에게 노는 것이란 그저 폭탄주와 노래방뿐이다. 자조 섞인 말 '놀고 있네'를 보라. 잘못된 사회다
TV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정치가, 한국의 대표적 CEO의 표정에서 도대체 웃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14
한국 사회의 진정한 위기는 정치, 경제적 요인으로 야기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들을 찾기 힘든 한국사회의 문화심리학적 구조 때문이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이야기다.

 

15
우리 세대는 행복하게 살면 끊임없이 죄의식을 느끼도록 의식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삶의 재미와 행복에 대해서는 아주 가증스런 이중적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재미와 행복은 내 삶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억압이 우리를 짓누른다

 

16
자유, 평등, 민주는 수단적 가치이지만, 행복과 재미는 궁극적 가치다. 정작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있는지를 몰라 허둥대는 것처럼 절망적인 상황은 없다. 이 책은 재미와, 휴식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이다.

 

17
솔직히 나는 그러는 당신은 잘 노냐? 란 질문이 가장 두렵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내가 현실 속에서 느끼는 나 자신의 문제점들을 심리학 이론과 연관시켜 솔직하게 풀어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18
이 책을 통해 행복해지려는 이들, 재미있게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 '놀면 불안해지는 병', '재미있으면 왠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 몹쓸 병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서장
한국, 놀 줄 몰라 망할지도 모른다

 

21, 행복하면 죄진 것 같고, 즐거우면 불안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그 단순한 구호에 가슴이 저려오는 흥분으로 새벽마다 뛰어나갔다. 인간의 권리, 자유, 행복, 그것들은 어찌 되었던 상관없었다.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는데 그깟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마음이었다.

 

23, 잘못하다간 IMF 위기가 또 온다고?
이렇게 놀 때가 아닌데,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만해진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
이제 우리는 단순히 놀라는 수준을 넘어 '놀면 불안해 지는 병에 집단적으로 걸려 버렸다.

 

24
불안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도 불안하게 만드는 신호를 찾아내 불안해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불안한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안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상황이든지 약간의 불안한 요인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은 불안한 요인만을 꺼집어내 확대 해석하며 불안해 한다.

 

26
생산적 여가문화의 부재가 1만달러의 덫에 걸리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창의적 마인드의 부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창의적 마인드는 생산적 여가문화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28
생산적 여가문화와 창의적 경제활동은 동전의 양면이다. 서비스업이란 대부분 여가시간에 이뤄지는 활동과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31, 대책 없이 늘어난 여가시간은 재앙이다.
일주일의 168시간 중의 노동시간 40시간, 수면시간 56시간을 빼고 나면 42시간이 남는다.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노동시간보다 2시간이 많아졌다. 노동부 주요정책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32, 근무시간이 40시간으로 줄어들면 무슨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까?
하루 더 놀면 이혼이 늘어난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수많은 문제들을 회피하고 지내온 부부들에게 늘어난 여가시간은 갈등이 수면으로 불거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뿐이다. 특히 한국의 중년부부들이 그렇다.

 

33, 하루 더 놀면 결혼도 안 한다
가족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마음껏 즐기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이 있어야만 자기만의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싱글족이 더 이상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동거의 필요성 역시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34, 결혼을 하지 않으니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다
나는 독일에서 첫 아기를 낳았다. 적십자사의 사회복지 관련 직원이 우리집을 찾았다. 들어오자마자 카펫을 바꾸라고 한다. 아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이다. 돈 없다고 하니 나라에서 사주겠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애가 먹을 것, 입을 것을 다 대어주었다. 독일의 젊은 부부가 아이를 셋을 낳으면 이 부부는 아이가 다 클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을 수 있다. 아이 양육비로 휴가도 즐기고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에서 볼 때 이런 젊은 부부는 너무 기특하고 고마운 존재이다. 둘이서 셋을 낳다니!

 

40, 국가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책임이 있다
노는 것은 각자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놀아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놀라고 시간을 주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쇼생크 탈출에 보면 평생 감옥에만 있던 노인이 어느 날 갑자기 특별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평생 갇혀 살던 이 노인에게 자유는 너무나 감당키 어려운 고통이었다. 결국 이 노인이 택한 것은 목을 매다는 일이었다.

