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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1일 01시 05분 등록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현경, 앨리스 워커, 마음산책

  1. 저자에 대하여

현경 :

 

1979년이화여대 기독교학과와 1981년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유학. 1989년 유니온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모교인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사상 처음으로 제1세계 신학자가 아닌 아시아 출신 여성으로 주제 강연을 맡았다. 그 자리에서 성령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강연한 후,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인 찬사와 비난, 그리고 강연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진보 신학의 산실이라 일컬어지는 유니온 신학대학의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의 아싱계 여성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튀는 외모와 사고를 지닌 그녀는 학문, 사회운동, 영적 수련,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 환경 평화 운동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2>

<미래에서 온 편지>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이슬람 순례기

<연약함의 힘> 2014. 에세이

 

앨리스 워커 (Alice Walker)

 

1944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출생. 여덟 살 때 오빠가 쏜 장난감 총에 맞아 한쪽 시력을 잃은 것을 계기로 고독한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애틀란타의 흑인여자 대학인 스펠만에 입학한 후 급진적인 역사가인 하워드 진과 스토튼 린든의 영향을 받아 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964년 첫 시집 <언젠가 Once>를 출간했으며, 1970년 첫장편 소설 <그랜드 코플랜드의 제 3의 삶 The Third Life of Grange Copeland> 출간 이후 웨슬리 대학고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함께 페미니스트 저널 <미즈 Ms>의 편집인으로 활동한 그녀는 백인 중산계층 중심의 서구페미니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흑인 및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를 의미하는 우머니스트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1982년 소설 <컬러 퍼플 Color Purple>로 풀리처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서 :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컬러 퍼플>,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 <사랑의 힘>, <여인들의 신전>, <새로운 나여 안녕>, <그랜드 코플랜드의 제3의 삶> 등 다수

 

저자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현경이 기독교학과 교수로 일하던 때 나도 반 녀간 그녀에게서 기독교문학 수업을 들었다. 나는불교명상으로 시작하는 그녀의 수업을 무척 좋아했다. 안식년을 맞아 히말라야에서 보내는 동안 쓴 현경이 쓴 세 권의 책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1,2>,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었다. 내가 여신으로 태어나지 못햇지만 흥미로운 조언이었고, 때때로 전철에서 출근길에 빨간책을 읽곤 했다. 따라 하려고 노력을 했다. 밥 말리의 음악을 들었다. 하루 걷기 명상을 위해 봉정암으로 떠난 적이 있다. 틱낫한 스님의 명상은 요즘도 가끔 응급상화에서 한다.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도 하고 있네. 한 달 살고 싶은 도시 뉴욕에 가게 된다면 그녀와 공원에서 만나 보고 싶다. 알게 모르게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학자나 작가 등 중에서 나에게 가장 가까이로 무찔러 온 작가가 아니었을까? 나도 그녀의 저서에서 젖을 먹고 자라난 영적인 딸일 수 있으려나? 만약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에게 영적인 딸임을 밝히고 감사하는 편지, 이메일이라도 보내봐야겠다.


현경을 읽다가 그녀가 소개한 앨리스 워커의 책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도 읽었다. 말자면 현경이 앨리스 워커를 나에게 소개했다. 흑인 노예처럼 일하던 어머니가 밤 늦게 집에 돌아와서도 정원에 물을 주던 기억을 기록했다. 지금 나는 베란다 정원이지만 나의 정원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커다란 기쁨을 얻는다. 정원 일은 그녀에게, 나에게 산소 탱크다. 지금 읽는 책을 읽다 보니 앨리스 워커의 시적인 문장에 매료된다. 현경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조금 짐작할 것 같다. 그녀의 소설들을 읽어보면 좋겠구나. 컬러 퍼플 영화 나는 아직 안 보았다.




 

 

  1.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목차

이 책은 현경이 골라서 번역한 앨리스 워커의 시 12, 현경의 시 12, 그리고 한국의 여성들이 우리에게 보낸(누가 보냈을까? 마음산책 출판사의 편집인?) 열두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경의 시는 여신과 소문난 페미니스트(시인 사포, 글로리아 스타이넘, 앨리스 워커)에 대한 헌정시의 성격을 보이는 것들이 많다. 나는 특히 여성의 독립, 스트레스, 내면의 아름다움 운운에 대한 것이 좋았다. 질문 12개는 다음과 같다. 여러 여성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가?

한국남자알레르기 치료법은?

진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가?

내면의 아름다움은 추녀의 변명인가?

여성의 독립, 어떻게 이룰까?

여성의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아름답고 강한 여신으로 태어나려면?

지구를 살리는 여성의 힘은 무엇인가?

 

  1. 장점과 보완점 평설

 

神나는 연애’라는 말로 매혹된다. 핫 핑크 표지에 현경앨리스 워커의 사진 또한 큰 소리로 이 책을 웅변하고 있다. 그건 그녀들의 삶이 북이 되어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혹을 당하는 이가 나뿐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어떤 연애가 ‘‘神이 태어나는 연애일까? 현경은 서문에 이렇게 말한다. “앨리스와 나는 여성 모두가 자신들 속에 여신의 씨를 품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신 속의 이 씨를 사랑하여 물을 주고 보살필 때 여성들 속에서 神이 탄생한다. 자신과 세상, 우주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는 신을 낳는, 신나는 여자들이 된다. 앨리스 워커는 바로 이러한 신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여자의 힘을 온 존재로 체화한 사람이다. 그 힘을 한국의 자매들과 나누고 싶어서 앨리스와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한국인은 흥이 많은 민족이고, ‘신난다는 건 몰입, 천복, 기쁨, 재미, 숨겨둔 꿀단지를 모두 아우르는 최고 찬사급 형용사다. 두 사람은 나에게 소문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다. 두 사람 모두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고, 한 사람은 생물학적인 출산을 했고, 두 사람 모두 그녀들의 작품과 활동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대상을 영적인, 사회적인 딸들이라고 한다면 나도 그 무리 언저리에 있으리라.  


이 책은 한국에서 보내온 12개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현경과 앨리스의 시, 에세이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원래 시인이고, 소설가인 진성 작가인 앨리스의 글은 유려하고 깊다. 주수입원의 출처를 의미하면서 명함에 넣는 진짜 직업은 신학대학교 대학원의 교수인 현경 역시 페미니즘과 영성을 결합하면서 자기 고백적인 여러 권의 에세이를 냈다. 현경의 시 속에는 실제 페미니스트 여성으로 생각되는 이들이 여신에 비유되어 나온다. 내가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앨리스 워커, 글로리아 스타이넘, 시인 사포 정도였다. 브라팬티 목사님이 누구일까? 순화씨는 누구일까? 거론되는 여신 또는 신화 속 인물은 이렇다. 이나(필리핀의 지모신), 아이시스(이집트의 여신), 아르테미스, 소피아(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의 지혜의 여신), 막달라 마리아(예수를 진실로 이해했던 여제자,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모두 지켜본 여자), 아마조네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여자 무사족, 사냥과 전투를 즐기며 활을 쏘기 편하도록 오른쪽 유방을 도려내고 키워졌다), 이쉬타 (중동지방의 여신, 섹슈얼리티를 관장하는 사랑의 여신), 바리공주(한국 무속의 여신. 저승의 불사약을 구해와서 죽은 아버지를 살렸다.) 


이 책의 주제는 사랑과 여성의 독립인 듯 하다. 각 장의 소제목이기도 한 12개의 질문은 이러하다.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가?”, “‘한국남자알레르기 치료법은?”, “‘진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가?”, “‘내면의 아름다움은 추녀의 변명인가?”, “여성의 독립, 어떻게 이룰까?”, “여성의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연애라는 키워드에 꼬여서 책을 펼치고, 아름다우면서 도통한 듯한, 이제는 50, 60대로 자신의 주장과 삶에서 스승급인 두 사람의 얼굴 보는 재미에 책을 넘기다 보면 자신의 집중 관심 질문 한 두 개는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끄뜨머리 질문, 여성의 독립, 스트레스 부분을 가장 유심히 보았다. 나의 관심은 나의 자주성, 자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원을 갖는 거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어떻게 덜 받으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까다. 두 여성은 공통적으로 또는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을 강조한다. 안식년을 맞아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히말라야 산간 마을에 혼자 들어가 살수 있었던 건 의지할 든든한 남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차하면 헬기를 불러올 수 있는 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현경은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이 자신을 구원한다고도 말한다. 현경은 사회경제적 독립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여성의 독립을 잘 들여다보면 세 가지의 독립이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적인 독립, 둘째는 심리문화적 독립, 셋째는 종교적, 영적 독립이다.


