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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6일 00시 21분 등록

아이를 읽는다는 것, 한미화 지음, 어크로스

 

1. 저자에 대하여

 

한미화

 

저자는 출판평론가다. 특히 아동 문학에 밝다. 방송과 강연, 저술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저자 한미화는 홍익대학교에서 독일문학을 공부했고, 웅진출판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일했다. KBS 〈즐거운 책 읽기〉 패널, 네이버캐스트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 연재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활동했고 지금은 KBS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한미화의 서점 가는 길을 진행하며 강연 및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지도 탐험대》, 《책 읽기는 게임이야》,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 《잡스 사용법》,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1, 2》가 있다.

 

2. 내가 저자라면

 

- 책의 핵심을 몇 줄로 요약할 것.

(책의 핵심 메시지와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명확하게 소개한다는 기분으로 쓸 것)

 

엄마 문학 평론가와 함께 읽는 40권의 어린이 문학

 

어린이 문학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자 하고 아이들에게 문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결코 독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부모에게 어린이 책을 읽으라고, 책에서 읽은 재미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만 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최고의 독서 교육은 '부모가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책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아이 스스로 책 읽기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 것을 당부한다.

 

-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도출해볼 것.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책이 다른 책과 뭐가 다른가?)

 

어린이 문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법 제시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그려낸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 40편을 통해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방법을 보여준다. 하느님에게 가슴이 커지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하는 초등학교 6학년 마거릿(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에요), 공부하는 것보다 돈 벌기를 더 좋아해 학교에서 장사를 시작한 그레그(꼬마 사업가 그레그), 국어 성적이 올랐으니 다음에는 수학도 잘해보자는 아빠의 격려를 비웃는 중학생 스미레(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등이다.

 

- 특히 감동적인 장절과 해석, 그 구절에 꽂힌 이유  

 

10

이 책은 어린이 문학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길을 담았다. 예전만큼 소설을 읽지 않는다지만 나는 여전히 문학의 힘은 세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문학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상 모든 일을 돈이 되는 인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일로 나눌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설혹 그렇다 해도 여전히 돈이 되지 않는 문학은 소중하다. 아이들은 어린이 문학을 통해 정직과 용기와 열정과 우정과 사랑을 배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47

모두에게 잘 보일 수도, 모두와 친구가 될 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친구라면 진짜 내 친구는 아닐 수 있다. 모두의 친구가 아니라 내 마음에 남는 한 명의 친구가 내 친구다.

 

48

어릴 시절 익혀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우정이다. 많은 어린이 책에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친구란 어떤 사이인지를 보여주는 것도 그래서다.

 

67

누구나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책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볼 수는 있다.

 

181

우리가 약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늘 자신을 강자 편에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널리스트 고종석은 남의 처지를 이해할 때 자신이 차별 받은 경험을 떠올려보라라고 주문했다.

 

187

공고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교육제도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짜장면 배달원으로 살라는 소리가 아니다. 동화 한 편으로 세상이 달라지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얼 하든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이 되는 것,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삼이를 통해 말하는 거다.

 

209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아버지를 살해해야, 즉 기존의 질서를 거부해야 아들의 시대가 열린다. 너무 잘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자기 세계를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버지의 존재감이 없어도 아들은 온전히 성인이 되기 어렵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크지만 또한 아버지의 상징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

 

256

어린이 문학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를 다뤄야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문학에는 성인 문학이 따로 있고 어린이 문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문학은 문학일 뿐이다. 성인 문학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어린이 문학 역시 할 수 있다. 오히려 작가에게는 삶의 핵심만을 담아내야 하는 어린이 문학이 더 어려운 문학일 수 있다. 대가일수록 작품 세계가 단순해지듯, 어려운 말로 장광설을 늘어놓기는 쉬워도 단순한 언어로 삶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 문학은 쉬운 언어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데 묘미가 있다.

 

259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다. 기쁨은 슬픔의 수원지이며 즐거움은 고통을 날라오는 배다.” 삶의 묘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삶은 빛인가 하면 어느새 그림자이고, 영원을 약속했나 싶으면 배신하고, 찰나인가 싶은 순간에 영원이 있다. 삶은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논할 것.

