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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9일 11시 29분 등록

아메리카자전거여행_구달리뷰#42

홍은택 지음

한겨레출판

 

1. 저자에 대하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89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한 뒤 노조위원장, 워싱턴특파원(19962000)과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사회·정치·신동아부에서 근무했다.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글로벌 저널리스트>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 네이버(NHN) 이사, NHN 넥스트 인문사회학 교수를 거쳐 카카오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역서로는 『나를 부르는 숲』, 『천천히 달려라』, 『리틀 비트와 함께한 여섯 번의 여름』, 102분』, 『헝그리 플래닛(공역)』 등이 있다.

 

예스채널의 인터뷰

 

2005 5 26. 홍은택 씨는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에서 80일간의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의 목적지는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 경로는 6400킬로미터의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이다.

 

2005 5 26. 홍은택 씨는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에서 80일간의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의 목적지는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 경로는 6400킬로미터의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이다. 80일간의 여행 도중에 쓴 여행기는 신문에 연재되었고, 그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바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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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의 미국 자전거 횡단 여행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책머리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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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간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2년간 학업과 일을 병행한 후, ‘당당히백수 대열에 합류한 홍은택 씨가 졸업 기념 여행으로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은자기 학대에서 쾌감을 느끼는 피학적 발상이다’, ‘트럭 운전사들이 얼마나 거친 줄 아느냐라고 하면서 반대했다.

여기서 한풀 꺾인 그는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의외로 시도한 사람도, 성공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가 택한 경로는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멀리 돌아가는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총 길이는 6400킬로미터 정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두 번 정도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이 길은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레그 시플과 그의 부인 준, 친구 부부인 댄과 리즈 버든이 개척한 길로 기존의 도로들을 이어 지도를 만들었다. 홍은택 씨는 여행의 끄트머리에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만든 그레그 시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미국을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으로국립 자전거 여행 초상 컬렉션에 사진을 올렸다. 이 컬렉션에는 약 2000여 명의 라이더 사진이 실려 있다고 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을 축하하며 여행을 떠나다

왜 그 힘든 길을 떠난 것일까? 그냥 원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해보고 싶었어요.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를 쓰기 위해 로키 산맥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을 보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멀리, 이렇게 높은 곳에도 갈 수 있구나, 멋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자,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과 떨어져보고 싶다는 동기도 있었다. 그즈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해 돌아보고 어떤 각성 같은 것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지 말자,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목적론적으로 살지 말자, 과정에 집착하지 말자, 그런 것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목표에의 집착은 자기 자신에의 집착임을 마흔에 깨달았다. 그 후, 그는돌아가는 법에 대해 생각했다고 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이었다. 여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80일 동안의 여행 중 34일 동안은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하는주주야역(晝走夜譯)’을 했고 여행기도 쓰고 사진도 찍어서 신문사에 보내야 했다. 번역과 연재 때문에 가지고 다녀야 하는 노트북과 사진기의 무게는 40킬로그램 되는 짐 무게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돈을 쓰게 한 것은 여관비. 전체 일정의 1/3 정도를 여관에서 묵었어요. 보통 1박에 30에서 40불 정도 하니까 만만치 않죠.”

일상의 무게, 집착의 무게 40킬로그램을 지고 여행을 하다


여행 시작, 처음 그를 반겼던 곳은 경사도가 높고 길이 험한 애팔래치아 산맥. 자전거 연습을 하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일주일은 자전거 타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여행 내내 노트북과 사진기의 부피와 무게 때문에 고생을 했죠. 보통 노트북은 3킬로그램 정도인데, 제 노트북은 10킬로그램 정도였거든요.”

처음 짐을 쌌을 때 무게가 무려 40킬로그램이었단다. 여행 못하는 사람들이 짐이 많다잖아요. 그거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제가 그렇거든요. 짐을 싸다보면 다 필요한 것 같아서 하나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덕분에 항공기에 짐을 실을 때 초과요금 때문에 항공사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항공권 요금보다 짐 때문에 내야하는 초과 요금이 더 많았다), 여행 중반쯤 짐의 반 정도를 정리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추억이지요, 그때는 정말…”이라고 말하고 웃었다.

