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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18시 30분 등록

그림책이 좋아서(보통엄마가 만든 행복한 그림책 로드맵)

 

그림책이 좋아서, 헤르츠나인, 제님

 

  1. 저자에 대하여

 

제님

 

저자 제님은 이화여대에서 불어와 영어를 공부하고, 졸업 후 쭉 자유롭게 놀았다. 저자는 사진을 공부할 땐 사진가가 되고 싶었고, 전통 자수와 조각보를 만들고 천연 염색을 배울 땐 공방을 차리고 싶었다. 들꽃과 나무를 좋아해 숲해설가가 될까도 생각했다. 어느 날은 문화기획자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다. 지금은 딸과 함께 텃밭을 일구며 그림책과 도서관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고 옛이야기 들려주는, 그림책을 요리하는 마녀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림책과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어린이도서연구회 파주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꿈이 하나 있다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그림책 꾸러미 속에 제가 직접 쓴 그림책이 한 권이라도 들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그림책이 좋아서>라는 책을 쓰셨는데 보통 엄마 맞으세요?

 

그냥 책을 좋아하는 보통 엄마 맞아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고. 다른 엄마들이랑 다를 게 없는 엄마죠. 단지 차이라면 사교육 대신 도서관에 다니면서 아이랑 그림책을 엄청 읽은 거 정도죠.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책을 좋아했지만, 아이 교육을 그림책으로만 가능하겠냐는 거였죠.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하기 전에 이미 제가 그림책에 빠져 있었던 거예요.

 

저희 어릴 때만 해도 그림책이 흔하지 않았잖아요? 그림책을 제대로 본 건 아이를 낳고 나서였죠. 돌 지나고 몇 달 뒤부터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아이랑 뒹굴면서 읽어주다 보니 이게 마음속으로 쏙 들어온 거예요. 어른인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림책을 많이 읽으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제가 그림책이 좋아서 그림책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고요,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되었네요. 

 

Q 그림책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효과는 있었나요?

 

일단 제가 먼저 그림책 공부를 했어요. 그림책의 역사, 이론적 배경, 그림 기법 이런 거 말고, 먼저 경험한 엄마들 이야기, 인터넷 서점 서평, 그리고 관심 가는 작가들 이야기 이런 것부터요. 그리고 신문과 책, 인터넷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모았어요. 차곡차곡 수첩에 적었죠. 동네에서 '은재 엄마의 그림책 수첩'으로 통하는 그 수첩을요. 그리고 동네 도서관들을 들락날락했어요. 학교 등하교하듯이 규칙적으로요.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죠. 그리고 같은 고민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 있는 모임에 참여했어요. 그러면서 7년 동안 1만 권 이상 그림책을 보았을 거예요. 제가 다닌 거리만 해도 지구 한 바퀴는 돌았을 걸요? 효과라고요? 말랑말랑한 고사리손 잡고 종종 도서관 오가는 길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그림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은 신나는 놀이터였죠. 효과라면, 아이가 다섯 살 무렵 스스로 한글을 뗀 거? 어떤 교육적 목표를 뚜렷하게 두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행복을 아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바람. 교육 효과는 저절로 나오리라 믿었죠. 지금도 그렇고요. 아이는 지금 4학년인데 보통 아이로 크고 있죠. 다른 건 몰라도 자기 스스로를 믿는 힘은 있는 거 같아요.  

 

Q 그림책 읽어주기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먼저 좋아해야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잖아요? 그림책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엄마 나름대로 기준을 만드세요. '친구', '마음', '죽음' 등 주제별로 나눌 수도 있고요, 작가별로도 분류할 수 있어요. 하여튼 엄마 나름의 기준으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그림책을 읽는 길이 보일 거예요. 그리고 아이에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주시면 돼요. 과장할 필요 없고요.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억지로 내용을 기억하라고 하지 마세요. 함께 그림책으로 놀고, 사랑을 나누는 거니까요. 감정만 잘 다듬어 주시면 돼요.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제 블로그 '은재야 사랑해'(http://blog.naver.com/noirejn)로 놀러 오셔요. 지금은 크리스마스 특집(http://blog.naver.com/noirejn/40201840127)이 올라가 있어요.

 

Q 주변에서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세요?

 

처음엔 그랬는데, 제가 워낙 그런 부분에 무심하다고 할까요? 대부분 제 교육철학을 지지해 주더라고요. "그래, 은재는 행복한 아이로 클 거야" 이러면서요. 저희는 그저 마음 튼튼하게 크는 은재를 응원할 뿐이에요. 뭐 그림책의 부수 효과라고 할까요? 공부는 잘하는 편이에요. 공부라는 게 내용을 이해하고 맥락을 잡아내는 건데, 그림책을 통해 많이 훈련한 덕분인 거겠죠?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커가면서 정말 힘들 때, 마음이 무너질 때, 엄마와 그림책으로 사랑을 나눴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광양시립도서관을 비롯해서 작은 도서관, 아파트공동체 등에서 강의로 엄마들을 만났어요. 그림책 읽기에 대한 제 경험을 소중히 나눴습니다. 한 인문서점에서는 강좌를 열어 '어른을 위한, 그림책 함께 읽기'를 시도했는데, 그분들도 그림책을 통해 위로를 얻더라고요. 감성과 위로를 나눴던 거죠. 앞으로 계획은 강의와 블로그를 통해 '그림책 읽기 전도사'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참조: 2013.12.16 저자인터뷰 헤르츠나인 제공

 

  1. 내가 저자라면

 

- 책의 핵심을 몇 줄로 요약할 것.

