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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8일 23시 03분 등록

가족 앞모습

최인호

2015. 2. 8


1. 저자에 대하여

최인호(1945~2013)


그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반열에 있는 사람이다. 이번에 그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다작을 하신 분이란 걸 알았다. 그 동안 그와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가족]의 이름으로 만날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였던가 보다. [가족 앞모습]에서 만난 작가는 손녀 앓이를 심하게 하는 평범한 할아버지다. 아내를 끔찍이 여기고 남매를 사랑한다. 형제들에 대한 애뜻함을 품고 살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품고 사는 이 시대의 늙은 남자였다. 명성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그의 일상과 단상들이 이웃 아저씨와 닮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돋보인다. 삶은 어쩔 수 없는 일상의 반복이다. ‘일상 한 조각’의 단상들은 그의 삶을 통해서도 그대로 복제되어 있다. 시가를 물고 사는 유명한 소설가이자 평범한 늙은 남자, 약간의 허세가 오히려 인간적이다. 그가 우리 곁에 좀 더 머물지 못하고 떠난 것이 아쉽다. 투병과 함께 35년간 연재 해 오던 [가족]의 집필을 멈추었다. 그가 기록한 35년간의 일상들은 앓고 앓아 낳은 그의 수 많은 소설들보다 오히려 알알이 살아 별이 될 것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뜨거운 그의 이야기들이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저자소개]_예스 24 인용.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시거를 피운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청계산에 오르는 생활 습관이 있으며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긴다.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1975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소설 『가족』을 연재하여 자신의 로마 가톨릭 교회 신앙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가족』은 한 편 한 편이 짧은 연작소설이지만 우리 인생의 길고 긴 사연들이 켜켜이 녹아있는 한국의 ‘현대생활사’이다. 


197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조선일보에 소설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가 되더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얼마 뒤에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은다. 이후 「술꾼」, 「모범동화」, 「타인의 방」, 「병정놀이」, 「죽은 사람」 등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한 최인호는 "1960년대에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 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스티스 작가’, ‘퇴폐주의 작가’, ‘상업주의 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일간지와 여성지 등을 통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물 위의 사막』,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왕국』, 『불새』, 『왕도의 비밀』, 『길 없는 길』과 같은 장편을 선보이며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과 대중적인 장악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2001년 『상도』의 대성공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거듭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라는 1970년대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던 장르인 시나리오에도 관심을 가져 『바보들의 행진』『병태와 영자』『고래 사냥』 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만의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렇게 꾸준한 관심의 결실로 1986년엔 영화 「깊고 푸른 밤」으로 아시아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분야들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길을 보여주었다.


『샘터』지에 34년 6개월 간 연재한 '가족'을 건강상의 이유(2008년 발병한 침샘암 투병중)로 2010년 2월을 기해 연재중단을 선언하였다. 2010년 1월에는 죽음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인연』을 출간하였고,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를 선보였다.


2011년에는 투병 중 집필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하며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렸다. 이 소설로 2011년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암 투병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2013년 9월 25일 오후 7시 10분에 향년 68세로 사망하였다.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4p. 우리의 인생도 따지고 보면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미완서으이 여로와 같은 것이라면 일상생활에서 느낀 이야기를 그 달 그 달 소설 형식으로 쓴 ‘가족’은 소설로 쓴 내 인생의 자서전일 것이다. 그 어떤 큰일도 원고지 20매 분량을 넘을 수 없고 하찮은 사소한 얘기도 정량을 차지하는 이 평균율의 연작소설은 내가 매달 한 짱씩 붙여가는 가족앨범과 같은 것이다.

>>나는 가족앨범을 만들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낡은 앨범에 나오는 아내를 비롯한 나의 가족들은 이웃에 함께 사는 여러분 모두의 가족이며,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단순히 내 가족의 개인사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의 가족사일 것이다.

>>아~~이거 내가 늘 하던 말이야! 일상의 평범함, 일상성의 위대함이지. 이게 바로...


13p. 그때였습니다. 덜컹 분만실의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가슴에 아기를 안고 나왔습니다. ... 나는 주춤주춤 그리로 갔습니다. 한 아기가, 도저히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조그만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아기가 손에 안겨 있었습니다. ... “안녕” 나는 인사를 했습니다. (후략)

>>모든 아빠들의 가장 행복하고 특별한 경험의 순간이다. 모든 아빠들의 ...


