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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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기 위해 대학원을 선택했다던 나는, 특유의 ‘경쟁’ 테마 때문인지 더욱 아둥바둥 생활하고 있다. 사실은... 비록 학비는 많이 아깝지만, 회사와 떨어진 곳에서 그 동안 얻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여유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학교 생활이었다. 나를 위한 마지막 안식년을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상상과 달리 매시간 퀴즈와 숙제 등이 쏟아지면서 나는 늘 발을 동동거리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야 했다. ‘뭐 이 정도면 오랜만에 공부하는 것 치고 잘 하고 있는 것이겠지…’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대충 공부하고 보았던 첫 시험에서 나는 의외로 100점을 맞은 수많은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반면 나의 시험지는 누가 볼새라 급히 가방 속에 쑤셔 넣어야 할 만큼 X표로 물들어 있었다. “누구누구누구는 100점이고 모모씨는 90점이래. 근데 50점 맞은 사람들도 있다더라. 누구누구라는 것 같던데….”라는 풍문이 들릴 때 마다 혹시 누가 내 점수를 알세라 오금이 저리기도 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알고는 부끄러움에 몸서리 치기도 했다. 절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것도 속상했지만, 그들은 잘하는 데 왜 나는 잘하지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입학 시의 나의 다짐, 목적과는 다르게 학교 생활 중에서 공부가 주 관심사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되기 시작했다. 학생이니 공부를 못하면 그만큼 안되는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도 지기 싫다는 생각도 한 몫을 거들었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저마다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함인지 우리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열기는 식을 줄은 모른다. 내가 이전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다른 친구들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마치 고시 공부를 하는 듯 시험이나 과제를 위해 밤샘을 하는 친구들도 다수였다. 이 곳만의 특수한 분위기라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치열한 경쟁이 숨쉬는 조직에서 일하다 왔기 때문에 그 어느 집단 보다 승부욕이 넘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이 곳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 왔듯이 습관처럼 사실은 놀러 오고 쉬러 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혹은 그것이 원래의 다짐이었다고 할지라도, 끝내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어쩌면 나는 잘못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아무리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할지라도 내가 원래 원했던 본 목적은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흔들리는 나를 더 발견할 수 있었고 작은 일에 동요했으며 시험이나 과제 결과에 일희일비 하고 있다. 나의 길을 걸어가기 보다는 다른 이들이 가는 길을 따라 가기 바쁜 것이다. 회사 생활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다른 이들이 ~~를 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초조해져서 어쩔 줄 모르는 것도 여전하다.
아무래도 내가 놀아야 할 판이 아닌데 누구보다 열심히 놀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피곤하기도 하다. 회사에 다니는 것 보다 더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내가 주도하는 것 보다는 이끌려다니는 것이 더 크다.
쓸데 없는 경쟁에 휩쓸려 나의 본 목적들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최선의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 해야하는 것일까? 무엇이든지 어쨋든 시작한 일에서는 경쟁을 해보려고 하는 나의 성향을 고려해 그저 앞으로는 그저 정말 하고 싶은 경쟁의 판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게임이 안될 것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경쟁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피로사회의 한병철은 우리가 성과주의, 무한 경쟁 사회라는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닦달하는 것이며, 이렇게 피로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뒤 떨어진 시대 사조이며, 우리는 피로하지 않기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들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아마 마음을 다 놓고 쉬어야 할 지도 모른다. 억지스럽게 이 것을 즐기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속이고 있기에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말만큼 쉽지 않다. 어쨌든 성적의 결과를 받아들었을때의 그 가라앉는 기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인 나로서는 사회에 만연한 '경쟁'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타고난(?) 습성상 매사 경쟁적인 상황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에 경쟁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또 그만큼 성취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쟁'을 그야말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원치 않는 경쟁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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