(책의 핵심 메시지와 키워드를 가지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명확하게 소개한다는 기분으로 쓸 것)

 

보통 엄마 제님이 들려주는 그림책 읽어주기 체험기

 

그림책을 통한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 나눔집. 생생한 경험담을 활용해 그림책 교육의 장점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도출해볼 것.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 책이 다른 책과 뭐가 다른가?)

 

ㅡ보통 엄마가 쓴 생생한 체험 중심의 이야기

ㅡ저자가 제시하는 그림책 로드맵은 저명한 전문가나 독서단체에서 만든 권장 도서목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

ㅡ교육적 효과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

 

- 특히 감동적인 장절과 해석, 그 구절에 꽂힌 이유  

 

37

아이 때문에 시작한 그림책 공부가 오히려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속의 짧은 글은 어른 책 못지 않은 깊이로 마음을 울립니다. 때로는 후회하고 반성하고, 때로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때로는 지금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38

저는 책 읽어주기가 소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속 깊은 생각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도구로 삼아 아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행복한 기운이 둘 사이에 흐릅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그림책이 아이에게 전달합니다. 엄마가 진짜 하고픈 이야기는 고명처럼 얹어 놓으면 되고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잔소리가 아닌 재미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는 거죠. 아니,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나누는 것입니다.

 

45

책을 읽어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단연코 소통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덤이죠. 그 시간은 또한 엄마와 아이가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교감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행복한 책읽기 경험은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추억입니다.

 

147

사교육 내용에 상상력이란 말은 필수 용어입니다. 그런데 혹시 상상력은 공감력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상상하는 힘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타인과의 공감력은 먼저 나 자신과의 공감이 근원이 됩니다. 내 마음을 바로 알고 느끼는 것이 공감의 첫 단추라는 말이죠. 다 아는 것 같지만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 또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 이 책의 구성에 대해 논할 것.

(탄탄한가? 일관성이 있는가? 신선한가?)

 

저자는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로 시작해서 그림책을 주제별, 작가별, 장르별로 나누어 읽을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녀가 평소 들고 다니며 작성했다는 '은재 엄마의 그림책 수첩'을 정리해 놓은 듯한 구성이다.

 

1장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1. 그림책 읽어주기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 질문

Q1. 그림책을 읽어주는 비법이 따로 있나요?

Q2. 책은 언제까지 읽어주어야 할까요?

Q3. 은재 엄마만의 그림책 읽어주기 방법이 있나요?

Q4. 책 읽어주는 기계는 어때요?

Q5.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Q6. 연령별 권장도서목록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까요?

Q7. 책을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

Q8. 도서관 100배 즐기기

Q9. 책과 도서관이 스리슬쩍 나오는 그림책

2. 도서관 일기

 

2장 주제별로 그림책을 읽어보자

1. 친구 | 친구 없이는 못 살아!

2. 분노 | 내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3. 미술 | 그림책으로 만나는 미술관

4. 인형 | 인형은 마음을 나누는 내 친구

5. 가족 | 가족은 사랑의 다른 이름

6. 인권 | 인권과 자유, 그리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7. 심리 |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자!

8. 죽음 | 죽는다는 건 뭘까?

9. 상상 | 글 없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이 이야기꾼이다!

10. 소통 | 내 말 좀 들어주세요!

11. 감성 | 시적 감수성으로 풍부한 감성을

 

3장 작가별로 그림책을 알아보자

1. 기무라 유이치 | 눈총을 받아도 키득키득

2. 베라 B. 윌리엄스 | 체리 씨에서 이야기가 모락모락!

3. 가브리엘 뱅상 | 비 오는 날의 소풍이라니?

4. 피터 H. 레이놀즈 | 점 하나라도 느끼는 대로 그려보자!

5. 데이비드 스몰 | 마음에 시원한 우물을 품은 리디아

6. 박연철 | 나 원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7. 다시마 세이조 | 엄마, 나도 염소 키우고 싶어!

8.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 너희도 목에 반창고 붙이고 싶니?

9. 콜린 톰슨 | 조지가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이야!

10. 에즈라 잭 키츠 |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로 기억되는 작가

 

4장 장르별로 그림책을 감상하자

1. 만화 | 만화책은웬수인가원츄인가?

2. 옛이야기 | 옛이야기 한 자락 팔아요!

3. 신화 |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더 재미있는 우리 신화

4. 동시 | 동시 따먹기 놀이

 

화보 / 들어가며 / 나가면서

부록 - 최근(2011~2013)에 나온 눈길 끄는 그림책

 

- 내 책을 쓸 때의 참고사항을 기술할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할 것.