첫째, 여자가 돈이 없으면 치사해진다. 직업이 없으면 무시당한다. 자기가 잠잘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있어야 돈 때문에 할 말을 못하거나 남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계속 공부할 수 있고, 세상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일생 동안 자기가 혼자 벌어서 자기의 삶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를 만나 서로의 경제력을 나눌 수는 있지만 파트너에 의존해서 살 생각을 아예 하지도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여자도 해방되고 남자도 해방된다. 남자는 이 세상에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 진정한 자아를 활짝 꽃피우려고 왔다. 나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모든 성인 남녀가 해야 될 일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일 우주에 감사한다. 내 평생의 일인 신학자로서의 길은 나에게 분명한 사회적 정체성을 주었다. 내가 내 명함에 찍힌 교수, 박사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내가 가부장제를 거스르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 지배권력을 가진 남자들은 헛소리라며 내 말을 묵살해 버렸을 것이다. 물론 박사나 명문 대학원의 교수와 상관없이 비판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러나 나의 직업이 내게 주는 사회적 힘은 그들이 나를 그냥 멍청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제재를 가하는 장치를 만들어준다. - 183


 

앨리스 워커 역시 당당하게 자신의 가슴이 옳다고 믿는 걸 두려움 없이 말하고 행동하려면 그것의근거, 뒷받침이 되는 물적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독립이라는 말의 참뜻이 뭘까? 그건 여자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번다는 것! 우리는 한 명의 여성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돈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우리 딸들에게 더 엄격하게 교육시켜야만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우리 생각을 내뱉어도 상관없도록 물질적인 토대를 갖춰야 한다. 우리의 심장에서 나오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이 세상 어디에서건 또 누구를 만나건 어떤 활동이나 행동에든 우리가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일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우리 자신의 생각을 따르면서 행동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진다. - 191


두 여성에게서 힘있게, 신나게 사는 여러 가지 모습을 배운다. 그녀들은 자신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에 접촉한다. 남자만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삼지 않고, 여자 애인, 정원일, 강아지, 딜도까지 포함시킨다. 그녀들에게는 무엇이든 의논할 수 있는 여자친구들, 또는 여성들의 서클이 있다. 인디언의 비법인 dringking beauty도 좋은 방법이다. 기도와 명상을 권한다. 틱낫한 스님의 명상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여신과 전사의 아우라, 기운을 갖기 위해 화장을 하고 자신을 꾸민다고 현경은 말한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싸움을 일으키고, 아름답지 않다는 선입견은 가부장제의 미디어가 만들어낸 선입견일 뿐이다.


어머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일까? 현경은 아버지 역시 가부장제의 무거운 짐을 진 피해자임을 말한다. 앨리스 워커는 당신의 아들을 가부장제의 폐해에서 구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삶의 연금술사처럼 가부장제의 독을 황금으로 변화시킨다. - 45


여자들은 가부장제가 지닌 죽음의 덫에서 아들을 구해내야만 한다. 그 죽음의 덫 속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은 손상되거나 함부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애써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생명 그 자체가 섬뜩한 전망에 굴복해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 112


내 딸과 나는 내 어머니와 내가 지고 있던 관계의 문제들 중 일부를 물려 받았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는 노예와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드넓은 밭에 씨를 뿌리고 제초작업을 하고 곡식을 거둬들이셨다내가 네 살 때 어머니는 나를 학교에 보내셨다. 나는 끔찍이도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내 학비를 벌기 위해 이런저런 울적한 일들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동트기도 전에 집을 나서서 해가 진 후에야 돌아오셨다.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불평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정말 있는 힘껏 가까스로 살아내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 감정을 어머니께 털어놓는다는 건 어머니에게 더한 짐을 지우는 셈이라는 걸 말이다. 나 또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내 딸과 떨어져 지냈다. 내가 내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것만큼이나 내 딸도 나를 그리워했다. 그 때문에 딸과 나는 진통을 겪었다. 이제 우린 서로가 안고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한 상태다. 이러한 일이 우리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딸이라는 세대 모두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 158


페미니즘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다 아는 것 같은 흔한 단어다. 그런데 이미 완경을 이루고, 씨족의 지혜로운 할머니 나이에 들기 시작하는 앨리스 워커와 현경이 말해주는 페미니즘이 저런 여성과 남성, 후세대의 딸과 아들을 모두 고려한는 것이라면 좀 더 공부를 해 보고 싶어진다. 진화학자들에 의하면 여자들이 35년간 월경을 하고, 완경을 한 뒤에도 30년간을 더 사는 건, 부족의 아이들을 젊은 어머니와 같이 기르는 게 생존과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섹시하고, 매력적이면서, 기운차고 싱그러운 나이를 살고 있는 페미니스트 여성의 활기로 가득하다.


나는 첫 책을 신화로 쓰기로 마음먹고 이것 저것 읽고 있다. 그런 지 2년 되었다. 그건 어쨎든 여성으로서의 나를 세우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게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건 두 가지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하나는 타고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원형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에게 주어지는 사회적인 기대와 압박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에 대한 책, 글을 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현경과 앨리스 워커는 굳이 키워드로 말하면 페미니즘으로 나를 초대한다   




  1. 감동적인 장절

 

  • 나에게 힘, 산소, 에너지를 주는 방법

     

    앨리스와 나는 여성 모두가 자신들 속에 여신의 씨를 품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신 속의 이 씨를 사랑하여 물을 주고 보살필 때 여성들 속에서 神이 탄생한다. 자신과 세상, 우주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는 신을 낳는, 신나는 여자들이 된다. – 서문

    앨리스 워커는 바로 이러한 신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여자의 힘을 온 존재로 체화한 사람이다. 그 힘을 한국의 자매들과 나누고 싶어서 앨리스와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자신 안의 여신의 씨앗을 믿고 소중하게 돌보아 태어나게 하는 것을 존재로 체화한 사람은 스승이 아닌가?

 

87 우리 삶의 산소는 어디에서 공급되는 것일까? 사람마다 산소 공급처가 다를 것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산소 공급처는 나의 일이다내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이 종교의 잘못된 가부장적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나 숨을 내쉬는 것을 볼 때 나는 그들로부터 산소 공급을 받는다. 또 세계의 큰 스승들의 시 속에서 신성한 산소를 들이마신다. 밀라레파, 루미, 앨리스 워커. 우리 동네의 공원들, 이 지구상의 아름다운 자연들은 내게 평화와 아름다움을 주고, 세계 여러 종류의 해방운동, 평화운동, 환경운동들은 내게 힘과 희망을 제공한다. 우리 집 도처에 놓여있는 체 게바라의 사진들은 내게 남자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되찾아주고 밥 말리의 노래들은 나를 어느 때나 춤추게 한다.   

나의 산소공급처는 어디일까? 일단 나의 일이 나의 산소탱크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 일은 나에게 산소탱크가 아니라 다른 데서 모은 에너지를 쓰는 곳이다. 공원 산책, 도서관에서 어정거리기, 식물을 기르기, 새벽푸른빛 속에서 모닝페이지와 정진을 하면서 얻은 에너지들.

 

91 언젠가 사랑하던 연인이 나를 떠나야만 했다. 나는 외로워지리라는 걸 알았기에 함께 강아지를 한 마리 사러 갔다. 그녀가 떠나던 날 밤, 나는 강아지에게 배변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강아지의 행동에서 뭔가 배우기 시작했다. 연인을 진심으로 그리워하면서도 나는 차츰 그 조그많고 까만 강아지에 대한 애정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상대가 외로워지리라는 걸 예측하고 헤어지기 전에 강아지를 같이 고르러 가는 것도 괜찮네. 이건 평생을 같이 살다가 한 사람이 돌아가기 전에 남을 사람을 위해서 배려하는 것도 포함한다.

 

나는 또한 애써서 정원을 가꾼다. 어렸을 적 먹었던 야채들이 풍성하게 자라나는 모습에 깊은 충족감을 느낀다. 커다란 접시만한 크기의 잎이 나는 귀한 식물인 케일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케일은 미국 흑인들이 미국 남부에서 노예로 살아가던 시절과 그 이후까지 그들을 먹여 살렸던 식물이다….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과 달리 나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내면서 무아경에 빠진다. 나는 온전하고도 순환적인 느낌을 주는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먼 선조들과의 사귐을 이어간다. 그들 역시 대다수가 정원 일을 하고 농사를 짓는 이들이었다. 나는 선조들이 키우고 먹었던 음식을 요리해 십 수 세대의 입맛을 느끼며 야채를 먹는다.

먼 선조들과의 사귐을 이어가게 하는 정원 일은 무얼까? 비록 나의 정원이 화분에 담겨져 베란다에서 유지되는 정원이더라도 내가 앨리스 워커에게 케일 같은 식물을 알아보고 키우면 훨씬 큰 충족감을 주리라. 어릴 때 많이 보던 것들이리라. 지붕에 올라간 호박덩굴과 애기호박과 노랑 호박꽃, 알로카시아 보다 백배 예쁘고 토란국과 육개장에 넣을 토란나물을 주는 토란대(엄마한테 얻어올 수 있다), 도라지꽃(도라지는 몇 해 동안 묻어두고 기를 수 있다. 꽃이 이쁘다.) 봉숭아, 맨드라미, 황매화, 목단, 매실이나 감나무, 대추나무 같은 게 아닐까? 그럼 도시의 작은 베란다에서도 그걸 키우면 나와 더불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마음이 위로 받을 것 같다. 그런 꽃을 가꾸는 게 나의 소망이지. 동네의 꽃 많은 할머니 집.   