(탄탄한가? 일관성이 있는가? 신선한가?)

 

1부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부 내 안에 아이를 만나다

3부 때로는 어른도 아프다

4부 함께 세상을 배우는 시간

 

4부로 구성된 40권의 어린이 문학 이야기다. 각 장은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장의 첫머리는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장의 마지막은 그 책을 쓴 저자의 소개로 마무리한다. 황선미, 유은실 등 국내 어린이 문학 대표 작가뿐 아니라 앤드루 클레먼츠, 로알드 달 등 해외 작가들 작품도 소개한다.

 

- 내 책을 쓸 때의 참고사항을 기술할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할 것.

 

한 권을 다 읽을 때쯤, ! 하고 탄성이 나오는 구성. 한 권을 읽고 40권의 책을 같이 읽은 효과. 얼른 사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지 다짐하게 하는 저자의 글빨. 하지만 살짝살짝 엿보이는 저자의 일상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그야말로 보통 아줌마 같은 저자의 정신세계는 아쉬움을 남긴다.

 

3.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9

그림책 작가 존 버닝헴은 늘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하며 나의 정신 연령은 다섯 살에 멈춰 있다고 말하곤 했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 역시 좁고 어둡고 따뜻한 나의 글 쓰는 집필실로 내려가면 몇 분도 되지 않아 나는 여섯, 일곱, 아니 여덟 살의 어린 아이가 되지라고 말했다.

 

10

이 책은 어린이 문학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길을 담았다. 예전만큼 소설을 읽지 않는다지만 나는 여전히 문학의 힘은 세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문학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상 모든 일을 돈이 되는 인과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일로 나눌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설혹 그렇다 해도 여전히 돈이 되지 않는 문학은 소중하다. 아이들은 어린이 문학을 통해 정직과 용기와 열정과 우정과 사랑을 배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2

많은 책벌레들에게 언제부터 책이 읽을 만했나하고 물었을 때, 엄마의 강제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결핍의 기억, 형제와 친구를 따라 하다가, 할머니와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라고 답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책 읽기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라는 것만 전해주면 된다.

 

엄친딸 말고 진짜 내 친구

<내 친구가 마녀래요> E. L. 코닉스버그

 

36

엘리자베스도 그렇고 제니퍼도 그렇고 우리는 왜 이토록 친구가 필요할까? 평소에는 점잖고 근엄한 중장년의 남자들이 친구를 만나는 순간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만나자마자 핀잔을 주고 놀리며 무례하게 군다. 이런 장난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친구와 나 사이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 보이겠다는 듯이 심술궂게 상대를 놀린다. 친구 앞에서는 가식과 위선 없이 흉허물을 터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를 난쟁이로 만들고 싶은 순간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미하엘 엔데

 

43

어른들은 마법의 공간이라면 헛된 공상을 그려낸 곳으로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판타지 공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또 하나의 현실이다. 미하엘 엔데가 말했듯 문학적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스스로 창조해낸 진실이다”.

 

외톨이가 될까 봐 두려워

<친구가 되기 5분 전> 시게마츠 기요시

 

47

모두에게 잘 보일 수도, 모두와 친구가 될 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친구라면 진짜 내 친구는 아닐 수 있다. 모두의 친구가 아니라 내 마음에 남는 한 명의 친구가 내 친구다.

 

48

어릴 시절 익혀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우정이다. 많은 어린이 책에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친구란 어떤 사이인지를 보여주는 것도 그래서다.

 

51

당신은 어떤가? 외롭지 않으려고 붙어 다니는 게 친구일까? 에미의 생각은 다르다. “모두 함께 있어도 사실은 혼자이며, 그게 외톨이보다 더 외로운 것임을 알고 있다. 오히려 떨어져 있어도 쓸쓸하지 않은 상대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왕따 문제의 원인을 한 가지로 결론 내리긴 어렵지만,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모두를 친구로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도 왕따가 생겨날 수 있다.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죽을 만큼 괴롭고 창피하다는 심리를 악용해 가해자는 친구들을 조종한다. 오히려 모두와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왕따는 뿌리내릴 수 없다.