 

보통 엄마가 제님씨가 제시하는 그림책 꾸러미엔 개인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있다. 개인의 취향이 공교육과 사교육을 합해놓은 것보다 더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제님씨와 은재가 함께 떠난 7년간의 그림책 여행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보통 사람의 개인의 기록이 보편성을 띤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가족에게 찾아온 위기 상황에서 온 가족이 책 읽기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낸 기록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서 무슨 효과 있었어?’ 가족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거면 된 거다. 내 글에 투자 대비 성과를 반드시 넣을 필요는 없다는 걸 저자 제님을 통해 배웠다.    

 

 

  1.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19

미국의 유명한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도 책에서 희망을 건져 올린 사람입니다. 흑인으로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나 그 자신 또한 열네 살에 미혼모가 된 그녀는 가난하고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절벽에 피어난 한 송이 그녀에게는 독서가 희망이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쇼에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녀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진실하고도 간절한 메시지입니다.

 

20

그림책이 아이들에게도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바로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도로시 버틀러 지음, 보림)입니다.

늘 병에 시달리고 신체장애에 정신장애까지 있는 쿠슐라가 그림책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책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쿠슐라가 한 말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던 그 말은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쿠슐라가 네 살 무렵, 두 팔로 인형을 안고 책이 산더미같이 쌓인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인형 루비 루에게 속삭입니다.

 

이제 루비 루에게 책을 읽어줘야 해. 그 애는 지쳤고 슬프거든. 루비 루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책을 익어주어야 해.”

 

책 속에 등장인물은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마음속 친구가 되어 줍니다. 아이의 감성에 감정이입이 된 등장인물은 마음속에서 여러 정령이 되어 아이의 정신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쿠슐라는 다정하고 명랑하고 유머가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아가씨로 자라게 됩니다.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한 아이의 삶이 이토록 풍요로울 수 있었을까요?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바르톨로메를 개가 아니다> 세트로 읽어주면 좋겠다.

 

37

아이 때문에 시작한 그림책 공부가 오히려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속의 짧은 글은 어른 책 못지 않은 깊이로 마음을 울립니다. 때로는 후회하고 반성하고, 때로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때로는 지금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들은 또 어떤가요? 때로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익살스러움에 웃다가 심지어 눈물까지 흘립니다. 그리고 다양한 미술 기법에 놀라움과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하며, 그림 세례를 흠뻑 받아 마음속에 여러 감정이 넘실댑니다. 잘 만들어진 그림책은 종합예술이라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38

저는 책 읽어주기가 소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속 깊은 생각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을 도구로 삼아 아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행복한 기운이 둘 사이에 흐릅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를 그림책이 아이에게 전달합니다. 엄마가 진짜 하고픈 이야기는 고명처럼 얹어 놓으면 되고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잔소리가 아닌 재미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는 거죠. 아니,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나누는 것입니다.

 

39

유럽에 <책 읽어주는 엄마>라는 전래동요가 있습니다. 이 동요를 통해 비단 옷과 보석, 음식, 정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책 읽어주는 엄마의 존재감을 확인해 보세요.

 

그래그래. 너희 집엔 비단 옷과 번쩍이는 보석.

그래그래. 너희 집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정원

그러나 그러나, 우리 집엔 책 읽어주는 엄마가 있단다.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귀로 듣는 수준과 눈으로 읽는 수준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같아진다고 합니다. 눈으로 읽었을 때보다 귀로 들었을 때 훨씬 이해력이 높다는 뜻이죠. 귀 기울여 듣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공감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혼자서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몇 살까지 읽어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자연스레 나오네요.

 

45

책을 읽어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단연코 소통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먹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덤이죠. 그 시간은 또한 엄마와 아이가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교감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와의 행복한 책읽기 경험은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추억입니다.

 

55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문학과 지성사

 

84

앞서 언급했던 <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쿠슐라가 그림책으로 삶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은 일종의 성장보고서입니다.

 

쿠슐라가 그림책을 통해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언어능력이 길러진 건 당연합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첫째, 쿠슐라가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고 알아가며,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둘째,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꼭 껴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읽어준 엄마의 책 읽기는 쿠슐라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었다는 점. 셋째, 책의 세계로 초대받은 쿠슐라는 몸과 마음이 아팠음에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책읽기의 행복함과 즐거움을 보여 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할 때마다 쿠슐라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돕니다. 슬프고 지친 루비 루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쿠슐라의 중얼거림 말입니다.

 

147

몇 년 전부터 교육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제는 상상력과 창의력입니다. 그래서인가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엄마들이 발 아프게 뛰고 있다죠? 더불어 아이들은 더 바빠졌고요.

