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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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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6일 18시 30분 등록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3가지 모습을 살펴본다. 사색적 삶의 모든 면을 다룬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실천할 만한 가벼운 지침들이다.

 

1) 생각한다는 것은 이유 찾기다. 누군가가 좋을 때, 왜 좋을까를 묻자. 무엇이 마음에 든다면, 왜 그런지 생각하자. 생각하기의 일차적 연습은 이유 찾기다. 자기감정의 이유, 행동한 이유, 어떤 현상의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것! 물음이 사유를 부른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여기에 무슨 이유가 있어” 라고 말하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성 뿐 아니라 감정도 우리 인격의 중요한 일부지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동안에는 지양해야 할 말이다.

 

“좋아하게 되었다.” 이것은 느낌이요 감정이다. 자연스러운 감성의 귀결이지, 생각하여 얻은 이성의 논리가 아니다. 무슨 이유가 필요해, 라는 말 속에는 생각하는 일이 어려워 외면하고 싶거나 생각 자체를 싫어하는 지적 게으름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고력을 키우고 싶다면, 자주 이유를 찾아내자. 생각한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찾는 일이니까. 최근에 구입한 물건을 왜 샀는지, 좋아하는 것들은 왜 좋은지 묻자. 아무 것도 좋지 않다고? 괜찮다. 그건 또 왜 그런지 물으면 되니까.

 

2) 생각한다는 것은 번호 매기기다. 무엇인가가 좋거나 싫은 이유는 한 가지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인과관계는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이유들을 발견할 때도 많다. A, B, C, D 네 가지 이유를 찾았다고 가정하자. 네 가지는 서로 배타적이어야 한다. 같은 이유를 표현만 달리했다고 해서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생각지 못한 E가 결정적인 이유라면 A, B, C, D로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이유 찾기는 MECE해야 한다. MECE는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다. ‘중복 없이 빠짐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유찾기라고 했다. 서로 다른 이유가 나올 때마다 번호를 매겨보자. 번호를 매기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명료해지고, MECE하게 생각하기가 쉬워진다.

 

3) 생각한다는 것은 적확한 단어 사용하기다. ‘정확’이 아니라 ‘적확’이다. 정확은 바르다는 뜻이고 적확은 ‘틀림이 없이 들어맞다’는 말이다.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려면 자기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적확한 단어를 찾는 노력 자체가 사유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고 말했다. 한자어 망(罔)은 그물을 말하기도 하고, 사리에 어두워지는 것도 뜻한다. 우리말로 풀이할 때에는 ‘망연하다’ 또는 ‘막연하다’로 쓰면서 “얻는 게 없다”고 덧붙이는데, 내가 보기엔 망연보다는 막연이 낫다.

 

‘망연하다’는 ‘아무 생각이 없이 멍하다’는 뜻이니 앞서 언급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과 동어반복이다. ‘막연하다’는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다’ 또는 ‘똑똑하지 못하고 막연하다’는 뜻이다. 적확한 단어를 쓰려고 사전을 찾아 본 결과가 어떤가?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붙잡는 것도 없다는 말”이 뜻하는 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리라. 적확한 단어를 찾는 동안 논어의 한 구절을 좀 더 이해했다면, 이것 또한 생각하기의 유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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