 

난 고아가 아닐까

<나는 치즈다> 로버트 코마이어

 

63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생물학자인 최재천은 우리 아이는 책을 안 읽어서 걱정이에요 하고 말하는 부모 치고 집에서 책 읽는 부모를 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게임이나 휴대전화가 아니라 책을 가까이 두는 성인으로 자라길 간절히 바란다면 특효약이 하나 있기는 하다. 부모가 먼저 어린이 책을 읽은 거다.

 

67

누구나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책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볼 수는 있다. <나는 치즈다>는 내게 그런 책이다. 안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잘 몰랐던, 아이가 지닌 삶의 그늘을 만나게 한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땐 왜 그렇게 가출이 하고 싶었는지

<클로디아의 비밀> E. L. 코닉스버그

 

68

생각해보면 여행이 결국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행위이듯, 가출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떠나는 일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우리는 아이가 가출을 했다해도 실은 간절히 돌아 오고 싶어 떠난 거라는 그 마음을 알아주면 된다. 그것만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엄마, 아빠, 사랑해 그리고 미워해

<요술 손가락> 로알드 달

 

80

보통 어린이 책 작가는 두 가지 자질 중 한 가지는 지니기 마련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능력이나 현재의 어린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다. 로알드 달은 두 가지 재능을 모두 지닌 작가로 평가 받는다.

 

속 깊은 아이가 착한 아이라고?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89

동화 속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 중에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있다. 어른들은 마치 자신이 어린이였던 적이 없는 것처럼 굴지만 모든 어른은 과거 어린이였다.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마음을, 어쩌면 사라지지 않고 저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만나는 일이, 바로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위안이다.

 

엄마라고 중2병이 없었을까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98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왜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걸까.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정당성의 원칙으로 설명한다. 비록 어려도 아이가 말하면 어른들이 들을 거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내일의 규칙이 오늘의 규칙과 같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차별 대우하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정당성의 원칙이다. 한데 이런 믿음이 한 번 두 번 깨지면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를 믿지 않고 우습게 여긴다.

 

교육은 아이를 힘으로 누르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며 살살 달래고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다. 원칙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되, 먼저 부모가 좋은 본보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건 지금껏 부모인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되바라진 아이가 진짜로 바라는 것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미리암 프레슬러

 

101

아는 바를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그것이 앎이다(공자)”, “삶의 가장 지고하고 가장 빛나는 향유의 순간에는 죽음이 수반되는 법이다(키에르 케고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위대한 이들이 일찍이 간파한 인생과 우주의 핵심을 외우고 있자면 때로 문장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

 

책 읽다 울어본 적 있나요?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144

김중미 작가는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야기를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병원의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부러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말로 들어갔다. 그 동안 가졌던 지적 허세와 결별하고 빈민촌에서 공부방을 시작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고스란히 소설에 녹아 들어갔다. 그러면서 세상을 향해 가난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세상의 손가락질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가난은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지 아이들이나 그들 부모의 탓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라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더 앞서 가려고 누군가의 것을 뺏거나 짓밟는 것이라고. 판잣집보다 아파트가 편하고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낫고 물질적 결핍보다는 물질적 풍요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결핍이 사람을 더 넉넉하게 해준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적고 있다.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

<황금 열쇠의 비밀> 앤드루 클레먼츠

 

155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아들과 맞닥뜨렸을 때 누군들 당황하지 않으랴.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동화 속 잭의 아빠가 모범 답안을 보여준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빠는 1등만 했다는 식의 자랑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려웠던 일들을 진솔하게 들려줄 필요가 있다. 아빠가 잘난 척하고 싶어 하는지, 진정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지 십대의 아들은 잘 안다.

