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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13시 47분 등록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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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에서 본 한 대목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한 문장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러셀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러셀 자서전의 프롤로그 제목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이니, 위 문장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세상을 떠났다. 오래 산만큼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그는 영국의 귀족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빼어난 저술가이다. 이를 근거로 러셀을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지만 이런 평가는 그의 삶 절반에만 해당한다.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머물지 않고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을 위해 오랜 시간 전방위로 활동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러셀은 1차 세계대전 중에 징병에 반대하는 글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납부를 거부하여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쫓겨났고, 2년 후에는 전쟁 반대 글을 써서 감옥에 투옥되었다. 1927년 두 번째 아내 도라 블랙과 함께 새로운 교육 실험을 표방하는 학교를 설립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핵무기 감축과 전쟁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또 한 번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 89세였다. 이런 과정에서 숱하게 오해 받고 쏟아지는 비판을 견뎌야 했음에도 러셀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고 반세기 넘게 인류 평화를 위해 힘썼다.


왜일까? 러셀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편히 살 수 있었음에도,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일까? 세 가지 열정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그는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두 쪽이 채 되지 않는 <인생은 뜨겁게>의 프롤로그는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의 프롤로그 가운데 최고에 속한다. 이 두 쪽만 읽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 러셀은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프롤로그를 끝맺는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 홍승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kmc1976@naver.com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한겨레 신문에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2월 17일자 신문에 위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787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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