 

사교육 내용에 상상력이란 말은 필수 용어입니다. 그런데 혹시 상상력은 공감력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상상하는 힘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타인과의 공감력은 먼저 나 자신과의 공감이 근원이 됩니다. 내 마음을 바로 알고 느끼는 것이 공감의 첫 단추라는 말이죠. 다 아는 것 같지만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 또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177

<웨슬리 나라>, 비룡소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외톨이 이야기를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 낼 수도 있나 싶어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움츠러들지 않고, 당차게 자기 생각을 펼쳐가는 외톨이 이야기라는 점이 신선합니다. 심각하지 않게, 마음 아프지 않게 말이죠. 읽고 나면 상처 주는 아이, 상처 받는 아이 모두 기분 좋아지는 책일 거예요.

 

잠시나마 이 책으로 모든 외톨이가 당차게 자신만의 문명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190

<나의 삼촌 에밀리>, 열린어린이

길버트가 에밀리 삼촌이라 부르는 사람은 영미문학의 위대한 시인 에밀리 디킨슨입니다.

1700여 편의 시를 남긴 에밀리 디킨슨은 하얀 옷 만 고집하고 평생 칩거하며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언제나 가까운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별로 소통하고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의 삼촌 에밀리>는 작가 제인 율런이 은둔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그가 애지중지하던 어린 조카 길버트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죠.

 

누군가는 시인을 맨 처음 울기 시작해서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꽃잎의 작은 상처에도 맨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죠. 감수성 기르는 데 시의 중요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면 아이들 말 하나하나가 시라는 말도 있죠? 그만큼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과 시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한다면 우리 아이들 모두 감수성이 풍부해질 겁니다. 이 역할은 꼭 에밀리 디킨슨 같은 시인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 엄마들이 먼저 시적 감수성을 키우고 아이들과 시적으로 교감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삼촌의 시에 귀를 기울이고 삼촌의 시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기특한 길버트, 시 값이라며 삼촌에게 과꽃 한 송이를 건넬 줄 아는 감수성 풍부한 길버트. 세대를 뛰어 넘어 삼촌과 시적으로 교감했던 작은 시인 길버트, 그 아이는 장티푸스에 걸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더 오래 살았다면 삼촌을 뛰어넘는 훌륭한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은둔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한 소녀의 우정 이야기가 담긴 <에밀리>, 비룡소 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역시나 바바라 쿠니의 섬세한 그림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209

<엄마의 의자> 베라 B. 윌리암스 지음, 시공주니어

이 그림책을 읽고 아이가 달라졌다는 엄마도 있습니다. 말썽만 부리던 아이가 엄마를 돕거나 심부름거리를 찾더랍니다. 이런 걸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 모두가 그림책을 읽고, 한 달 동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을 위해 가족들이 뭔가를 해 주는 것, 또는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면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그게 힘들다면 가족 모두 공원으로 자전거 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런 도시락을 만들어 간다면 그 의미가 더 특별해지겠죠.


살아가면서 팍팍한 다리쉼을 하고 싶을 때, 기댈 의자가 필요할 때, 가끔씩 펼쳐보는 <엄마의 의자>는 저의 마음속 의자입니다.

 

216

베라 B. 윌리암스

192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베라 B. 윌리암스는 경제대공황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고 그 시절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엄마의 의자>를 썼다고 합니다. <엄마의 의자>는 작가의 첫 작품으로 칼데콧 아너 상을 받았죠. <체리와 체리 씨>에는 아버지를 기리며라고 되어 있어요. 아마 작가 자신이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그 사랑으로 많은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녀는 그림책을 그리는 것 말고도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반핵 평화운동을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빵집을 운영하고 요리사로도 일했습니다. 여행을 즐기는 모험가이기도 했고요. 대학 시절 즈음에 경험했던 공동체 생활이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베라 B. 윌리암스는 가족,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이 담긴 작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231

<나 하나로는 부족해> 피터 H. 레이놀즈 글/그림, 비룡소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바쁜 게 현실입니다. 학교 공부 외에도 배워야 할 교양은 왜 그리 많은가요?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하고 음미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바쁘게 사는 것만이 잘사는 걸까요?

 

우리 몸이 여러 개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어느 날 갑자기 여러 명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된 레오를 만나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레오는 너무너무 바빠요. 일을 해도 해도 할 일이 넘쳐납니다. 계획표를 만들어 보지만 소용없어요. 이럴 때 몸이 두 개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정신 없이 바쁠 때면 한 번쯤 해 보았을 상상이죠. 바로 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문 밖에 또 다른 레오가 서 있어요! 소원이 이루어진 걸꺼요? 하지만 일이 줄기는커녕 더 많아집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열 번째 레오가 와서 도와주지만 일은 더욱 쌓여만 갑니다. 오히려 잠시도 쉴 틈이 없어요.

 

기운이 빠진 진짜 레오는 조용히 빠져나와 낮잠을 잡니다. 꿈까지 꾸면서 오랜만에 단잠을 자고 난 레오에게 다른 레오 다섯 명이 소리칩니다.

 

꿈 꾸는 건 계획에 없어!”

 

하지만 레오는 여전히 꿈에 젖어 생긋 웃습니다. 아무래도 레오가 중요한 걸 깨달은 것 같아요. 꿈도 꾸면서 천천히 해도 된다는 걸 말이죠. 이제 다른 레오들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 하면 어떨까? 그럼 나 하나로도 충분해.”