여행을 하면서 연재를 하는 것도 힘들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기록을 하면 더 많이 느낄 수 있거든요. 매일 자기 전에 짧게 그날의 기록을 메모해두고, 그것을 다시 원고로 옮기는 작업을 여행 내내 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하고 있는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포충망처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애팔래치아 종주기 『나를 부르는 숲』의 역자이기도 하다. 애팔래치아 종주를 하고 싶어서 책을 찾아 읽다가 무척 재미있어서 번역까지 하게 된 것. 『나를 부르는 숲』을 영어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판권이 안 팔렸더라고요. 꽤 유명한 책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제가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에요. 빌 브라이슨의 유머감각은 천재적이죠.”

철저히 혼자였던 6400킬로미터의 여정

여행을 다녀온 지 1, 가끔참 먼 곳을 다녀왔구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여행 내내 혼자였기 때문에 너무 외로웠어요. 혼자서 여행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여행 내내 철저히 혼자였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제가 여행을 할 때 유난히 사람이 없었거든요. 사람이 참 그리웠어요.”

여행을 시작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어쩌면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고비는 버지니아 국도 80, 켄터키로 들어갈 즈음이었다. 너무 힘들고 심심해서 이렇게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자꾸 회의적인 생각만 들었습니다.” 하루 여행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간다. 보통 여행을 가면 저녁땐 책을 읽던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번 여행은 너무 힘들어서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렇다고 바로 곯아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 시간이 제일 심심해서 힘들었다고. 그래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길에서 스쳐 지나갔던 동료 라이더들과 낯선 외국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미국인들 덕이었다.

익숙한 곳에서 떨어져 나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서 진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전거로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프레임 안에 사람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자전거는 360도 펼쳐진 공간을 접하죠. 자동차는 경치를 스쳐 지나가지만 자전거는 경치의 일부가 되죠. 반복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내 힘으로 가는 거죠. 자전거는 오랜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이동 수단이기도 합니다.”


자전거, 일상을 혁명시킬, 작지만 무서운 운송수단

자전거는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사람에게는 일단 경계를 하고 보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마치 물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듯, 친근감 있게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게 돼요.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에 친화적인 운송수단입니다.” 자전거는 자연스럽게 자연 속으로,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자동차처럼 화석 연료를 써버리는 것도 아니고, 매연을 뿜어대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고립시키는 것도 아니다. 주차 문제도 간단하다.

자전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 어린 시절 타고 놀던 자전거를 떠올린 사람이라면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것 빼고 자전거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전거는 존 라이언의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다.

여기서 퀴즈 하나. 4만 명의 인간을 1시간 이내에 다리를 건너게 할 때 필요한 다리의 수가 가장 적은 운송수단은 어느 것일까? 답은 바로자전거. 전차를 사용하면 세 개, 버스를 사용하면 네 개, 자가용 자동차라면 열두 개가 필요하다. 자전거는 단두 개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반 일리치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대결을 비교하는데다윗과 골리앗만큼 잘 어울리는 비유는 없다. 자전거는 우리 삶의 속도를제정신으로 돌려준다.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소비적인 사회로부터 해방되는 것, 그것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자전거 타기는 그래서 자신의 주장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바라는 사회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홍은택 씨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의 가능성을 실제로 보여준다. 자전거로 6400킬로미터라는 긴 거리를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자전거가 얼마나 자연과 인간이 친해질 수 있는 운송수단인지를 알려준다. 자동차가 갈 수 없는 곳, 인간이 걸어가기 어려운 곳도 자전거는 척척 움직여간다. 그 동력원은 인간이다. 인간이 먹은 물과 음식을 에너지로 해 목적지로 가는 것이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나 자신을 보고자 한다.