 

156

심리학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평생 경쟁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들이 아버지와 화해하는 건 아버지가 죽기 직전, 아버지가 더 이상 아들을 공격할 수 없을 때뿐이라고 한다. 대개의 남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듯,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잭의 아빠가 보여준 정도의 솔직함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아버지로서 존경 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존경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그냥 열심히 사는 모습이다. 부모가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며 성실하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 뭐가 이렇게 힘든가 싶겠지만 아들은 언젠가 아빠를 이해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유은실

 

168

처음에 비읍이는 린드그렌의 동화를 읽으며 지겨운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에 빠지는 게 좋았다. 하지만 동화는 일시적 도피가 아니라 상상하는 힘,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을 건넸다. 비읍이는 <산적의 딸 로냐>에서 페르 영감이 죽는 장면을 읽다가 처음으로 아빠를 이해한다. 그 동안 비읍이는 그저 아빠가 없는 게 속상하기만 했다.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죽는 바람에 비읍이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난 아빠는 얼마나 슬펐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처음으로 바읍이 입장이 아닌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비읍이는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어른으로 커 갈 것이다. 문학 작품이 주는 커다란 선물 중 하나,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힘을 이미 선물로 받았으니까.

 

169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갈까? 그러게 언니 말에 따르면 가슴 속 구슬이 하나하나 깨져나가면서 어른이 되는 거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아프다. 학교에 내는 일기장에 속 마음을 다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걸. 실은 부모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에 있는 구슬이 하나씩 깨져간다. 하지만 그렇게 다 깨지고 단단한 진짜배기 구슬만넘으면 정말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 책을 읽으면 언제 어디서나 어린이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저 잊고 있었을 뿐, 모든 어른들 역시 처음부터 엄마나 아빠는 아니었다. 비읍이었던 시절이 있다. 어린이 책을 읽을 대 우리는 누구나 비읍이었던 순간을 기억해내고 만날 수 있다.

 

꼰대 구출 작전

<오이대왕>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175

오이대왕은 백성인 쿠미-오리들이 무지해 자기가 없으면 한시도 못살 거라 여기는 시대착오적 군주다. 하지만 쿠마-오리는 어리석지 않으며 노에는 더더욱 아니다. 일상의 아버지도 이와 비슷하다. 아버지가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규제를 하는 건 혹여 아이들이 잘 못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혹여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에서 볼프강은 막내가 고집을 피우자 큰소리를 친다. 그러다 문득 자기가 마치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어리다고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고 있구나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국가 지도자든 선생이든 부모든 형제든 상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보호와 관심은 사실 명령과 간섭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176

존경은 강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다. 대상이 국가 지도자건 부모건 다를 바 없다. 오이대왕처럼 별 볼일 없을수록 존경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작가는 오이대왕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오이대왕을 등장시켜서 오이대왕을 떠받들며 권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아버지를 비꼬고 있다. 혹시 우리들의 아버지는 이토록 우스운 오이대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 뿌리내린 가부장적 사고와 언어는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라진 가부장의 권위와 절대권력이 그리운 사람은 언제든 쉽게 오이대왕의 꼬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볼프강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러니 혹시 아버지가 권위적이고 꼰대 같다고 느껴진다면 볼프강처럼 오이대왕으로부터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이 책을 펴야 한다.

 

엄마가 왜 굳이 일을 하느냐면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최나미

 

177

바보는 자기가 아는 것만을 읽고, 모범생은 자기가 모르는 것까지 읽는다. 그리고 천재는 저자가 쓰지 않은 글까지 읽는다라고 말한 이는 소설가 김연수였다.

 

180

동화는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여기저기에 여성에 대한 이중적 시각과 정형화된 여성성에 대한 편협함을 폭로한다. 지금 봐도 드물게 여성주의 시각을 드러낸 동화다. 예를 들어 가영이 아빠는 딸이 씩씩하게 크길 바라면서도 아내는 순종적이길 원한다. 딸인 가영이 역시 아빠가 하는 일은 중요하고 엄마가 하는 일은 안 해도 그만이라고 여긴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는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181

우리가 약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늘 자신을 강자 편에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널리스트 고종석은 남의 처지를 이해할 때 자신이 차별 받은 경험을 떠올려보라라고 주문했다.

 

그 잘난 대학 나와서 아빠는 행복해요?

<장수 만세!>, <짜장면이 불어요> 이현

 

185

<장수 만세!>성적을 비관한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동화다. 저절로 얼굴이 굳어지고 이마에 굵은 주름이 생기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소재다. 정황은 어둡기만 한데 실제 동화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작가는 판타지를 끌어들여 동화를 마치 한바탕 굿판처럼 만들어버렸다.