                                 

내게는 무슨 일이든지 논할 수 있는 여자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신성과 강렬하고도 관능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바이브레이터 하나를 가지고 있다.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의 방식에 민감한 새로운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겐 퍽 만족스럽다. 육체적이고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안전한 쾌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사랑이 하나뿐이라고?’ 제목의 짧은 칼럼이다. 앨리스 워커는 개, 정원 일, 여자친구들, 바이브레이터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202 남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204 개인적으로 내게 가장 잘 듣는 스트레스 처방은 Drinking beauty다 아름다움을 들이마시는 것, 이것이 내게는 특효약이다. 나는 이 방법을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에게 배웠다. 인디언들이 그렇게 대량학살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건, 하나가 망가질 때마다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언 내면서 자신들의 온전성을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에 닥치면 나는 일단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집안 가득 꽃을 가져다 놓는다. 그 속에서 잘 쉬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시를 읽는다. 그리고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는 되도록 아름다운 사람들만 만나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무공해 야채를 먹고,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잠을 많이 자다 보면 어느덧 많이 치유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특히 아름다운 애인이 옆에 가까이 있다면 그와 같이 먹고 놀고 열심히 섹스하는 것이 제일 좋은 drinking beauty의 한 방법이다….가능하면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모토처럼, ‘웃자, 놀자, 뒤집자로 살아보려 한다.

나에게도 정기적으로, 또는 부정기적으로 drinking beauty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어쩐 일인지 좀 숨이 죽었다. 나의 야생의 기운이 많이 죽었다.

 

203 도 중에서 가장 높은 도는 냅도

 

168 내가 보는 아름다움은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자연스런 생명력이고, 둘째는 진정한 자신감이고, 셋째는 이해심과 자비로 표현되는 도통함이다. 나는 생명력으로 넘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워보인다. 자기 고유의 몸의 리듬과 기운의 흐름에 충실한 여자, 자연처럼 생긴 대로 사는 여자, 강과 숲의 냄새가 나는 여자, 삶의 흐름을 막지 않고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여자, 이런 여자는 고향처럼 아름답다. 

자신감 넘치는 여자가 아름답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자기 일을 아주 잘 해내는 여자. 그 일때문에 성숙해졌고, 세계를 이해하는 여자, 이런 여자가 진짜 섹시하다. 올해 앨리스 워커는 60세가 되었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70세가 되었다. 자기 일을 통해 많은 것을 겪고 어려움을 잘 넘긴 이 여성들을 보면 나도 나의 60, 70대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도통한 여자가 아름답다. 달라이라마가 깨달은 사람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듯이 이 삶과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비롭고 그 자비가 일상의 생활에서 친절함으로 표현되는 여자, 이런 여자가 아름답다. 아는 명상 수행 공동체에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의 종교성이 나 수행 때문에 짓눌려 있지 않은 자유로운 여성,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누는 삶을 살려 하는 여성, 이런 여성은 우주처럼 아름답다.

 

169 나는 가끔 페미니스트가 왜 화장을 하고 다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최초의 화장이 여신을 흉내내면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여성 영성 시간에 배웠다. 또 세계의 원시 종교 속에서 왜 영적인 전사들이 영적 싸움을 하기 위해 얼굴과 몸에 페인팅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종교학 시간에 배우게 되었다. 나는 여신과 전사를 닮고 싶었다. 화장을 여성의 놀이로, 명상으로, 제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그날의 날씨, 기운, 만나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화장하고 옷을 골라 입는 것이 재미있다. 세상에 잘 받아들여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매일매일의 설치 미술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 나의 여러 관계 속에서 조화와 균형, 그리고 삶의 색깔과 향기를 만들어 내고, 훌륭한 전사처럼 삶을 위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기운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여신과 전사의 힘을 펼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는다.

아름답게 화장하면서 나도 여신을 흉내내고 아름다운 전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 여성의 독립과 자율성을 위한 기초공사에 대한 부분

     

    104 즐거운 독신이 되는 포뮬라. 일곱 가지 조건

    첫째, 건강. 마음과 몸이 건강해야 홀로 꿋꿋이 서서 삶의 파도를 유유히 즐길 수 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능하면 신선한 무공해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자가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지속적으로 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건강해야 창조적인 일을 할 꿈도 꾸고 몸을 바쳐 모험도 할 수 있다.

    둘째, 신나는 자기 일을 갖는 것이다. 내게 기쁨을 주는 일,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자유를 주는 일, 자신을 키우며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독신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세상에 해를 안 끼치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면서 나의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일, 그 일을 찾아야 행복할 수 있다.

    셋째는 친구다. 미국 속담에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외로울 때 나의 슬픔과 절망을 그냥 들어주고 같이 있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보러가고, 산에도 가고, 그냥 편안히 서로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존재, 별 큰 기대나 요구도 없이 삶의 여러 계절을 동반해줄 수 있는 멀고 가까운 친구들이 필요하다. 이런 친구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정열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넷째는 취미다. 직업과 관계없지만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고 표현하게 해주는 것, 노래, , 등산, 여행, 붓글씨, 그림, 요리, 등등 일상에서 일탈하여 숨쉴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세상을 향한 봉사다. 나의 아픔, 기쁨, 관심사를 넘어서 세상의 아픔, 기쁨 관심과 함께 할 때 삶은 한층 풍성해진다. 나를 넘어서는 더 큰 우리를 만나고, 그 우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때 내가 완성된다.

    여섯째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 애인, 가족, 집이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을 때 자연에게 가서 치유받을 수 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조건없는 사랑을 깨닫게 되면 삶은 혼자 있어도 항상 따듯하게 느껴진다.

    일곱째는 명상과 기도다. 특정 신을 믿지 않는다면 자기보다 더 큰 우주의 사랑을 향해 기도하고명상하면 된다. , 친구, 취미, 사회봉사, 자연 이 모든 것이 시들하게 느껴지는 절망스러운 날은 방문을 닫고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명상하고 기도하자. 외로운 초월의 시간에 우리의 영혼은 비 온 뒤의 나무처럼 성큼성큼 자란다. .    

     

    183 여성의 독립을 잘 들여다보면 세 가지의 독립이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적인 독립, 둘째는 심리문화적 독립, 셋째는 종교적, 영적 독립이다.

    첫째, 여자가 돈이 없으면 치사해진다. 직업이 없으면 무시당한다. 자기가 잠잘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있어야 돈 때문에 할 말을 못하거나 남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계속 공부할 수 있고, 세상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일생 동안 자기가 혼자 벌어서 자기의 삶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를 만나 서로의 경제력을 나눌 수는 있지만 파트너에 의존해서 살 생각을 아예 하지도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여자도 해방되고 남자도 해방된다. 남자는 이 세상에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 진정한 자아를 활짝 꽃피우려고 왔다. 나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모든 성인 남녀가 해야 될 일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일 우주에 감사한다. 내 평생의 일인 신학자로서의 길은 나에게 분명한 사회적 정체성을 주었다. 내가 내 명함에 찍힌 교수, 박사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내가 가부장제를 거스르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 지배권력을 가진 남자들은 헛소리라며 내 말을 묵살해 버렸을 것이다. 물론 박사나 명문 대학원의 교수와 상관없이 비판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러나 나의 직업이 내게 주는 사회적 힘은 그들이 나를 그냥 멍청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제재를 가하는 장치를 만들어준다.

     

    183 내가 히말라야의 오지, 산 마을에서 혼자 살 때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지켜줄 남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다치거나 아프면 헬리콥터를 불러 올 수 있는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독립을 이뤄도 심리문화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은 여전히 외롭고 불행하게 살게 된다. 내가 수많은 시간을 심리치료 상담사들과 보내면서 배운 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으로부터 내 실리적 결핍감을 채우려는 노력은 정말 눈물의 씨앗이다. 내가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온전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심리문화적 독립을 이뤄가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심리적 독립을 꾸준하게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영적인 독립이라는 것이다. 내가 직접 우주로부터 들은 내면의 목소리 거기에 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내 내면에는 우주의 사랑, 하나님, 부처님, 여신과의 직통이 가능한 핫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191 ‘여성의 독립이라는 말의 참뜻이 뭘까? 그건 여자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번다는 것! 우리는 한 명의 여성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돈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우리 딸들에게 더 엄격하게 교육시켜야만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우리 생각을 내뱉어도 상관없도록 물질적인 토대를 갖춰야 한다.

    현경처럼 앨리스 워커도 경제적 독립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심장에서 나오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이 세상 어디에서건 또 누구를 만나건 어떤 활동이나 행동에든 우리가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일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우리 자신의 생각을 따르면서 행동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진다.

