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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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개월, 쏟아진 콩 주워 담느라 혼이 빠진 사이 연구원 과정의 중요한 포인트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몰린다. 세 개 분야의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 과제는 서른명의 팀원들을 추스려야 하는 제법 품이 드는 일이다. 2월말 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진도관리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소모적인 일에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니 허투루 보낼 일이 아니다. 여기에 새해 먹거리를 위해 새로운 과정 개발과 함께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교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일 역시 밥을 만드는 일인지라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모두 2월말까지 일의 끝이 몰려 있고, 모두 처음하는 일들이라 서툴고 매끄럽지 못하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 이러저러 다망한 일들이 겹쳐있다. 바야흐로 내가 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전형에 몰려있게 된 것이다. 자초한 일이다. 선택과 집중의 현명함도 바닥난 체력을 안배하는 지혜도 규칙적인 계속의 힘을 발현하는 성실함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눈 뜨면 닥치는대로 하고, 시간에 몰리면 몰아치기로 순간을 모면한다. 과제를 포스팅하는 월요일이면 시간에 후달리는 용렬함이 마음을 무겁게 짖누른다.
아래 에피소드는 [일상 한 조각_가제]에 글이 포함된다면 이런 글이어도 괜찮을까?
가위, 바위, 보
2014. 10. 13 / 2015. 01. 26
오늘은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이다.
작은 녀석이 바둑학원을 마치고 들어서면서부터 배가 고파 죽을거 같다고 난리다.
“미리 뭐 좀 먹으까?”
“아니! 엄마 오면 먹을래”
녀석이 의리로 그러는 거라는 걸 안다.
“언니는 지금 라면 먹겠다는데?”
“음~~~”
10분쯤 지났을 무렵 아이는 컴퓨터 삼매경이다.
“2번! 너는 뭐 먹을래? 언니는 너구리 먹는데”
“나는 삼양이지 당연히.”
보“아빠도 너구린데?”
“안돼~~싫어~~맵단말이야~~”
“오케이 좋아. 그럼 가위바위보”
“아니~~~그냥 삼양으로 해~~~”
“2대 1이잖아. 하기 싫음 말든가!”
“...”
.
.
.
(잠시 후)
“아빤 뭐 낼꺼야?”
“주먹”
“좋아~~하자”
가위~~바위~~보
나는 가위를 냈고 아이는 주먹을 냈다.
“헐~~”
“움 하핫, 내가 머리를 썼지!”
“헛~~뜨~~”
“아빠가 가위 낼 줄 알았다니까. 빨리 끓이기나 하셔~~”
아이에게 간파 당한 난, 내게 살짝 삐졌었다.
진짜로, 정말로.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녀석은 저녁내내 궁뎅이가 실룩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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