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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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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일 13시 07분 등록
학교 입학 후 드디어 밤샘을 하고야 말았다. 이번 학기 마지막 과제 작성을 위해서였다. 어제도 겨우 막차를 타고 집에 갔으니 이틀 연속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처음에는 제출하는 데에 의의를 두자며 즐거운 마음으로 팀 과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팀은 수 천장이 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 혹은 참고 문헌만 몇 천장 분량인 팀도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서 우리는, 아니 특히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분명 얼마 전까지도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강점 중 주요 테마인 경쟁은 이런 일들이 닥쳤을 때 나를 쉬게 놔두지 않는 것이다. 결국 막차가 끊긴 늦은 밤까지 나는 우리도 질 수 없지!’ 라고 외치며 끝까지 이것저것 수정하느라 보고서를 놓지 못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것저것 더 개선해볼 것을 요청하며 다른 이들을 닦달하기도 했다. 사실 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다른 팀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팀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무리하게 달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도 다른 팀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낮은 학점을 받아 슬퍼할 내 모습을 상상하기 조차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주요 자료만 제출하기로 했던 기존의 결정을 뒤엎고, 온갖 자료들을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고생을 또 사서 한 셈이다.

 

쉬기 위해 대학원을 선택했다던 나는, 특유의 경쟁테마 때문인지 더욱 아둥바둥 생활하고 있다. 사실은... 비록 학비는 많이 아깝지만, 회사와 떨어진 곳에서 그 동안 얻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여유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학교 생활이었다. 나를 위한 마지막 안식년을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상상과 달리 매시간 퀴즈와 숙제 등이 쏟아지면서 나는 늘 발을 동동거리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야 했다. ‘뭐 이 정도면 오랜만에 공부하는 것 치고 잘 하고 있는 것이겠지…’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대충 공부하고 보았던 첫 시험에서 나는 의외로 100점을 맞은 수많은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반면 나의 시험지는 누가 볼새라 급히 가방 속에 쑤셔 넣어야 할 만큼 X표로 물들어 있었다. “누구누구누구는 100점이고 모모씨는 90점이래. 근데 50점 맞은 사람들도 있다더라. 누구누구라는 것 같던데….”라는 풍문이 들릴 때 마다 혹시 누가 내 점수를 알세라 오금이 저리기도 했다. 특히 나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알고는 부끄러움에 몸서리 치기도 했다. 절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것도 속상했지만, 그들은 잘하는 데 왜 나는 잘하지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게 입학 시의 나의 다짐, 목적과는 다르게 학교 생활 중에서 공부가 주 관심사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되기 시작했다. 학생이니 공부를 못하면 그만큼 안되는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도 지기 싫다는 생각도 한 몫을 거들었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저마다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함인지 우리는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열기는 식을 줄은 모른다. 내가 이전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다른 친구들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마치 고시 공부를 하는 듯 시험이나 과제를 위해 밤샘을 하는 친구들도 다수였다. 이 곳만의 특수한 분위기라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치열한 경쟁이 숨쉬는 조직에서 일하다 왔기 때문에 그 어느 집단 보다 승부욕이 넘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이 곳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 왔듯이 습관처럼 사실은 놀러 오고 쉬러 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혹은 그것이 원래의 다짐이었다고 할지라도, 끝내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어쩌면 나는 잘못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아무리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할지라도 내가 원래 원했던 본 목적은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흔들리는 나를 더 발견할 수 있었고 작은 일에 동요했으며 시험이나 과제 결과에 일희일비 하고 있다. 나의 길을 걸어가기 보다는 다른 이들이 가는 길을 따라 가기 바쁜 것이다. 회사 생활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다른 이들이 ~~를 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초조해져서 어쩔 줄 모르는 것도 여전하다.

아무래도 내가 놀아야 할 판이 아닌데 누구보다 열심히 놀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피곤하기도 하다. 회사에 다니는 것 보다 더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내가 주도하는 것 보다는 이끌려다니는 것이 더 크다.


쓸데 없는 경쟁에 휩쓸려 나의 본 목적들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최선의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 해야하는 것일까? 무엇이든지 어쨋든 시작한 일에서는 경쟁을 해보려고 하는 나의 성향을 고려해 그저 앞으로는 그저 정말 하고 싶은 경쟁의 판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데 한편으로 나는 게임이 안될 것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경쟁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피로사회의 한병철은 우리가 성과주의, 무한 경쟁 사회라는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닦달하는 것이며, 이렇게 피로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뒤 떨어진 시대 사조이며, 우리는 피로하지 않기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하기 싫은 공부를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들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아마 마음을 다 놓고 쉬어야 할 지도 모른다. 억지스럽게 이 것을 즐기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를 속이고 있기에 더 피곤한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말만큼 쉽지 않다. 어쨌든 성적의 결과를 받아들었을때의 그 가라앉는 기분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인 나로서는 사회에 만연한 '경쟁'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타고난(?) 습성상 매사 경쟁적인 상황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에 경쟁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또 그만큼 성취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쟁'을 그야말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원치 않는 경쟁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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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2 14:28:04 *.196.54.42
모두가 쉬고 모두가 논다면 과연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게라도 놀아 보았으면 한이없겠당^^
수족관의 상어새끼가 생각나 웃었어요.
친구가 아내의 잔소리를 비유한말로 빠릿빠릿 살아있으려면 필요악이라고...

정말 그럴까요? 경쟁없이 행복할 수 없다면 어제의 나를 경쟁상대로 삼으라는 구샘의 말이 생각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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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08:15:17 *.143.156.74

아들러를 만나 보시길! http://m.mk.co.kr/news/headline/2015/88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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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10:21:22 *.255.24.171

우와~~~ 이 글에서 녕이가 가장 잘 보인다. 진실성도 느껴지고.

우리의 과외가 효과적?

쭉 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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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5 01:11:40 *.38.189.36

원치 않는 경쟁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

=> 나는 어제의 나와 경쟁한다. (이건 책 제목으로 어떠냐?)\

     부제는 지치지 않고, 상생하는 경쟁 전략


책 몇권을 소개한다.


진화와 경쟁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팔꿈치 사회,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경쟁은 전략이다
경쟁은 아름답다
경쟁의 배신
경쟁의 종말

나도 그대가 잘 보인다. 집중해서 살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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