 

여가문화는 국가의 경쟁력이다. 특히 문화적 창의성이 강조되는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 잘 노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41, 40시간 근무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면
이혼, 재혼 관련 사업, 독신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회사, 성형부터 각종 헬스 산업에 이르기까지 각종 뷰티 산업(동거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힘은 성적인 매력이다), 투잡스 족을 위한 각종 서비스 업종(반찬가게에서부터 헤드헌팅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가장 안정적인 시장은 주말 전문 학원이나 주말 전문 과외다. 내용만 특화되면 절대 안 망한다.

 

1, 일의 반대말은 여가가 아니라 나태

 

52, 보상으로 유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일 자체의 재미와 일터에서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직장은 의미를 상실한다. 이들에게는 주말의 또 다른 삶도 매우 중요하다. 직장의 삶이 주말의 삶을 방해한다면 언제든지 직장을 포기할 수 있다.

 

53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58
행복한 순간조차 걱정거리를 찾는 사람
그러나 행복에 취한 것도 잠시, 사내는 갑자기 불안해 졌다. 이 행복한 순간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갑자기 굶주린 호랑이가 나타나 이 행복을 빼앗아 가지나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더니 아가씨들을 물어뜯고 사내마저 위협하는 것이었다. 결국 사내는 다시 사막으로 쫓겨났다. 행복한 순간에 조차도 불행해질 것을 예상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60
끊임없는 인수합병, 퇴직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주식시장, 컨설팅 결과에 따라 조직변화가 있으리라는 소문 등. 높은 지위에 따른 높은 연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는커녕 불안의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하게 만들다.

 

61, 정말 중요한 일은 어떤 일일까
정말 중요한 일에 몰입하면 된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일이란 자기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을 뜻한다. 아닌가? 자기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내가 행복해 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다.
  
62
중요한 일을 찾아서 그것에 푹 빠지는 재미처럼 신나는 일은 없다. 이를 몰입이라 한다. 낚시를 예로 들어보자. 낚시를 하면서 인생과 우주 전반을 생각한다는 가짜는 없다. 진짜 낚시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직 찌 끝만 바라볼 뿐이다. 드디어 찌가 쑤우욱~ 하고 위로 솟구친다. 이 순간 잡아채는 손끝으로 육중한 무게가 느껴진다. 이때 느껴지는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의 존재는 이런 재미를 통해 확인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행복을 되찾는 길이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65
도대체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쉰다는 단어 속에는 여전히 노동이 인생의 목적이고, 여가는 노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잘 쉬어야 보다 일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세기까지는 그랬다
.
논다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지식노동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생산적이 될 수 없다. 창의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놀이란 결국 자극 추구 활동이다. 놀이와 재미는 거의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놀이는 행동적 측면인 반면에 재미는 행동으로 야기되는 심리적 측면이다.

 

68
놀이의 주 기능은 카타르시스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시켜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즉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인 상처로 오래 남기 때문이다.

 

72-73, 놀이의 5가지 특징
1)
비실재적 2)내적동기로 출발_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행동이 유발됨 3)과정을 즐김 4)자유선택_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5)즐거움

 

74
놀듯이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

 

2장 놀이는 창의성과 동의어

 

76
창의성의 원천은 낯설게 하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78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능케 하는 '재미'가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 가치가 된다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창의력은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때 개발된다. 이 재미가 근면, 성실을 뛰어넘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

 

79, 우리는 의미 있는 것들만 기억한다.
맥락에 의해 해석 가능한 구체적 의미가 부여될 때, 정보는 비로소 지식이 된다.

 

80, 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다른가
지식은 정보와 정보들의 관계. 새로운 지식은 기존의 정보와 정보들 간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82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히 있다. 예전에 있던 것들이 다른 맥락에 놓이면 우리는 새롭게 느낀다. 정확히 말해 창의성이란 아주 익숙한 것을 다른 맥락에 놓아 새롭게 느끼게 하는 능력을 뜻한다. 창의성이란 1)정보와 정보들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르게 정의하는 능력 2)정보의 맥락을 바꾸는 능력

 

85
우리가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이전에 다 있었던 것들이다. 단지 그것들이 속한 맥락이 바뀌었을 뿐이다.