    자신의 독립적인 생각, 의견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물적토대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부분

     

    84 내가 12년 전 틱낫한 스님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드린 질문이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정말 다 무상하다면, 다 변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직도 결혼식에서 혼인 서약을 할 수 있으며, 신부, 수녀, 스님이 되겠다고 서원할 수 있는가? 이런 서약들은 무지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이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하는 제도들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불교에서는 결혼식에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과 같이 지내겠다는 서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혼은 두 남녀가 작은 자아small self에게 약속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참자아 true self에 약속하는 것이다. 결혼의 관계를 통해 서로 참자아를 키워갈 수 있으면 그 관계는 꾸준히 함께 변해가면서 유지될 것이고, 참자아를 키워갈 수 없다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변화와 무상함 속에서 관계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자비와 지혜가 요구된다.” 그 답변을 들으면서 나는 참사랑은 참자아를 알아채고 키워갈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상을 약속에 적용한다면 저런 질문이 가능하겠구나. 무상과 결혼서약 모두에 진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질문

                

    86 로맨스는 내가 원하는 사랑의 환상과 꿈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이고, 진짜 사랑은 내 파트너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가장 좋은 참사랑의 길은 나 자신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이상형,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나 스스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눈을 안으로 돌리게 한다. 왜 페미니스트의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내가 다루고 있는 책이 모두 여성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 주제도 그러하고, 개인의 신화도 그러하다. 그러니 신화에 대한 책과 함께 여성에 대한 책을 읽는 건 당연하다. 도서관에서 골라올 때는 알지 못했던 걸 리뷰를 하면서 알게 되네.

     

    32 우리는 남자와 노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남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면 놀이라는 면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자들은 그간 너무 진지했다.

    나도 삶에 너무 진지했다. 앞으로는 좀 재미나게 살고 싶다.

     

    34 나는 오랫동안 남자와 함께 할지, 여자와 함께할 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기 위해 우주의 창조물인 나라는 사람의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내면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

    양성애자가 된 이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의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 아들과 딸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45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삶의 연금술사처럼 가부장제의 독을 황금으로 변화시킨다.

    여성과 남성을 모두 편안하게 하는가? 신화를 가지고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이런 관점이었으면 한다. 여성의 편을 들면서 남성을 비난한다기 보담 저런 관점.   

     

    67 어떤 현인이 내게 이런 가르침을 주신 적이 있다. 삶에는 두 가지 종류의 해방이 있다. 얼음덩이가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하자. 얼음덩이가 이 쇠사슬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했을 때, 한 가지 방법은 도끼로 쇠사슬을 끊어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얼음이 자신을 녹여 물이 되는 방법이다.

    나의 스승님은 얼음이 스스로를 녹여 물이 되라 한다.

     

    112 여자들은 가부장제가 지닌 죽음의 덫에서 아들을 구해내야만 한다. 그 죽음의 덫 속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은 손상되거나 함부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애써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생명 그 자체가 섬뜩한 전망에 굴복해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124 나는 개미같이 작은 개인들이 제국의 거대한 피라미드 권력 구조에 작은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지배와 복종이라는 피라미드를 무너뜨리는 꿈을 꾼다. 즐겁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무너뜨리는 꿈. 녹색대학, 녹색 가게, 귀농 운동, 작은 살림 공동체, 대안 지역경제 운동, 소규모 지방자치 운동, 대안학교, 대안 문화운동 이런 운동들이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사는 운동들이다.  

    지금 여기서 대안, 희망을 사는 것, 뭘까? 지금 내게는? 도시에서 살면서 만들 수 있는 대안공동체, 대안 육아의 방법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군.

     

    158 내 딸과 나는 내 어머니와 내가 지고 있던 관계의 문제들 중 일부를 물려 받았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는 노예와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드넓은 밭에 씨를 뿌리고 제초작업을 하고 곡식을 거둬들이셨다내가 네 살 때 어머니는 나를 학교에 보내셨다. 나는 끔찍이도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내 학비를 벌기 위해 이런저런 울적한 일들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동트기도 전에 집을 나서서 해가 진 후에야 돌아오셨다.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불평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정말 있는 힘껏 가까스로 살아내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 감정을 어머니께 털어놓는다는 건 어머니에게 더한 짐을 지우는 셈이라는 걸 말이다. 나 또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내 딸과 떨어져 지냈다. 내가 내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것만큼이나 내 딸도 나를 그리워했다. 그 때문에 딸과 나는 진통을 겪었다. 이제 우린 서로가 안고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한 상태다. 이러한 일이 우리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딸이라는 세대 모두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 지지그룹이 필요하다. 여성만의 그룹이든 아니든.

     

    106 키 큰 나무 숲을 지나다 보니 내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141 나는 매년 춘분, 추분, 보름달 뜰 때면 모임을 갖는 여성 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은 5년동안 지속되고 있다. 나는 불교 후원회 승가의 일원이기도 한데, 이 모임은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두 모임으로부터 내 공동가족에 함께 하려는 사람들을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141 나는 여성 동아리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곤 한다.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안건이나 의무감을 가지지 말자고, 모여서 그저 함께 있자, 먹고, 마시고, 유쾌해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춤추자고. 쿠션 위에 드러눕자고, 이야기를 하자고, 비밀을 나누자고. 서로서로 정원일 하는 법과 불씨를 살리는 법을 가르쳐주자고 . 하지만 토의하거나 진행해야 하는 계획은 단호하게 끊자고. 해야할 필요가 잇는 일은 무엇이든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날 테니까.

    나도 이런 여성들의 서클이 하나나 둘 있으면 좋겠다. 이건 고혜경샘의 책을 읽거나 현경의 책, 앨리스 워커의 책을 읽을 때 항상 제안받곤 한다. 그러나 역시나 여성들만의 모임에서도 개인이 가진 그늘에서 문제는 만들어진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동아리가 되기는 어렵다.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이 필요한 거다.    

     

     

  1.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앨리스와 나는 여성 모두가 자신들 속에 여신의 씨를 품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자신 속의 이 씨를 사랑하여 물을 주고 보살필 때 여성들 속에서 神이 탄생한다. 자신과 세상, 우주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는 신을 낳는, 신나는 여자들이 된다.

 

앨리스 워커는 바로 이러한 신나고 행복하고 즐거운 여자의 힘을 온 존재로 체화한 사람이다. 그 힘을 한국의 자매들과 나누고 싶어서 앨리스와 함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자신 안의 여신의 씨앗을 믿고 소중하게 돌보아 태어나게 하는 것을 존재로 체화한 사람은 스승이 아닌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23 페미니스트가 남자하고 영혼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오천 년이 넘는 가부장적 역사 속에서 태어나 이성애자로 길러진 내게 이 질문은 삶의 공안이다. 아마도 내 생애에서 가장 많은 시간, 에너지, 그리고 돈을 들여가면 풀어보려 했던 문제인 것 같다.

페미니스트가 남자와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책을 모두 읽었다. 그녀에게 이 질문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24 가부장제 문화 안에서 남성은 자기가 이뤄내는 의 성공도에 의해 훌륭한 남성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왔고, 여성은 자기가 이뤄내는 관계의 성공도에 의해 사회적으로 좋은 여성으로 인정받아왔다.

 

28 영혼의 치유와 진보를 이뤄나가려면 여성들은 그 동안 자기 안에서 억눌러왔던 남성성을 꺼내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고, 남성들은 그들 안에서 억압되어 있던 여성성을 꺼내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성이 과제가 되나? 여성과 남성은 모두 자기 안의 남성성, 여성성을 살려내는 과제가 있나?

 

28 사랑 때문에 신이 태어나는 그런 사랑을 꿈꾼다.

 

28 비전향 장기수 이성애자

 

29 누구의 달링도 되지마. 추방자가 되렴. 삶의 모순들을 숄처럼 둘러 돌을 피하고 너를 따뜻하게 감싸는 거야.

 

31 영원한 것은 없다. ‘영적 사랑이라도.

 

31 남자는 여자가 그러하듯 진정한 자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32 우리는 남자와 노는 법을 익혀야 한다. 남자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면 놀이라는 면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자들은 그간 너무 진지했다.

나도 삶에 너무 진지했다. 앞으로는 좀 재미나게 살고 싶다.

 

34 나는 오랫동안 남자와 함께 할지, 여자와 함께할 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기 위해 우주의 창조물인 나라는 사람의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내면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

양성애자가 된 이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의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가?

 

40 페미니즘 부흥사 간단해. 누구든지 이 두 가지 사실을 믿으면 페미니스트야. 첫째, 여성이 어떤 식으로든 억압당하고 있음을 인정하느냐? 둘째, 그 억압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일할 것이냐? 이렇게 간단한데 왜 복잡하게 만들어?”

 

42 나는 거듭난 기독교인이기보다는 거듭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신학을 공부하면서 내 억울함, 분노, 우울함의 이유가 내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니고, 병든 가부장제 사회, 문화, 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병의 정확한 진단은 정확한 처방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제도적, 환경에 대한 태도인 듯.

 

42 나는 페미니즘(특히 에코페미니즘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몸과 마음의 분열, 인간과 지구 사이의 분열, 여러 종류의 억압기제를 고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명약이라고 생각한다.

동감. 여성이 자연에 가깝다는 이유로 자연에게 주어지던 것의 투사가 일어났다. 자연적인 것, 여성적인 것은 가치절하되었다. 몸과 자연에서 멀어졌다.