 

이 책은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일중독에 바진 아빠들에게 좋을 것 같네요. 바쁜 중에도 잠시 일을 멈추고 꿈꿀 시간을 가지라는 것. 일에 파묻혀 삶의 즐거움과 여유를 잃지 말라는 거죠. 일은 하면 할수록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레오가 수십 명이 된다고 해도 일을 끝낼 수는 없을 거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네요. 그런 의미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240

<리디아의 정원>,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시공주니어

그래 바로 이거다싶었습니다. 웃지 않는 삼촌에게 다가가는 예쁜 마음, 어둠을 유머로 날려 보내는 예쁜 마음, 빈 화분에 꽃을 가꾸는 아름다움,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가꾸는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들 마음에 아름다움을 전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이 리디아의 힘입니다. 몸만 어른인 저도 닮고 싶고, 우리 딸을 리디아처럼 키우고 싶은 소망도 일렁이네요.

 

244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헤더 헨슨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비룡소

1930년대 미국은 경제대공황 모두가 어려웠는데, 이때 벌써 책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켄터키 주의 애팔래치아 산맥 지방 마을에 책을 보내 주는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두 주에 한 번씩 고원 지대 집 곳곳을 방문해 책을 전해주는 것이죠.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Pack Horse Librarians)’이라 불린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기슭과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지나 책을 전했는데, 오늘날의 이동도서관인 셈입니다.

 

이 책은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인 책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켄터키 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책이라고는 도통 관심도 없던 한 소년이 책을 통해 꿈을 향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데이비드 스몰의 수채화 풍 그림과 어우러져 감동을 전해 줍니다.

 

258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글/그림, 시공주니어

엄마는 아이에게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수시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선 아이는 억울하기만 합니다. 콜라주와 판화기법으로 거칠게 그려진 망태 할아버지는 무섭기만 합니다. 우는 아이를 잡아다 바늘로 입을 꿰매버리고, 떼쓰는 아이는 새장에다 가두고, 밤이 늦도록 자지 않는 아이는 올빼미로 만들어 버린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닌 엄마가 잡혀가네요. 반전의 묘미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십수 년 동안 당해 온 아이의 억울함이 단숨에 확 날아가 버립니다. 반전의 묘미를 즐길만한 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어떤 가치보다도 아이의 심리를 보듬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한없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졸업 작품을 검사하던 영국인 교수는 망태 할아버지가 엄마를 잡아가는 장면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다고 해요. 하지만 작가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엄마가 미울 때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고 싶어졌답니다. 꺾이지 않는 작가의 신념 때문인지, 이 책은 2007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290

<널 만나 다행이야> 졸린 톰슨 글/그림, 책 읽는 곰

제러미 다리가 셋인 덕분에 웃을 일이 더 많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행복으로 찾아옵니다. 조지는 제러미를 만나 다행이고 제러미는 조지를 만나 다행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우리에게는 셋이 행복해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304

색체의 마술사로 평가받는 에즈라 잭 키츠는 어느 날, 1940년대 잡지 <Life>에서 오린 흑인 꼬마의 사진을 보고 생각에 잠깁니다. 그 후 20년 동안이나 그의 작업실 벽에 붙어있던 그 사진은 피터라는 흑인 남자 아이로 키츠의 여러 작품 속 주인공으로 태어나죠. 그는 최초로 그림책에 흑인을 등장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이야 흑인 대통령까지 니왔지만, 1960년 대 당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작가는 피터의 생활을 소재로, 피터가 성장하면서 겪는 내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315

에즈라 잭 키츠

폴란드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에즈라 잭 키츠(1916~1980). 그가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는 아니랍니다. 그는 1940 5 13일 어느 잡지에서 본 흑인 어린이의 사진을 계기로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흑인 어린이의 사진을 자신의 작업실에 붙여놓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의 아이는 그림책의 피터로 새롭게 태어나죠.

 

키츠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일찍 죽은 첫째 누나, 척추 장애인 둘째 누나와 같이 키츠 또한 늘 병약해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벗 삼았고, 동네 도서관에서 본 미술책들은 그의 안식처이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상자 속 여행>의 쓸쓸해 보이는 루이가 어쩌면 작가 자신 같기도 합니다. 혼자 외롭게 방안에ㅜ 앉아 오리고 붙여서 오물조물 뭔가를 만들어 노는 아이가 바로 루이거든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미술대학 장학금을 포기하고 소년 가장이 된 키츠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 이틀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아버지의 지갑 안에는 키츠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들이 들어있었죠. 가난한 화가로 살아갈까봐 미대 가는 걸 반대했던 아버지이지만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아들이 자랑스러웠던 것입니다.

