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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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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10시 05분 등록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 기욤 아폴리네르 <벼랑 끝으로 오라> -

 

남편 회사는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직업병으로 직장에서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든 아내는 남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하여 온 가족이 벼랑 끝에 서게 되었습니다.

 

벼랑 끝에 저희 가족이 있습니다. 세찬 바람이 거세게 불어옵니다. 몰아치는 바람에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버티고 또 버팁니다. 온 몸으로 저항합니다. 바람은 기어이 저희 가족을 벼랑아래로 밀어내고야 맙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요.”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행복한 일을 찾아보세요.”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겠어요.”

아내게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을 찾지 마세요. 소중한 것을 찾아보세요.”

 

직장에서 파업을 약 100일 정도 지속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문득 걸려온 전화는 고향 친구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날로 고향을 찾았습니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둘째를 낳고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친구의 영정 앞에서 저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이후 단 한가지 문장만이 제 머리 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

 

내기 어디에 있는지,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 때 읽은 권정생의 <강아지똥>과 노자의 <도덕경>은 벼랑 끝에서 떨어져도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리라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는 강아지똥이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그림책 속 이야기가 저를 위로했습니다. 작고 초라한 것에서부터 가치를 찾으라고 말하는 도덕경을 함께 읽으며 저희 부부는 생존을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습니다. 가정 경제가 무너진 시점, 유치원도 학원도 그만둔 아이들과 매일 도서관에 발 도장을 찍으며 함께 읽고, 함께 공감하고, 함께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벼랑 끝에서 만난 좋은 책들은 저희 가족에게 날개가 되어 주었습니다. 좋은 책을 부부가 먼저 읽고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던 어느 날, 저희 부부는 서로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창의적인 교육기획자로 변신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어느 새 단란한 가정의 소통하는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도서관을 활용하는 건강한 아이들이 가족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가장 행복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좋은 책을 읽으며 벼랑 끝에서 생존한 이야기를요. 저희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가족에게 찾아 온 위기에서는 가족 각 구성원에게 닥친 위기를 다루었습니다. ‘2부 온 가족, 함께 책을 읽다에서는 가정 경제가 무너져 유치원도 학원도 그만 둔 두 아이들과 도서관 나들이를 하며 좋은 책을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위기를 헤쳐 나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3부 온 가족, 함께 성장하다에서는 온 가족에게 찾아온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2부는 10가지 테마로 구성하여, 각 테마 별 그림책에서 인문고전까지 4권의 책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0권의 책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회사에서 파업과 구조조정을 겪는 남편도, 직업병을 얻어 직장을 그만둔 저도, 엄마 아빠를 기다리느라 지친 두 아이들도, 먼저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고 자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난 왜 태어난 걸까 있는 그대로의 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함께 나눈 이야기입니다.옛날 옛날에, 엄마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에서는 한국의 옛이야기와 신화를 다루었습니다. 옛 이야기와 신화 속 인물들이 고난을 겪으며 자기를 실현해나가는 이야기들은 나에게 찾아온 고난들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쁜 부모를 두어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느라 저희 아이들에게 없었던 가족의 개념을 다시 세워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나의 고난을 받아들였다면,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부모 형제, 가족을 받아들여야 할 차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가족에서는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이 가득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온 가족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엄마보다 언니가 더 좋아! – 형제에서는 두 자녀가 서로 존중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읽어 준 책들을 엮었습니다. 가족의 개념을 새로 세우고 난 후, 두 자녀에게 타인과의 관계 맺기의 시작, 우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두 아이들이 인간관계가 풍성한 삶을 살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습니다. ‘네가 있어 난 외롭지 않아 우정에서는 자녀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이며 우정은 어떻게 키워나가는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된 자녀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이야기 나누는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배움’, 학교보다 더 큰 세상 국가와 사회문제 등을 이야기하는 저 넓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국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주어지는 절대적 가치, 시간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간에서는 어제, 오늘, 내일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여정 위에 나를 세우는, 내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에 대해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빠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은 파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 ‘난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지요. 나는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에서는 온 가족이 에 대한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했습니다.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이상에서는 문학 속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이상에 대해서 온 가족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를 둔 대한민국 가족이라면 아빠의 경제력은 기본, 엄마의 정보력은 필수, 선행학습으로 문제풀이 로봇이 된 아이들, 자녀의 성공을 위해 이 3요소가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는 이른바기획된 가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이 기획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회의를 느끼고 있는 분이라면, 혹은 당신이 하루에도 열두 번 내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망설이는 워킹맘이라면, 혹은 당신이 내 아이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취업사이트를 들락거리느라 잠 못 이루는 전업주부라면, 혹은 당신이 내 아이에게 무슨 책을 사줄까 고민하는 아버지라면,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을 권해 드립니다.