 

43 페미니스트는 못생기고, 성적 매력도 없고, 욕구불만에 가득 차서 괜히 화를 내고, 툭하면 싸움을 거는 여자, 그래서 남자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여자로 각인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데는 가부장적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어느 정도 이런 인식이 있다. 미디어의 힘은 말해 무엇할까? 최근의 여러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45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삶의 연금술사처럼 가부장제의 독을 황금으로 변화시킨다.

여성과 남성을 모두 편안하게 하는가? 신화를 가지고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이런 관점이었으면 한다. 여성의 편을 들면서 남성을 비난한다기 보담 저런 관점.   

 

46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했을 때 받는 모든 박해들은 우리가 페미니스트로 경험할 환희와 황홀함에 비하면 진정한 삶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아주 적은 입장료에 불과하다. ‘싸가지 없는남자들이나 가부장제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주워먹느라고 정신없는 여자들을 상대로 더 이상 시간 낭비하며 싸우지 말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그들 스스로 시들어지게 하자. 모든 것은 기운을 주지 않으면 작아지고 힘을 잃고 결국은 죽어서 사라진다.

관심을 주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생각이 난다. 독을 내뿜는, 나에게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오해하고 모독하고 자신의 것을 버리는 감정의 분사 목적의 모욕인데. 아이들이 일러바치듯이, 호 해 달라고 상처자리를 보여주듯 나에게 내가 그러는 듯 하다. 지루할 때까지 이야기를 해야 풀릴까? 나는 적극적으로 들어주질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건 자꾸만 적중심의 관점, 생활을 하게 한다. 

                                              

52 나는 우머니스트란 단어를 유색인종 여성, 특히 아프리카인의 후예인 여성을 위해 만들었다. 우머니스트는 여성이 인간이며 인간에 적합한 모든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 여성, 학교에서건 시장에서건 침실에서건 극장에서건 억압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열정을 쏟는 여성을 말한다.

앨리스 워커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사람

 

53 만약 비판이 여자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면, 혹은 따돌림으로 인해 포기하게 만든다면, 우리에게 사회를 변화시킬 기회가 없다. 심지어 폭력 때문에 여자들이 꺾여 버린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는 것이다.

 

53 남자의 하녀가 아니라 남자와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여자가 있다고 해 보자. 그렇다고 해서 그 여자를 피해가려는 남자라면 그와 함께 살 이유가 과연 있을까?

 

한국남자알레르기 치료법은?

 

65 돌아온 탕자는 있으나 돌아온 탕녀는 없다. 돌아온 탕자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은 남자들 사이의 관용이지 여자들의 현실은 아니다.

그건 그렇다. 강준만의 <어머니 수난사>에 의하면 공녀로 끌려갔던 여자들은 국가권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한 것인데도, 그녀들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환향녀, 화냥년이 되었다.

 

66 일찍부터 세상물정을 간파한 나는 삶의 코스를 바꾸어 나르치스 같은 수도자, 교수, 지성인으로 살기로 했다. 그나마 이 길이 없는 집 딸에게 자존심을 줄 것 같았다. 다 무너진 집안에서 탈출하는 길은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아 내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의 끝까지 가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위수집가처럼 세 개의 석사학위와 한 개의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고 꿈꾸던 교수가 되었다.    

있는 집 딸로 10살까지 살고, 없는 집 딸이 되었다. 아이의 마음은 있는 집 딸이다. 부모한테 사랑받으며 자랐다. 저런 도전이 가능한 마음의 힘을 갖고 있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 같은 경험을 가진 많은 이들이 자신을 세우거나 지키지 못하고 허물어지기도 하니까. 

 

67 어떤 현인이 내게 이런 가르침을 주신 적이 있다. 삶에는 두 가지 종류의 해방이 있다. 얼음덩이가 쇠사슬에 묶여 있다고 하자. 얼음덩이가 이 쇠사슬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했을 때, 한 가지 방법은 도끼로 쇠사슬을 끊어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얼음이 자신을 녹여 물이 되는 방법이다.

나의 스승님은 얼음이 스스로를 녹여 물이 되라 한다.

 

69 언젠가 나의 남성문화유산 답사기를 쓰고 싶다.

그냥 나의 남성답사기’, ‘사랑이 주요 주제였던 여자나 남자만이 쓸 수 있는 것.

 

70 그들이 너를 죽이러 오면

왜냐하면 네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미시시피에서 살았으니까

말이야.

 

그때 제일 먼저 그들에게

네가 숨겨놓은

체 게바라의 사진을

찾을 시간을 달라고

부탁해

 

그 사진을 네 눈앞에 놓아

그리고

만약 그들의 가택수사 후

체의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면

그의 빛나고 한결 같은 조용한 두 눈을

상상해 보는 거야

볼리비아의

추운 산골에서

맞았던

그의 마지막 아침의

눈을 말이지

 

이런 와중에

체는

그에게 마지막 저녁식사를

가져다준

학교 여선생님께

이런 약속을 했대

밤새 계속해서

피를 흘린

총 맞은 다리로도

편안히 서서 말이야.

그가 도망친 후

다시 돌아오면

그녀에게 좋은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아마도 체의 이 대담함 때문에 그들이 나중에 체의 두 손을 잘라버렸을 거야.)

 

..

어리고 가난하고 무지한

병든 암살자

 

당신도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그자들에 의해 보내졌을 거야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일이야.

그들이 우리를 죽이러 오면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

체 게바라의 자서전이 집에 있다. 읽어보고 싶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화도 보고 싶다.

 

75 강인한 여성성이 부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지구는 파국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나약해졌고, 여자를 적당히 돌봐주는 남자의 쩨쩨한 견해에 너무나 오염되어 버렸다.

 

진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84 내가 12년 전 틱낫한 스님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드린 질문이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정말 다 무상하다면, 다 변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직도 결혼식에서 혼인 서약을 할 수 있으며, 신부, 수녀, 스님이 되겠다고 서원할 수 있는가? 이런 서약들은 무지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이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게 하는 제도들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불교에서는 결혼식에서 죽을 때까지 그 사람과 같이 지내겠다는 서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결혼은 두 남녀가 작은 자아small self에게 약속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관계를 통해 나타나는 참자아 true self에 약속하는 것이다. 결혼의 관계를 통해 서로 참자아를 키워갈 수 있으면 그 관계는 꾸준히 함께 변해가면서 유지될 것이고, 참자아를 키워갈 수 없다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변화와 무상함 속에서 관계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자비와 지혜가 요구된다.” 그 답변을 들으면서 나는 참사랑은 참자아를 알아채고 키워갈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상을 약속에 적용한다면 저런 질문이 가능하겠구나. 무상과 결혼서약 모두에 진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질문

            

86 로맨스는 내가 원하는 사랑의 환상과 꿈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이고, 진짜 사랑은 내 파트너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가장 좋은 참사랑의 길은 나 자신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이상형,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나 스스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눈을 안으로 돌리게 한다. 왜 페미니스트의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내가 다루고 있는 책이 모두 여성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 주제도 그러하고, 개인의 신화도 그러하다. 그러니 신화에 대한 책과 함께 여성에 대한 책을 읽는 건 당연하다. 도서관에서 골라올 때는 알지 못했던 걸 리뷰를 하면서 알게 되네.

 

86 나는 내가 결혼하고 싶은 대상이 되고 싶다. 내 사랑의 궤적을 돌아봐도 내가 진화된 만큼 진화된 파트너가 내 삶에 나타났었던 것 같다.

 

87 우리 삶의 산소는 어디에서 공급되는 것일까? 사람마다 산소 공급처가 다를 것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산소 공급처는 나의 일이다내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이 종교의 잘못된 가부장적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나 숨을 내쉬는 것을 볼 때 나는 그들로부터 산소 공급을 받는다. 또 세계의 큰 스승들의 시 속에서 신성한 산소를 들이마신다. 밀라레파, 루미, 앨리스 워커. 우리 동네의 공원들, 이 지구상의 아름다운 자연들은 내게 평화와 아름다움을 주고, 세계 여러 종류의 해방운동, 평화운동, 환경운동들은 내게 힘과 희망을 제공한다. 우리 집 도처에 놓여있는 체 게바라의 사진들은 내게 남자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되찾아주고 밥 말리의 노래들은 나를 어느 때나 춤추게 한다.   

나의 산소공급처는 어디일까? 일단 나의 일이 나의 산소탱크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 일은 나에게 산소탱크가 아니라 다른 데서 모은 에너지를 쓰는 곳이다. 공원 산책, 도서관에서 어정거리기, 식물을 기르기, 새벽푸른빛 속에서 모닝페이지와 정진을 하면서 얻은 에너지들.

 

88 진짜 사랑은 나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진짜 나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전 우주의 존재들이 애인으로 다가온다.