콜라주, 마블링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한 독특한 그림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무리를 행복하게 했던 작가를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323

오세영, 이희재, 박재동, 최호철 작가의 만화는 빼놓지 않고 챙겨봅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이희재. <아이코 악동이> (이희재 지음, 보리)를 시작으로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윤복 원착, 이희재 만화, 청년사),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 M. 바르콘셀로스 원작, 이희재 만화, 청년사), <아홉 살 인생> (위기철 작가, 이희재 만화, 청년사)을 읽은 아이 마음 속엔 여러 무늬의 감정의 결이 아로새겨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호철 작가는 화가이면서 만화가인데, 세상 풍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정교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림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한 장의 그림 속에 장편 서시가 들어 있다고들 한답니다. 이를 잘 드러내는 이야기 그림책으로 <을지로 순환선>이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보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미리 구입해 놓은 책이에요. 한 장의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랑 보고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랑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최호철 작가의 그림에 친숙해진 아이는 전태일 열사 이야기인 <태일이>를 즐겨 읽습니다.

 

세계적 동물학자이며 소설가인 시턴의 <시턴 동물이야기>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글/그림, 사계절)는 읽고 나서 만화 형식으로 독서록을 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 책은 직접 체험한 야생동물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해 자연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심어주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밀림의 왕자 레오>,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원화 전시가 있었습니다. 아직 <아톰>을 모르는 아이에게 도서관에서 데즈카 오사무에 관한 책들을 빌려서 미리 읽게 했죠. 그리고 나서 꽤 비싼 입장료를 내가며 전시회에 데려갔는데, 아이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만화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면 아이도 어른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330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현직 만화가가 운영하는 만화방이 따로 있습니다. 만화가 하민석 씨가 운영하는 <뜬금없이 만화방>입니다. 가끔 가족 나들이로 가는데, 아이가 그곳에서 하루 종일 있겠다고 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되면 하루 종일 아이가 그곳에서 마음껏 즐기게 하고 싶을 정도죠. 그만큼 집에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좋은 만화들로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만화가 박재동의 이야기를 풀어낸 <밥보다 만화가 좋아>(이영옥 글, 박재동 그림, 산하)란 책이 있습니다. 박재동 화백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만화에 대한 꿈과 사랑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는 책이죠. 책 제목처럼 밥보다 만화를 더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만화가 더 이상 학습의 보조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만화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343

엄마에게 의존해서 옛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글눈이 트이자 너무 궁금한 나머지 스스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여섯 살쯤 깨알 같은 글씨로 400쪽이 넘는 <그림형제 동화전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옛이야기를 통해 책 속에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걸 벌써 알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작은 글씨도, 두꺼운 책도 두려움 없이 그냥 덤비는 용기는 옛이야기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힘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그림책에서 다음 단계 책읽기로 넘어갈 수 있었죠. 엄마들 대부분이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그림책은 곧잘 읽는데 글이 좀 많은 책은 도통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런 고민을 품은 엄마들에게 특히, 옛이야기 들려주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345

아이들에게는 몸에 영양을 주는 밥을 잘 해서 먹여야 합니다. 이 못지않게 정신에 영양을 주는 이야기 밥도 잘 해서 먹여야 합니다. 옛이야기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은 삶의 문제를 투사하여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는다>(이재복 지음, 문학동네) 중에서

 

밥을 먹으면 몸이 건강하듯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정신이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삶을 직면하는 힘을 키워주는 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야기 밥을 먹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속은 메말라집니다. 반면, 이야기 밥을 많이 먹은 아이들 마음속에는 여러 정령이 살게 되죠. 마음 속 정령이 많을수록 내면이 풍부하고 강한 아이가 됩니다.

 

354

세상의 관심은 온통 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발전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이런 시대에 신화를 말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것일까요? 저는 과학의 진보와 기술의 발전은 상상력에서 발전되었고, 그 상상력의 뿌리는 신화라는 나무에서 뻗어 나온 뿌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356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라는 것은 불과 15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근대의 산물일 뿐이다. 심지어 철학이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지식도 2천여 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화야말로 이미 3만여 년 전에 축적된 지성이며 인류 최고의 철학이다.”

-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글, 동아시아) 중에서

 

362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신화를 옛이야기처럼 듣고 자란 우리 아이는 저승 세계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습니다. 신화를 통해 죽음이 삶의 대척점이 아니라, 죽음 또한 삶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임을 터득하게 된 걸까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점차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의미를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여섯 살 즈음에 일입니다.

 

아직은 죽음이 뭔지 정확히 모르는 어린 나이지만, 우리는 저승과 죽음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재미난 옛 이야기만큼, 아니 오히려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신화에 푹 빠진 아이가 자라서 신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그런 날을 기대해 봅니다.

 

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 한복희 지음, 을유문화사

 

165

깊은 슬픔이 별이 되는 이야기

강아지똥 권정생 길벗어린이

 

흰둥이가 눈 작은 똥은 모두가 비웃는 더러운 똥이다.