 

좋은 책 한 권은 한 분의 스승과도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도서관 나들이를 하며 읽은 많은 책들 중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단 40권의 책을 선정하는 일은 저희 가족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위기의 가족에게 단란한 가정, 소통하는 가족, 건강한 아이들을 선물해준 40권의 책, 40분의 스승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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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7 11:56:33 *.230.103.185
정은씨!

서문 하나도 안 읽어보고, 평소의 생각을 속사포처럼 토해 내고 온 내 태도에 대해

주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답니다.


부연설명을 해 보자면,


내 언어로 풀어 쓴 목차가 아직은 아득한 상태에서,

책이 가깝고 편해서 책소개로 짠 단계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초보저자가 거치는 것이고,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책에 기대어 일어서는 사람들은 당연히

책소개를 위주로 해야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하며 꼬나쥐고 있는 책소개 기획이 있답니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일반론일 뿐이라는 것, 다시 한 번 새기고

2장 중심으로 간곡함과 전문성을 넣는다면

얼마든지 가족의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정은씨 글 속에서,   미국에서  우리 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돌아와 주식을 사고, 그것을 기반으로 집을 샀다든가 하는 대목이 너무 신기해서

우리 애들에게도 말해 준 적이 있었답니다.


그만한 탁월한 안목이 있는 분이니 잘 해 나갈 꺼에요.


정은지의 <내 식탁 위의 책들>처럼,  섹쉬하고 차별화된 책을 기대하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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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2:02:22 *.65.152.71

한명석 선배님~

그날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업, 선배님들 앞이라 어찌나 떨리던지요.

이렇게 댓글로 남겨주시다니 감동입니다.

선배님 조언 잘 반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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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7 13:24:17 *.124.78.132

우와!! 이 글 너무 좋은데요~~ 역시 넘버원다운 ^^*

언니 책은 정말 곧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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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2:03:34 *.65.152.71

ppt와 발표는 녕이가 넘버원이었지!!

공부하며 또 언제 그렇게 멋진 기획안을 만들었는지...  놀라운 녕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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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8 00:54:47 *.222.10.82

앨리스는 준비된 작가인 것 같아요. 이제 모든 여건이 마련되었으니 쓰는 일밖에 없네요.

부지런히 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다른 건 몰라도 그간 살아온 길이 이미 말해주고 있잖아요.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니 올해 꼭 출간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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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2:09:04 *.65.152.71

웨버 희동님~ 수고 많으셨어요~~

매번 통크게 쏴주셔서 감사했어요~^^

작고 사소한 것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희동님 글이 좋아요~~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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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9 16:50:09 *.109.162.52

앨리스님의 기획안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네요.

이제 원고를 쌓아 가는 일만 남으신 듯.^^


예전 저의 기획안 제목 중. <가족여행을 권함>, <아빠 인문학> 등이 있었는데요.

왠지 앨리스님의 고민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느껴지시죠?

종종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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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2:15:52 *.65.152.71

<아빠 인문학> 멋진 제목이네요~~

가정 범죄가 난무하는 요즘 꼭 필요한 책일 것 같아요~


양갱 선배님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통하는 듯 하네요~

잘 통하는 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반갑습니다~~^^

종종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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