15p. 인생 그 자체는 기둥과 그 계단이며, 자기 자시을 건축하여 올려가려는 것입니다. 아득히 먼 곳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이 세상것이 아닌 아름다움을 보려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인생은 높이가 필요한 것입니다. 높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단이 필요하며, 계단과 그곳을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인생은 올라가려고 합니다. 올라가면서 자기를 극복하려는 것입니다._니체의 말


17p. 우리의 삶이란 아득한 바닥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놀이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욕망이란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넓은 바다로 띄워 보내는 소꿉놀이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있어 가족은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이며, 가없는 하늘가, 고용하고 아득한 바닷가에서 함께 뛰노는 벌거숭이의 아이들이며, 사랑하는 나의 클레멘타인인 것이다.


24p. 그들의 모습은 전혀 음란하지 않았다. 역사와 함께 흘러가고 있는 황하의 강가에서 여자를 자신의 무릎위에 앉히고 홍조가 되도록 섹스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정액을 흘리고, 아이를 낳고, 죽어갈 것 아닌가. 황하가 수천 년 동안 역사의 한복판을 흘러가듯 흘러가는 것은 강물이 아니라 우리들 인간이며, 결국 흘러가는 인간들이 만든 궤적이 역사가 아닐 것인가.


37p.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해야 할 말의 절대량이 있다. 내가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것은 아내가 해야 할 말의 절대량을 채워주기 위함이다. 아내는 1년이면 365일 집에만 있다. ...


38p. 그리고 나서 아내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왜 취미 활동을 안 하는 줄 알아요? 가령 내가 찜질방에 가서 그것에 내가 취미를 붙였다고 합시다. 그럼 그만큼 내 가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줄어드는 거예요. ... 가능하면 가족에 대한 내 사랑이 다른 것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기를 바래요. 그래서 이렇게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출동하는 5분 대기조처럼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뿐예요.”


46p. “말의 문은 닫고, 지갑의 문은 열어라.” 최근에 들은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 보기 좋은 노인으로 늙어가는 일은 그 어떤 며예를 얻는 것보다 힘든 일이며, 지갑을 열어 남에게 베푸는 일이야말로 저물어 가는 석양을 붉게 물들이는 인생의 가장 활홀한 낙조인 것이다.

>>인색한 늙은이 변계량의 사례.


51p. 가족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므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입으로만 이야기되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실된 사랑인가 하는 데에는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 가족들이 하는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잇는 말도 가족끼리가 되면 독을 묻힌 화살처럼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버린다. ... 가족이야 말로 가장 인내가 요구되는 대상이며, 가족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과 무조건의 용서가 요구되는 상대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나누는 사랑은 납세의 의무처럼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 가족을 사랑하는 거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근원적인 것이므로 이 방법을 모르는 가족들은 만나면 부등켜안고 울거나 아니면 손 잡고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춰버린다. 우리가 가정을 통해 진심으로 배워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올바로 사랑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 사랑하는 방법을 올바로 배워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집은 꽃 피고 새 우는 지상의 낙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딱 이렇다.


60p. 알을 낳는 바다 거북의 장엄한 모습을 보며 돌아오는 내 가슴에 떠오른 생각 하나는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거북이가 30여년 바다를 떠돌다가 정확히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찾아오듯이 우리의 인생, 그 바다와 같은 인생의 마지막은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66p. 바다로 나아가 바다 건너의 무한한 세계로 다가가기를 원한다. 또한 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사랑스런 젊은이들이 역사 속의 영웅인 장보고처럼 바다 밖으로 진출해 국제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이집트의 역사학자들이 일찍이 노래하였듯 찬란한 황금의 풍요한 나라를 이루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73p. 의인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찍는 도끼에게 향냄새를 풍긴다.


79p. 햇볕은 실제로 숨겨진 곰팡이를 없애주기도 하지만 우리 의식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절망과 우울, 슬픔과 소외의 곰팡이를 말끔하게 청소해 낸다는 사실을 현대인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그것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83p. 사람은 모두 문명이 진보하면 할수록 점점 더 배우가 되어간다. 말하자면 사람은 남에 대한 존경과 호의, 정숙함과 공평무사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것에는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_ 칸트의 말.


88p. 어차피 우리의 인생이란 가면을 쓰고 벌이는 한바탕의 꼭두각시 노름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가면의 탈을 쓴 어릿광대인 것이다.


90p. 그런데 정원이를 보면 모든 게 신기하다. 그저 무엇이든 정원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은 것이 할아버지의 마음인 것 같다.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지게 해주고 싶고, 떼를 써도 다 받아주고 싶다.

...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정원이가 먹다버린 코 묻은 밥이라도 맛있게 냠냠 먹을 것이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할아버지의 사랑법이므로.

>>내 아버지의 손녀사랑을 보면 알 수 있다. 작가보다 열배는 더 충격적이다.