 

186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엄마나 아빠 때문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날 지켜주지도 않는다. 엄마 아빠라 할지라도 나를 지켜주기는커녕 힘들고 나약하지만 아닌 척하는 불쌍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무언가가 나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나 스스로 지켜야 한다.

 

187

공고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교육제도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짜장면 배달원으로 살라는 소리가 아니다. 동화 한 편으로 세상이 달라지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얼 하든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이 되는 것,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삼이를 통해 말하는 거다.

 

즐겁게 일하고 싶어

<열네 살의 인턴십> 마리 오드 뮈라이유

 

196

아버지에게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하던 루이는 관심 있는 일을 발견하자 집중력을 발휘하고 재능을 꽃피웠다. 결국 최고의 교육이란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돕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

 

힘들 때 한 번만 가족을 떠올려주렴

<아벨의 섬> 윌리엄 스타이그

 

200

윌리엄 스타이그가 쓰고 그린 책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간결함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 작가가 되어서인지 보는 사람에게 힘을 빼게 한다.

 

202

이 세상 단 한 사람,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만으로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그 대상이 바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줄기차게 변신과 마법과 모험을 감행하고 때로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부모와 가족이 있다면, 그들을 믿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믿음만 있다면 아이들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들이 어른이 되는 날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로버트 뉴턴 팩

 

208

아버지의 부재는 소설뿐만 아니라 어린이 문학에서도 반복된다. IMF 이후부터 어린이 책에서 아버지 만나기가 힘들다. 아버지는 죽었거나 가출했거나 어디론가 잠시 떠나 있을 때가 많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 있을 수 없는데 처음부터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있어도 없는 취급을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지금 아버지 처지가 그렇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해고와 실직이 아버지를 위협하고, 회사에 매여 가정을 등한시한 탓에 불만과 권태에 찌든 아내는 남편을 주눅 들게 하고, 성공과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돈을 못 버는 아버지는 자식 앞에서 할 말이 없다. 살아도 죽은 거나 다름없다.

 

209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아버지를 살해해야, 즉 기존의 질서를 거부해야 아들의 시대가 열린다. 너무 잘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자기 세계를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버지의 존재감이 없어도 아들은 온전히 성인이 되기 어렵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크지만 또한 아버지의 상징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

 

212

한 세대 전만 해도 아이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통해, 이웃의 어른들을 보며, 친구들과 만나며 간접 경험으로 이런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견고해지며 아이들은 이런 경험으로부터 고립되어버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자연을 접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닫혀버렸다. 그럴수록 삶을 이끌어줄 가치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는 무엇을 통해 위대한 가치를 배울 것인가. 바로 문학 작품이며 아이들의 경우는 동화다.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두렵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힘,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배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설혹 거짓을 말했더라도 잘못임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 삶의 주인은 나라는 진리를 우리는 책을 통해 만나고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삶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운지, 사람이 얼마나 쉽게 잘못을 저지르고 두려움에 발목 잡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마나 엄청난 용기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이 곧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일이기도 하다.

 

공자, 니체, 톨스토이 등 인문학의 위대한 선각자들이 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바로 이것이며, 이런 가치를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이 주는 선물

<처음 가진 열쇠>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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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가 그랬듯, 책을 삶을 구원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은 강남 8학군에 사는 아이들보다 소외된 지역 아이들에게 더 절실하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책을 읽는다면 적어도 자신의 삶을 방치하거나 도망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정이 있는 한 인생은 살 만하다

<우정의 거미줄> E. B. 화이트

 

226

융파 정신분석가인 아돌프 구겐빌 크레이그가 젊은 시절 아버지에게 우정에 대해 물었더니 친구란. 10시에 자동차 트렁크에 시체를 넣고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할 때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서로 깊이 신뢰하고 먼저 의심하거나 화내지 않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엇이든 해 보자고 하는 사람이 친구다. 이런 친구가 있는 한, 인생은 살 만하다.

 

윌버가 자신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었냐고 물었을 때 샬로트가 들려준 마지막 말이 그 증거다. “너는 나의 좋은 친구잖아. 그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하단다. (…) 산다는 것이 결국 무엇이겠니? 태어나서 잠깐 살다 죽어가는 것 아냐? 더구나 거미의 일생이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덫이나 놓아서 파리 따위 벌레나 잡아먹는 지저분한 것이지. 그런데 너를 도움으로 해서 나는 나의 일생을 훨씬 보람있고 고상하게 만들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야.”