 

85, 노는 놈들은 세상을 낯설게 만든다.
노는 놈들은 놀이를 통해 아주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여 새롭게 느낀다. 바로 이 때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노는 놈의 힘은 바로 재미다. 재미를 추구하는 자만이 창의적인 노는 놈이 될 수 있다.

 

87, 좋은 게 뭔지 겪어봐야 안다
각각의 다리마다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장식된 빛의 축제로 말미암아 서울의 밤은 질적으로 달라졌다. 중지도가 밤만 되면 중세의 성처럼 느껴지며, 온갖 상상을 불러온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름답고, 행복하며, 쾌적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92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뽑아낸 부분들의 최고의 조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정보의 재조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창의적 기법을 다빈치 기법이라고 칭한다.

 

93, 아이들의 창의성
아이들이 창의적인 이유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른들은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할 생각 이외에는 어떠한 상상도 못하지만 아이들은 빗자루를 말처럼 타고, 총싸움, 칼싸움을 하다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 간다. 빗자루라는 청소도구의 맥락이 하늘을 날아가는 맥락으로 바뀌면서 빗자루의 낯설게 하기가 일어난다.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재미다. 아이들은 오직 한가지 생각만 한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95
정보들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서 창의적 지식을 만들어 내려면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언제라도 끄집어 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97, 카드 작성
논문에 필요한 카드 작성은 대개 키워드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자료가 나오면 키워드를 카드 맨 위에 적고, 그 아래 내용을 요약해 적는다. 그리고 논문의 체계가 잡히면 논문의 각 단원에 맞춰, 그 카드를 재배열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카드를 통한 자료 정리는 우선 키워드에 따른 카드의 분류와 논문의 목차에 따른 재분류라는 2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디플롬 논문을 위해 약 2000장의 카드를 체계적으로 작성하였다. 2000장의 카드들은 내 정보였고, 내 디플롬 논문은 이 정보들을 재조직화하여 생산된 지식인 것이다.

 

99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한국 유학생이 자유롭게 사용하여 연구소의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내자, 지도교수는 나를 정식 연구소 직원으로 임명하였다.
지도교수나 다른 연구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이야기하면, 10분 내에 처리가 되도록 자료관리의 체계까지 구축했다.  

 

100-101_내가 독일어로 독일 학생들을 가르치다니
박사논문이 끝나갈 무렵 교수는 내게 엄청난 제안을 했다. 대학의 전임강사로 일할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도 교수는 내가 없는 연구소 운영이 자신 없다며, 나를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전임강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내 독어 능력에 관한 대학본부의 심의회가 열리기 전날, 지도교수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내가 발표하는 것을 비디오로 찍으며 연습시켰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뚫고서라도 내 지도교수는 나를 베를린에 잡아두려고 했다. 지도교수의 노력 덕분에 나는 그 후로도 4년이나 베를린에 더 머물렀다. 그 시작은 파일메이커라는 데이터베이스 어프리케이션 이었다. 내 데이터베이스는 내 특이한 독일어 발음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내 강의자료는 다른 어떤 독일교수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자세하고 친절했다. 키워드 하나면 바로 자료를 끄집어내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101
데이터베이스 관리 경험을 통해 내 사고의 틀 자제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102
내가 분류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된 한 권의 책은, 이후 내가 내 필요에 따라 꺼냈을 때는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있었다. 구 후에 축적된 다양한 개념들이 연결되어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지식 생산의 과정은 눈에 보였다. 지식은 정보와 정보들의 관계였다. 그 정보의 관계들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이가 새로운 지식을 구성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의 본질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었다. 새로운 지식은 이미 있던 정보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합되어 만들어진 결과이다.

 

심리학, 철학 이론보다도 데이터베이스 관리의 경험이 값지게 느껴진다. 학문과 이론의 생성과정에 대한 통찰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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