 

91 언젠가 사랑하던 연인이 나를 떠나야만 했다. 나는 외로워지리라는 걸 알았기에 함께 강아지를 한 마리 사러 갔다. 그녀가 떠나던 날 밤, 나는 강아지에게 배변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강아지의 행동에서 뭔가 배우기 시작했다. 연인을 진심으로 그리워하면서도 나는 차츰 그 조그많고 까만 강아지에 대한 애정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상대가 외로워지리라는 걸 예측하고 헤어지기 전에 강아지를 같이 고르러 가는 것도 괜찮네. 이건 평생을 같이 살다가 한 사람이 돌아가기 전에 남을 사람을 위해서 배려하는 것도 포함한다.

 

나는 또한 애써서 정원을 가꾼다. 어렸을 적 먹었던 야채들이 풍성하게 자라나는 모습에 깊은 충족감을 느낀다. 커다란 접시만한 크기의 잎이 나는 귀한 식물인 케일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케일은 미국 흑인들이 미국 남부에서 노예로 살아가던 시절과 그 이후까지 그들을 먹여 살렸던 식물이다….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과 달리 나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을 해내면서 무아경에 빠진다. 나는 온전하고도 순환적인 느낌을 주는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먼 선조들과의 사귐을 이어간다. 그들 역시 대다수가 정원 일을 하고 농사를 짓는 이들이었다. 나는 선조들이 키우고 먹었던 음식을 요리해 십 수 세대의 입맛을 느끼며 야채를 먹는다.

먼 선조들과의 사귐을 이어가게 하는 정원 일은 무얼까? 비록 나의 정원이 화분에 담겨져 베란다에서 유지되는 정원이더라도 내가 앨리스 워커에게 케일 같은 식물을 알아보고 키우면 훨씬 큰 충족감을 주리라. 어릴 때 많이 보던 것들이리라. 지붕에 올라간 호박덩굴과 애기호박과 노랑 호박꽃, 알로카시아 보다 백배 예쁘고 토란국과 육개장에 넣을 토란나물을 주는 토란대(엄마한테 얻어올 수 있다), 도라지꽃(도라지는 몇 해 동안 묻어두고 기를 수 있다. 꽃이 이쁘다.) 봉숭아, 맨드라미, 황매화, 목단, 매실이나 감나무, 대추나무 같은 게 아닐까? 그럼 도시의 작은 베란다에서도 그걸 키우면 나와 더불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마음이 위로 받을 것 같다. 그런 꽃을 가꾸는 게 나의 소망이지. 동네의 꽃 많은 할머니 집.   

                                 

내게는 무슨 일이든지 논할 수 있는 여자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신성과 강렬하고도 관능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바이브레이터 하나를 가지고 있다.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의 방식에 민감한 새로운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겐 퍽 만족스럽다. 육체적이고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안전한 쾌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사랑이 하나뿐이라고?’ 제목의 짧은 칼럼이다. 앨리스 워커는 개, 정원 일, 여자친구들, 바이브레이터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101 외로움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융 심리학자에게 오랫동안 꿈의 분석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어린 아기가 길가에 버려져 우는 꿈을 많이 꾸었고, 이 꿈의 분석을 통해 한 살 때 잃어버린 생모를 찾게 되었다.

 

101 대상관계 심리학자에 의하면 세 살이 되기 전에 기본 양육자가 바뀌면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에 일생 동안 큰 피해를 준다고 한다. 한 살 때 잃어버린 생모가 남긴 빈자리는 성인된 내게 외로움이라는 삶의 숙제로 다가왔다.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사회적으로도 외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여성신학, 아시아 여성 신학을 만들어 오래된 종교적 문화적 학문적 가부장제에 도전을 시작했다.

 

102 20,30대의 나는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열심히 애인을 구하고 친구를 찾아가고 사람들과의 모임을 자꾸 만들었다. 그러나 40대가 되면서 외로움을 삶의 오래된 귀한 친구로 모시게 되었다.

 

104 즐거운 독신이 되는 포뮬라. 일곱 가지 조건

첫째, 건강. 마음과 몸이 건강해야 홀로 꿋꿋이 서서 삶의 파도를 유유히 즐길 수 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능하면 신선한 무공해 음식을 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자가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지속적으로 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건강해야 창조적인 일을 할 꿈도 꾸고 몸을 바쳐 모험도 할 수 있다.

둘째, 신나는 자기 일을 갖는 것이다. 내게 기쁨을 주는 일,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경제적 자유를 주는 일, 자신을 키우며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독신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세상에 해를 안 끼치고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면서 나의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일, 그 일을 찾아야 행복할 수 있다.

셋째는 친구다. 미국 속담에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외로울 때 나의 슬픔과 절망을 그냥 들어주고 같이 있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보러가고, 산에도 가고, 그냥 편안히 서로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존재, 별 큰 기대나 요구도 없이 삶의 여러 계절을 동반해줄 수 있는 멀고 가까운 친구들이 필요하다. 이런 친구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정열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넷째는 취미다. 직업과 관계없지만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고 표현하게 해주는 것, 노래, , 등산, 여행, 붓글씨, 그림, 요리, 등등 일상에서 일탈하여 숨쉴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세상을 향한 봉사다. 나의 아픔, 기쁨, 관심사를 넘어서 세상의 아픔, 기쁨 관심과 함께 할 때 삶은 한층 풍성해진다. 나를 넘어서는 더 큰 우리를 만나고, 그 우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때 내가 완성된다.

여섯째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 애인, 가족, 집이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을 때 자연에게 가서 치유받을 수 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조건없는 사랑을 깨닫게 되면 삶은 혼자 있어도 항상 따듯하게 느껴진다.

일곱째는 명상과 기도다. 특정 신을 믿지 않는다면 자기보다 더 큰 우주의 사랑을 향해 기도하고명상하면 된다. , 친구, 취미, 사회봉사, 자연 이 모든 것이 시들하게 느껴지는 절망스러운 날은 방문을 닫고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명상하고 기도하자. 외로운 초월의 시간에 우리의 영혼은 비 온 뒤의 나무처럼 성큼성큼 자란다.

 

106 키 큰 나무 숲을 지나다 보니 내가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112 여자들은 가부장제가 지닌 죽음의 덫에서 아들을 구해내야만 한다. 그 죽음의 덫 속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은 손상되거나 함부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이 애써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생명 그 자체가 섬뜩한 전망에 굴복해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들과 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122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내용을 아주 자세히 적어(시간, 장소, 사람, 물건, 색깔, 느낌, 소리, 의도 등등) 거울에 붙여놓고, 지갑에 넣어 다니고, 매일 읽는다. 베개 속에도 꿈을 적어놓고 잠을 잔다. 이건 내가 우주에 보내는 소원이고 기도이다. 공동선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다면 여신께서 내 꿈을 이루어 주실 것이라 나는 믿는다.

나도 베개에 넣어봐야겠군

 

123 어디에도 없다는 뜻의 유토피아 NO-WHERE는 잘 뜯어보면 Now-Here 일 수도 있다. 홍승연

 

123 지금 이 세계를 먹어가는 제국의 힘에 대항하여, 또 어머니 지구를 죽여가고 있는 브레이크 고장난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러니 혁명의 그날, 후천 개벽의 그날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꿈꾸는 것을 그냥 살아보는 것이다.

 

123 we are the people we have been waiting for  스위트 허니 인 더 록

고도, 메시아를 기다리며 마냥 시간 낭비하지 말고, 우리 안에, 우리 사이에, 우리 주변에 이미 와 있는 고도, 메시아를 발견해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왕국, 서방정토, 유토피아의 낙원을 살아보자.

 

124 나는 개미같이 작은 개인들이 제국의 거대한 피라미드 권력 구조에 작은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지배와 복종이라는 피라미드를 무너뜨리는 꿈을 꾼다. 즐겁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무너뜨리는 꿈. 녹색대학, 녹색 가게, 귀농 운동, 작은 살림 공동체, 대안 지역경제 운동, 소규모 지방자치 운동, 대안학교, 대안 문화운동 이런 운동들이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사는 운동들이다.  

지금 여기서 대안, 희망을 사는 것, 뭘까? 지금 내게는? 도시에서 살면서 만들 수 있는 대안공동체, 대안 육아의 방법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군.

 

127 요즈음 나는 로버트를 생각해. 자기 아들의 작은 옷들을 접고, TV 저녁을 먹으며 매일 아침 학교로, 사무실로, 슈퍼마켓으로, 꼭 가야만 하는 회의들로 뛰어다니는 그 사람 글을 쓰고 연설을 하고, 억압과 굶주림과 무지에 저항하여 데모를 하지. 그러면서 그 사이사이에 그는 야생화와 커다란 바위들과 연애를 하는 거야. 작은 보라빛 꽃이 태양을 향해 그 파란 눈을 들 때면 이것봐하며 그는 소리를 지르지. 우리가 길가에 서 있는 커다란 바위를 지나칠 때 우와 저것좀 봐하며 그는 내게 속삭여. 그는 아이가 있는 남자. 나이는 들었지만 늘 새로운 남자. 그는 아이의 머리를 빗기고 손과 손톱과 치아들을 검사해. 아픈 아이는 그의 가슴에 누워 밤새도록 위로를 받지. 내가 그러듯이. 그래 지구는 로버트 때문에 구원받을 거야.

