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 조회 수 191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오늘따라 동기들의 모습이 사뭇 달라보였다. 마치 엄청나게 치열한 입찰을 앞두고 있는 경쟁 PT에 와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달까. 양복까지 멋지게 차려 입은 피울님. 책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두툼한 분량의 책 계획안을 준비한 동기들을 보니 긴장감이 더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나의 준비를 돌이켜보며 마지막까지 난 왜 이렇게 부끄러울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피드백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 달려와주신 선배님들을 뵈니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후회스러운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책’의 출산을 통해 나는 다시 패자부활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날 새벽까지 어떤 책을 써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책의 컨셉안을 잡았던 차였다. 교장선생님께 과외까지 받았음에도 “정말 이 책을 쓰고 싶은가?”라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물음 앞에서 나는 늘 작아지곤 했다. 아마 써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늘상 비교를 달고 사는 나이기에 뛰어난 동기들의 결과물들을 볼 때면 내 것은 보잘것없는 것 같아서 그저 답답하고 막막하게 느껴지기가 일 수였다. 책의 계획안을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로 좋은 책은 결국은 저자가 얼마나 인생을 잘 살았는가? 라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충실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 그대로 이야기 거리가 되고, 글을 써내려 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아마 이러한 깨달음이 앞으로의 내 삶에 있어서도 정직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데에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나의 특성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면서도 삶 속에서 늘 가까이에 있는 ‘경쟁’을 테마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경쟁은 나를 괴롭히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의 힘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길을 잃기도 했다. 이미 전문성으로 점철된 글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나만의 시각으로 쓸까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나에 대한 개인적인 푸념으로 점철된 글을 써내려 갈까 봐 겁나기도 했다. 그래서 오프 수업 전날까지 헤맸다. 하지만 결국은 경쟁을 들여다보는 것이 바로 나를 제대로 직면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쟁에 집착하는 나에게서 어린 시절의 상처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내가 이렇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 이유의 힌트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는 계속 경쟁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스스로를 괴롭게 할 것 같기도 했다. 첫 책의 수혜자는 바로 저자라고 한다. 나는 연구원 과정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싶었다. 앞으로 책을 쓰면서, 매우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더더욱 나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더 나아가 나를 더 좋아하게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앞으로 1년을 더욱 잘 지내보리라 다짐해본다. 특히 선배님들과 동기들의 값진 피드백을 여러 번 곱씹으며 이를 기운 삼아 앞으로도 잘 써내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수고했다.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말이다. 지난 1년,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게 매 주의 과제가 힘겨웠고, 매 월의 과제는 큰 부담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며 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디뎠던 걸음이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졌고 스스로의 욕심만큼 제대로 하지 못해 속상했던 적이 더욱 많았다. 게다가 벌리고 다니는 다른 일들도 수습을 제대로 못해 더욱 괴롭기만 했던 나날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포기 하지 않고 이렇게 1년을 걸어왔다. 바로 엊그제 도봉산 자락에서 모두를 처음 본 그 날이 아직 생생하기만 한데, 우리는 모두 한 뼘쯤은 자란 것 같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에서 우리는 이제 끈끈한 가족과 같은 느낌이 든다. 언니가 없어 오빠가 없어 여동생이 없어 슬프던 나는 이제 든든한 형제 자매를 얻었다. 그 어떤 친구들에게도 쉽게 할 수 없던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꺼낼 수 있는 사이가 얼마나 흔하던가. 남들이 듣고 싶어할 것 같은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나에게 네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내뱉으라고 이야기해주는 인연은 어디에 있겠는가.
좌초하고 싶어질 때마다 전화로, 문자로 함께 가자며 우리는 할 수 있다며 힘을 가득 실어 주었던, 징징거리는 하소연에 따끔한 질책 보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던, 우리 동기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싶다. 또한 교육팀 선배님들의 노고는 거듭 칭송해도 부족할 지경이다. 무심한 척 음으로 양으로 챙겨주신 그 마음을 알고 있다. 내 시간을 빼내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도움이 되는 그 행보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기에 변경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20기 교장을 꿈꾸는 피울님이 교육팀으로 활동하실 때에는 나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런가 모르겠다.
그리고 때로는 1박 2일이 너무 잦은 것 아니냐며 투덜되면서도, 데카상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어 데카상스를 위한 발렌타인 초콜렛도 준비해주고, 아기를 그렇게 바라면서도 연구원 수업을 충실히 잘 끝내는 것이 우선이라며 스페인 여행 이후에 임신 준비를 하자고 배려해주었던 남편에게도 큰 감사를 보낸다.
돌이켜보니 감사한 일만 가득하다. 이외 도와주신 분들도 얼마나 많은지….지난 1년, 이런 충만한 기분을 느끼려고 나는
그렇게 방황했었나 보다. 경쟁의 테마를 살려, 우리 기수는 다른 기수보다 도 더 끈끈히 관계를 유지해나가자고 외치며!!
다음달의 졸업 여행을 기다려본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달에 만나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92 | 알고 보니 '새엄마' | 왕참치 | 2015.02.09 | 1960 |
691 | #42 엔지니어 - ing [2] | 희동이 | 2015.02.09 | 1859 |
690 | 클리셰, 무엇을 말하는가 | 에움길~ | 2015.02.09 | 2054 |
689 | 전략적 경쟁이 필요해 | 녕이~ | 2015.02.09 | 2004 |
688 | 작은 관심 | 어니언 | 2015.02.09 | 1894 |
687 | #43 천 지 인 工 | 희동이 | 2015.02.15 | 1912 |
686 | 2월오프수업후기_구달칼럼#45 [12]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16 | 1897 |
685 |
자전거여행의황홀_출간기획안_구달칼럼#46 ![]()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16 | 2075 |
684 | 변화, 행복의 맥거핀 [2] | 에움길~ | 2015.02.17 | 2013 |
683 | 2월 오프수업 후기 [10] | 왕참치 | 2015.02.17 | 1994 |
682 | 여는 글_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8] | 앨리스 | 2015.02.17 | 2063 |
» | 2월 오프수업 후기 [4] | 녕이~ | 2015.02.17 | 1911 |
680 |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잖아 - 2월 수업 후기 [3] | 종종 | 2015.02.17 | 2157 |
679 | #43 2월 오프 후기_정수일 [2] | 정수일 | 2015.02.17 | 1996 |
678 | 10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서_찰나칼럼#43 [2] | 찰나 | 2015.02.20 | 1874 |
677 |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4] | 앨리스 | 2015.02.23 | 2374 |
676 | 친정엄마의 그림자_찰나칼럼#44 [3] | 찰나 | 2015.02.23 | 2222 |
675 | 난제 [4] | 왕참치 | 2015.02.23 | 1971 |
674 | 이모티콘(emoticon) 을 날림 [2] | 에움길~ | 2015.02.23 | 2583 |
673 | 어머니의 상경_구달칼럼#47 [6]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23 | 20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