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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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이놈의 학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어. 빨리 졸업이나 해야지!” 오늘도 친한 친구들에게 한바탕 학교 생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친구들은 오늘따라 왜 이리 부정적이냐며, 언제 학교를 또 다녀보겠느냐며 이 순간을 즐기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특히 성적표를 열어본 후 저는 한껏 열이 받아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일까요? 나름대로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했던 과목은 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대충한 과목은 의외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노력을 했고, 다른 팀처럼 전략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팀원들과 한바탕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회사로 치면 상사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해 봐도 중박인 그런 일을 우리가 지나치게 열심히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다른이들처럼 꾀를 써서 다른 과목에 동일한 과제를 제출할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냥 대충할 것을 괜히 욕심 부렸나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적수가 누구인지 빤한 상대평가의 경쟁에서 지고 말았다는 것이 제게는 주홍글씨처럼 가슴을 파고 듭니다. 저 과목은 누가 잘하고, 저 사람은 무엇을 잘하고 등등의 인식이 완연하고 그래서 팀프로젝트의 팀원 또한 가리는 분위기가 있음을 알기에 더욱더 속상합니다. 적어도 함께 하고 싶은 팀원으로 생각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봐 말이죠.
그 과정이 즐거웠으니 된 거라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 그것만으로 족한 것이라며 아무리 위로를 해봐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는 계속 마음 속을 맴돌면서 저를 기분 나쁘게 합니다. 팀 별 결과물에 대해 수강생들의 평가를 반영했다는 어떤 과목의 점수는 더더욱 화를 곱씹게 하구요. 대체 무슨 기준인지도 모르겠고, 객관적인 평가가 맞는 것인지 의심이 되는 것입니다. 역시 회사 일도, 학교 일도 사람의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운이 작용해야만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학교 생활을 하며 저는 제가 그 동안 보고 싶지 않아했던,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 저의 못난 모습을 다시 한 번 오롯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골골거리는 저질 체력, 새벽 운동을 끊어놓고 3일 이상 가지 못하는 약한 의지, 외롭다는 핑계로 혼자서 도서관에 남아 공부하는 대신 친구들을 따라 집으로 향하거나 밥을 먹으러 가는 팔랑귀, 욕심은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하는 것은 없는 모습, 협력하기 보다는 내가 더 잘해서 이겨보리라 기를 쓰고 있는 옹졸한 마음 등 부족한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만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각종 자료가 풍부한 회사에서 일하다가, 모든 것을 내가 직접 찾고 직접 만들다보다 보니 드러나는 밑천을 마주한 순간의 당황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감을 되찾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회사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이 곳에서 저는 더욱더 작아지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던 나에 대한 불신, 제 실력에 대한 불안감, 등이 여기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조기졸업을 목표로 달리는 데에는, 다른이들처럼 빨리 공부를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기 위해서가 아닌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서 찌질이가 되버린 듯한 저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인 것은 아닐까요. 이를 빠르게 지나쳐버리고 싶은 것이지요.
친구들, 직장동료 모두가 부러워하는 저의 학교 생활입니다. 객관적으로보면 저는 행복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취업시장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이 때에 공부를 마치고 적어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사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금전적, 심리적 도움을 받아 학교를 다니고도 있기도 합니다. 저를 괴롭히는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 자극을 받고 있고, 늘 곁에서 함께 웃어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계속 불행한 감정을 느낍니다. 다름아닌 경쟁 속에서 잘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경쟁 서적을 뒤적이다가 만나게 된 '경쟁의 심리학’의 저자는 인간을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호전적 인간' '경쟁적 인간' 그리고 '전략적 인간'입니다. 책을 읽으며 비춰본 저의 모습은 바로 ‘경쟁적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성공을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규정하는 그런 사람으로 무엇이 진정한 승리인지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기보다는 그저 상대편을 이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입니다. 간혹 '호전적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토론 수업 때면 집요하게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반면 저자 또한 추구하고 있는 인간상은 바로 '전략적 인간'입니다. 전략적 인간은 성공을 반드시 게임에서 이기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내가 노력하고 경쟁하는 것이 반드시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무엇이든 하나를 배울 수 있었다는 이유로 경쟁과정 자체를 즐기며, 패배를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다음번에 더 잘하기 위한 단초로 사용합니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욱 나를 좋아하기 위해 전략적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런 경쟁과 또 실패가 계속된다면 안식년 이후 회사원으로서의 저도 불행함이 지속될 것만 같습니다.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그저 어제 몰랐던 것을 한 자라도 더 알게 된 즐거움, 그리고 제가 느끼는 저의 부족함을 개선하며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변화에 집중해야겠습니다. 그렇게 경쟁을 지혜롭게 다루는 법을 알게 된다면, 서로 물고 뜯는 듯한 느낌에 늘 불안감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던 회사로 돌아가서도 더욱 여유를 가지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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