 

요즈음 나는 수잔을 생각해. 너무 많은 그녀의 종족들이 홀로코스트에서 죽어갔지.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 내 코스모스 씨 가져야 돼그녀는 전화를 걸어서 내게 말하는 거야. “꽃 피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우리는 만날 때 마다 많이 먹어대지우리의 꿈은 같이 긴 산책을 하는 것. 풀을 꺽어 입에 물고 풍덩하고 편한 도사 바지를 입고 버지니아 울프와 아이 기르기, 수필 쓰기와 정원 만들기에 대해 토론하며 마냥 걷는 것. 수잔은 나를 행복하게 해. 존재함 그 자체로. 그래. 지구는 수잔 때문에 구원받을 거야.

 

140 나는 유명해져 버렸다. 미국에서는 유명해지면 다른 이들과 무언가를 계획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140 우리들은 열정을 다해서 자신의 삶과 창조성과 기쁨의 원천에 닿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141 나는 매년 춘분, 추분, 보름달 뜰때면 모임을 갖는 여성 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은 5년동안 지속되고 있다. 나는 불교 후원회 승가의 일원이기도 한데, 이 모임은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두 모임으로부터 내 공동가족에 함께 하려는 사람들을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141 나는 여성 동아리를 시작하자고 제안하곤 한다.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안건이나 의무감을 가지지 말자고, 모여서 그저 함께 있자, 먹고, 마시고, 유쾌해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춤추자고. 쿠션 위에 드러눕자고, 이야기를 하자고, 비밀을 나누자고. 서로서로 정원일 하는 법과 불씨를 살리는 법을 가르쳐주자고 . 하지만 토의하거나 진행해야 하는 계획은 단호하게 끊자고. 해야할 필요가 잇는 일은 무엇이든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날 테니까.

나도 이런 여성들의 서클이 하나나 둘 있으면 좋겠다. 이건 고혜경샘의 책을 읽거나 현경의 책, 앨리스 워커의 책을 읽을 때 항상 제안받곤 한다. 그러나 역시나 여성들만의 모임에서도 개인이 가진 그늘에서 문제는 만들어진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동아리가 되기는 어렵다.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이 필요한 거다.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가?

 

147 “선생님 힘내시라고…” 비닐 봉지에 들어있는 요구르트, 홍당무, 두부가 웃는다내가 교수가 되어 처음 가르친 학생. 그녀의 불타는 눈은 내 삶의 봉화였다. “선생님은 구제불능인 비전향 장기수 이성애자예요.”

 

149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 신학을 공부하면서 그냥 엄마로 보였던 나의 어머니들을 여성으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그분들의 삶을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관심은 자연 멀어져갔다. 그러나 내 자신이 중년이 된 후 인간으로서 아버지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어졌다. 내 젊은 날 가졌던 엄마는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자라는 이분법이 얼마나 단순한 분석이었나 점점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 또한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걸 느끼게 되었고, 그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이 칼럼에서 낳아주고 돌 때까지 헤어진 생물학적인 어머니, 결혼한 지 20년이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이 아이를 낳는다는 명목으로 바람을 피는 걸 지켜보고, 남편이 선택한 여자에게서 낳은 두 여자아이 중 하나만을 데려다 키운 어머니,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 만난 여자 스승을 추억한다. 3사람을 모두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성 스승과의 관계가 매우 미미하다. 나에게는 남성인 아버지, 남성인 스승님 2분이 있다. 나의 여성됨을 긍정하기 위해서 이런 여성스승이 필요할까? 좀 그런 것도 같다.    

 

152 공부, 일은 늙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누구라도 너를 윤기나게 해 주는 사람 만나 행복하게 지내라.

 

153 이제 엄마는 너를 도와줄 수가 없어. 네가 정말 그렇게도 하고 싶으면 똥 묻은 빤스라도 팔아서 해보는 거야. 길은 어디에나 있어. 이제 네가 네 길을 찾아라.

 

154 당신이 힘내야 하나님도 힘내세요. 쉬지 말고 기도하세요. 독수리처럼 날아오르세요.

 

154 이제 나에게도 많은 딸들이 생겼다. 생물학적 딸은 없지만 사상과 영혼의 유전자를 나누는 딸들이 생긴 것이다. 나의 제자들, 내 책을 보고 나를 찾아오는 많은 젊은 여성들, 그리고 내 친구들의 딸들, 그들이 다 우주가 내게 보내준 내 딸들이다. 나도 나의 어머니들처럼 그들에게 힘을 주는 좋은 기운이 되어보려고 매일매일 노력하며 살려 한다. 여성도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155 아버지는 자기 불행에 빠져 엄마의 그 빛나는 아름다움 알아보지도 못했지. 그리고 한번도 그녀를 울려퍼지게 못하고 30년을 보내버렸지.

 

157 그간의 배움 덕분에 나는 아버지를 좀더 측은하게 느끼게 됐다. 남자들이 가부장제 아래서 어떻게 망가지는지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버지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표현할 수 없었던 부드러운 감정을 많이 지니신 분이었다. 여성성은 아버지의 내면에서 억압되었다.  

 

158 내 딸과 나는 내 어머니와 내가 지고 있던 관계의 문제들 중 일부를 물려 받았다.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는 노예와 다름없는 신분이었다. 드넓은 밭에 씨를 뿌리고 제초작업을 하고 곡식을 거둬들이셨다내가 네 살 때 어머니는 나를 학교에 보내셨다. 나는 끔찍이도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내 학비를 벌기 위해 이런저런 울적한 일들을 해야 했다. 어머니는 동트기도 전에 집을 나서서 해가 진 후에야 돌아오셨다.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불평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정말 있는 힘껏 가까스로 살아내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 감정을 어머니께 털어놓는다는 건 어머니에게 더한 짐을 지우는 셈이라는 걸 말이다. 나 또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내 딸과 떨어져 지냈다. 내가 내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것만큼이나 내 딸도 나를 그리워했다. 그 때문에 딸과 나는 진통을 겪었다. 이제 우린 서로가 안고 있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한 상태다. 이러한 일이 우리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딸이라는 세대 모두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내면의 아름다움은 추녀의 변명인가?

 

165 여자의 존엄성은 깨끗한 브라와 팬티에서 시작한다고 철저히 믿는 김목사님. “깨끗한 브라-팬티 입고 자기 몸 존중하기 시작하면 자기 사랑하는 법도 배우게 되는 거야.”

 

167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또 두렵게 하고, 선함이 우리를 해방시키지만 또한 그 도덕적 무게로 짓누르는 것에 비해 진정한 아름다움은 우리 존재를 열어 변화시킨다. 그래서 나는 21세기 문명 전환의 핵심에 아름다움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믿는다.

 

168 내가 보는 아름다움은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자연스런 생명력이고, 둘째는 진정한 자신감이고, 셋째는 이해심과 자비로 표현되는 도통함이다. 나는 생명력으로 넘치는 여자가 가장 아름다워보인다. 자기 고유의 몸의 리듬과 기운의 흐름에 충실한 여자, 자연처럼 생긴 대로 사는 여자, 강과 숲의 냄새가 나는 여자, 삶의 흐름을 막지 않고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여자, 이런 여자는 고향처럼 아름답다. 

자신감 넘치는 여자가 아름답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자기 일을 아주 잘 해내는 여자. 그 일때문에 성숙해졌고, 세계를 이해하는 여자, 이런 여자가 진짜 섹시하다. 올해 앨리스 워커는 60세가 되었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70세가 되었다. 자기 일을 통해 많은 것을 겪고 어려움을 잘 넘긴 이 여성들을 보면 나도 나의 60, 70대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도통한 여자가 아름답다. 달라이라마가 깨달은 사람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듯이 이 삶과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비롭고 그 자비가 일상의 생활에서 친절함으로 표현되는 여자, 이런 여자가 아름답다. 아는 명상 수행 공동체에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자신의 종교성이 나 수행 때문에 짓눌려 있지 않은 자유로운 여성,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나누는 삶을 살려 하는 여성, 이런 여성은 우주처럼 아름답다.

 

169 나는 가끔 페미니스트가 왜 화장을 하고 다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최초의 화장이 여신을 흉내내면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여성 영성 시간에 배웠다. 또 세계의 원시 종교 속에서 왜 영적인 전사들이 영적 싸움을 하기 위해 얼굴과 몸에 페인팅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종교학 시간에 배우게 되었다. 나는 여신과 전사를 닮고 싶었다. 화장을 여성의 놀이로, 명상으로, 제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그날의 날씨, 기운, 만나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화장하고 옷을 골라 입는 것이 재미있다. 세상에 잘 받아들여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매일매일의 설치 미술이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 나의 여러 관계 속에서 조화와 균형, 그리고 삶의 색깔과 향기를 만들어 내고, 훌륭한 전사처럼 삶을 위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기운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여신과 전사의 힘을 펼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는다.

 

170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인 아름답지 않음, 추함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늘이 있어야 아름다움에 깊이가 생긴다.