자의식이 적어지고 자유로워지다

매일 혼자서 자전거 페달만을 반복적으로 밟다 보면 머릿속이 텅 비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잡념은 사라지고 자기 자신만 오롯이 남게 된다.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과 대면하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여행을 통해 자신이 꽤 성실하지만, 조바심을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여행을 하면서 점점 자신의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더군요. 자신의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좀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것은 여행 도중에 깨달은 것이 아니라고, 여행을 돌아와서 자신이 여행 중에자의식이 적어지고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재미있는 버릇도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제가혼잣말을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는데, ‘저기서 쉬어야지’, ‘이쪽으로 갈까일일이 말을 하면서 행동을 하더군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인간인 거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그늘

오리건, 아이다호, 와이오밍, 콜로라도,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그가 여행을 하면서 거쳐 온 미국 중서부 지역은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름다운 배경이 그가 지나쳐간 곳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목가적이지 않다.

미국은 굉장히 양극화된 사회입니다. 세계화의 빛과 그늘이 뚜렷하죠. 미국 중서부는 그늘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가장 먼저 자본을 축적해 세계화를 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화의 부정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책을 통해 배웠던 세계화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만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자본이 전 지구적으로 자유로운 이동을 하고 있는 지금, 미국 중서부의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한국 안의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니까요.” 자본이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히 노동시장이나 주식시장만은 아니다. 자본은 문화와 삶의 방식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월마트의 성공으로 도시에서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시골의 작은 식료품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회사들이 소량배달을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이어도 이윤이 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가게가 없어진 마을 사람들은 멀리 있는 월마트에서 장을 한꺼번에 봐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커다란 냉장고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가 다니기 위해서는 깊은 산골까지도 도로를 깔아야 한다.

한국의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의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역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저널리스트인 그는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자로서의 소통 대상이 한국인에서 전 세계인으로 넓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른네 살 때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한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지금은 그럭저럭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만, 현장에서 바로바로 쓰는 것은 여전히 힘들어요.”

길에서 만난 미국, 미국인

미국을 횡단하면서 다양한 미국인을 만났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무척 친절하면서도 자기 프라이버시는 엄격하게 지키죠. 미국인들에게 프라이버시는 삶의 최고 가치처럼 보여요. 개인주의죠. 땅이 넓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미국은 마을이 별로 발달하지 않는지도 모르죠. 미국은 집이 우주에요. 집이 마을의 기능을 다 하죠. 미국 사람들은가족이 중요하다는 말을 참 많이 하는데, 여기서 가족은 개인을 의미해요. 우리는 가족이라면 친가, 외가, 처가, 일가친척을 다 포함하는 공동체적인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안 그래요.”

개인주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미국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바로 이 개인주의에서 나온다. 미국 사람들은 개인을 중요시하는 만큼, 사회에 기대려고 하지 않아요. 독립심이 대단하죠. 뭐든 혼자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어떻게 해서든 기여를 하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정반대죠. 독립적인 개인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움직이고 함께 사고하죠. 반반씩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시 누룽지 같은 일상으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누룽지 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짧은 백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험을 연재하고 있다.

집이 수서 근처입니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탄천, 한강, 청담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잠수교를 거쳐 회사가 있는 광화문에 도착합니다.” 서울은 생각보다자전거를 타기 괜찮은 곳이다. 운전자들이 경적을 빵빵거리긴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자전거를 보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적어도 사고는 나지 않아요.” 지하철 몇 량을 이어놓은 듯한 커다란 몸집의 트럭들이 백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미국의 도로를 자전거로 이동했던 그에게 서울의 도로는 평화로운 곳일지도 모른다. , 의외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해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다음 여행도 자전거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그는 자신의 책을 읽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 사람에게 이런 조언을 전했다. 짐을 적게 하시고(웃음),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 응급 처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준비가 다 된 후 떠나는 여행이 있을까요? 일단 떠나고 보면 길에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짐을 줄이는 것도, 자전거를 고치는 것도.” 80일간의 여행을 통해 그 역시 자전거를 수리하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2.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저자가 2005 5 26일부터 8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이야기이다. 저자가 택한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은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멀리 돌아가는 길로,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길을 생각해 개척했고, 그해 라이더들 2000명이 함께 횡단했다. 총 길이 6400킬로미터이다. 저자는 이 여행의 의미를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자전거타기는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삶의 한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일주일만 버텨보는 것이라는 동료 라이더들의 충고를 새기면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엄청난 무게의 짐으로 여행을 시작한 그는, 두 번 정도 크게 짐들을 줄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행이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짐이 주니까 짐의 무게와 몸무게도 같이 줄었고, 배도 홀쭉해졌다.