 

친구란 이런 존재다. 한 권의 좋은 책은 이처럼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인생에 대해 말해준다. 나보다 친구가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위대한 가치는 우리는 이런 책을 통해 만나고 느낀다.

 

착해서 미치겠는 것만 동화인 줄 아니?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김려령

 

242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본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악한 마음을 경계하지만 성인군자라도 그 마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문학은 이런 갈등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성인 문학은 한 사람 안에 깃든 선과 악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동화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분리해 보여준다. 그러니까 도깨비, 귀신, 계모처럼 동화에 등장하는 악한 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무의식에 숨은 부정적 모습인 셈이다.

 

243

옛이야기나 동화는 이렇듯 우리 안의 분노나 화, 두려움이나 절망 등이 실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임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받아들이고 순화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동화의 주인공이 간을 빼 먹거나 누군가 죽기를 바란다고 해서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동화에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투명하고 간접 경험을 하면서 건강하게 그런 감정을 털어낼 수 있으니까.

 

244

나는 독자에게 어떤 작가였나. 내 가슴에 깊이 있는 이야기는 부끄럽고 누추해서 꽁꽁 숨겨두고 머리로 쥐어짠 이야기를 말로만 떠들지 않았나! 진심!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부터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유와 핑계가 없는 단순한 열정의 아름다움

<조금만, 조금만 더> 

 

윌리는 감자를 키워봤자 겨우 먹고 살 돈밖에 벌지 못하는데 왜 나라는 세금을 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세금이란 나라가 돈을 거두는 방법이라고 선생님이 설명해주자 반문한다. 돈이 필요하면 나라도 할아버지처럼 감자를 키우면 되잖아요라고. 선생님이 감자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 이를테면 우리를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자 윌리는 할아버지는 늘 우리는 스스로 도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걸요하고 대답한다. 맞는 말 아닌가. 국가란 부가 축적되고 계급과 차별이 생겨나며 등장했지만 어린 윌리는 차별과 차이가 없는 네버랜드에 살고 있다. 종종 어른들도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어린이 세계의 시민인 윌리가 사람 위에 군림하는 국가를 이해할 리 없다.

 

과거가 없다면 미래도 없다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256

어린이 문학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를 다뤄야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문학에는 성인 문학이 따로 있고 어린이 문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문학은 문학일 뿐이다. 성인 문학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어린이 문학 역시 할 수 있다. 오히려 작가에게는 삶의 핵심만을 담아내야 하는 어린이 문학이 더 어려운 문학일 수 있다. 대가일수록 작품 세계가 단순해지듯, 어려운 말로 장광설을 늘어놓기는 쉬워도 단순한 언어로 삶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 문학은 쉬운 언어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데 묘미가 있다.

 

259

나카지마 라모가 쓴 오컬트 소설 <가다라의 돼지>에 아프리카 주술사가 나온다. 나는 그가 한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다. 기쁨은 슬픔의 수원지이며 즐거움은 고통을 날라오는 배다.” 삶의 묘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삶은 빛인가 하면 어느새 그림자이고, 영원을 약속했나 싶으면 배신하고, 찰나인가 싶은 순간에 영원이 있다. 삶은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억은 때로 우리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가. 어떤 기억에 발이 묶여 평생을 노예로 사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가. 유년 시절로부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어떤 기억을 건드리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기억의 봉인이 무언가를 만나 풀려버리면 그 상처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고통을 덜겠다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기억마저 없애버린다면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지만,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그 기억 때문에 인간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꿈꾼다. 과거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름처럼 내 안에 차곡차곡 접혀 있다. 나라는 사람은 과거 기억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사랑은 힘이 세다

<내 남자친구 이야기>, <내 여자친구 이야기> 크리스티앙 그르니에

 

266

결국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 건 잔과 피에르가 나눈 사랑과 그 속에 담긴 여러 가지 빛깔의 감정들이라는 것. 그러니 사랑이 찾아오면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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