하지만 봄이 되어 피어난 민들레와의 만남은 강아지똥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강아지똥은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이 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봄날 강아지똥이 사라진 골목길에 노란 민들레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다.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이다. 1996년 출판되오 2011 1백만 부를 돌파했다니 대단한 판매량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빠르게 진행되는 대화와 장면의 움직임, 등장인물들의 실감나는 대사가 아이들은 금방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똥>은 우리 곁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하고 구수한 흙냄새 나는 책이지만 단순한 듯한 이야기 속에 심오한 인생의 주제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을 쓸 당시 작가는 신장 수술을 받고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하찮은 강아지똥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 생명을 꽃피운다는 이야기는 작가의 순수한 마음과 소박한 우리 정서에 그림이 어우러지며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책이 탄생되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진정성이 있어야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권정생은 스스로를 가장 낮은 곳으로 유폐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도 가장 낮은 곳에서 선택한다. 다만 그저 낮은 곳에 기거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가장 낮은 존재임을 오롯이 깨닫고 있는 인물들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울음소리를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숲에서 어린이에게 길을 묻다> (김상욱, 창비) 중에서

 

희생을 통한 생명의 승화 같은 어려운 주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 주어야 할까?

 

권정생 작가의 책은 모두 슬픔이 깔려 있다. <비나리 달이네 집>(낮은산)에 나오는 세발 강아지 역시 소외되고 버려진 이들을 대신하고, <몽실언니> (창비)는 전쟁이 남긴 모든 아픔을 몽실이 하나로 충분히 녹여 냈다. 권정생 작품은 곧 그다. 특히 <강아지똥>은 권정생 선생님의 삶 자체를 녹여 놓은 절정이다. 그가 추구하는 삶, 동화가 가야 할 방향은 단 10분이면 읽을 책에 농축해 놓았다.

 

이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권정생 선생님의 삶은 생각 이상으로 심오하고 슬펐다. 하지만 그 슬픔은 절망이 아닌 찬란한 별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절절한 슬픔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슬프지만 희망적이고, 낮고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지만 한결같이 그 속에서 소망과 밝음을 찾아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맑은 영혼이 빚어 낸 결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똥 별>(추수밭)은 권정생 선생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 놓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데, 작가를 이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는 서문에 모든 아름다움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눈물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강아지똥>에 베어 있는 잔잔한 슬픔이 이 책에는 좀 더 깊게 들어 있다. 평생 가난하고 외롭게 살다가 몸에 남은 고통을 끌어않으며 끝내 동화 밖으로 나오길 거부한 사람.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판매량만으로도 얼마든지 기득권을 거머쥐고 여유롭게 살 수도 있을 텐데, 그는 인터뷰조차도 거절하고 여리고 아픈 몸으로 하루하루를 동화 속에서 살다가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 속에 승화된 사랑이나 열매는 그의 슬픔을 먹고 자란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시대의 아픔과 가난, 형제들과의 헤어짐은 더욱 슬프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형 목생은 정생의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가기 위해 헤어져야만 했던 형이다. 형은 아버지를 찾으면 꼭 데리러 오마라고 약속한 엄마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문둥이 삼촌과 깊은 산속에서 살아야 했다. 목생은 매일매일 엄마를 기다리다 2년 만에 죽고 말았다. 문둥이 삼촌과 할머니, 숲 속의 바람이 친구의 전부였던 외로움에 지친 것일까. 선생님의 형제 이야기를 읽다 울컥 가슴이 매어 왔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내 삶이 투사되었던지 우리 형제들의 애달픈 삶과 내 인생이 오버랩 되어 한참이나 울었다.

 

작가와 작품을 알기 위해서 1969년 월간 <기독교교육>에 실린 이 책의 원문과 그림책을 비교해서 읽어 보자. <강아지똥>은 제1회 아동문학상 수상 작품인데, 원문과는 달리 그림책은 군데군데 축약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흙덩이가 고추를 살리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분이 그 예인데, 원문을 보면 가뭄이 심한데 흙덩이는 자기 몸뚱이의 물을 다 빨아들이는 고추가 너무 미워서 그만 저주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흙덩이는 그 사실이 두고두고 후회되었고 강아지똥에게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면서 용서를 비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강아지똥이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어하면서 밤을 맞는 부분이다. 원문에서 강아지똥은 이때 하늘에 수많은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되고, 별처럼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빛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갈망한다. 그래서 민들레와 대화를 나누면서 별처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감동한 것이다. 자기 몸이 고스란히 몸속에 스며들여야 한다는 것이나 거름이 된다는 원문을 읽고 나서야 작품의 의미를 알게 되는 부분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힘껏 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 작가는 이 모습을 책의 두 쪽에 할애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흙덩이가 떠나고 강아지똥 혼자 남게 되면서 자기같이 더러운 존재가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고민하는데 흙이 하느님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언젠가는 귀하게 쓰일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작가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창조된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직업을 영어로 ‘Vocation’이라고 하는데 해석하면 소명이라는 말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자기에게 맡겨진 직업을 통해 이 땅에 태어나 목적을 실현한다. 그만큼 직업은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 자신의 소명을 아는 사람은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흙덩이는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소명을 찾고 존재가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 한권을 통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은 자신의 몸을 거름 삼아 별처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한다. 강아지똥이 거름이 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고 엄마의 희생으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듯 대가 없는 희생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어린 아이의 눈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에 어려운 주제를 가장 쉽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다. 각박하고 순수함이 사라진 시대에 아름다운 별 같은 작가가 있었다는 건 우리 아이들에게 큰 행운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삶을 들여다보고 <강아지똥>을 다시 읽어 보니 내용이 새롭게 마음에 들어왔다. 단어 하나하나가 그분의 삶의 언어였고, 사물 하나, 흙덩이 하나가 모두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어요로 끝나는 마지막 문장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된 권정생 선생님의 사랑이 아닐까.

