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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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읽기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파업과 구조조정을 겪은 아빠도, 직장을 그만둔 엄마도, 엄마 아빠를 기다리느라 지친 두 아이들도,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고 자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자존감을 회복한 후에, 오랜 기간 떨어져 사느라 우리 가족에게 없었던 가족과 형제의 개념을 정립해야 했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느껴질 때쯤, 타인과의 관계 맺기의 시작, 두 아이들에게 우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여주었다. 두 아이들이 인간관계가 풍성한 삶을 살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배움, 국가, 시간, 일, 이상 등의 주제로 함께 읽기를 계속하고 있다.
난 왜 태어난 걸까
노자의 도덕경에 비틀어진 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배배 꼬여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무는 그 ‘꼴’ 때문에 수명대로 살 수 있었다. 쓸모란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보다 내가 내 ‘꼴’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더니 어느 새 세상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들도 보였다. 작지만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자 할 때 노자의 도덕경이 도움이 된다.
옛날 옛날에, 엄마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
옛 이야기, 신화 속 인물들이 고난을 겪으며 자기를 받아들이고 자기실현을 해나가는 이야기들은 나를 받아들이고 나에게 찾아온 고난들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세계 모든 신화와 옛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신화나 옛이야기 속 인물들을 보며, 내가 겪는 시련이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님을, 옛날 옛적부터 있었던 일들임을, 엄마 아빠도 겪었던 일들임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에게 놀라운 힘이 불끈 솟아 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 가족
나를 받아들이고, 나의 시련을 받아들이고 나면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가족을 받아들여야 할 차례다. 태어나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떨어져 사느라 가족의 개념이 없었던 아이에게 따뜻한 그림 가득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온 가족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엄마보다 언니가 더 좋아! – 형제
바쁜 부모를 두어 주양육자가 자주 바뀌는 현실. 두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유아기를 보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간 두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던 기특한 아이들에게 자매간 끈끈한 우애는 특별한 선물로 남았다. 서로 존중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읽어 주었다.
네가 있어 난 외롭지 않아 – 우정
가족을 떠나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이며 우정은 어떻게 키워나가는 것인지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관계 맺기의 기본은 나 아닌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로부터 시작한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가 중요하다 할 때, 나의 시각을 넓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장자를 통해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배움
초등학생이 되자 아이의 호기심은 폭발했다. 아이는 로알드의 <마틸다>에 나오는 마틸다가 되고 싶어했다. 아이와 나는 마틸다를 서른 번도 넘게 읽었다. 마틸다는 독서광이다. 아이는 자신도 책을 많이 읽어서 마틸다처럼 초능력이 생기길 바랬다. 아이는 책을 통해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을 마틸다를 통해 배운 셈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바로 초능력이 아닐까. 배움의 근간에 대해 공자의 <논어> 속 구절을 들어 이야기해주었다.
저 넓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 국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해결이 안 되는 일도 많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엄마,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야?” 학교에서 갈등을 겪으며 아이는 더 큰 세상을 궁금해했다. 우리는 사계절출판사의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보면서 국가간 갈등인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갈등이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를 함께 읽으며 상상해 보기도 했다. 갈등이 잃어나지 않도록 모든 것을 통제한 세상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문제의식은 필요하다. 사회문제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플라톤의 <국가>를 속 대안들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시간
시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주어지는 절대적 가치다. 어제, 오늘, 내일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여정 위에 나를 세워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시간은 내 존재가치를 발현해 나가는 통로가 된다. 자랄수록 어른이 될수록 시간은 부족하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함께 읽으며 나를 구속하는 시간 속 회색인간의 정체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나는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 – 일
아빠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은 우선순위를 메기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게 더 필요한지, 어느 걸 더 좋아하는지 순위를 메겨 가장 높은 순위의 것을 고른다. 도대체 파업이란 게 뭘까? 궁금했던 아이는 학교 도서관에서 읽은 만화책 <태일이>에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 ‘난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온 가족이 ‘일’에 대한 책을 함께 읽으며 함께 고민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 이상
아이들에게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이상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펼쳐나가는지 문학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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