 

저자는 전혀 연습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해놓는 방법으로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다. 주행 연습 중에 힘줄을 뚫고 왼쪽 쇄골이 뛰어나오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뒤 뭘 할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다. 왜 자전거로 횡단하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냥 좋기 때문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된 그는,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께는 어떻게 여행 준비를 해야 하는지 찬찬히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페달을 밟는다. 이 일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많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퀴를 돌리면서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다는 것을 더 진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오하이오강변에서 이틀이나 머물렀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안에 펼쳐지고 있다."는 홍은택의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이 말을 엄밀히 말하면 끊임없이 노는 것이다. 특히, 내가 잘 노는 방식으로 노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 홍은택은 그렇게 즐기고 있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놀이를 통해 자신과 자전거와 세계가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떠난다. 근데, 신기한 게,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스스로 소유 가능한 것들을 버릴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뭔가 초인적인 의지를 가지고 실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순간을 즐긴다. 여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에 앞서 삶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뒤돌아 보게 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이라는 의미에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넘기기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낸 저자의 영광스런 아메리카 횡단에 손쉽게 동승한 고마움을 기억하며 나도 한번 해봐 하는 도전의식을 고취시킨다.

 

3. 나를 무찔러온 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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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자전거로 미국은 여행했다. 인생의 하프타임의 비견할 만한 경험이라고들 했다. 그래서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중요한 끝내기 과정이다. 책을 쓰지 않았다면 내 경험의 대마들은 세월에 잡혀버렸을 것이다. 물론 책으로 쓰기 앞서 2005 5 20일부터 2006 4 14일까지 한겨레에 연재했다. 연재를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마을을 더 의식적으로 관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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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여행 했지만 6400 km 정도 했다 하루 80km 꼴로 달렸다 전반 보내는 하루 60km 후반부에는 100 km를 달리는 것 같다. 전반부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책을 번역 했다.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전원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노트북을 켜는 주주야역의 생활은 여행 34 일째야 끝났다. 실제 달린 날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주행거리는 더 늘어난다. 따져보니 80일 중 달리지 않은 날은 13일이다. 그럼 달린 날의 평균거리는 95km. 식사시간을 빼고 하루에 7-8시간을 달렸으니까 평균 주행거리는 시속 13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펑크는 11번 났고, 나를 추격해 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페달은 150만 번쯤 돌렸고, 몸무게는 3kg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여행의 의미를 이렇게 간소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7
근본적으로 타고난 건강과 성실성을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은 선뜻 마음의 문을 열어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내용은 물론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그럼 다시 길에서 만날 그때까지....

 

1부 자전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01 '혁명' 자전거로 미국을 가로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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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은 심장에서 뿜는 붉은 피로 돌아간다. 소진에서 지속으로, 그리고 경쟁에서 협동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속도와 경쟁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미국인 들은 페달을 밟는 순간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 석유 소비량을 25%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운전하는 거리의 80%가 집에서 13km 이내에 집중된다. 몸무게 70km 한 사람을 나르기 위해 300마력을 내는 2000kg의 괴물을 움직이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자전거 사색가인 리처드 밸런타인이 말했듯이, 카나리아 한 마리를 죽이기 위하여 원자탄을 투하하는 일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삶의 방식, 자전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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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것은 삶의 방식이다. 자전거 타기가 정착된 사회는 속도와 경재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다. 자전거 타기가 왜 위협적인가 이제 눈치챘을 것이다. 그것은 사치스럽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다. 고로 자전거 타기는 매우 선동적인 행위다.

