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 조회 수 1990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월 오프수업 후기
몇 달 전부터 머리 속에서 계속 마지막 수업이 플레이 되었다. 언젠가는 이별이 올 것이고, 그래야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오프의 마지막 수업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버겁고 어려운 주제였다. 주제와 일상에 집중하다가 순간순간 찾아오는 참으로 이상하고 낯선 감정과 잠깐씩 맞설 뿐이었다. 하계연수가 끝난 뒤 보여지고 느껴지던 끝의 미학이랄까.
동기들도 2월의 수업을 버거워했다. 더 바빠진 동기들도 있었고 1년 전과 상황이 달라진 동기들도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우리를 +1이라는 나이와 그 숫자의 몇 배에 걸맞은 추억과 성장이라는 성적표를 주었다. ‘언제 시간이 이리 흘렀을까? 인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준 것이 참으로 잘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기들의 수업 내용은 흔들리면서도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들 능력이 뛰어나고 넘치는 재주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의 꽃이 언제 만개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수업은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것도 있었고 미리 책을 내신 묵직한 선배님들의 참석으로 인해 더 진지한 분위기에 있었다. 우리의 수업은 항상 웃음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지만 2월 14일만큼은 가장 긴장되는 수업이었다. 1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평가 받는 자리이기도 했고, 10기에 애정을 갖고 계신 선배님들의 신선하고 값진 코멘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시간에 걸친 수업이 끝났을 때, 일단은 시원했다. 앞으로 버거운 오프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뭔가 쓸고 간 자리는 시원함 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허전했고, 믿어지지 않았고 이상했다. 어느 선배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앞으로 많이 편하지만 많이 허전할거야!”가 벌써 실감이 났다. 저녁으로 1차 식사를 하고 2차를 하고. 오래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동기들은 각자 제 사정 때문에 먼저 가기도 했다. 끝까지 같이 있던 동기들과 교육팀은 이제까지 달려온 피로감과 함께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향했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허전함을 안고 잠시 잠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오프 수업이 끝난 후 내 머리는 또 다른 과제로 분주하다. ‘3월의 졸업여행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궁리가 된다. 어니언과 사전에 핑계를 대며 몇 번은 만나 술잔을 기울여야겠다. 그리고 수업은 끝났지만 우리의 인연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계획을 짜본다.
나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는 편이다. 서로가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하거나,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데카상스와 교육팀은 이미 그 선을 넘은지 오래다. 오프 수업은 끝났지만 평생같이 할 사우를 만났으니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겠다. 이런 나의 인연에 대한 뒷심 때문에 허전하면서도 여유로운 웃음이 난다.
마지막 수업을 같이 한 우리 데카상스와 교육팀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명이 낙오 없이 끝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농담 삼아 자신들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교육팀이 잘 뽑았고, 교육팀이 잘 리드를 한 것이 우선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구선생님이 안계신 상황에서 뽑혔고 연구원 과정을 마쳤지만, 구선생님의 사랑이 어떠했을지 감히 느낄 수 있는 1년이었다.
내 집처럼 편한 모습의 총무님, 참치가 참 보기 좋았어요.
무슨 말이든지 다 개인의 의견이라는 한계가 있고,
또 예외없는 법칙은 없는 셈인데
왜 갈수록 성격이 빨라지는지 ㅠ.ㅠ.
저 할 말만 하고 일찍 나온 내가 영 민망하네요.
이 글을 보는 10기 여러분,
제가 스몰토크가 전무한 유형이라, 주제있는 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말이 많아진답니다.
그리고 스스로 믿는 힘이 강하다보니 어조에 힘이 들어가는 거지
절대 다른 사람을 배척할 의도가 없음을 양해 부탁합니다.
사과할 일이 잦으면
자기표현이 지나친 거라는데
요즘 너무 기가 살았나 보네요. 적절하게 숨을 죽여야겠어요.^^
교육팀과 10기 여러분, 다들 1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설 잘 쇠시고,
이 좋은 글쓰기와 함께 멋진 삶 꾸려나가시기 바래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32 | 2월 오프수업 후기 [4] | 녕이~ | 2015.02.17 | 1909 |
4531 | 여는 글_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8] | 앨리스 | 2015.02.17 | 2059 |
» | 2월 오프수업 후기 [10] | 왕참치 | 2015.02.17 | 1990 |
4529 | 변화, 행복의 맥거핀 [2] | 에움길~ | 2015.02.17 | 2010 |
4528 |
자전거여행의황홀_출간기획안_구달칼럼#46 ![]()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16 | 2074 |
4527 | 2월오프수업후기_구달칼럼#45 [12]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16 | 1892 |
4526 | #43 천 지 인 工 | 희동이 | 2015.02.15 | 1909 |
4525 | 작은 관심 | 어니언 | 2015.02.09 | 1891 |
4524 | 전략적 경쟁이 필요해 | 녕이~ | 2015.02.09 | 2002 |
4523 | 클리셰, 무엇을 말하는가 | 에움길~ | 2015.02.09 | 2051 |
4522 | #42 엔지니어 - ing [2] | 희동이 | 2015.02.09 | 1856 |
4521 | 알고 보니 '새엄마' | 왕참치 | 2015.02.09 | 1957 |
4520 | 발리에서 피로사회를 반성함 [2] | 종종 | 2015.02.09 | 2335 |
4519 | 가족은 책이 고프다 [1] | 앨리스 | 2015.02.09 | 1927 |
4518 | 워킹맘과 컨셉_찰나칼럼#42 [2] | 찰나 | 2015.02.09 | 1961 |
4517 | #42 오늘_정수일 [1] | 정수일 | 2015.02.08 | 2000 |
4516 |
상상여행_구달칼럼#44 ![]()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08 | 2328 |
4515 | 3-40.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 콩두 | 2015.02.07 | 2776 |
4514 | 경쟁에 대한 생각 [4] | 녕이~ | 2015.02.02 | 2303 |
4513 | 자기중심적 사고에 대한 단상 [1] | 에움길~ | 2015.02.02 | 53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