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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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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5일 11시 53분 등록

 

 

숲을 만나고 숲에 들어 숲의 가르침을 듣고 나누는 시간이 어느새 십 년 세월이 된 탓일까요? 아니면 최근 몇 년간 숲과 삶, 혹은 일을 연결하여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밀도 있는 강의를 해온 탓일까요? 나눈 것 별로 없는데 나를 선생 혹은 스승이라 부르고 나와 숲의 이야기를 주마간산 격이 아니라 더 깊게 나누고 싶어 찾아오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나의 책을 스윽 읽고,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소감을 갖는 단순한 독자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직이 만들어준 외부 특강 자리에서 두어 시간 내 강연의 수강자로 맺어진 관계와도 다릅니다.

 

그들은 신중하게 일정을 조율해 나를 찾아옵니다.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술잔 나누며 하루나 이틀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어떤 그룹은 거들 일이 있으면 그 일도 찾아 거들고 어떤 그룹은 나 없는 시간을 자신들의 놀이와 프로그램으로 누리기도 하고, 나를 대신해 손님들을 마중하기도 하다가 짧게라도 나를 보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식이 어떻든 이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자신들의 흉심을 기꺼이 털어놓고 서로가 함께 깊게 교감하는 기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종종 헤어질 즈음 나에게 이런 연민을 나눠주고 떠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세요? 기뻐서 찾아오는 사람보다는 대부분 어디 한 구석 슬프거나 외롭거나 두렵거나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정작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 선생님 슬프거나 외롭거나 두렵거나 아픈 때는 누구를 찾아 위로를 얻고 누구의 도움으로 치유를 받으시나요? 저희들이야 이렇게 찾아올 공간, 찾아올 사람 있다는 것이 참 좋은데 선생님 홀로 두고 우리만 돌아가려 하니 갑자기 딱한 마음이 들어요.”

 

이 질문을 품고 산책을 했습니다. ‘그래 나는 어떻게 하고 있지? 내 슬픔, 내 고독, 내 두려움, 내 통증이 삶의 그림자들 어떻게 다독이고 치유하고 있지?’ 몇 걸음 놓지 않고도 나는 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십 년 동안 통찰한 분야와 관련한 질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대답은 간단합니다. ‘삶이 본래 그런 것이지. 빛나는 시간은 어두운 시간을 온전히 관통한 뒤에 오는 것이고, 풍성한 잔치는 용을 써서 지지고 볶고 쪄대는 시간을 반드시 거치고 나서야 차려지는 것이야. 삶은 그 대극적 모순이 지닌 에너지를 함께 다루어 이루어지는 여행인 것이잖아! 나 역시 슬픔과 고독과 두려움과 고통이 찾아올 때 그것이 반갑지는 않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려 애쓰지. 저것들을 통해 내 눈이 조금 더 밝아지겠구나. 삶이 깊어지겠구나. 오히려 나는 절대고독의 힘을 믿지. 고통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삶에는 놓여있음을 알지.’

 

입춘 지나자 여우숲 오르는 길에 놓였던 얼음장이 속수무책 녹아 흐르기 시작합니다. 절대고독의 겨울 얼음장을 견뎌낸 버들강아지 꽃폈으니 곧 저 생강나무에도 꽃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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