101p. 북한에서 김정일에게 인정 받으려면 기쁨조의 여인이 되어 웃음을 팔고, 춤을 춰야 하지만 남한에서 연예인으로 출세하려면 불특정 다수의 눈을 사로잡는 또다른 기쁨조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102p. 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장 가냘픈 한 줄기의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이것을 짓밟아버리는데 우주 전체는 아무러 무장도 필요없다. 바람이 한번 불기만 해도 인간을 죽일 수 있고, 물방울 하나 가지고도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인간을 죽일 때에도 죽이는 바람과 물방울보다는 인간은 훨씬 더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_ 파스칼 <팡세>에서


107p. 마음이 실리지 않은 사소한 물건은 받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 선물이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하지 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성의가 없으면 선물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109p. 반지나 보석은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성의가 없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유일한 선물은 너 자신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바치고, 양치기는 어린 양을, 농부는 곡식을, 광부는 보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 _ 에머슨


117p. 여행을 떠난 지 3일 만에 그랜드캐년에 갈 때야 아내는 바지로 갈아입었다. 나는 모른 체하고 아내의 바지 입은 뒷모습을 슬금슬금 훔쳐 보았다. 아직도 예쁜 다리였다. 엉덩이도 올라붙어 제법 섹시한 느낌이었다.


120p. 이 시를 읽으면 나는 언제나 가슴을 흔드는 공감을 느끼곤 한다. 나 역시 김수영의 시처럼 절대 권력을 가진 권력자에게는 감히 정항하지 못하고 50월짜리 갈비탕에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는 속물 중의 하나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 이 모든 것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만만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 요즘 나는 신문에 시론 같은 것을 쓰지 않을 것을 스스로 맹세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무리 시론으로 사회를 꼬집고 정의를 부르짖어도 망망대해에 돌팔매 하나를 던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 그러면서 아내는 내게 이러헥 말한다.

“사람들의 불친절을 고치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요?”

“그게 뭔데?”

“간단해요. 그건 내가 더 친절하게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에요.”


129p. 사진을 한 장 한 장 뒤지는 동안 나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사진은 나이를 먹지 않으며, 사람은 변해도 사진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 언젠가 그 사진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것이다. 나도 죽고, 아내도 죽고, 우리의 아이들도 죽고, 그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든 사물과 삼라만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죽고 사라질지라도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지지 않는다.’는 성 프란치스코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사진은 우리보다는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나 살았던 세상을 증거하면서 ...


141p. 제 아버지는 선생님의 팬이라서 제가 카페를 열자 적극 후원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밤낮 그래봐야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그런데 정말 오늘 밥이 나오는군요.


144p. 네가 마친내 천진을 버렸구나.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내가 큰스님(동자승)으로부터 천진을 배우고 있었거늘.


... 나는 요즘 내 손녀 정원이를 동자승처럼 모시고 있다. 말이 동자승이지 실은 내게 큰스님이나 다름이 없다.


157p.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소시민의 가슴속에 분노의 용암을 끌어 오르게 하는 이 사회의 광기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아아 나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잠들어 있는 아기처럼,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잘도 자는 아기처럼 죽음보다 깊은 잠에 빠지고 싶다.


160p. 인도의 고대 문명은 그 자체의 완전한 이상을 가지고서 노력을 기울였다. 그 목적은 힘을 얻는 데 있지 않았다. 재능을 기르는 일을 극도로 등한시하였고, 방비나 공격을 목적으로 국민을 조직하는 일, 또는 부를 얻는 데 있어서의 협조라든지 군사적 정치적 지배권을 목적으로 국민을 조직하는 일은 등한시하였다. 인도 문명이 실현하고자 노력한 이상은 최고 인간을 관조적인 생활로 이끌어가는 것이었고, 인도가 실재의 신비로 침투함으로써 인류를 위하여 얻은 보화들은 인도에게는 가치가 있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장엄한 업적이었다. 이것은 한계를 모르는 인류 열망의 숭고한 표현이었다. 또 그 열망은 무한의 실현에 못지않은 목적을 가졌다. _ 타고르 <생의 실현> 가운데서.


162p. 간디가 말한 7가지 사회악 :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인간성 없는 과학, 인격없는 교육, 양심없는 쾌락, 도덕없는 경제, 희생없는 신앙.