 

171 나는 수풀 속에서 꼼짝 않고 숨어 야생 침팬지를 관찰하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지. 고무밴드로 잡아 맨 그녀의 회색 머리 속에 나타나는 정직한 얼굴구달(good all)..안개 속에서 그녀가 나타날 때마다 그녀는 똑 같은 하얀 블라우스에 눈에 안 띄는 청색 치마를 입고 있어그녀에게는 지구, 공기, , 한 번도 남자가 지나간 적 없는 오래된 숲 같은 냄새가 날 거야 

 

175 행복함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이 곧 행복이다. 그것이야말로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의참 듯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팔 수 있는 더 나은 당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미 최고로 훌륭하다. 더 나은 당신으로 성숙하는 방법에는 침묵을 통해 묵혀가는 지혜가 있다. 당신의 맑은 본질을 음미하는 묵언의 시간이야말로 본질적인 것이다. 

 

175 내가 참여하는 여성 동아리에서 우린 서로의 아름다움을 비춰준다. 우리는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대접한다.

 

여성의 독립, 어떻게 이룰까?

 

183 여성운동이 지향하는 여성의 독립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말하는 단독자’ independence로서의 독립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상생 interdependence을 이루는 홀로 그리고 함께 하는 독립을 말한다.

 

183 여성의 독립을 잘 들여다보면 세 가지의 독립이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적인 독립, 둘째는 심리문화적 독립, 셋째는 종교적, 영적 독립이다.

첫째, 여자가 돈이 없으면 치사해진다. 직업이 없으면 무시당한다. 자기가 잠잘 곳, 먹을 것, 입을 것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은 있어야 돈 때문에 할 말을 못하거나 남의 지배를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계속 공부할 수 있고, 세상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일생 동안 자기가 혼자 벌어서 자기의 삶을 책임지는 일은 기본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트너를 만나 서로의 경제력을 나눌 수는 있지만 파트너에 의존해서 살 생각을 아예 하지도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여자도 해방되고 남자도 해방된다. 남자는 이 세상에 처자식 먹여살리려고 온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 진정한 자아를 활짝 꽃피우려고 왔다. 나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모든 성인 남녀가 해야 될 일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일 우주에 감사한다. 내 평생의 일인 신학자로서의 길은 나에게 분명한 사회적 정체성을 주었다. 내가 내 명함에 찍힌 교수, 박사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내가 가부장제를 거스르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을 때 지배권력을 가진 남자들은 헛소리라며 내 말을 묵살해 버렸을 것이다. 물론 박사나 명문 대학원의 교수와 상관없이 비판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러나 나의 직업이 내게 주는 사회적 힘은 그들이 나를 그냥 멍청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제재를 가하는 장치를 만들어준다.

 

183 내가 히말라야의 오지, 산 마을에서 혼자 살 때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나를 지켜줄 남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다치거나 아프면 헬리콥터를 불러 올 수 있는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독립을 이뤄도 심리문화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은 여전히 외롭고 불행하게 살게 된다.

내가 수많은 시간을 심리치료 상담사들과 보내면서 배운 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듯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남으로부터 내 실리적 결핍감을 채우려는 노력은 정말 눈물의 씨앗이다. 내가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 온전한 관계가 가능해진다.

 

심리문화적 독립을 이뤄가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심리적 독립을 꾸준하게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영적인 독립이라는 것이다. 내가 직접 우주로부터 들은 내면의 목소리 거기에 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내 내면에는 우주의 사랑, 하나님, 부처님, 여신과의 직통이 가능한 핫라인이 있기 때문이다.

 

187 남자 스승, 남자 도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과부 속은 과부가 더 잘 안다고 여성 내면의 아픔은 여성이 더 잘 안다. 여성 도인, 스승들을 함께 써포트하자. 그리고 우리 자신도 도통하여 도인이 되자.

 

191 ‘여성의 독립이라는 말의 참뜻이 뭘까? 그건 여자가 생계를 위해 돈을 번다는 것! 우리는 한 명의 여성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돈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우리 딸들에게 더 엄격하게 교육시켜야만 한다. 어떤 상황에서건 우리 생각을 내뱉어도 상관없도록 물질적인 토대를 갖춰야 한다.

 

우리의 심장에서 나오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이 세상 어디에서건 또 누구를 만나건 어떤 활동이나 행동에든 우리가 끼어들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일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우리 자신의 생각을 따르면서 행동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진다.

 

192 백악관 앞에서 체포된 적이 있다이라크 땅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거대한 재앙이 될 게 뻔한, 모든 여성들이 알고 있는 잔학행위에 대해 안돼라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이런 행복은 여자가 남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동선을 멈추고, 전세계를 보살피고 끌어안으려 발을 넓힐 때라야 비로소 꽃필 수 있는 종류의 행복이다.   

 

여성의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201 숨을 들이쉬며 나는 꽃이네

숨을 내쉬며 나는 피어나네

숨을 들이쉬며 나는 이슬이네

숨을 내쉬며 나는 맑네

숨을 들이쉬며 나는 산이네

숨을 내쉬며 나는 단단하네

숨을 들이쉬며 나는 지구네

숨을 내쉬며 나는 든든하네

 

202 내 속이 안정되고 건강하고 단단하면 이런 사건이 생겨도 그것들을 잘 걸러서 소화시킬 수있다. 내 안의 생태환경이 깨어지면 주변의 독화살들이 방탄복도 없는 내 몸에 꽂혀 고통받게 된다. 마라가 쏘는 독화살들을 다 꽃으로 변화시켜 쏜 자에게 되돌려 보냈다는 붓다의 경지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 독화살에 영향받지 않는 존재의 보호막을 만들어보려고 나는 노력하면서 산다.

 

202 남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이제 나는 해명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 내 생의 기쁨을 찾기에도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인가부터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한 대로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원하는 대로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삶을 믿으면서 그 큰 흐름과 같이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매듭들이 풀리고 힘들었던 사건들의 의미를 알게 된다.  

 

202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4 개인적으로 내게 가장 잘 듣는 스트레스 처방은 Drinking beauty다 아름다움을 들이마시는 것, 이것이 내게는 특효약이다. 나는 이 방법을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에게 배웠다. 인디언들이 그렇게 대량학살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건, 하나가 망가질 때마다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언 내면서 자신들의 온전성을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에 닥치면 나는 일단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집안 가득 꽃을 가져다 놓는다. 그 속에서 잘 쉬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시를 읽는다. 그리고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는 되도록 아름다운 사람들만 만나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무공해 야채를 먹고,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잠을 많이 자다 보면 어느덧 많이 치유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특히 아름다운 애인이 옆에 가까이 있다면 그와 같이 먹고 놀고 열심히 섹스하는 것이 제일 좋은 drinking beauty의 한 방법이다….가능하면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모토처럼, ‘웃자, 놀자, 뒤집자로 살아보려 한다.

 

203 도 중에서 가장 높은 도는 냅도

 

아름답고 강한 여신으로 태어나려면?

 

217 여신의 십계명

첫째,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둘째, 여신은 가슴뛰는 일을 한다.

셋째, 여신은 기, , 깡이 넘친다.

넷째,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다섯째, 여신은 금기를 깬다.

여섯째, 여신은 신나게 논다.

일곱째,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여덟째,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아홉째,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열번째,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221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해 드리겠다. 내가 내 어머니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사실이 무엇인지를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던 사연을 말이다. 어머니가 집에 계시면 우리 집의 기운도 완전히 바뀌곤 했다. 식물들조차 고개를 들이밀 정도였고, 고양이도 더 행복해하며 기지개를 늘어지게 펴댔다. 개도 더 평화로웠다 모두가 어머니께서 집 안과 뜰 여기저기를 왔다갔다 하시며 연신 쓰다듬으시고 속살거리곤 하셨던 덕분이었다. 지금은 나 자신도 내 집에서 이런 기운을 느낄 수가 있다. 언젠가는 내 집과 정원을 신들린 듯 돌아다녔더랬다. 내 안의 여신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신의 소리를 선사하는 여신’, ‘생의 영양분을 가져다 주는 여신’, ‘평화를 가져다 주는 여신말이다. 애정을 담아 바라보면 그 세계가 우리의 방이든 우리의 정원이든 아니면 아이든 연인이든 간에 우리는 늘 여신이 된다. 여신을 보고 싶다면 거울을 들여다 보라.

 

지구를 살리는 여성의 힘은 무엇인가?

 

230 나는 이제 세상과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오만이었음을 느낀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은 구하는 것보다는 피해를 입히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가는 방문자로 우리가 가능한 피해를 입히지 않고 지구를 떠난다면 세상과 지구는 나름대로 자신의 조화를 유지해가며 잘 살아갈 것이다.

231 세계의 많은 영적 스승들, 페미니스트 운동가들, 환경운동가들은 우리가 지구와 함께 더불어 살려면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에 옮기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첫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영적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이 세상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슬퍼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세상과 지구 치유에 동참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둘째는 우리 자신이 이 세상의 트라우마의 희생자만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자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셋째, 최선을 다한 뒤에는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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