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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3일 13시 29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안에 작은 원통이 들어있는 투명한 회전 원통이 있다. 작은 원통과 큰 원통의 사이 공간에 글리세린처럼 점성이 높고 투명한 액체를 채운다. 그리고 액체 속에 불용성의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아무런 동작을 가하지 않으면 잉크는 글리세린 속에 한 점으로 떠 있다. 이 때 손잡이로 바깥쪽 원통을 돌리면 잉크 방울은 가는 실 모양을 그리며 서서히 퍼진다. 계속 돌리면 잉크 입자들은 투명한 글리세린 속으로 점점 엷게 퍼져서 마침내 보이지 않게 된다.


놀라운 부분은 그 다음이다. 손잡이를 좀 전과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사라졌던 잉크의 입자들이 서서히 다시 모이고 결국에는 한 방울의 잉크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의 실험이다. 그는 ‘감춰진 질서’라는 개념으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잉크방울은 여전히 질서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 질서가 글리세린 안에 접혀 들어가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잉크 방울을 하나의 고정된 물체가 아닌, 여러 번의 회전 속에 접혀 들어가 있는 작은 방울들의 조합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의 과거 전체가 우리들 각각에 미묘한 방식으로 접혀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과 접촉하면 우리는 창조적인 에너지를 가진 의식의 심연으로 인도됩니다.”


이것이 물리학자의 말이라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실제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닐 보어, 슈뢰딩거, 막스 프랑크 등 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신비(神秘)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은 모두 영적인 세계에 심취했으며 일부는 ‘나’의 경계가 사라지고 온 우주와 하나가 되는 합일의식(Unity Consciousness) 체험을 하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여기에 합일의식을 체험한 또 한 명의 사내가 있다. 그는 물리학자도, 신비주의자도, 철학자나 신학자도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변호사였다. 그러나 아내의 외도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는 방황하며 떠돌았고 이 방황의 시기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영혼의 결합 체험’, 산에서 마주친 산족제비와의 소통, 그리고 일면식도 없었던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과의 만남 등 기묘한 사건들을 통해 그는 삶의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 온 우주와 자신이 하나라는 것을, 단지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절절히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체험들이 그를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그는 더 이상 삶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삶이 자신을 통과하여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공항에서 눈이 마주친 한 ‘신비한 느낌’의 여성을 쫓아가 결국 결혼하게 되고, 자기 안의 목소리에 따라 변호사를 그만두고 세계적인 리더십 포럼 설립에 투신한다. 나아가 유명한 쉘 그룹의 시나리오 기획팀과 MIT의 조직학습센터를 이끌기도 한다. 그가 동시성(Synchronicity)을 추구한 이후로 달라진 변화였다. 그는 “커다란 전체의 일부라는 믿음 안에서 행동하면 온갖 우연한 사건을 만나게 되고, 모든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셉 자보르스키의 책 <리더란 무엇인가>는 제목과는 달리 리더십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신비주의 책에 가깝다. 그러나 여느 위대한 신비가들의 책처럼 모호하거나 어렵지 않다. 묵묵히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의 ‘감춰진 질서’를 조용히 드러낼 뿐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인생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임을 확인하게 된다. 

 

-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1월 5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764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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