 

2) 아이들의 마음이 통쾌해진다

마틸다 로알드 달/시공주니어

 

로알드 달은 영국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며, 영미권에 사는 어린이라면 수업 시간에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작가다. 2006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본 어린이 책의 1 <마녀를 잡아라>부터 7<우리의 챔피언 대니>까지를 이 작가의 책이 차지했을 정도다.

로알드 달의 책은 <악어 이야기: 침만 꼴깍 삼키다 소시지가 된>(2005, 주니어김영사)처럼 읽기가 쉬운 그림책부터 글자가 많은 <마틸다>(2000, 시공주니어)까지 난이도에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음 수준 그다음 수준으로 단계를 밟으며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림도 대단히 익살스러워서 한 번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서 한 단계 한 단계씩 올라가며 수준에 벅차더라도 선뜻 고를 수 있는 의욕이 생긴다.

  • <영국의 독서 교육>중에서

 

<마틸다>는 읽는 내내 통쾌함과 웃음, 유년기의 행복하거나 불행했던 모든 기억들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마틸다는 세 살 때 신문을 읽고, 다섯 살 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까지 읽어 내는 독서광이자 천재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모두 꼴불견이다. 엄마 아빠는 TV광이고 마틸다에겐 관심도 없다. 중고차 매매상인 아빠는 사기꾼에 가깝고 엄마는 허영에 절여진 여자다. 초등학교도 마틸다가 귀찮아서 보냈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장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드디어 이상하고 잘못된 어른들에 대한 마틸다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되는데 아빠를 골탕 먹이기 위해 초강력 접착제 소동을 벌이고, 유령 소동, 머리 염색 소동 등을 벌이는 장면은 어른이 읽어도 재밌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 진짜 소동은 마틸다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마틸다의 담임인 허니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 교장은 허니의 이모인데 과거에 그녀가 허니 아버지의 모든 재산과 학교마저 다 빼앗아 버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마틸다가 초능력을 발휘해 그녀를 혼내주고 친구들이 힘을 합쳐 트렌치불 교장 쫓아내기 작전을 편다. 못된 트렌치불 교장은 학교를 떠나고 마틸다도 한심한 부모를 떠나 입양을 간다. 마틸다가 꿈꾸던, 꽃과 나무가 우거지고 뜰에 그네가 있는 집에서 미스 허니와 살게 된 것이다.

 

말이 안 돼도 너무 안 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말이 안 되고 갈등이 심한 동화일수록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어 한다. 오히려 이 책은 부모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해 한다. 로알드 달은 엉뚱한 상상과 현실을 전복하는 기발함으로 어른 세계의 비열함과 가식을 꼬집는다. 아이의 재능과 마음조타 관심없는 부모가 어디 마틸다 부모 뿐일까.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버려지고 유기되고, 마음을 주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은 너무 아프다. 게다가 권위의식과 탐욕에 물든 교장은 한술 더 뜬다. 거인 같은 그의 그림 앞에 주눅 들어 쪼그라든 마틸다의 삽화가 눈에 띈다. 마틸다의 아이들 세계에 대한 이해는 동화가 주는 환상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환상이나 동화가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어디선가 위로 받을 곳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웃에서 아이를 함께 길러 주었고 사회가 어른 노릇을 했다. 위험이야 늘 존재했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너무나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내면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학습의 지적인 팽창은 덜 자란 어른들만 양산하고 있다. 환경도 먹을거리도 어디하나 안전지대는 없다. 책이 아니어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이런 시대에 책만큼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피난처는 없다.

 

제대로 된 문학 작품을 읽어낸다는 것은 고도의 사고 능력을 기르는 일이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기르는 일이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도 결국은 문학을 읽어 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

 

한 권의 명작을 깊이 읽는 것은 아이들의 독서 능력에 탁월한 효과를 준다. 겨울방학에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헤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 등 문학작품을 깊이 몰입해서 읽어 보면 어떨까. 한 달 내내 학원에서 얻는 것보다 몇 십 배 효과를 거둘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떠오른다. 그는 강진에 유배를 갔을 때도 오직 책만 익어 5백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폐족을 면하는 길은 오직 책 읽기뿐임을 아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하도 책을 읽어 머리가 다 하얗게 되고 이빨이 몽땅 빠지고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도록 책을 읽었다는 정약용의 지식에 대한 열정과 삶의 태도에 감동한다.

 

나는 책 읽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정약용 같은 지식인이 그립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오로지 독서로 백성과 사람을 사랑하는 진정한 지식인으로 자라길 바란다. 정약용과 마틸다같이 독서의 힘을 믿는 아이들은 진짜 초능력을 잃으킨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오직 독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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