177p. 그렇다. 어머니는 30년 전에 그 편지를 내게 쓰셨다. 그런데 그 편지는 그동안 수취인불명으로 내게 도착하지 않았었다. 어머니의 편지가 내 마음의 우체통으로 도착하는 데는 꼬박 3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 나는 천국에 온 어머니의 그 편지를 소중히 액자 속에 넣어 내 머리맡에 걸어 놓을 것이다. ‘다혜 아범도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서서히 해나가도록 노력하거라’ 하신 어머니의 위로는 요즘 내 마음속에서 무지개처럼 떠오르고 있다.


181p. 보통 얼굴의 주름살은 가로로 나 있어 세월의 흔적을 말하여준다. 그러나 양 미간에 새겨진 주름은 유독 세로로 나 있는데, 이곳은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보통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 자주 사용되는 주름살로 우리가 흔히 미간을 찌푸리다라는 표현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주름살이다. 뭔가가 못마땅하고 불만이 있을 때 자연 찌푸려지는 주름살인 것이다.


... 도란 다름 아닌 평상심이라는 옛 선사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가능하다면 성형수술이 아닌 마음의 수술로 이 주름살을 없애버리고 싶다. 이 주름살을 없앨 수 있다면 나는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7p. 아내. 이 세상에서 아내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 또 있겠는가. 천 년 전에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위버peace-weaver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는 사람이란 말이다. _ 피천득의 글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가운데


219p. 어떠한 때라도 인사가 부족한 것보다는 지나친 편이 낫다. _ 톨스토이


우리는 거의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답례가 없는 인사를 하면 우리 마음이 쓰라리게 되며, 또 인사를 하고 악수한 사람과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_ 뮐러 <독일인의 사랑> 가운데서.


228p. 그런데 신문을 보지 않게 되니까 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는 해방되었다. 나는 남을 비난하지 않게 되었으며, 관심조차 없게 되었으므로 정신의 낭비를 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일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문을 안 읽게 되면서부터 나는 마음이 편해지고 실로 기분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신문은 남이 하는 것만 생각하게 하고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의무는 잊게 하기 때문입니다. _ 괴테.


231p. 아내가 이 편지를 보관하고 있는 것은 아득한 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내게 사랑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해 두려는 공증 문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239p.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아내의 성격을 나는 존중한다. 하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목청껏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는 아내가 안쓰러워 나는 일부러 아내 곁에서 큰소리로 목청을 높여 성가를 부른다.


286p. 이런 물음은 어른과 아이 사이에 오고 가는 유치한 질문 같지만 실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며, 평생을 두고 되풀이 되는 인간의 욕망 중의 하나다. 자신이 좀 더 인정받고 우월해 보이려는 욕망은 질투와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 그렇다. 우리들의 인생은 유치한 것이다. 유치찬란한 것이다. 그러나 유치한 만큼, 유치찬란한 만큼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다.


296p. 서로 답례되지 않는 인사라 할지라도 우리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헤어진다는 것이 슬픈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정성껏 작별의 인사를 나눠야 한다. 왜냐하면 인사야말로 사람과 사람끼리의 사랑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3. 내가 저자라면


[키워드]


가족, 사랑, 일상의 소중함, 일상에서의 성찰, 그리고 삶.


[차별성]


  • 차별성이 없는 것이 오히려 차별성이라고해야 할 것 같다.

  • 거인의 글에서 거인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거인의 글이 가지는 아우라인가!

  • 시시콜콜한 일상의 기록이다.

  • 거인의 사적영역을 옅보는 기회와 이를 통해 그와 나 사이의 동질감을 확보함으로써 공감의 크기를 증폭시킨다.

  • 꼭지마다 반드시 고전과, 명언들을 끌어와 인용한다.

  • 저자의 기억력이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 가족이란 제목에 걸맞지 않은 꼭지들이 제법 있다.

  • 사진(주명덕) 자체는 훌륭하나 본문과 동떨어져 사진으로만 뒹군다. 명품대 명품의 억지끼워맞춤이다.

  • 별도로 이야기의 구성을 위하여 목차를 설계하지 않은 듯 하다.


[감동적인 장과 절]


51p. 가족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므로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입으로만 이야기되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실된 사랑인가 하는 데에는 심각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 가족들이 하는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잇는 말도 가족끼리가 되면 독을 묻힌 화살처럼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버린다. ... 가족이야 말로 가장 인내가 요구되는 대상이며, 가족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과 무조건의 용서가 요구되는 상대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나누는 사랑은 납세의 의무처럼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 가족을 사랑하는 거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근원적인 것이므로 이 방법을 모르는 가족들은 만나면 부등켜안고 울거나 아니면 손 잡고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춰버린다. 우리가 가정을 통해 진심으로 배워야 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올바로 사랑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 사랑하는 방법을 올바로 배워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집은 꽃 피고 새 우는 지상의 낙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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