 

자전거는 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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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혁명가들은 동료 라이더들이다. 이들은 혁명을 직접 실행하고 있다. 몇 달이나 걸려 미국을 건너는 일은 실로 엄청난 선전선동 효과가 있다.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깟 회사까지 또는 학교까지 가는데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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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는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한다.

 

내 자신 중에서 특히 몸의 반응이 궁금하다. 언젠가부터 몸이 나와 분리된 존재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손님 대하듯 몸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데, 무엇이 최적의 대우인지는 분명치 않다. 몸에게 전혀 일을 안 시키면 게을러져서 결국 몸을 망치게 된다. 그렇다고 혹사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혹사하는 것인지 혹사에 가까운 일을 몸에게 시켜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혹사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몸에 대한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동안 몸이 계속 적응하면서 혹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그런 경지가 찾아오지나 않을까 하는, 몸이 알면 화낼, 앙큼한 기대도 걸고 있다.

 

내가 택한 경로는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Trans America Trail이다.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가장 돌아가는 길이다. 1976년 미국 건국 2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레그와 시플 부부, 댄과 리스 버던 부부가 재미있고 뜻 깊은 일로 생각해 개척했고, 그 해 라이더들 2,000명이 함께 횡단했다. 물론 자전거 전용 루트가 아니라 기존의 도로를 자기들 마음대로 선을 그어 자전거 루트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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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마술이다. 아무리 꽁꽁 닫힌 사람의 마음도 열어 제친다.

 

02 첫 눈이 내린 추수 감사절에 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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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년 여름, 로키산맥 최고봉인 해발 4399미터 엘버트산의 정상 부근에서 자전거로 기어 올라오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받은 충격이, 이상한 심리적 전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해보자는 오기로 변질된 탓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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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미쳤다고 했다. 미국인들도 이구동성이었다. 자동차도 아니고 자전거로, 그것도 노숙을 해가면서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몰지각한 행동이거나, 자기학대에서 쾌감을 느끼는 피학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총을 가지고 있는 줄 아느냐"고 말렸다. "미국의 도로들은 자전거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생생 달리는 화물차와 자동차에 언제든지 치일 수 있다고 겁을 주었다.    

 

졸업 기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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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을 5년 넘게 했지만 느는 것은 영어 못하는 것을 견디는 요령뿐이다. 영어에 대한 맷집이 늘었다고나 할까.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말자'가 좌우명이지만 졸업식에서도 듣기가 안 되는 데는 그 동안 다져온 맷집도 소용이 없는 듯했다.

 

내게 지금 이 시기는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 하프타임이다. 앞으로는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 자전거 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물론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나도 이 여행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바쳤다. 그렇게 해서 돈과 시간을 모아서 한 바퀴 한 바퀴 페달을 돌린다.

 

왜 자전거 여행이 하고 싶은지 짚이는 데가 있다.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으면 쓰러지는 굴렁쇠다.

 

22, 피티체조
나는 몸을 움직이는 기쁨을 안다. 나는 계속했다. 기합이 아니라 하늘을 날고 싶어서 날갯짓을 계속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동작을 수없이 반복할 때 찾아오는 그 고요함. 지루한 게 아니라 심연으로 점점 더 들어가는 듯한 느낌. 집착과 잡념이 사라지고 착 가라앉는 느낌.   
세상이 나를 스쳐가지 않고 내가 세상을 통과해 간다는 느낌. 인간이 움직이는 존재임을 느낀,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는 졸업 선물로서, 인생 후반부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로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 참으로 나와 취향이 비슷한 대목이다. 나도 몸을 움직이는 기쁨을 안다. 그래서 쉬는 것도 움직여야 휴식이 되나 보다. 저자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움직여야 살 수 있는 자 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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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그렇지 알면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니 그런 종류의 시도였다. 미주리주 컬럼비아시에 사는 주디 크누드슨을 수소문해서 만났다. 65살의 할머니여야 했다. 그런데 중년의 여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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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년 만 예순 살에 6400km를 달려 미국을 횡단했다. 서부 해안 워싱턴주의 에버렛을 출발해 58일 만에 동부 해안 메사추세츠주의 낸터컷에 도착했을 때의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
자전거를 되돌려 다시 서부 해안으로 가고 싶었다." 일행 38명과 여행을 함께 했다. 비바람 속에서 거친 숙식을 함께하며 싹튼 동지애가 오죽 했을까?

