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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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천자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이 세상은 검은 하늘과 누런 땅으로 이루어졌다. 이 세상은 사람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사람들은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생을 이어가기 위해 고대로부터 고군분투하여 왔다. 사람들은 위험으로부터 피할 곳을 찾았고 추위에 몸을 보호할 옷을 만들었다. 사냥과 채집을 위한 도구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불을 다루게 되었고 그릇도 만들었다. 그리하여 사람은 기술을 갖게 되었다. 삶을 위한 기술은 이렇게 역사 속에서 우리의 삶과 같이 성장해 왔다.
工자의 위의 획은 하늘을 뜻하고 아래 획은 땅을 뜻한다. 그리고 그 사이 서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工은 하늘의 이치와 땅의 자원을 이용해서 사람이 바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할 수 있다.
하늘의 이치를 모르면 기술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이는 불을 다루고 물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늘 하늘의 이치를 알려고 사람들은 질문하고 시도하고 생각하였다.
땅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공급해준다. 나무며 돌이며 흙과 철과 그리고 다양한 광물들을 제공해 준다. 또한 먹을 양식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지역이나 사람마다 취할 수 있는 것이 다르거나 한정되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를 잘 활용하고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일찍부터 깨달았다.
사람을 서있게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곧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의 이치를 제대로 알고 땅이 주는 재화를 잘 사용해야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
工은 이렇듯 하늘과 땅과 사람을 아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늘의 이치만을 따져도 안될 것이고 땅 위의 재화만을 따져서도 안 된다. 그리고 사람만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의 이치와 필요를 하나로 버무리고 사람을 그 중심에 둘 때 비로소 공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工은 그 글자가 단순하지만 그 뜻은 단순하지 않다. 하나하나가 너무나 큰 일이기 때문이다. 工은 글자처럼 단순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 이치를 꿰뚫은 자에 한해서이다. 이 단순함에 사람의 삶이 붙어 있는 것이다. 工이 바로 서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 사람이 제대로 설 수가 없게 된다. 즉, 삶이 무너진다.
연일 보도되는 많은 사고의 뒤에는 이 공이 바로서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은 물건일 수도 있고, 건물일 수도 있고, 시설일 수도 있다. 하늘의 이치를 담은 것들은 그 이치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그 이치에 따라 그 존재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 이치를 담지 못한 것은 그 이치가 어긋나는 순간 그 존재가 깨뜨러지고 부서지게 된다. 이치에 맞게 하더라도 땅의 재재화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이 또한 부실해지게 마련이다. 부실하다는 것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의 존재를 지탱할 힘이 크지 않기에 오래지 않아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담겨있지 않으면 그것은 해를 끼치게 된다. 사람을 위한 마음이 없는 것이라면 그 물건이나 건물 또는 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결국은 사람에 배척당하여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工은 단순한 글자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땅의 재화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커다란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세상의 재화는 늘 한정되어 있고 부족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 재화를 무한정 사용할 수도 없다. 工은 이 지점에서 길을 찾는 역할을 한다. 그 길은 늘 새로운 길이고 한발을 내딛기가 두려운 일이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장인이 있는 것은 이와 같은 工의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工은 인류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생활공간 그리고 끊임없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工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보다 안전하게 보다 편리하게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다. 그것은 工이 이 세상에서 사람이 바로 설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工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이렇듯 하늘의 뜻과 땅의 재화와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에 자신의 인생과 일로서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업의 이치를 깨닫고 일을 충실히 해나간다면 하루하루가 삶을 살리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을 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工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나 또한 좀더 크게 생각하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야 함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 길이 나의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 국가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고 인간으로서 더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공헌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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