 

나를 위한 여행

 

크누드슨은 처음으로 내게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는 것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나는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 철저히 나를 위한 여행으로 만들고 싶었다.

 

03 40kg 이게 내 삶의 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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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체중계에 짐들을 달아보니 거의 40kg에 육박했다. 이게 내 삶의 무게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 집착이 많을수록 무거운 삶을 산다. 비유적인 ㅣ표현이 아니다. 짐의 무게는 그 사람 집착의 무게다. 어떤 사람은 아예 떠나지 못한다. 이를테면 수세식 짊어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집에 있거나 여관 등에 머무는 쭉을 택한다. 내 경우는 떠나간 해도 두 배는 힘들게 간다.

 

04 일주일만 버텨라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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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버어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 사는 브라이언 패트리치는, 공항까지 마중나와서 자신의 차에 그 무거운 짐들을 실어서 요크타운까지 날라줬다. 그는 미국을 횡단한 경험이 있는 고참 라이더다. 그는 요크타운에서 미국을 횡단하는 사람들을 돕는게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실존주의자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오늘이 최상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점점 더 좋은 날로 가는 도중의 하루라는 뜻이다. 오늘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말도 맞다. 하지만 그것은 왠지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 갖는 부질없는 희망처럼 들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들은 더 나은 날들을 위해 바닥에 깔리고 모여지는 것이다. 나는 바퀴를 굴리면서 내 몸의 가능성이 쉬지 않고 이뤄지고 펼쳐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후지어 패스를 넘었어도 여전히 성취해야 할 험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더는 관조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교문을 열고 뛰어들어가는 운동장이 된다. 나와 세상의 관계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면서 역동적으로 바뀐다.

 

쿠키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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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하우스는 내 생명의 일부이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야말로 내 가족이다.” 그는 가족을 잃은 대신 세계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에도 가족이 생겼다.

 

2, 인간의 몸은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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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벅은 한 달 동안 산에서 여자를 한 명도 못봤다면서, 매일 심하게 냄새나는 남자들과 대피소에서 몰려 자는데 질렸다고 말했다. 폴은 여자랑 사귀려는 게 아니고, 그냥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분위기가 싫다고 했다.

2주일이면 따라 잡겠지

리비가 출발한 뒤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있어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 말을 이해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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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파업

무엇보다 엉덩이가 아파서 오래 탈 수가 없다. 자전거를 오래 타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다. 그러나 가끔 몸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그러다가 이제 하루 100키로는 우습지 할 때 몸이 나자빠진다. 여행 22일재가 그랬다. 몸이 파업을 벌였다. 장거리 여행을 수행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신호를 내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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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투숙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깥 세계와 단절되기 때문이다. 반면 펼쳐진 공간에 텐트를 치면 사람들과 통하는 길이 열린다.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을 쓰는 호스텔에서도 쉽게 유대가 형성된다.

 

3,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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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고 미래는 항상 저 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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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페달을 밟는다. 이 일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많은 거리를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퀴를 돌리면서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다는 것을 더 진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빠져 오하이오강변에서 이틀이나 머물렀다.

 

4,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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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매일 이름 모를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낯선 거리를 걸으면 오랜 항해 끝에 부두에 내린 선원이 된 듯하다. 선원은 정복자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방인이다. 내일이면 떠날 나그네라는 점에서, 아무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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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이 다시 말을 시작하는 순간 같은 느낌이었다.

 

5, 스스로의 힘으로, 의지로, 규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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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속에 답이 있었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6,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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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미국 횡단은 엄청난 성취가 아니다. 자전거타기는 긴 거리를 달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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